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609)
609화
호라이즌에는 수많은 필드와 던전이 있다.
현실이라면 평범한 동네 뒷산이나 시골 마을 같은 곳에도 두 개 이상은 있는 각종 던전들.
세계가 넓은 만큼, 그 이상으로 다양한 기믹들이 있는 던전들이 많다.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는 던전이라든가.
물속에서 호흡을 하며 길을 찾아야 하는 던전.
과거의 NPC에게 빙의해 그 당시의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하는 빙의형 던전.
파프닐이 향한 던전은 그런 던전들 중에서도 극도로 특별한 곳이었다.
-끝없는 공허의 바다에 입장했습니다.
-입구에서 일정 거리 이상 나갈 시 중력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도착했군.”
“멍!”
우주복 형태의 금속을 두른 파프닐의 옆.
흰 우주복을 입은 복돌이가 혀를 빼물었다.
“그런데 주인님, 이 옷 꼭 입어야 하는 건가? 멍!”
생전 처음 우주복을 입었으니 답답할 만도 했다.
하지만 이건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우주 공간에서의 싸움은 무중력, 진공 공간에서의 싸움.
지상에서의 싸움을 생각하고 움직이다간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팔다리만 허우적대기 일쑤였다.
‘드래곤 헌터나 전설의 리그에서도 마찬가지지.’
전설의 리그는 150명이 넘는 챔피언들이 나와 싸우는 다인 PVP 매치.
새로운 챔피언이 출시되었을 때, 스킬의 계수나 활용도, 아이템과의 시너지를 알고 싸우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엔 매우 큰 차이가 있었다.
드래곤 헌터도 새로운 드래곤의 기믹을 연구하는 게 있으니, 연구와 학습, 훈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멍!”
공중으로 뛰어오른 복돌이의 몸이 검은 공간에서 데구루루 굴렀다.
“주, 주인님! 도와달라, 멍!”
“마나를 뿜어서 부스터처럼 사용해 봐.”
“멍멍!”
복돌이의 팔다리가 마나를 분사했다.
지금은 익숙하지 않아 저러고 있지만.
저 녀석은 운동신경이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아수라견의 후예.
아마 요령을 익힌 다음엔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멍멍! 됐다, 멍!”
“그래, 호흡기 주변에 마나를 두르는 것 잊지 말고.”
우주 공간엔 산소도 다른 공기도 없다.
완전한 진공에서 움직이기 위해서는 특수한 장비나 마나를 이용해 몸을 보호하는 조치가 필수였다.
‘그래도 단순히 움직이는 것만으로는 안 되는데…….’
우주 공간에서 움직이는 건 필요한 지식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때마침 공허 속에서 작은 빛이 하나 가까워져 왔다.
“멍멍……!”
빛 쪽으로 움직이던 복돌이의 앞으로 초롱아귀처럼 생긴, 하지만 양옆으로 수십 개의 다리가 난 괴물이 다가왔다.
놈의 머리 위에 난 촉수 끝에서 반짝이던 감각기관이 꿈틀거렸다.
-공허 마수 ‘빠르고 무시무시하고 죽음을 거느린 ???’
공허에 사는 외차원의 마수.
기괴한 외모나 작은 크기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될 게, 이곳에 있는 마수들은 모두 최소 레벨 800 이상의 개체다.
심지어 전원이 ‘빠른’, ‘무시무시한’ 등의 칭호를 가진 네임드.
녀석의 촉수가 뻗으며 전투가 시작되었다.
“흠…….”
전투는 괴수가 다소 유리해 보였다.
놈이 자유자재로 공중을 떠다니며 곳곳에서 촉수를 뻗는 데 반해, 복돌이는 촉수를 피하기에 급급했다.
괴수의 레벨도 레벨이지만, 싸우고 있는 장소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다.
공허 괴수에게 있어 이곳은 놈의 홈그라운드.
반면 복돌이는 중력과 산소가 없는 세계에서의 싸움이 처음이다.
오히려 저 정도면 잘 싸우고 있는 편이었다.
‘역시 아수라견이라 그런가, 전투 적응이 빠르군.’
파프닐은 씩 웃었다.
‘굳이 내가 나설 필요도 없겠어.’
괴수의 촉수들을 피하던 복돌이가 몸을 360도 회전하며 역으로 발 차기를 날렸다.
키이익!
불의의 일격에 얼굴을 맞은 괴수가 밀려 나는 순간.
자세를 잡은 복돌이가 헤드셋을 착용했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멍!”
