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602)
602화
비버 게이트 섬 서쪽의 지하 동굴.
김철을 비롯한 랭커 연합군들은 그곳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이쪽입니다.”
“달려!”
도망치는 이유는 간단했다.
천마, 플러시가 카라미트를 쓰러뜨린 순간.
뒤도 돌아보지 말고 그 자리를 벗어나라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비버 연합군도 챙겨서.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도망? 안 됩니다.”
비버 연합의 저스틴이 고개를 내저었다.
오랫동안 지켜 온 터전을 버릴 수 없다는 흔한 이유는 아니었다.
“겨우 해안가만이 쓸려 나갔을 뿐. 아직 성스러운 숲은 건재합니다. 그곳을 버리고 갈 수는 없습니다.”
성스러운 숲의 신성력은 삿된 것을 막는 건 물론, 비버들을 적대하는 모든 적 세력에 큰 디버프를 준다.
공격력, 방어력 감소는 물론.
노출되는 동안 지속적으로 HP와 MP를 태워 버리며.
장비를 무겁게 한다거나, 넝쿨이나 땅이 발을 묶는 등의 온갖 효과가 있다.
솔직히 말해서, 1백 명으로도 1만 명을 막을 수 있을 정도의 개꿀 요새.
거기에 있는 비버들도 레벨 800이 넘는 만큼, 서전에서 진다고 해서 문제가 없긴 했다.
“게다가 저희가 지키는 봉인은 절대 풀려서는 안 됩니다.”
“봉인?”
“예.”
“아니, 그딴 거고 자시고, 너흰 우리랑 가야 한다니까?”
김철의 이마에 핏줄이 섰다.
원래 그는 조곤조곤히 설득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파프닐에게 두들겨 맞아서 따르고 있지만, 본래 그는 빌런 중의 빌런!
“안 가면 다 뒈진다고. 도대체 여기에 무슨 꿀통이 있길래…….”
“잠깐! 그럼 여자랑 아이들만 데려가도 되지?”
때마침 김철의 옆에 나타난 칠흑의 사신이 아니었다면, 진짜로 아군끼리 싸울 뻔했다.
다행히 쿵푸 마스터 저스틴은 그것마저 막지는 않았다.
“섬 서쪽에 강 서쪽으로 빠져나가는 항구가 있습니다. 전란이 끝날 때까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그럴게.”
어떻게든 노약자 비버들을 챙긴 칠흑의 사신은, 다른 서버의 랭커들과 함께 서쪽 동굴로 향했다.
“이 끝에 분명 탈출용 통나무가 있습니다.”
“통나무?”
“예. 통나무에 몸을 싣고 움직이는…….”
“…….”
어쨌든 이곳은 큰 강이니 통나무로 탈출 자체는 가능하다.
김철과 일행은 비버들을 따라 두꺼운 통나무에 몸을 싣고 움직였다.
이대로 흐름에 몸을 맡기면 다른 곳으로 탈출할 수 있을 터.
그러나 그 생각은 섬을 나오자마자 깨졌다.
“저기 온다!”
“놈들은 통나무를 붙잡고 헤엄치고 있다! 지금이 기회다!”
급조한 뗏목 위에 타 있던 천마신교 무인들이 일제히 화살과 화염구를 쏘았다.
철퇴나 채찍을 든 무인은 물을 쳐 충격파를 쏘기도 했다.
“이 새X들이……!”
“응전해라!”
김철과 쿤타킨테, 카푸르, 만수르 등 고수들이 반격했다.
공중을 떠다니는 검, 그리고 표창 등이 뗏목 위를 휩쓸었다.
“우리도 갑니다!”
“우아아아!”
여성과 어린아이, 노약자 비버들이 온 힘을 다해 통나무를 밀었다.
단숨에 뗏목들 간의 거리가 좁혀지자, 무인들은 급히 장대를 내밀려 했다.
그 순간.
“어딜!”
통나무에 상체만 싣고 있던 김철이 그대로 뗏목으로 뛰어올랐다.
“다 뒈졌어. 짱X 놈들.”
“빵즈!”
“죽엇!”
김철의 노호성과 함께 대여섯 개의 병장기가 뗏목 위의 중국군을 휩쓸었다.
“크아아악!”
“아악!”
다른 곳도 유저와 비버들의 선전이 이어졌다.
애초에 이들은 각 서버에서 비버 게이트를 돕기 위해 파견한 정예 지원군.
플러시의 무력을 피해 도주했지만, 일반 천마신교 유저들에게 질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이 녀석들이……!”
“젠장, 배만 있었어도……. 커헉!”
지휘를 하던 간부 유저의 뒷덜미를 단검 한 자루가 훑고 지나갔다.
칠흑의 사신의 솜씨.
혼란에 빠진 천마신교 무인들을 상대로 김철과 비버, 연합군은 선전하며 잘 싸웠다.
하지만 수가 너무 많았다.
“저기, 교전이 벌어진다.”
