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610)
610화
호라이즌이 처음 서비스를 했을 때.
처음 보는 가상현실 게임에 기대를 품고 접속한 전 세계의 유저들은 각자의 서버에 접속했다.
흰색 빛이 사라진 뒤.
캐릭터를 생성한 유저들 앞엔 각 지역의 문화를 반영한 특색 있는 서버.
혹은 그 지역의 유저들이 가장 바라는 환상의 세계를 120% 구현한 게임 속 세상이 펼쳐졌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세계들.
그 안에서 업적을 쌓고 강해지면서, 세계의 플레이어들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의식하게 되었다.
단순히 동료나 일반인이 아닌 그들보다 앞서 나아가고자 하는 경쟁의 상대로서 말이다.
운영진은 딱히 그런 움직임을 막지 않았다. 오히려 이벤트나 아레나, 챔피언스 리그 같은 대회를 열어 경쟁을 장려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온라인 RPG의 꽃은 다름 아닌 경쟁.
국가 간의 경쟁에 불이 붙은 플레이어들은 활발히 돌아다니며 성장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생성된 콘텐츠는 고스란히 호라이즌의 재미를 올려 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각 서버는 알게 모르게 다른 서버들의 성장을 신경 쓰게 되었다.
유럽 서버의 최고 길드가 최초로 몇 레벨을 달성했으며.
중국 서버의 어떤 고수가 하이퍼급 퀘스트를 받는다는 등의 정보들이 암암리에 거래되는 시기.
자연스레 사람들은 한 가지 의문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서버와 서버 간의 세력전이 일어나면, 과연 어떻게 될까?
예상이야 쉽게 할 수 있었다.
-아마 플레이어들뿐만 아니라 NPC들까지 나서 싸우는 전투가 될 겁니다.
-상대방의 홈그라운드까지 들어서는 것이니만큼, 현지 몬스터와의 싸움도…….
-보급선과 장비 수리도 신경 써야겠군요. 특히 기존 서버에서밖에 얻을 수 없는 특별한 자원이 필요한 직업은, 그런 장거리 원정에서 더욱 보급이 필요하게 되겠지요.
하지만 누구도 어떻게 될 것이라 말할 수는 없었다.
한 서버와 다른 서버의 유저, NPC 들 모두가 모여 벌이는 총력전.
단순히 한 서버에 강력한 랭커가 있다는 사실들만으론 섣불리 승패를 추측할 수 없었다.
비슷한 사례가 없진 않았다.
무제한적인 자유와 질서 있는 자유를 내걸고 두 갈래로 나뉘어져 싸운 미국 남부 서버가 그 대표적인 예시다.
중국 서버에 이어 두 번째로 덩치가 큰 곳이다 보니, 내전이라 해도 그 규모는 어지간한 서버 대전보다 컸다.
수천만 대 수천만의 유저가 부딪치는 싸움.
비슷한 세력의 전투 사이에서, 라쿤맨이나 레드 스컬, 네오 kkk단, 제네럴(general) 패턴 같은 수많은 이레귤러들이 나타나 전투의 승패를 좌우했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그것은 서버 간 전쟁은 아니었다.
같은 서버 안에서 일어난 전쟁이기에, 서버 내부의 패권을 잡기 위한 세력전에 가까운 전쟁.
진짜 세력전이 단 한 번 일어날 뻔하긴 했었다.
일본 서버의 오버 테크놀로지 전함, 다이야마토를 앞세운 전면 공세.
파프닐의 활약에 의해 막혔다지만, 만약 제대로 이어졌다면 서버 간 전쟁이 어떻게 될지 모두가 알 수 있었을 거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세상은 천마신교의 행보에 주목했다.
그리고 천마신교는 거기에 부응하듯 곧바로 다음 행동을 실시했다.
