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600)
600화
중국이란 이미지는 예로부터 물량과 규모의 상징이었다.
역사책에 적혀 있는 수많은 중국 통일 왕조의 침공부터.
중국의 시장과 경제 규모.
몇백만이나 하는 중국군.
10억이 넘는 인구를 가진 경제, 인구 대국이라는 이미지까지.
호라이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죽음이 없는 게임 속 세계에서 인구는 곧 힘이자 재산.
이 때문에 중국의 원정군은 다른 서버라면 상상도 못 할 전력을 움직일 수 있었다.
고작 섬 하나에 10만 명을 한꺼번에 내려놓는 발상부터가 그랬다.
“공격해라!”
“막아라!”
비버 게이트 섬은 몰려오는 중국군과 막는 비버, 랭커 연합들이 흘리는 피로 가득 찼다.
“다들 물러서지 마라, 원탁의 기사가 어째서 유럽 최강인지 보여 주는 거다!”
“오오!”
무너질 뻔한 전열을 수습한 것은 모드레드였다.
적기사란 이명답게 붉은색 갑옷을 입은 그의 외침에, 유럽에서 온 3백 명의 기사가 일제히 방패를 들었다.
-방패 방진!
-성혈의 붉은 벽!
붉은 오라가 깃든 방패가 보호막을 치자, 그 위로 수많은 창과 칼, 그리고 불덩어리나 검기 등이 쏟아졌다.
그러나 놀랍게도 방패진은 대여섯 배의 숫자로 쏘아 대는 공격을 전부 막아 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 여겨지는 유럽 서버 측 기사들의 힘!
“우리도 움직인다!”
“우오오!”
인도에서 온 전사들이 곡도를 들고 전선에 서고, 주술사들은 피리를 불어 뱀을 불러내거나 기묘한 파장의 목소리를 내뿜었다.
미국 서버에서 온 건슬링어는 개틀링 건을 꺼내 난사했고.
가면을 쓴 원주민 콘셉트의 남자는 자신을 따르는 전사들과 함께 전장에 뛰어들었다.
“나도 싸워 볼까!”
김철은 그렇게 말하며 무기들을 소환했다.
수많은 검, 도끼, 창, 단검, 갈고리, 표창 등이 나타났다.
“자, 나의 아기 토끼들. 가 보자고!”
말을 마친 김철이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별다른 스킬을 쓰거나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주변에 무기를 가득 두른 그가 움직이자 천마신교군의 대열이 순식간에 붕괴되었다.
“저기 저놈을 집중 공격해라.”
“무기를 내놓아라!”
무인들 여럿이 사방에서 김철을 노렸다.
별다른 신호나 합의 없이도 다대일의 포위 진영을 순식간에 만드는 무인들.
그러나 그런 그들의 뒤를 공중을 날던 무기들이 쇄도해 왔다.
“엇!”
중국 무인들은 능숙하게 첫 번째 공격을 막았다.
그러나 그 순간 무기들은 가볍게 공중으로 튀어 오르더니, 추진력을 실어 재차 무인들을 베거나 갈랐다.
“커헉…….”
이기어검이 무서운 진정한 이유는 단순히 검이 떠 움직이는 것뿐만이 아니다.
인간이 휘두른다는 팔의 움직임을 배제했기에.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할지, 어디가 약점인지 대응할 수가 없다는 게 이기어검의 진정한 무서움.
“내 허니들이 나를 지켜 준단 말이지.”
“이, 이기어검……!”
“저 자식, 이기어검을 쓴다……!”
전투를 지켜보던 중국 유저들이 흠칫 놀라며 물러섰다.
이기어검은 레전더리급 무공.
등급도 그렇지만, 가장 기본적인 초식도 레벨 900은 넘어야 하나의 무기를 띄워 움직일 수 있다.
그런데 저 남자는 뭐란 말인가.
무려 20개, 아니 30개가 넘는 무기를 가볍게 공중에 띄우고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도 모자라.
본신의 전투력도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강했다.
천마신교 무인들 입장에서는 사신이 따로 없는 셈.
심지어 그 사신은 잔뜩 흥이 올라 있었다.
“이리 왓!”
“으아아악!”
적진 한복판을 돌파하는 김철의 양옆으로 길이 열렸다.
“지금이다, 가자!”
“짱X 놈들, 지금 이 순간만을 기다렸거든!”
프론티어 길드의 정예들도 뒤따라 전투에 참전했다.
비버 연합의 비버와 인간들 대 천마신교 상륙부대 간의 전투.
밀려나던 비버 연합은 김철과 각 서버에서 온 지원군들 덕분에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반격을 할 수 있었다.
그들의 활약 덕에 천마신교 상륙부대가 역으로 밀려나고 있는 상황.
물러나 전투를 지켜보던 해계광이 말했다.
“흠, 전세가 나쁘지 않군.”
“그러면…….”
