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601)
601화
미스트 섬에 있는 개인 공방.
파프닐은 그 한가운데의 마법진에서 수많은 제단을 앞에 두고 있었다.
식탁 위에는 수많은 꿀통이 있었는데, 숟가락이 쉬지 않고 통과 입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토할 것 같군.”
-지옥 마력 꿀을 먹었습니다.
-포만감 상태가 유지됩니다.
-매우 배부름 상태에서 음식을 먹었습니다.
-HP가 감소했습니다.
배가 가득 찬 상태에서 음식을 먹다 보니, 역으로 음식이 대미지를 주는 정도의 상태.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계속 꿀을 섭취하지 않으면 저 해골병 군단을 유지할 MP를 채울 수 없었으니 말이다.
‘HP가 빠져나갈 정도로 먹어야 한다니 이런 호사도 다 누려 보는군.’
그래도 대단한 일이었다.
MP만 있다면 수천수만 마리의 해골병, 언데드 들을 완벽히 제어할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심지어 그렇게 움직이는 해골병들의 능력은 하나하나가 최상위급이었다.
“뭐, 그래도 저 녀석에게는 안 되는 것 같군.”
꿀통을 비운 파프닐이 한숨을 내쉬며 정면 스크린을 보았다.
조종 중인 해골병들의 시야를 통해 비버 게이트 섬의 모습이 비쳐 보였다.
그곳에서는 1 : 2만의 학살극이 펼쳐지고 있었다.
“따다닥!”
해골병 열댓 마리가 턱이 분리된 채 날아다니다가 겁화에 타들어 갔다.
깔끔한 처리.
재생조차 못 할 정도의 공격이다.
“발사!”
“찌이이!”
비버들이 쏘아 낸 신성한 물대포가 불의 검을 든 남자를 향했다.
파프닐은 고개를 저었다.
“효과적인 연계 공격이지만……. 플러시가 저 정도에 당할 리 없지.”
그 정도라면 플러시가 원작 주인공이라 할 순 없을 것이다.
불의 검이 한 번 휘둘러지며 물기둥을 쳐 냈다.
동시에 남자, 플러시가 움직였다.
“찌이익!”
“크아악!”
물대포를 쏘던 비버와 연합군에게 불이 휘몰아쳤다.
불 속성의 스킬을 쓰는 플러시에게 가장 성가신 물대포를 먼저 처리하겠다는 의도.
“역시 플러시군.”
지금까지의 전투에서는 행운이 작용하지 않았다.
즉, 플러시는 순수 실력만으로 적기사 모드레드, 랭커들, 비버와 해골병 들을 쓸어버리고 있다는 뜻이다.
“어디 한번 얼마나 강해져 있나 볼까?”
파프닐은 마력을 주입한 뒤 네크로맨서 흑마법을 사용했다.
[세크리파이스(sacrifice)] [서몬 블랙 인페르노 데스나이트.]해골병들의 몸이 일제히 부서지더니, 검은 안개 같은 기운이 한곳에 모였다.
플러시는 곧바로 그곳에 검을 찔러 넣으려 했다.
“소개를 할 시간도 주지 않다니, 무례한 녀석이군.”
검은 기운 속에서 걸어 나온 흑기사가 말했다.
“나는 카라미트, 부름을 받고 왔다.”
“카라미트라…….”
한국 서버에 있는 유저들이라면 수백 년 전, 전란의 시대에 최강이라 불렸던 NPC로 기억하겠지만.
제대로 무언가를 하지도 못하고 쫓겨 다녀야 했던 플러시는 그런 정보를 접하지 못했다.
대신 그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봤던 적 있어. 파프닐에게 사역되고 있는 그 언데드, 맞지?”
지금까지 플러시는 파프닐에게 수없이 많이 괴롭혀져 왔다.
시작부터 암살자들을 고용해서 무한 PK를 하지 않나.
계속 자신을 추적하며 죽이려 드는 통에, 거기서 도망치느라 이그나이트와도 엮이고, 바닷속 인어들의 세계에서 정신을 차리기도 했다.
난데없이 중국 서버에 흘러 들어와, 이 침공을 하고 있는 것도 파프닐 때문.
이 정도 되면 이유가 무엇인지 한번 물어보고 싶었다.
차라리 사기라도 쳤으면 모른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그렇게까지 견제한단 말인가?
“좋아, 널 잡으면 그 녀석도 반응하겠지. 그때 물어봐야겠어.”
플러시의 몸에 빛이 인 순간.
파프닐은 마력을 카라미트에게 쏟아부었다.
“크흐!”
두 사람의 창과 검이 수십 합을 맞부딪쳤다.
결과는 백중세.
어느 쪽도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
“오……! 내 공격을 맞받아쳤나?”
카라미트는 눈을 크게 떴다.
이 녀석.
상상 이상이다.
파프닐 녀석도 강했지만, 그 녀석은 공격, 수비 모두가 균형 잡힌 완전체.
반면 이 녀석은 공격만으로 자신의 창들을 전부 받아넘긴 것이다.
‘이건……. 대단하군!’
