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613)
613화
유럽 서버가 충격적인 패배를 했다는 소식.
미스트 섬에 있는 본거지 거점에서 파프닐은 그것을 들었다.
“흠…….”
“유럽 서버가 벌써부터 이렇게 무너질 줄은 아무도 예상 못 했어.”
킨도르한이 보여 준 영상 속엔 패주하는 유럽 서버의 군대.
그리고 그 뒤를 쫓는 천마신교의 군대가 보였다.
-프랑스 길드 패배.
-독일 길드 패주.
-폴란드 길드 연합, 수성전 준비 중…….
“확실히 빠른 속도군.”
“그렇지.”
옆에 있던 킨도르한은 바나나와 꿀 빵, 꿀 쿠키를 집어 먹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 플러시가 아서 왕을 쓰러뜨리지 못했으면 당하는 건 유럽 서버였을 텐데.”
유럽 서버의 피해는 엄청났다.
아서 왕은 살아남았다지만.
케이, 멀린, 베디비어 경 등의 최고위 랭커들이 다수 탈락했다.
재접속이 가능하긴 하지만, 레벨 다운과 장비 파괴 등으로 이전의 힘을 내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
동맹 길드들도 전부 기묘한 이유로 패배하면서 순식간에 1/4에 가까운 전력이 증발했다.
안 그래도 중국 서버에 비해 플레이어 수가 부족한 유럽 서버다.
보급이나 장비 문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의 손해를 입혔다면 그때까지 막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아마 반년쯤 버티려나……. 음음, 그 강한 유럽 서버가 그렇게 되다니.”
세 번째 대접을 비우는 킨도르한에게 파프닐이 물었다.
“그렇게 많이 먹어도 되나?”
“뭐 어때. 가상현실 게임에선 살도 안 찌는데.”
킨도르한은 히죽거리며 쿠키를 먹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집어 먹어도 현실의 몸은 그대로다.
어차피 손님 접대용으로 놓여 있는 음식이라면, 이렇게 즐기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이 상황에 대해서 다른 건?”
“라쿤 길드가 행동을 취했어.”
“라쿤맨이?”
내전이 종결되며 미국 서버는 라쿤맨이 초대 대통령을 역임하고, 그 아래로 여러 길드가 의원을 낸 체제로 운영하고 있었다.
현실의 정치 체계를 그대로 가져온 것.
프리메이슨도 재밌어 보인다면서 마음에 들어 한 덕분에 라쿤맨은 미국 너구리면서 동시에 게임 속 인간의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행동이지?”
“유럽 서버에 대규모 장비와 자금, 재료 아이템 원조를 하면서 유저들을 대피시키고 있어.”
내용을 들은 파프닐은 곧바로 미국 서버의 의도를 파악했다.
“라쿤맨이 전면전을 포기했군.”
“그렇지.”
장비와 아이템을 내어 주며 생색을 내는 대신.
진짜 귀중한 자원인 플레이어와 NPC 들은 오히려 미국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기세등등한 중국 서버, 그리고 천마와 당장 싸우는 대신 전쟁의 불길에 휘말리지 않고, 먼 지역에서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
킨도르한이 투덜댔다.
“쫄보 녀석들, 맨날 말로는 칭챙총 하면서…….”
“그만큼 녀석들도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거겠지.”
“엉?”
“얼마 전까지 내전을 해 왔으니까. 통일한 지도 몇 달 되지 않았고.”
세력전은 플레이어들에게 위기이자 기회이다.
플레이어를 상대로 싸우는 것은 몬스터보다 높은 경험치와 스킬 숙련도를 주면서, 몬스터에게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전략이나 패턴, 스킬 연계가 나오기 때문이다.
패자는 레벨이 다운되고 장비도 한두 개 정도는 떨어뜨린 채 물러나야 하지만.
살아남은 플레이어들은 레벨이 크게 오르고, 스킬 수련도를 비롯한 게임 실력도 이전보다 한층 더 늘어난다.
장기적으로 보면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일.
하지만 게임 속이라도 전쟁은 전쟁이고, NPC를 비롯한 시설이나 자원이 부서진다.
강해진 유저들이 제대로 활동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럼 중국 서버는 아닌가? 걔네도 매일 천마신교니 무림맹이니 하면서 싸웠는데 이 정도 원정군을 바로 보내다니…….”
“그건 솔직히 중국 서버가 비정상적으로 인구수가 많은 거라고 해 두지.”
1천만 명이 넘는 원정군을 보내는 건 확실히 중국 서버와 인도 서버만이 가능한 일일 거다.
“그럼 유럽이 무너지고 미국이 나서지 않으면…… 남은 건 인도나 우리밖에 없네?”
“맞아.”
인도 서버는 멀리 있는 데다 위협도 안 되니, 결국 한국과 일본 서버가 마지막 타깃이다.
“쓰으으읍……. 짱X 새끼들 오는 거 생각하니 소름이 확 끼치네.”