-천마신교, 유로파 대륙을 전격적으로 공격하다
-일주일 만에 동부 유로파 지역 1/3 점령, 일 70km이상의 전격전 속도
-게일 왕국 근위 기사단 및 왕국군 전멸, 유럽연합군은 로만 제국으로 후퇴
비버 연합을 쓰러뜨린 지 일주일이 지나지도 않은 시점.
모두가 재정비를 할 것이라고 예상한 때에, 번개 같은 속도로 유럽 서버를 공격한 것이다.
물론 유럽 서버도 이런 상황을 예상 못 한 건 아니었다.
비버 연합이 공격받는 사이 성을 건축했고.
내부의 정예 병력을 국경 지대에 옮겨 놓았다.
그러나 막상 전투가 시작되자 천마신교의 군대는 순식간에 유럽 연합의 방어선을 돌파했다.
서버 간 가장자리, 국경 지대의 성채와 산을 지키던 유럽 연합군 30만여 명은 순식간에 쓸려 나갔고.
그 너머로 펼쳐진 드넓은 동부 대평원이 순식간에 천마신교의 플레이어들에게 점령당했다.
“걱정하지 마라, 싸움은 지금부터다.”
“공격!”
유럽 서버는 급히 정예군을 투입해 천마신교를 막으려 했다.
“수, 수르트! 수르트가 옵니다!”
“수르트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불의 거인……. 크아아아악!”
자신만만하게 말을 달리던 유럽 서버의 정예 기사들은 믿기지 않는 광경을 목격했다.
“이 개미 같은 녀석들 같으니! 이리 오너라!”
큰 산만 한 불의 거인이 창을 휘두르며 전장을 휩쓸고.
“끼아아악!”
“고기, 고기다!”
천마신교 무인들 사이에 섞인 검은 악마들은 기사들의 돌격을 받아 내고 역으로 기사들을 집어 던지며 전장을 휩쓸었다.
유럽 서버의 정예군이 마치 폭풍 앞의 나비처럼 간단하게 무너졌다.
말도 안 되는 전력 차이.
유럽 유저들의 표정이 절망감에 물들어 갔다.
그때였다.
막 전열이 무너지려 할 무렵.
평원 한복판의 하늘 위에서 소리가 들렸다.
“다들 물러서지 마라! 원탁의 기사, 랜슬롯이 왔다!”
“랭커스터 기사단 전진!”
“요크 기사단은 좌로 움직여 후방을 차단하라!”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를 탄 기사단과 와이번을 탄 마법사들이 악마들을 공격하고.
지상에서도 새로운 군대가 나타나 작은 트럭만 한 크기의 대형 발리스타, 공성포, 마법 화포 들로 거인에게 집중 공격을 가했다.
크아아아!
카아악!
불의 거인들이 손을 휘둘렀지만, 페가수스를 탄 기사들은 팔과 몸 사이로 날며 빛나는 검을 휘둘러 거인을 베었다.
“랜슬롯 님, 지금입니다!”
“축복받은 물의 신검이여!”
원탁의 기사 랜슬롯의 공격에 양단된 불의 거인의 몸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이, 이럴 수가!”
“화염 거신족님이 저렇게 쉽게……!”
천마신교 무인들은 믿기 힘든 모습에 경악했다.
그러나 그들이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었다.
유럽 서버의 특징은 다름 아닌 수많은 전설과 신비, 마술과 신화가 가득하다는 것.
그런 서버에서 성장한 유럽 유저들의 특기는 비인간형 몬스터들을 상대해 쓰러뜨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원탁의 기사들은 그런 유럽 서버에서 가장 강한 랭커들이었다.
“지금이다, 전부 쓸어버려라!”
“로만 제국 만세!”
랜슬롯이 거인을 쓰러뜨리자, 유럽 플레이어들은 그 뒤를 따라 전진하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영화에 나올 법한 장면 한가운데 자신이 있다.
아드레날린이 머리와 온몸에 가득 넘쳐흐를 상황이었다.
“우, 우와아악!”
“막아……. 커헉!”
기사들의 돌격을 맞은 천마신교 무인들이 순식간에 갈려 나갔다.
