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61)
61화
이시우.
호라이즌 한국 서버 4대길드 중 하나인 파이브스타 길드의 길드장인 그는, 한국 재계 1위 서열인 오성 그룹의 로열패밀리로도 유명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당연히 파이브스타 뒤에 오성 그룹이 있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속사정을 보면 상황이 조금 달랐다.
아니, 상당히 많이 달랐다.
일단 이시우는 오성 그룹에서 지원을 받은 적이 없었다.
오성 그룹의 자산과 인력으로 큰 게 아니냐 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거래의 대가.
미국에서 역대급 대박을 쳤던 메타-아마존 사업을 가문에서 인수한 대가로 받은 자본을 전부 쏟아부은 게 지금의 파이브스타 길드였다.
장남과 차남도 후계 구도에 끼어들 만한 강적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기에, 사실상 오성 그룹에서 그 이상의 지원은 받을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이시우는 이를 악물고 호라이즌에서의 세력을 넓혔다.
‘이번에야말로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나만의 땅, 나의 오성을 만들 것이다.’
가문의 억지로 인해 그룹에 넘어가지 않는, 오롯이 이시우만의 왕국을!
“사장님.”
“아, 죄송합니다.”
“시간이 됐습니다.”
“그런가요? 슬슬 움직이죠.”
비서의 말에 이시우는 정신을 차렸다.
그대로 사령부 앞쪽으로 향하자, 전쟁터와 사령부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후퇴? 미쳤어? 너희 물러나면 통장 다 뱉어 낼 각오 하라고! 얼른 막아!”
“뭐 하는 거야? 현질한 게 다 뭣 때문인데!”
“지원군을 더 보내! 거기만큼은 뚫리면 안 돼!”
여러 길드 연합의 수뇌부가 모여 항상 고요하던 곳이었지만, 지금만큼은 시장통보다 더 혼란스러웠다.
이시우는 그 한복판을 걸었다.
“뭐야.”
“파이브스타 길마?”
“당신은 우측 전장에 있어야 하지 않나?”
사령부에 있던 길드마스터들의 시선이 몰렸다.
“무슨 일이야?”
“지금 바쁘니까, 할 말이 있으면 나중에 이야기하지.”
거의 대놓고 내리는 축객령.
그러거나 말거나 연단까지 도착한 이시우가 숨을 들이마셨다.
“파이브스타 길드원들이여! 나아가 공을 세워라!”
-영웅의 기상(레전더리)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파이브스타 길드원들의 모든 스테이터스가 20% 상승했습니다.
-파이브스타 길드원들의 모든 속성 내성이 10% 상승했습니다.
-파이브스타 길드원들의 사기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건물 한 채 값을 주고 산 레전더리 스킬의 발동!
기다리고 있던 파이브스타 길드원들이 일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좌측, 우측, 중앙 전장을 가리지 않고 전진하는 유저들!
“이게 무슨 짓이야!”
“이러다 진영이 붕괴되면 당신이 책임질 건가?”
경악한 연합 길드마스터들이 일제히 따져 물었다.
“왜 혼자 마음대로 이런 짓을!”
“연장자에 대한 존중을 모르는 겐가? 어린놈이 길드 이끈다길래 오냐오냐했더니 뭐 이런 건방진…….”
연합 내에서 파이브스타 길드의 입지는 생각보다 낮았다.
이유? 간단하다.
지금까지 다른 길드에 비해 특별히 특출 난 점이나 이룬 업적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성 그룹 자본빨 받으면서 별다른 업적도 못 낸 곳이지.’
‘도련님 따위보다 산전수전 다 겪은 우리들이 더 강한 건 당연한 거 아냐? 같은 스케일이었으면…….’
금액 면에서 밀리는 과금 유저들의 열등감은 덤.
일단 명분이 생기자 득달같이 달려들어 물어뜯기 시작했다.
“후…….”
이시우의 입가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지금까지 이런 노땅 놈들이랑 우리가 동급 취급을 당했단 말이지.’
이시우의 입가에 조소가 어렸다.
“당장 병력 물리고 약속한 위치로 돌아가지 않으면…….”
“않으면?”
“뭐……. 컥!”
막으려던 길드마스터가 코를 잡고 쓰러졌다. 이시우가 주먹을 휘둘러 마스터를 두드려 팬 것이다.
“당신들, 개처발리고 있었으면 그냥 보고 있기나 하십시오. 지금부터 재미난 걸 보여 드릴 테니.”
싸늘하게 대꾸한 이시우의 옆으로 파이브스타 길드 랭커들이 나타났다.
“무, 무슨…….”
“제압해.”
명령이 떨어지자 곧바로 랭커들이 움직였다.
“이 쓰레기 같은……! 감히 정변을 일으켜!”
스릉, 밤송이 수염이 인상적인 어느 길드마스터가 대검을 들었다.
철혈무쌍 혈맹의 철혈일검.
레벨 188에 전체 랭킹 상위권의 랭커였다.
“정변?”
이시우가 피식 웃었다.
“무슨 개소리야. 전쟁 게임에서 지휘 좆같이 하면 자리 뺏기는 거지.”