“가자!”
사방에서 새로운 뗏목, 그리고 뗏목에 탄 천마신교 무인들이 끝없이 몰려왔다.
중국 서버의 특기인 물량전이 발휘된 것이다.
저 뗏목 수백 척을 가라앉혀도, 그 다섯 배, 열 배의 숫자가 끝없이 몰려올 터.
설령 마지막까지 버텨도 그땐 플러시가 직접 오리라.
“젠장……. 여기까진가.”
“그래도 하는 데까진 해봐야지.”
각국의 랭커들이 서로 이야기하며 무기를 고쳐 쥐었다.
기왕 죽는다면 최대한 적을 쓰러뜨리고 갈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발사!”
멀리서 함성과 함께 수많은 포탄이 천마신교 무인들 사이로 떨어졌다.
배도 아니고, 뗏목에 탄 무인들은 화포 세례를 버틸 수 없었다.
몇몇 무인들이 포탄을 튕겨 내거나 결계를 쳤지만, 계속 쏟아지는 포탄 앞에선 장사가 없었다.
“무슨……?”
“배다!”
“대체 어디서 온……. 크악!”
다른 무인들이 뭔가 할 새도 없이, 배에서 쏜 포탄이 강물 위를 덮었다.
결국 천마신교 측 간부진에서 결정을 내렸다.
“후, 후퇴!”
“후퇴하라!”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뗏목들.
그 빈자리를 범선 열댓 척이 채웠다.
선두의 범선 갑판 위에서 상인 유저, 제라르가 고개를 내밀었다.
“넌…….”
“김철 님?”
“……그래, 내가 김철인데.”
“파프닐 님이 보낸 아이템입니다! 배송 완료했습니다.”
제라르가 고개를 까딱이자 배에서 종이 두루마리 수천 개가 쏟아졌다.
지정한 장소로 이동시켜 주는 광역 공간 이동 스크롤들이었다.
“천마신교의 공격 때문에 수송선을 끌고 올 수가 없어서, 이런 식으로 탈출해야 합니다!”
“충분해!”
칠흑의 사신은 씩 웃고 김철과 일행에게 말했다.
“뭣들 해? 안 찢고.”
“젠장……. 그래도 이번엔 좀 발전했군.”
“발전?”
“예전엔 그냥 혼자만 도망치더니.”
“……?”
다른 랭커들도 하나둘씩 스크롤을 찢고.
비버들은 앞니로 스크롤을 찍었다.
파앗!
푸른빛이 사람과 비버들을 삼켰다.
-공간 이동 스크롤을 사용했습니다.
빛이 사라지자, 김철과 비버 노약자들은 한국 서버에 있는 프론티어 길드 지부에 와 있었다.
“여긴…….”
“왔군!”
“여기 식사입니다.”
프론티어 길드원들이 그릇에 따뜻한 물에 푼 톱밥, 그리고 따뜻한 죽을 담아 내어 왔다.
“톱밥은 비버용, 죽은 인간용입니다!”
“…….”
모습을 보고 있던 김철이 말했다.
“그 녀석, 알고 있었군.”
비버 게이트의 연합군이 플러시에게 패배하고, 진정한 실력을 드러낸 플러시는 누구도 당해 낼 수 없음을.
자신들이 서쪽 강물로 통나무를 타고 도망쳐 올 것이라는 사실까지도.
지금 준비된 것들을 보면, 아마 파프닐은 처음 김철을 보낼 때부터 모든 걸 예측하고 준비했으리라.
“……새삼 대단해지는걸?”
놀라워하던 김철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그 정도 심계는 있어야 내가 죽일 만한 녀석이지.”
김철은 알지 못했다.
애초에 비버 게이트는 플러시가 없는 원작에서도 중국 서버에 무너졌고.
그때 비버 게이트의 묘사를 보고 파프닐이 움직였다는 것을 말이다.
***
김철과 비버들이 구출된 지 사흘이 지났다.
그동안 천마신교는 비버 게이트 섬을 착실히 공략해 나갔다.
“계속 실어 날라라.”
“귀문이 열렸으니 들어오도록.”
스산한 검은빛의 포탈을 통해 천마신교 무인들이 실시간으로 넘어왔다.
성스러운 숲은 천마신교의 성화에 불탔으며, 태곳적부터 뿌리를 뻗은 맹그로브 나무들은 플러시의 검격에 베어져 나갔다.
마스터 쿵푸 비버들은 최선을 다해서 진격을 막으려 했다.
수많은 나무들이 솟구쳐 진격을 막거나, 바다 같은 해일이 쏟아지기도 했고.
950레벨이 넘는 에인션트 마스터 비버들이 플러시를 잡기 위해 수행을 깼다.
그러나 그 모든 저항은 기묘할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실패했다.
해일은 때마침 지진이 일어나며 아슬아슬하게 플러시를 비껴갔고.