“주술사 1천 명을 우회시켜서 적들의 후위를 노려라. 전방의 기사들에게는 독 강시를 돌진시키고.”
“알겠습니다.”
지휘에 따라 달려든 독 강시들이 기사들에게 달려들었다.
방패 사이에서 나온 창이나 검에 찔린 강시들의 몸이 검은 안개를 뿜어냈다.
“이건…….”
“으윽!”
“독이다, 조심해라!”
독 강시의 진짜 무서운 점은, 죽더라도 독을 퍼뜨려 상대를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뭉쳐 있던 기사들의 HP가 뭉텅뭉텅 깎여 나갔다.
“물러나 HP를 채워라!”
“교대……. 커헉!”
단련된 천마신교의 정예들은 기사들이 회복할 틈을 주지 않았다.
“기사들이 무너진다, 밀어붙여라!”
“지친 비버들을 놓치지 말아라!”
틈을 놓치지 않고 쏟아지는 화살 비 앞에서, 비버들은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쓰러져 갔다.
기사들의 방진이 흩어지고 비버들이 밀려나자, 연합군의 전열은 순식간에 흐트러졌다.
비등해 보이던 전투는 시간이 지날수록 천마신교 측의 우세로 굳어져 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다른 서버 유저들의 플레이 스타일과 스킬들은 대부분 몬스터를 잡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중국 서버의 무공은 다르다.
오직 인간형 몬스터, 그리고 인간과의 싸움에서 상대를 죽이기 위해 특화된 것이 바로 중국 서버의 무공 스킬.
인간이나 대자연의 동물들과 싸울 때 중국 서버의 무공 스킬은 같은 스킬보다 훨씬 뛰어난 성과를 보인다.
심지어 중국 서버는 그런 무공을 연마할 세력전이 매일같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살아남은 유저들의 실력은 그야말로 베테랑 중의 베테랑.
잠깐 기세에서 밀렸다 해도, 천천히 그걸 이용해 적들을 빨아들였다가 단번에 처리하거나, 비버들의 패턴에 적응해 역으로 제압하고 죽이는 식의 공격도 나오기 시작했다.
“헉……. 헉…….”
한창 싸우던 김철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변 곳곳에서 아군이 점차 밀리며 패주 중이다.
사실상 혼자 적진에 고립된 상황.
“젠장!”
예전 파프닐에게 당해 악마교단에 사로잡힌 때가 떠올랐다.
“드디어……!”
“공격을 쏟아부어, 이번에 잡는다!”
사방을 포위한 수백 명의 무림인이 검과 방패, 창을 들고 거리를 좁혔다.
무기들을 조종해 싸워도 무림인 사이에 섞인 간부들이 그때마다 나서 막았다.
“끝이다…….”
“빨리 처치하고 계속 전진한다!”
주변을 포위한 간부들이 일제히 내공을 끌어올렸다.
마지막까지 몰아붙이긴 했지만, 방심한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눈앞의 김철은 수백 명, 어쩌면 1천 명이 넘는 아군을 단신으로 죽인 이레귤러급 플레이어.
섬 공략을 위해서는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주적인 데다가, 그 실력을 생각하면 로그아웃될 때까지 절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하, 젠장.”
절체절명의 순간.
김철은 한숨을 쉬었다.
“쓰고 싶지 않았는데.”
“……?”
“나와라.”
김철이 짧게 지시한 순간.
포위하고 있던 간부와 병사 들은 다리가 당겨지는 듯한 느낌에 몸을 돌렸다.
“응?”
“딱.”
그런 그들이 마주한 것은, 땅속에서 솟구쳐 미간을 향해 쇄도하는 뼈 창이었다.
“크헉!”
“컥!”
순식간에 무림인들을 처리한 금속 해골병들이 일어났다.
“저……. 저 녀석들은!”
“파프닐의 금속 해골병이다!”
기겁한 무림인들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파프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지금이다, 공격해!”
“딱딱!”
보이지 않는 파프닐을 찾는 사이, 해골병들이 달려들었다.
자신들의 옆이나 밑에서 나타난 해골병들 앞에서, 중국 유저들의 대열이 한 차례 무너졌다.
“……저건……!”
해계광과 간부들이 이를 악물었다.
“안 돼, 저 녀석을 놓치면 손해가 너무 크다!”
“잡아!”
지시를 받은 간부진, 그리고 주변의 천마신교 무림인들이 몰려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찌익, 돌격!”
마스터 쿵푸 비버, 저스틴의 외침과 함께 숲속에서 수많은 비버 군단이 나타났다.
일반 비버들뿐만 아니라, 허리에 검은 띠를 맨 마스터 쿵푸 비버들.
그리고 흰 띠를 두른 엘더 마스터 비버들까지 섞여 있었다.
“무슨……. 컥!”
“으헉!”
비버 게이트 섬 안쪽에 있던 비버 연합의 주력부대가 막 도착한 것이다.