카라미트는 플러시의 막강한 공격들을 전부 받거나 흘려 내며 역으로 기술을 걸었다.
창이라는 사거리가 긴 무기를 이용한 정공법.
그러나 고수들 간의 상황에선 상당히 효과가 있었다.
“음……!”
플러시가 양옆으로 움직이며 빈틈을 만들려 했다.
그러나 카라미트는 창대를 이리저리 흔들며 그것을 허락지 않았다.
비 스켈레톤 빅스비와 싸우며 벽을 깨고 넘어선 그는, 준불멸자의 경지까지 오른 상태.
그대로 남아 있는 전성기의 경험에 한층 더 강해진 실력이 합쳐지자, 지금의 플러시와도 충분히 싸울 수 있었다.
“대단하군! 이 힘은……!”
공격을 막은 카라미트의 창이 회전하며 수십 개의 잔영을 만들었다.
모두가 진짜인 공격.
NPC들만이 쓸 수 있는, 스킬이 아닌 자율 의지에 따른 행동 공격이었다.
“윽……!”
플러시의 검이 크게 원을 그렸다.
뜨거운 불이 쏟아져 나와 창의 그림자들을 막아 낸다.
한 번의 큰 스킬로 공격을 걷어 내는 것.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지만 그에 맞는 단점이 있다.
스킬을 쓴 다음에 생기는 찰나의 빈틈.
순간 카라미트가 그 틈 사이로 창을 내질렀다.
“하아!”
검은 창이 플러시의 몸 뒤로 뻗었다.
카라미트의 표정에 아쉬움이 어렸다.
“이런, 분명 찔렀다고 생각했는데.”
아슬아슬하게 겨드랑이 사이로 스쳐 지나간 창날.
창을 다시 잡아당긴 카라미트가 거리를 유지한 채 눈을 빛냈다.
‘하하, 이 얼마 만의 흥겨움인가.’
상대의 강함은 말할 것도 없다.
그야말로 톱 오브 톱.
과거 전란의 시대였다면 자신을 뛰어넘어 최강의 무인이 되었으리라.
‘현세에 이런 녀석이 있었다니……! 놀랍군!’
끝없는 전쟁으로 피가 흐르던 전란의 시대에서도 이 정도의 실력자는 만나 보지 못했다.
심지어 이게 끝이 아니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 플러시가 전력을 다한 게 아니라고.
그중엔 저자 본인이 의식하지 못하는 힘도 있다는 것을.
‘아쉽다.’
동시에 카라미트는 아쉬움을 느꼈다.
지금 손에 없는, 500년 전 자신이 쓰던 창이 있었다면.
그 창만 쥐고 있었다면 훨씬 더 재미있는 싸움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투정을 부릴 순 없지.’
모든 상황에서 완벽하게 싸울 수는 없다.
때로는 부족한 게 있더라도, 압도적인 적을 상대로 하더라도 싸워 이겨야 할 때가 있는 법.
카라미트는 창을 든 채 말했다.
“자, 어떻게 싸워 볼까.”
주도권이 있는 이상 굳이 먼저 칠 이유가 없다.
연속으로 창을 내지르며, 플러시의 움직임을 완전히 눈에 담은 카라미트가 미소 지었다.
“지나갈 수 없다네.”
그렇게 말한 순간, 플러시의 몸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블링크!’
-위험!
급히 앞으로 달려 나가는 카라미트의 등 뒤에서 불의 검이 내리꽂혔다.
다행히 직격당하진 않았지만, 왼쪽 어깨 부분의 팔 일부, 그리고 창대가 절반가량 녹아내렸다.
“이 불은 보통 불이 아니군……! 어디서 얻은 힘이지?”
플러시는 대답하지 않고 재차 같은 기술을 쓰며 사방에서 카라미트를 공격해 왔다.
캉, 캉, 캉.
긴 사거리라는 이점은 저런 식의 전투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다.
지금은 뛰어난 전투 경험으로 피해를 감추고 있지만, 실수를 한 번이라도 하는 순간 또다시 상처가 늘어날 테고.
이 정도 실력자들 사이에서 그런 상처는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공격 타이밍을 잡으려 하면, 플러시의 주변 땅 밑에서 검붉은 불기둥이나 불의 채찍 같은 것들이 솟구쳐 오른다.
마치 함정이 가득한 미궁을 걷는 듯한 기분에 카라미트는 없는 심장이 마구 뛰는 것을 느꼈다.
“상황이 이런데……. 어떻게 할까?”
누구에게 말하는 건진 뻔했다.
파프닐은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오래 싸울수록 좋긴 하겠지만…… 그럴 상황이 안 되겠군요.”
배들이 전부 침몰했다지만, 천마신교의 술법사와 인력이면 임의로 배를 만들거나 공중 부양술을 쓸 수 있다.
천마신교의 후속 선단이 온다면 팽팽한 균형이 깨져나갈 터.
그뿐만이 아니다.
-배부름이 소화불량 상태로 변했습니다.
-계속 음식을 섭취할 시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억지로 꿀을 먹는 것도 슬슬 한계다.’