숲은 불의 거인, 타이란트가 거대한 창을 몇 번 휘두르자 송두리째 불타 버렸다.
마지막으로 나선 에인션트 마스터 비버들은, 플러시를 상대로 당당히 싸우다가 패배했다.
“……흠, 여기가 비버 게이트의 최심부.”
걸어 들어가던 플러시는 한숨을 내쉬었다.
눈앞엔 거대한 나무 조각들이 성스러운 오라를 펼치며 무언가를 막고 있었다.
주변의 공간이 기이하게 일그러지고, 촉수 같은 것들이 튀어나오는 것을 보면 좋은 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댐 앞엔 마지막으로 남은 비버들이 진법을 펼치고 있었다.
“여기만큼은……. 안 된다!”
저스틴이 소리치자, 주변에 남은 비버들이 일제히 앞니에서 강기를 뽑았다.
몇 안 남은 에인션트 마스터 비버들도 마보 자세로 각 방위에 서자, 화려한 이펙트와 함께 잔잔한 산들바람 같은 기운이 퍼져 나왔다.
쿠쿠쿠.
쿠쿠쿠쿠!
빛으로 된 나뭇가지들이 땅 아래에서부터 뻗어 나와 오브젝트가 되었다.
비버 일족 궁극의 진법, 그레이트 네이처 댐(Great Nature Dam)이었다.
“흠…….”
플러시의 눈에 이채가 스쳐 지나갔다.
‘저 정도면 충분하겠는데?’
비버 일족이 혼까지 불살라 만든 최후의 진법.
뒤로 물러서서 시간을 지연시키기에 적당히 강력했다.
그때였다.
“감히!”
옆에서 나타난 불의 거인, 타이란트가 화염 창을 내질렀다.
기다렸다는 듯 금빛 나무줄기들이 타이란트의 몸을 휘감으려 했다.
“주군! 지금입니다!”
“으응?”
“지금이다! 천마님을 따르라!”
“우와아아!”
좌우의 천마신교 무인들이 일제히 공격을 시작했다.
“어어…….”
플러시의 눈동자가 좌우로 흔들렸다.
타이란트와 천마신교 무인들을 걷어 내느라 모든 나뭇가지들이 움직인 지금, 비버들의 모습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분명 진법을 깨려면 지금이 절호의 기회긴 한데.
그렇다고 지금 공격해 진법을 깨뜨리면 비버 연합은 완전히 공략된다.
“주군! 어서……. 크아아아!”
황금 나뭇가지가 조여들자 타이란트가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그 순간 플러시의 검이 한 차례 움직였다.
[파천참.]짧은 초식이지만 그 효과는 막강했다.
황금 나뭇가지와 마법진 한가운데가 일순 두 동강 나 버린 것.
검격에 직격당한 비버는 두 갈래로 갈라졌고, 맞지 않은 비버들은 분노의 불꽃에 불타올랐다.
“아아악!”
“크헉!”
진법은 구성원들 모두가 부품처럼 돌아가는 기계다.
반쪽으로 갈라지고, 안쪽 부품들이 빠져나가자 황금 나뭇가지는 금빛 가루로 변해 바스러졌다.
“크하하하! 드디어!”
자유로워진 타이란트와 무인들이 남은 비버들을 향해 무차별적인 공격을 날렸다.
저항할 힘을 잃은 비버들은 그대로 쓸려 나갔고, 여러 공격이 뒤쪽의 댐에 맞았다.
쿠쿠쿵.
그 순간이었다.
댐 곳곳에서 균열이 일더니, 검은 물 같은 탁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가이아의 댐을 파괴하시겠습니까? (Y/N)
“잠깐, 나는 거절…….”
플러시가 고개를 저으려는 순간. 댐 곳곳이 무너져 내리며 검은 마력이 쏟아졌다.
-가이아의 댐이 파괴되었습니다.
-외차원의 심연, 공허 마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후략)……
쏟아지는 레벨 업 알림.
그 너머로 갖가지 괴물들의 형체가 나타났다.
“마침내! 마침내 봉인이 풀렸다!”
“끼하하하하!”
“저건……!”
-악마들! 공허의 강에 봉인되어 있었구나!
외차원의 마력이 가득 흐르는 공허의 강.
흐르는 것만으로 세계를 부식시키는 강이고, 비버들이 댐을 지어 그 흐름을 막고 있었다.
그런데 비버들이 쓰러지며 그것이 흐르게 된 것이다.
“비버 다음엔 악마인가……. 뭐, 좋아.”
플러시는 검을 들고 싸우려 했다.
그런데 다음 순간 더욱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응? 허, 허억!”
플러시 쪽을 본 악마 한 마리가 기겁하더니 그대로 몸을 바닥에 넙죽 붙인 것이다.
“무슨…….”
“위대한 분이시여!”
“위대한 존재시여!”
모든 악마가 일제히 소리치며 절을 해 왔다.
막 다음 전투를 하려던 플러시의 몸이 석상처럼 굳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