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612)
612화
아서라는 남자가 있었다.
어린 시절 게임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인 그였지만, 시티 오브 런던(영국 금융가)에 들어가는 것에 게임 재능 같은 건 이력서의 한 줄을 채우지도 못할 내용이었다.
게이머와 금융 사업 종사자의 길.
후자를 택해 평범한 중년 가장으로 살아가던 그는, 그 나이대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가정에 소홀하던 워커홀릭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구체적으로는 (주)타이탄 회사 주식이 떨어질 것에 걸었다가 지분을 전부 청산당한 뒤.
길가에 나앉기 직전이 된 그에게, 호라이즌이란 게임이 다가왔다.
직장 때문에 서먹서먹해진 아들과의 관계.
그것을 개선시킬 겸 시작해 본 게임.
그러나 가상 세계에서 눈을 뜬 순간.
아서는 그야말로 호라이즌에 홀딱 빠졌다.
가볍게 시작한 게임에서 전 세계 최상위 0.001%에 들어갈 만한 랭커가 되고.
다섯 개의 메인 서버 중 한 개의 서버를 대표하는 자리에 오를 정도로.
그렇게 영웅이 된 아서를 누군가가 한 글자를 덧붙여 부르기 시작했다.
아서 왕.
고대 영국 전설 속에 나오는 왕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아서 왕은 패주하고 있었다.
“허허.”
하늘에서 비가 쏟아진다.
장대비가 내리는 아래로 원탁의 기사와 기사단이 숲을 걸었다.
“……얼마나 남았나.”
아서 왕의 물음에 옆에 있던 랜슬롯이 대답했다.
“현재 총원 350명입니다.”
“원탁의 12기사들은?”
“……왕과 저, 그리고 케이 경, 퍼시발 경이 남았습니다.”
“가웨인은?”
“가웨인 경은 혼자 남아 후미를 맡았습니다.”
“허허.”
천마신교와 거인들의 무력은 그야말로 상상 이상이었다.
그러나 유럽의 기사, 마법사들도 천마신교의 공격에 맞서 팽팽히 싸웠다.
그런 상황에서 나타난 천마신교의 교주, 플러시.
협공을 할 수도 있었지만, 아서 왕은 명예를 지키기 위해 일대일로 플러시와 일기토를 겨뤘다.
-화려한 컨트롤은 내 주특기가 아니라서 말이야, 미안하네.
아서 왕은 전형적인 기사의 선두 주자라 할 수 있었다.
그런 그의 전투 스타일은 좋게 말하면 우직하고, 나쁘게 말하면 답답함이었다.
오는 공격은 방어하고, 검을 휘두르며 유리한 자리를 점거한다.
왕의 영역 전개, 빛의 기사단 소환.
화려한 이펙트의 광역기나, 빠른 몸놀림과 기교의 스킬은 없었으나.
브리튼의 대결계(레전더리), 왕의 기사단(레전더리), 약속된 승리의 검격(하이퍼), 등의 고레벨 스킬들과 그만한 장비로 무장한, 그야말로 기사의 정석인 아서 왕은 최고의 탱커이자 단단한 성채와도 같았다.
플러시의 수많은 검술 스킬들, 그리고 불꽃 계열 원거리 공격들이 쏘아졌지만 끄떡도 하지 않을 정도.
모든 스킬을 막은 아서 왕은 방패를 앞세운 채 점점 플러시를 구석으로 몰아갔다.
상황이 이상해진 건 그때였다.
스킬을 쏟아 내던 플러시가 멈춰 서더니, 손에 묵빛 참격을 만들어 휘두른 것이다.
피할 이유가 없기에, 아서 왕도 참격을 썼다.
힘 대 힘의 대결.
순수한 레벨과 스킬이 받쳐 준다면, 아서 왕은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묵직한 한 방에 특화된 게 유럽 서버의 기사 클래스고.
그 클래스의 정점에 이른 게 바로 자신이었으니까.
“……그랬었는데…….”
두 사람의 참격이 맞닿은 순간.
금빛 참격이 산산이 부서지고, 뒤이어 엑스칼리버와 방패가 깨져 나갔다.
일기토는 그 순간 끝이 났다.
준비 중이던 원탁의 기사들이 일제히 마스터 스킬을 쓰며 공격하는 게, 아서 왕이 기절하기 전 본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 후로 다른 녀석들도 전부 당했다고.”
“죄송합니다.”
“아닐세, 잘못은 나에게 있지.”
잔잔한 미소를 짓던 아서 왕의 입가가 씰룩거렸다.
잠시 후 그 미소는 웃음으로 변했다.
“하하, 하하하하!”
“폐하?”
“무슨…….”
기사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일기토에 진 충격 때문에 미쳐 버린 것인가?