“이 개XX가 보자 보자 하니까!”
그 순간 이시우의 앞을 한 장년인이 막아섰다.
약간 희끗희끗한 머리가 보이는, 평범한 가죽 갑옷과 롱소드 차림의 남성이었다.
“뒈져!”
휘익, 철혈일검이 가죽 갑옷 장년인에게 날아들었다. 이시우를 노리고 전력을 다한 일격이다.
“흠.”
칼날을 본 장년인이 움직였다.
뎅겅.
어린아이 손목을 비틀 듯 가벼운 한 합이 지나갔다. 다음 순간 철혈일검의 목이 땅 위로 떨어졌다.
“헉.”
“무슨 일이…….”
다른 길드마스터들이 기겁했다.
“저, 저거 뭐야.”
“방금 무슨 스킬을 쓴 거지?”
별다른 스킬을 쓴 이펙트나 효과도 없는데 단숨에 목이 베였다.
“애초에 저놈은 뭐고…….”
“바리안, 검사 랭킹 50위권인 놈이야.”
장년인을 아는 길드마스터가 중얼거렸다.
“투기장 1위 외에는 별다른 특기할 점이 없었을 텐데, 방금 건 대체 무슨…….”
그것이 끝이었다.
길드마스터 한 명이 썰리자, 다른 연합 길드마스터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행동을 멈췄다.
“더 없나?”
“…….”
장내가 고요해지자 이시우가 씩 웃었다.
“잘하셨습니다, 바리안 님.”
“뭘, 사장님은 할 일 마저 하시오.”
“그러죠.”
바리안이라 불린 남자의 퍼포먼스 덕에 예상보다 일찍 사령부가 정리되었다.
이대로 밍기적거리면 뜻밖의 행운을 낭비하는 셈.
이시우는 연합 길드마스터들의 무장을 해제시키고 말했다.
“상황이 상황이니 지금부터 전장 지휘는 제가 하겠습니다. 뭐, 후회는 안 하실 겁니다.”
파이브스타 길드의 전력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
파이브스타 길드의 전투 편성은 크게 다섯 개의 군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군의 인원은 3만 명.
이시우가 고르고 고른 1군을 제외한 각 군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쿠와아!”
“카!”
사기가 오른 오크들을 파이브스타 길드원들이 가로막았다.
“깃발을 올려라!”
다섯 개의 별이 그려진 깃발이 오르자, 주변 길드원들의 몸에 빛이 스며들었다.
-사기가 상승했습니다.
-공격력이 상승했습니다.
-상태이상 스킬에 걸릴 확률이 미미하게 줄어듭니다.
다른 길드의 깃발과 달리, 파이브스타 길드의 깃발은 길드원들에게 큰 버프를 여럿 주었다.
“검수 앞으로!”
파이브스타 길드의 진영 곳곳에는 지휘관 직업의 유저들이 있었다.
일반적인 사냥이나 보스 레이드에선 그리 큰 역할을 못 하는 직업들.
그러나 이런 다인전에서 지휘관은 말도 안 되는 효율을 낼 수 있었다.
“방패수 방진!”
-지휘관의 지휘를 받습니다.
-방어 스킬 효과가 +15% 상승했습니다.
“일렬로, 힘주어 서!”
-‘전장 지휘’ 스킬의 효과를 받았습니다.
-방어력이 추가로 115 상승했습니다.
-전사 추가 버프를 받습니다.
-공격력, 방어력이 추가로 +6% 상승했습니다.
장교, 부사관 직책을 획득한 채 길드 지원을 받으며 성장한 지휘관들의 버프!
순식간에 두 배 가까이 스테이터스가 늘어난 파이브스타 길드원들은 인당 오크 3마리를 상대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강해졌다.
“오크들이 전열을 다듬기 전에 쓸어버린다.”
커다란 불덩어리들이 오크들의 머리 위를 덮고, 바람의 창들이 남은 오크들을 조각냈다.
지휘를 받으며 마법 시전 속도도 훨씬 빨라졌고, 명중률이나 연계도 더욱 강해진 상태!
“취이익! 강한 인간들이다!”
“조심하라 들었던 인간들이다!”
오크들은 급히 빠졌지만, 이미 파이브스타 길드의 기사들이 후방을 잡고 있었다.
창을 든 기사들이 오크들의 뒤통수를 하나둘씩 때려잡았다.
“저게 파이브스타 길드의 전력이군.”
군대식 길드를 압도하던 오크들을 재차 압도하는 모습.
간단한 연출이지만 길드의 힘을 보여 주기엔 차고도 남았다.
소설 속과 같다면 이미 커뮤니티 여론을 담당하는 부서도 활동을 시작했을 것이다.
‘나중에 저런 길드와도 정점을 두고 다퉈야 한단 말이군.’
전 유저들을 상대로 정점이 되어야 하는 만큼, 그 대상엔 파이브스타 길드도 당연히 포함이 된다.
‘쉽지 않은 일이겠어.’
파프닐은 씩 웃었다.