말을 탄 기사들의 돌격은 호라이즌에서 최상급의 대미지를 낼 수 있는 스킬이다.
대인전에 능한 중국 유저들이지만, 저 정도의 대미지를 몸으로 받아 내면 죽을 수밖에 없었다.
“계속 공격…….”
지시를 내리던 랜슬롯이 옆으로 몸을 피했다.
다음 순간 방금 전 그가 있던 자리로 검은 창이 스쳐 지나갔다.
“이런, 아깝군.”
땅 위에서 창을 든 남자가 말했다.
“너는 누구냐.”
“나는 폭룡신마 적운평, 천마신교 만마전 서열 2위의 대호법이다.”
“서열 2위……!”
만마전이라면 중국 서버의 최상위 랭커들, NPC들이 모인 천마신교의 의회 같은 곳.
그러나 랜슬롯은 지지 않고 대답했다.
“누구든 내 상대가 될 수는 없다!”
“흥……. 어디 해 봐라.”
다음 순간 두 사람의 창이 격렬하게 맞부딪쳤다.
수십 합이 오가는 가운데, 랜슬롯의 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녀석…… 강하다!’
만마전의 서열 2위답게 자신의 공격보다 한층 더 강한 공격을 해 오고 있다.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시간이 흐른 뒤 져 버린다.
‘이런 녀석에게 빈틈 팔릴 때가 아니야……. 지휘를 해야 하는데…….’
“흥……. 빈틈을 보이다니!”
짧은 순간 든 잡념이었지만, 고수들 사이의 대결에선 치명적이었다.
적운평의 창이 랜슬롯의 창을 튕겨 낸 뒤, 가웨인의 가슴팍에 깊이 찔렀다.
“커헉!”
-치명타!
-HP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강력한 대미지를 입었습니다.
-호수의 요정 갑옷이 피해를 크게 줄였습니다.
-호수의 요정 갑옷이 추가 생명력과 상태이상 정화 효과를 발동했습니다.
장비 효과 덕분에 살았지만 다음 공격이 이어지는 상황.
‘젠장……!’
눈을 질끈 감은 순간.
랜슬롯의 몸에 빛이 내리쬐었다.
“엑스칼리버여! 왕의 적을 토벌해라!”
“무슨……?”
눈을 뜨자 후방에서 달려온 말 한 마리, 그리고 그 위에 탄 금발의 중년 기사가 휘두르는 검이 보였다.
“네놈은……!”
“아서 왕이시다!”
“아서 님!”
“아서 님, 만세!”
전투를 지켜보던 유럽 유저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오! 아서.
-아서! 아서! 아서!
-저기 카멜롯 기사단도 있어, 보여?
채팅창 스크롤도 순식간에 길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유럽 서버 랭킹 1위이자, 다른 서버의 이레귤러들에 비견되는 유럽 서버의 영웅.
아서 왕은 사실상 유럽 서버의 간판이었으니 말이다.
“……설마 제1군이 당했나?”
“그 녀석들은 운동거리조차 되지 못했다.”
최정예 군단인 1군이 당했단 말에도 적운평은 두려움 대신 씩 웃어 보였다.
“잘됐군. 나는 그놈들처럼 쉽지 않을 거다.”
적운평이 씩 웃고서 검은 용 대여섯 마리가 뭉친 거대한 검기를 내쏘았다.
이에 맞서 금발 기사는 들고 있던 검을 하늘 위로 올렸다가 그대로 내리찍었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동작.
그러나 그 동작이 끝난 순간, 적운평의 검기는 산산조각 나 흩어지고 있었다.
“역시……. 유럽 서버의 주인…….”
적운평의 몸이 빛의 입자가 되어 사라졌다.
금발 남자, 아서 왕이 몸을 돌렸다.
“괜찮은가?”
“……송구스럽습니다. 폐하의 도움을.”
“아닐세. 중요한 건 우리가 이겼다는 것이지.”