“왜 그러십니까?”
“걱정하지 말게. 난 지극히 정상이니까.”
“하지만…….”
기사들이 서로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어째서 그렇게 웃으신 겁니까?”
“이번 전투를 생각해 보게. 플러시와 천마신교의 최정예들이 가득 있었지?”
“예, 대호법이나 천마혈검대부터……. 천마신교 간부진이 가득했죠.”
“잘 생각해 보게나. 에이스라 할 수 있는 놈들이 전부 거기 모여 있었으니, 다른 곳은 어떻겠나?”
“……!”
천마 플러시와 직속 고수들에게 패배해 도망치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천마를 만났을 때의 일.
일반 유저들 간의 전투에서 유럽 서버는 여러 번 천마신교를 상대로 승전을 거뒀다.
“동맹 길드들이 지금쯤 머리 없는 중국 서버 놈들의 몸통과 심장을 뜯어먹고 있을 걸세.”
“과연…….”
“그렇군요.”
원탁의 기사 길드는 패배했지만, 유럽 서버는 이기게 된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그 사실에 기사들은 주먹을 쥐었다.
“마침 저기 오는군.”
빗속 너머.
서쪽에서 꺼지지 않는 마법 횃불을 든 기사들이 급히 달려오고 있었다.
“이쪽이네!”
“오오……!”
아서 왕의 부름에 기사들은 곧바로 달려왔다.
“와, 왕이시여. 소식을…….”
“말하게.”
승리의 소식을 듣기 위해, 아서 왕은 심호흡을 했다.
기사가 말했다.
“잔다르크 길드, 카이사르, 블랙 울프가 패배했습니다.”
“뭐라고?”
“모든…… 전선에서……. 저희 측 군사들, 그리고 동맹 길드들의 군대가 패배했습니다.”
“말도 안 돼…….”
아서 왕 대신 뒤편에 있던 가웨인이 달려 나와 기사의 멱살을 잡았다.
“어떻게 전부 질 수 있다는 이야기냐!”
“케에엑, 켁! 켁……!”
“분명 주 전력은 전부 우리 원탁의 기사 길드와 싸웠을 텐데, 대체 어떻게 싸웠길래 이렇게 됐단 말이냐!”
“그…… 그게……. 이렇습니다.”
“가져와라.”
전령이 내놓은 서신을, 아서 왕과 가웨인은 홀린 듯이 펼쳐 보았다.
잠시 그것을 보던 아서 왕이 외쳤다.
“이……. 이게 사실인가?”
“……예.”
“뭐 이딴……!”
얼굴이 토마토처럼 새빨갛게 변한 아서 왕이 울부짖었다.
“뭐, 뭐 이딴 전쟁이 다 있어……!”
***
로보.
기사들이 메인 근접 클래스인 유럽 서버에서, 그는 용병 기사라는 특이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거친 이미지에 걸맞게, 전투 스타일도 치고 빠지기와 난타전 위주.
그 스타일에 반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몰려들었고, 어느덧 그는 유럽 4대길드 중 한 자리에 블랙 울프 길드를 올릴 수 있었다.
다른 길드들이 신화 속 위인들의 이름을 따온 것과 달리.
순수하게 블랙 울프라는 이름을 걸고, 만나는 모든 적을 물어뜯고 베어 버린 흉포한 늑대.
로보의 지휘 아래에서 검은 늑대들은 유럽 서버의 평원을 질주했다.
다른 유럽 서버 유저들은 그들을 이렇게 평가했다.
-절대 저 녀석들에게 먼저 시비 걸지 마라.
그러던 어느 날.
천마신교가 유럽 서버를 침공해 왔고, 아서 왕이 연합을 요청했다.
유럽의 모든 길드가 손을 잡아야 할 만큼 강대한 적.
그러나 로보에게는 지금까지와 그리 다르지 않아 보였다.
“물어뜯어라, 늑대들이여!”
“아우!”
“아우우!”
구호를 외친 기사들은 천마신교 군대를 공격했다.
일반적인 기사들은 이동 속도와 공격 속도가 느린 대신 강력한 한 방 공격, 진영을 갖춘 돌진 공격을 주로 쓴다.
단단한 중갑옷과 대검, 창, 핼버드 등이 주 무장.
하지만 이들 블랙 울프 기사들은 달랐다.
가벼운 가죽 갑옷, 사슬 갑옷을 입고, 그물과 투창, 투척 도끼, 슬링이나 활 등으로 무장한 채, 빠른 속도로 적들을 일방적으로 공격했다.
“마령귀혼갑의 진을……!”
“이 녀석들, 빠릅……. 커헉!”