콩에게서 받은 복돌이의 보상.
잠시 후 복돌이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멍키, 멍키, 멍키매직……!”
소절이 끝날 때마다 불과 얼음, 번개 줄기, 바위 구체가 괴수를 향해 쏘아졌다.
키아아아악!
구체가 맞을 때마다 공허 괴수는 비명을 지르며 진액을 뿜었다.
생각보다 들어가는 대미지가 컸다.
약간 놀랄 일이었다.
하이퍼급 스킬 멍키 매직.
하지만 기존 스킬의 버스트 대미지 자체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원본인 몽키 매직부터가 한 번에 폭발적인 대미지를 넣기보다는, 꾸준히 강력한 대미지를 넣음으로써 초당 들어가는 대미지 수치를 늘리는 스킬.
멍키 매직으로 변환된 지금은 기존 몽키 매직보다도 위력이 좀 더 약해진 상태이다.
중요한 건 무적 회피 스킬과 안정적인 원거리 공격.
‘그런데 저 대미지는……. 롱암이 쓰던 만큼, 아니 그것보다 훨씬 더 강한데?’
저 정도면 하이퍼 스킬 중에서도 상위에 속할 거다.
바뀐 건 하나밖에 없었으니, 이유도 금방 알 수 있었다.
‘저 헤드셋…….’
파프닐은 콩이 준 헤드셋을 보았다.
복돌이의 멍키 매직 스킬의 위력이 강해진 게 저 헤드셋 덕분이었다.
단순히 위력만 강해진 게 아니다.
이전에는 없었던 은은한 금빛 이펙트.
그리고 원소 마법이 상성상 불리한 관계인 공허 괴수인데도 불구하고 들어가는 높은 대미지까지.
아무래도 헤드셋으로 스킬이 강화되며 특별한 효과가 부여된 것 같았다.
끼이이익!
맞고 있던 괴수가 괴성과 함께 촉수 수십 가닥을 뻗었다.
이에 맞춰 복돌이도 몸을 살짝 틀었다.
“멍멍! 나무도 솟는다!”
다음 순간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서 갑자기 나무가 솟구치며 공격을 막았다.
‘저건……! 쓸 만하겠군.’
우주 공간에서는 평지와 달리 한번 방향을 정해 움직이면 끝없이 날아간다.
방향을 바꾸려면 발판이 될 물건을 발로 차며 움직여야 하는데, 저 나무는 그런 면에서 매우 유용하게 쓸 수 있어 보였다.
“멍멍! 끝이다, 멍!”
말을 마친 복돌이가 엉덩이를 들이댔다.
“도그 포그 브레스!”
부우우웅!
소릴 듣자마자 파프닐의 등골에 닭살이 돋아났다.
괴수의 상황은 더했다.
끼이익? 끼이이이익……!
회색이었던 피부가 분홍색, 초록색, 파란색, 보라색으로 연신 바뀌면서, 온몸이 말린 해산물처럼 쪼그라든다.
괴성을 지르던 괴수는 이내 수백 조각의 파편으로 터져 나갔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오.’
레벨 800대 후반의 괴수답게, 한 마리를 잡은 것만으로도 경험치 바가 움직인다.
‘이 정도면 전투 훈련 정돈 충분히 가능하겠군.’
훈련은 실전같이.
아니, 그 이상으로 해야 실전에서 피를 흘리지 않을 수 있었다.
중요한 때를 앞둔 지금은 더더욱 그랬다.
‘지금이 딱 맞아.’
파프닐은 고개를 들다가 갸웃했다.
“……복돌아?”
“멍! 주인님!”
멀리서 복돌이가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무중력 상태이기에, 브레스를 발사하며 날아갔다가 방향을 틀어 돌아오는 것이다.
끼이이이!
꾸웨에에!
그 뒤에서는 수많은 괴수이 쫓아오고 있었다.
“멍멍! 몰아왔다, 멍!”
“잘했다, 복돌아.”
훈련이 필요한 건 복돌이뿐만이 아니다.
“어디 레벨 업 좀 해 볼까.”
파프닐은 암흑혈마공을 끌어올리며 창을 휘둘렀다.
그렇게 시작된 사냥은 날이 바뀌고, 그다음 날이 올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자리에 몰려든 괴수들을 잡고, 공허의 바닷속 공간을 돌아다니며 새로 나타난 괴수들을 찾아 재차 사냥하기를 반복.
쉴 새 없이 싸우는 동안 무중력 공간에서의 전투도 천천히 익숙해져 갔다.