우두머리를 잃은 천마신교군이 복수를 위해 몰려오고 있었다.
그들을 향해 아서 왕은 엑스칼리버를 겨누고 짧게 읊조렸다.
“승리의 빛.”
동시에 황금빛 광채가 전장을 뒤덮었다.
***
“이겼다!”
“와아아!”
황금빛 광채가 전장을 뒤덮은 후.
평원을 가득 메우고 있던 천마신교군 수만 명이 그대로 증발해 버렸다.
더 이상 싸움이 성립이 안 되는 상황.
남은 천마신교 무인들이 후퇴하자, 랜슬롯군 쪽의 유저들에게 전투 승리 메시지가 떴다.
“이 녀석들 지금은 별거 아닌데?”
“수만 많지, 알고 보면 약한 놈들 아니야?”
“그런 거 같아. 다른 곳에서도 전투가 끝났는데, 전부 우리 쪽이 이기고 있다고 하더라.”
원탁의 기사들, 그리고 그들이 이끄는 유럽 서버의 정예군!
넓게 퍼져 있던 천마신교 군대는 곳곳에서 패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여어, 랜슬롯.”
“그쪽도 이겼군.”
본영으로 돌아온 랜슬롯을 향해 다른 기사들이 손을 흔들어 보였다.
“다들 이겼나, 다행이군.”
“정말로요. 하하.”
소년티를 막 벗은 기사, 가웨인이 말했다.
“들어가죠, 랜슬롯 님. 아서 왕께서.”
“음.”
천막 안엔 둥근 원탁이 펼쳐져 있었다.
그 정중앙엔 중후한 수염의 금발 중년인이 서 있었다.
“왔군, 랜슬롯.”
“아서 길드 마스터님.”
랜슬롯은 가볍게 묵례를 했다.
겉으로는 중세 기사단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지만, 본래는 이권을 위해 모인 게임 길드이니만큼 그들끼리 있을 땐 굳이 허례허식을 차리지 않았다.
“상황은 들었네. 다들 영웅적인 승리를 거뒀다더군.”
“아서 길마님에 비하면 별것 아니지요.”
실제로 그랬다.
자신이 고전하던 만마전의 호법을, 아서 왕은 단 일격에 끝장냈다.
그뿐만이 아니다.
하이퍼급 스킬인 엑스칼리버의 광역기 ‘승리의 빛’.
수만 명의 천마신교 군대를 쓸어버리는 위력은 다시 봐도 어마어마했다.
“허허, 고맙네.”
“참, 그러고 보니 모드레드는…….”
“방에 들어갔었네. 그 녀석, 울고 있더군.”
아서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자기는 참전하지 못하고 있는 게 화가 나나 보네. 그래서 말했지. 네 원수는 내가 반드시 갚아 주겠다고.”
“……!”
“그러니 절대 지면 안 되네. 알겠나?”
“물론입니다, 길마님.”
“저희도 절대 지지 않을 것입니다.”
랜슬롯은 한쪽 팔을 가슴에 가져다 댄 채 무릎을 꿇었다.
다른 기사들도 같은 자세를 취했다.
“홈그라운드에서 중국 서버한테 질 수는 없죠.”
“그 녀석들, 축구도 못하지 않습니까.”
“허허, 그렇지!”
막사 안에 한순간 웃음꽃이 피었다.
탁, 원탁을 짚은 아서 왕이 말했다.
“이번에 놈들을 몰아낼 걸세. 반드시.”
“……!”
“유럽 서버의 힘을, 중국 놈들에게 똑똑히 보여 주어야겠지!”
단순히 중국 서버의 침공을 막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유럽 서버의 저력을 보여 줌으로써, 다른 서버들에 힘을 과시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한국, 일본, 미국. 어느 서버들도 우리 서버를 무시할 수 없도록 말이야. 알겠나?”
“예!”
기사들의 눈이 열기로 번득였다.
그 모습을 본 아서 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부터 작전을 설명하겠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