‘충분히 도전해 볼 가치가 있을 만큼.’
게이머로서 가진 도전 정신이 불타올랐다.
플러시를 이겨야겠다는 게 원작 소설 작가와의 싸움이라면.
이것은 그 이전에 김강한이 게이머로서 가진 본능이었다.
“와…….”
“오진다.”
한편 옆에 있던 우미간 갱들은 또다시 반응이 바뀌고 있었다.
“지금 나가서 싸우면 대박 아닌가?”
“그러게, 오크들이 그냥 쓸리고 있는데?”
사령부 근처까지 밀어붙이던 오크들이 이제는 역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킨도르한이 투덜댔다.
“아, 그러기에 앞에서 싸우자고 했지! 만약 그랬으면 진작 저기 끼어서 한몫 잡았잖아!”
“…….”
파프닐은 킨도르한을 보며 태연히 말했다.
“너무 일희일비하지 마라. 어차피 전투가 끝나면 가장 공헌도를 많이 얻는 건 우리가 될 테니까.”
“엥? 진짜로?”
“그래, 저기 파이브스타 쪽보다도 더 많이.”
킨도르한의 입이 다시 다물어졌다.
***
세 번째 날 아침.
김강한은 아침 운동을 한 뒤 웹사이트 창을 열었다.
“역시 소식이 금방 올라왔군.”
[갑작스러운 오크들의 대공세!] [위기의 순간, 파이브스타 길드가 압도적인 활약을 보이다.]홈페이지 메인의 기사 대부분은 2일 차 오크들의 공세, 그리고 그것을 막은 파이브스타 길드에 대한 것이었다.
[파이브스타 이시우, 잠룡의 등장?] [지휘관 직업들은 호라이즌 초창기부터 육성……. 단체전 콘텐츠의 잠재력을 눈여겨본 결과.] [하루 만에 25,000공헌도를 얻으며 공헌도에서 파프닐의 자리를 위협하다.] [2일 차 전장 하이라이트. MP4]곳곳에서 찍은 하이라이트 영상들은 덤.
하지만 그만큼 잡음도 많았다.
[철혈무쌍 혈맹 길드장 철혈패군 ‘말도 안 되는 폭거’] [길드 연합 길드마스터들 감금 정황 드러나……. 상황이 긴박했다지만 용납하기 힘든 일.]사전에 합의한 진영을 벗어나고, 다른 길드마스터들을 감금한 일들도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여론은 대체로 길드 연합에게 싸늘했다.
>지들이 망해 놓고서 치워 준다는데도 뭐라 하네 ㅋㅋㅋ
>솔까말 파이브스타 안 나왔으면? 개같이 털리고 밀리는 것밖에 더 하냐?
“아무래도 3일 차 지휘나 주도는 파이브스타 길드가 하는 게 확실하겠어.”
소설 속 내용을 상기한 김강한은 곧바로 호라이즌에 접속했다.
곳곳에서 물자와 병사들이 오가고, 전열을 만들고 있는 전장의 아침!
진영 구석 자리로 가자, 킨도르한이 모닥불과 냄비를 쓰는 게 보였다.
“어제는 잘 쉬었나?”
“잘 쉬었지, 더럽게 잘 쉬었어.”
캐시 아이템인 라면을 끓이던 킨도르한이 투덜댔다.
“네가 하도 나서지 말라고 해서 진짜 나서지 않고 오는 거만 잘 막았다.”
“그렇다면 아직까지 사상자는 없다는 건가.”
통합 전선의 3일 이벤트는 사망 시 현실 시간으로 1일 후 재참가가 가능하다. 비율로 따지면 3일이니, 사실상 빅 이벤트가 끝난 후에야 접속이 가능하다는 뜻.
“두 명. 수비하다가 오크들이 날린 투창에 맞아 죽었어.”
“그 정도면 양호한 편이군.”
소설 속 내용을 떠올린 파프닐이 말을 이었다.
“아마 오늘은 큰 싸움이 될 거다.”
“그렇겠지. 이벤트 로그 보니까 얄짤없겠더만.”
왕국 NPC들이 공개한 정보에는 북부대공의 군대가 내려오고 있다는 것도 있었다.
오크들도 이를 알고 있을 테니, 그 전에 중앙군을 섬멸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리라.
치열한 싸움이 계속될 터.
“그럼 어제는 오늘을 대비해서 힘을 아껴 둔 거 맞지? 지원군이란 게 도착하면 한꺼번에 쓸어 담으려고.”
“전자는 맞지만, 후자는 틀려.”
“그럼 뭣 때문에 그러는 건데?”
달그락, 라면이 다 되자 불을 끈 킨도르한이 물었다.
이제는 슬슬 알려 줘도 될 시기.
파프닐은 태연하게 손가락을 들어 가리켰다.
“오늘 우리가 싸울 장소는 바로 저기다.”
“뭐…….”
그쪽을 바라본 킨도르한의 눈이 크게 뜨였다.
“사령부?”
국왕을 비롯한 장군들이 모인 왕국군 사령부.
파프닐의 손가락은 분명 그쪽을 향해 있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