어느 정도의 마나를 어떤 방향으로 뿜어내야 원하는 만큼의 속도를, 원하는 만큼의 각도로 움직일 수 있는지.
몸의 무게중심을 이용해 방향을 전환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등.
단순히 우주 공간에서 부유하는 훈련만 한 것도 아니었다.
공허 속을 떠다니는 던전 구조물에 들어가, 던전 안의 보스를 사냥하는 실내 전투도 해 보았고.
바닷속을 움직이고 있던 외계 종족의 전함까지 상대해 보았다.
“현계의 생명체……. 맛있겠다……! 먹는다!”
각양각색의 몬스터가 나타나는 공허의 바다는 온갖 전투를 겪으며 성장한 파프닐에게도 쉽지 않은 곳이었다.
초입부터 레벨 800대 후반의 괴수들이 나오고.
안쪽으로 가면 900레벨이 훌쩍 넘는, 하나하나가 산만 한 정도 크기의 거대 괴수들이 무리를 지어 다녔다.
‘뭐, 시체가 크면 나야 좋지만.’
공허 괴수들이라 해도 결국 피와 살을 가진 생명체.
죽여서 사체로 만들면 언데드들을 얼마든지 소환할 수 있고, 그런 언데드들을 통해 전투를 벌일 수 있었다.
나머지는 기존 사냥 때처럼 복돌이, 해골병들을 이용해 사냥을 이어 가면 그만.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예전부터 수많은 몬스터의 공략을 짜 온 경험이 있는 파프닐에게 있어선 그리 어렵지도 않았다.
-에레프쉬케족의 빛나는 탑승병기(레전더리)를 획득했습니다.
-공허의 결정(에픽)X12을 획득했습니다.
-보이드 오션 링(레전더리)을 획득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에픽급 재료 아이템을 1,200개가량, 레전더리급 900레벨대 장비나 액세서리도 다섯 개 넘게 얻을 수 있었다.
호라이즌의 시스템은 하이 리스크 앤 하이 리턴.
공허의 바다에 떠다니던 강력한 보스 몬스터들만을 골라 사냥하다 보니, 드롭되는 보상 아이템들도 하나같이 수십억 원대의 가치를 가진 최상위 등급 아이템뿐이었다.
물론 팔 생각 따윈 전혀 없었다.
“안 그래도 아이템 레벨을 업그레이드해야 했는데, 잘됐군.”
무기는 암흑혈마창이 있지만, 부족한 액세서리나 레벨이 낮은 방어구들을 새로 맞출 좋은 기회.
파프닐은 그런 부분들을 보강하며 새로운 네임드 보스들을 찾아 무중력 공간을 떠다녔다.
그렇게 보름가량 시간이 흘렀을 즈음.
한창 사냥을 하던 파프닐에게 메시지 하나가 전해져 왔다.
“이건…….”
방금 거대 공허 괴수를 잡은 파프닐이 메시지창을 열었다.
누가 메시지를 보냈는지는 곧바로 보였다.
“……킨도르한.”
공허의 바다에 들어오기 전.
파프닐은 킨도르한에게 정보 수집을 부탁했다.
보통 일이라면 계속 사냥에 몰두하겠지만, 정말로 긴급한 일이나 중대한 사건이 터졌을 경우를 대비해 소식을 알려 달라고 말이다.
가장 염려하는 건 파이브스타가 우주 정거장을 발사하는 데 성공하는 것이지만.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큰일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물론 그 건은 최소한 한국 서버 전체가 영향을 받을 정도 급이어야 했다.
즉 메시지가 왔다는 것은, 밖에서 그만큼 큰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말이었다.
“……무슨 일이지?”
통화를 건 파프닐의 물음에, 킨도르한은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어, 지금 말할 수 있어?
“사냥 한 타임 마친 참이니까, 괜찮아.”
-그럼 다행이군.
“그래서, 파이브스타가 로켓을 발사했나?”
-아니, 그건 아니야.
“……역시 그렇군.”
하긴 우주 정거장쯤 되는 시설을 발사하려면 그때로부터 최소한 몇 개월은 잡아야 할 것이다.
“그럼 대체 무슨 일로…….”
-그러니까…….
킨도르한은 방금 들어온 소식을 곧바로 파프닐에게 말했다.
목소리를 듣고 있던 파프닐의 표정이 굳었다.
“……그건 확실히 큰일이라고 할 수 있겠군.”
큰일.
더 이상 훈련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충분히 큰일이 맞았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