천마신교의 무인들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데다가, 지금까지 힘을 비축했기에 생생한 비버들의 공격.
“어, 어어……!”
상륙 부대는 순식간에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이런……!”
낭패한 해계광이 후퇴 명령을 내리려는 순간.
“사령관님!”
“뭐냐!”
“저희…… 저희 배가 모두 가라앉았습니다!”
“뭐라고?”
“관리병들이 전부 죽어 있고…… 배가 전부…….”
“미, 미친……!”
바닷가를 보자 그곳엔 바닥에 구멍이 난 배들이 바닥에 좌초하고 있는 게 보였다.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뻔했다.
“젠장……. 칠흑의 사신 녀석. 혼자 공헌도 다 먹기는.”
“그럼 역할 바꿀래? 난 별로 상관없는데.”
“하아……. 파프닐 아니었으면 너부터 죽이는 건데.”
“나야말로.”
투덜대며 나타난 칠흑의 사신 옆.
회복 포션을 마신 김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도 일단 저 녀석들부터 마무리 짓자고.”
“그게 맞는 것 같네.”
섬에 온 후 처음으로 둘의 의견이 일치했다.
주변에서는 비버들이 군대를 몰아붙이고, 랭커 연합군도 회복을 마치고 재차 전선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이 금수 놈들이!”
“후퇴, 후퇴해!”
천마신교 무림인들은 곳곳에서 항전했지만, 이미 대열이 무너졌기에 사실상 무의미한 몸부림이었다.
심지어 후퇴할 배까지 전부 바닥에 구멍이 났기에 이대로라면 그대로 전멸까지 할 수도 있는 상황.
“……젠장……!”
해계광이 이를 악문 순간, 메시지창이 번쩍였다.
“이건?”
메시지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천마 강림.]“……!”
다음 순간, 하늘에서 검붉은 유성 하나가 전선 한복판에 떨어져 내렸다.
“크아악!”
“뭐야!”
공격을 이어 가려던 비버들이 펄쩍 뛰며 뒤로 물러났다.
그 사이에서 한숨과 함께 불타는 검을 든 한 남자가 나타났다.
“……! 만세, 만세, 만만세!”
“만세, 만세, 만만세!”
남자를 본 천마신교 일원들이 일제히 땅에 엎드려 절했다.
김철의 눈이 흔들렸다.
“만세……. 그렇다면 저자가 천마?”
“맞는 것 같네.”
천마.
중국 서버를 일통한 전설적인 네임드 플레이어의 등장에 장내에는 일순 정적이 흘렀다.
그것을 깬 건 적기사, 모드레드였다.
“천마여, 나는 모드레드. 결투를 신청한다.”
원탁의 기사 길드의 삼인자이자, 길드 마스터인 킹 아서의 아들.
그가 검을 잡고 한 말에, 천마는 대답 대신 손을 들어 짧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흥…….”
도발에 걸려들지 않은 모드레드는 침착하게 거리를 좁혔다.
‘지금이야말로 기회다.’
천마를 보자마자 그는 등골에 전율이 흐르는 걸 느꼈다.
여기서 자신이 천마를 잡으면 아버지를 넘어 길드장이 되는 건 물론, 유럽 서버와 밖에 이름을 알릴 수 있다.
물론 극히 어려울 것이다.
천마는 그만큼 강하니까.
하지만 모드레드에게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이거다…….’
그는 품속에서 물약을 꺼내더니, 그대로 비웠다.
갓 엘릭서(하이퍼).
HP와 MP, 스태미나를 전부 채워 주고.
1시간 동안 모든 능력치를 300% 올려 주는 궁극의 비약이다.
워낙 대단한 효과를 가졌기에 원탁의 기사 길드에서도 최고 간부들에게 단 하나씩밖에 지급되지 않지만, 그렇기에 지금이야말로 이걸 써야 할 때였다.
“후우…….”
모든 컨디션은 최고조다.
심호흡을 한 모드레드는 사정거리 안에 들어가자마자 엄청난 속도로 돌진했다.
[블러드 크러쉬!]붉은 검기가 10여 미터까지 뻗었다가 뭉치며 플러시를 노렸다.
그 순간 플러시가 가볍게 손목을 움직였다.
챙, 챙, 퍽!
짧은 충돌음 두 번이 있고 난 후, 모드레드가 들고 있던 검이 땅에 박혔다.
“무슨…….”
“어…….”
기사들은 물론, 비버들까지 눈을 부릅떴다.
세 번.
플러시의 검이 모드레드의 검격을 튕겨 내고, 검을 공중으로 밀어 올린 뒤 모드레드의 목을 치기까지 검이 움직인 횟수였다.
“……오래 전투를 하느라 지쳐 있었나 보군.”
불의 검을 회수한 천마, 플러시가 말했다.
“빨리 끝을 내지.”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