카라미트 같은 고위 언데드 개체를 멀리 소환시켜 유지하는 건 엄청난 MP를 필요로 한다.
심지어 지금은 강화 스킬까지 써 주고 있으니 더욱 그랬다.
“빠르게 가죠.”
-알겠네.
말을 마친 카라미트가 양손으로 창을 잡고 플러시를 겨눴다.
보통 창 스킬의 주력은 빠른 속도의 찌르기.
그러나 카라미트의 손에서 움직이는 창은 느리기 짝이 없었다.
“저건…….”
어딜 봐도 빈틈투성이.
스킬 하나만 쓴다면 곧바로 직격시킬 수 있다.
그러나 왠지 플러시는 저 공격을 앞에 두자 등골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본능의 영역에서 경고를 해 온다.
저 공격은 어떤 스킬보다도 강력할 것이라고.
이 때문에 플러시는 최대한의 힘을 끌어올렸다.
천마신교에서 얻었던 천마신공의 힘.
[마신강기.]묵빛 강기가 불길에 스며들더니, 검에 응축되었다.
한 점의 빛도 없는 완전한 어둠이 검의 모양을 한 듯한 모습.
플러시는 그것을 그대로 내질렀다.
“역시……!”
그 순간 카라미트의 눈이 빛났다.
“해보자꾸나!”
카라미트의 손에 들려 있던 창이 일순간 사라졌다.
다음 순간 어둠의 파도가 카라미트가 있는 곳을 휩쓸었다.
“억!”
“……!”
주변에서 싸우던 사람들이 흠칫 놀라며 그곳을 보았다.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서 전투의 승패가, 아니 전쟁의 승패가 달라진다.
“…….”
숨 막히는 시간이 지난 후.
어둠의 파도가 걷히자 검붉은 불길들이 주변을 가득 태우고 있는 게 보였다.
그 가운데 서 있는 건 단 한 명.
승자가 검을 든 팔을 머리에 가까이 가져갔다.
“……큭.”
창 한 자루가 팔목에 꽂혀 있었다.
맞은편에 있던 카라미트가 들고 있던 창.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부서지고 있는 카라미트, 아니 해골병들이 보였다.
“보통 놈이 아니었어…….”
-공간을 넘어 직접 공격하는 무예라니, 저 녀석. 인간 필멸자의 수준을 넘었구나.
마신 이그나이트가 진중하게 평가했다.
그럴 만했다.
방금 저 카라미트라는 언데드 기사가 보인 무예는 다름 아닌 차원격.
차원을 접어 직접 공격하는, 수많은 인간을 넘어 준신이 되려는 자들이나 보일 수 있는 것이었다.
“……으음.”
화면을 보던 파프닐은 혀를 찼다.
“역시 이 정도로는 플러시를 이길 수 없나.”
파프닐이 직접 마력을 불어 넣어 준 카라미트.
평소에는 마력 부족으로 쓰지 못하던 생전의 오의까지도 쓰면서 공격했지만, 그럼에도 플러시를 이길 수는 없었다.
이기긴커녕 상처 하나 남긴 게 고작.
아쉽다는 생각은 들었다.
고레벨 언데드인 카라미트가 죽었으니 다시 부활시키기 위해선 막대한 재료가 든다.
손해는 그뿐만이 아니다.
플러시가 나온 이상 비버 게이트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거고.
시간을 끈다는 말이 무색하게 단번에 뚫려 버렸다.
“그래도 플러시의 전력을 확인한 것은 좋은 득점이군.”
천마신교의 수장인 천마가 된 플러시.
세력 크기로, 병대의 크기로는 최강이라고 할 수 있다.
파이브스타를 비롯한 한국 서버, 미국 서버, 일본 서버를 합쳐도 중국 서버의 숫자에 비교하지 못할 테니까.
그나마 가능하다면 인도 서버인데, 숫자만 비슷하지 랭커의 실력이나 수준에선 중국 서버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번에 본 개인의 실력도 최상위급이다.”
애초에 원작 소설의 플러시도 개인 피지컬과 스킬 활용만큼은 상위 0.0001%였다.
운이 아무리 도와도 결국 이기기 위해선 실력과 재능이 필수.
아무리 눌러 놓아도 그 실력 덕분에 결국 저렇게 정점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 확인한 녀석의 실력은 74,650기 정도의 해골병 포인트……. 그렇다면 대략…… 10만 기의 해골병을 운용해 공격할 수 있다면 이길 수 있다.”
문제는 운빨.
플러시를 감싸고 있는 세계의 운빨 때문에, 아무리 해골병을 모아도 억지로 지게 될 확률이 컸다.
‘그러니 계획을 빠르게 진행해야겠지.’
일단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뻔했다.
파프닐은 메시지창을 연 뒤, 등록되어 있던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파프닐 : 김철] [김철 : 아, 너냐?] [김철 : 그래서, 뭐 다른 준비는 있는 거지?]카라미트를 소환해 내기까지 했으니 다음 계획도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
파프닐은 곧바로 답장했다.
[파프닐 : 아니.] [파프닐 : 지금부터 최대한 도망쳐라. 비버들에게도 도망치라고 하고.]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