중갑 기사에 대한 대비책만을 준비해 왔던 천마신교 군대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역으로 중갑 기사들을 생각했기에 블랙 울프가 몰아붙일 수 있었던 것.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늑대랑 말 들이 상한 약초를 먹고 배탈이 났습니다!”
“우회하던 병사들이 있던 산골짜기가……. 갑작스러운 산사태로 무너져 내려서……!”
“중국 놈들이 데려온 늑대 마수에 저희 측 늑대와 말 들이 겁을 먹고 움직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악재가 연달아 일어나면서, 블랙 울프 길드의 진격 속도가 크게 줄어들었다.
스피드를 이용한 기동전, 일방적인 공격과 치고 빠지기가 특기인 이들의 장점이 사라지는 것.
그 틈을 탄 천마신교의 군대가 사방을 포위하고 공격을 퍼부었다.
“저놈들이 묶인 지금이 기회다!”
“죽여, 죽여, 죽여!”
로보와 블랙 울프 길드는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싸웠으나 역부족이었다.
다른 길드들도 마찬가지였다.
대규모 이동을 위해 준비한 마법진이 오류를 일으키거나.
십 년간 안전하던 루트였지만, 한 번 잘못해서 토착 몬스터들을 자극해 혈전을 벌이거나.
거인에게 큰 대미지를 줄 수 있는 룬 마법사들이 마침 자리를 비우거나.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불운이 전부 일어나면서.
세 길드는 어이없이 천마신교의 군대에 패퇴했다.
-유럽 서버의 회심의 일격, 실패로 돌아가다
-연합군, 로만 제국으로 후퇴. 동부 대평원 포기?
전투의 결과가 커뮤니티에 알려지자, 유저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거 무슨 일이래.
-유럽 서버가 졌다고?
-그냥 싹 다 졌네. 이젠 아주 전패를 했다고?
유럽 유저들은 대형 길드들을 향해 탄식과 온갖 욕설을 쏟아 냈다.
그러나 전투의 과정이 차차 공개되며 여론은 금세 바뀌었다.
-잘 싸웠는데?
-그러니까. 전술도 전략도 모두 잘 통했어.
-갑자기 날씨만 안 바뀌었어도 어떻게 될지 몰랐겠는데.
-와, 진짜 그리스도께서 버린 느낌인걸.
내전으로 단련된 중국 유저들이지만, 사실 유럽 서버도 국가 간 길드전으로 인해 중국 유저들만큼, 혹은 그 이상의 경험을 쌓은 베테랑들이다.
겹친 불운만 아니었다면 충분히 천마신교를 몰아내거나,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저 정도면 졌지만 잘 싸운 게 맞지.
-그러니까.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로만 제국 쪽을 뚫긴 쉽지 않을걸.
동부 대평원과 달리, 로만 제국이 있는 중심부는 수많은 성과 요새, 도시 들로 가득하다.
각 성에 공성을 걸어서, 점령을 해야 한다는 뜻.
과거 동물 반란군도 이 성과 도시의 라인에 걸려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만약 천마신교가 이곳까지 들어온다면,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지지부진한 공성전을 해야 하리라.
-정말 중국 서버가 유럽 서버를 이긴다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다른 서버라면 몰라도, 중국 서버는 유저 수가 많다 보니…….
-정말 싫지만, 인도 서버라도 끌어들여서 싸워야지.
-인도……; 거긴 말 안 통하는 놈들이 좀 많아서 싫은데.
게시판 유저들이 앞으로 벌어질 일에 관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각 길드는 그에 맞춰 대비하거나, 혹은 중국 서버와의 연계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헝가리의 오르반 길드에서 천마신교의 산하 길드가 되겠다는 신청이 들어왔습니다.”
“루마니아의 블라드 길드도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습니다.”
천마신교 사령부.
전투가 끝난 뒤 곳곳의 상황을 정리한 참모진이 보고를 올리고 있었다.
“블랙 울프 길드의 인원 3만 명 중 1만 5천2백71명을 처치했고, 길드 마스터 로보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잔다르크 길드는 2만 5천 명 중 8천 명을 처치했습니다. 잔다르크의 무적 스킬 때문에 놓친 인원이 많습니다만, 현재 추격 중이니 조금 더 기다리시면 좋은 소식이 올 것입니다.”
“원탁의 기사 길드 진영의 보급 물자를 전부 획득했습니다. 소모한 물자를 바로 보충할 분량에, 추가로 수개월간은 물자 걱정은 없을 것 같습니다!”
하나같이 좋은 소식이 아닌 게 없다.
한 번의 전투로 수백억 이상의 전략적 이득을 얻은 것.
옥좌에 앉아 있던 플러시는 무표정한 모습 그대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짧게 감상을 말했다.
“……운이 좋군.”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