“소름?”
“그야 소름 끼치지. 그거 막는 입장이 되면 얼마나 끔찍한데.”
네크로맨서로서 무한히 병사들을 만들 수 있는 파프닐은 모르겠지만.
압도적인 물량 앞에서 공포를 느끼는 건 사람의 본능 같은 일이었다.
한숨을 내쉰 킨도르한이 질문했다.
“그래서……. 생각해 둔 계획은 있어?”
“계획?”
“지금부터 뭔가 준비하지 않으면 조만간 저놈들한테 쓸려 나가는 거 확정이잖아.”
그 말대로였다.
한국 서버 전체가 똘똘 뭉쳐도 기세를 올리는 천마신교 원정군을 막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당장 유럽 서버를 돕거나, 뭔가 하지 않으면…….”
“도울 상황이 아니다.”
“응?”
“이미 저 녀석들은 기세를 탔어. 도와 봤자 의미가 없을 거다.”
유럽 연합군이 기묘한 이유로 무너지는 걸 보면서 확신했다.
온 세계가 천마신교의 편을 드는 듯한 현상.
단순 우연이 아니라 플러시만이 가진 그것이 작동했다고 보는 게 맞았다.
‘일단 운빨이 발동하기 시작했다면, 아무리 지원을 보내 봤자 의미가 없지.’
이미 떨어지는 주식에 아무리 돈을 부어도 이득을 볼 수 없는 것처럼.
저곳은 더욱 투자해 봤자 얻을 게 보이지 않는, 구멍 뚫린 항아리 같은 장소였다.
“그럼 다른 방법이라도 준비해야지. 일단 일본 서버에도 이 사실을 알리고 연계를 해야…….”
“너무 서두르지 마라. 아마 우리가 말하지 않아도 저쪽에서 연락이 올 테지.”
몸이 달아오른 건 일본 서버 쪽도 마찬가지일 테니까.
사쿠라 열도가 섬이라고 하지만, 다른 곳이 전부 점령당하면 위험한 건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그보다 일단 지금은 먼저 준비해야 할 게 있어서.”
“준비?”
“그래.”
그때였다.
회의실 문이 열리더니, 악튜러스가 다가와 서신을 내밀었다.
“파프닐 님. 부탁하신…….”
“아, 왔군.”
파프닐은 서신을 펼쳤다.
방랑 의사이자 연금술사 화이트잭이 보낸 편지.
그곳엔 파프닐이 의뢰한 정보가 하나 적혀 있었다.
“고맙다. 여기 적힌 정보를 기반으로 계속 추적해 주도록.”
“예.”
악튜러스가 사라지자 파프닐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우리도 이만 움직여 볼까?”
“간다니? 어딜?”
“어디부터 가는 게 좋을까…….”
생각을 정리한 파프닐이 말했다.
“일단은 파이브스타 길드로 가야겠지.”
***
호라이즌 전체의 판도가 크게 요동치는 가운데.
그 영향은 파이브스타에도 미쳤다.
“……이번 전투의 판도, 익숙하더군요.”
이시우의 말에 김 비서가 대답했다.
“무림맹과의 정마전쟁, 그리고 비버 연합 공략전과 같은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어두컴컴한 회의실 한복판.
홀로그램에 떠 있는 플러시의 모습을 이시우와 검노인, 파이브스타 특무대 임원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플러시와 대등한 수준의 강적, 혹은 압도적인 다수의 적이 나타났을 때. 갑자기 플러시와 그 수하들의 운이 급격히 좋아집니다.”
행운 스테이터스는 치명타와 스킬 성공률, 초대성공급 공격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화면에 보이는 영상은 단순히 그런 것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유럽 서버의 플레이어들도 정예고, 전략 전술도 완벽하게 통했습니다.”
대평원에 넓게 퍼진 천마신교 군대는 한데 모인 유럽 서버의 정예 유저들에게 일방적으로 당했다.
중갑옷을 입은 기사들은 성채가 되어 공격을 받아 냈고.
불의 거인, 악마 들은 약점인 룬 마법사의 룬 마법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그런 그들이 무너지기 시작한 때가, 정확히 플러시와 아서 왕이 싸우기 시작한 시간대와 일치합니다.”
전투 영상이 찍힌 시간대를 모은 김 비서의 포트폴리오에, 간부들의 표정이 굳었다.
“그럼 우리도 천마신교를 상대로 싸울 때 저런 걸 겪는단 이야기인가요?”
“전투가 되면 그렇게 될 겁니다.”
“대응책은?”
정치인, 유명 CEO 같은 사람들을 흔히 운이 따른다고 한다.
하지만 저건 그런 설명 가능한 행운의 범주를 아득히 넘어섰다.
세상이 게임이라면, 버그 프로그램을 쓰는 치트 플레이어라 해도 될 수준.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았다.
“운영진에 문의는 해 보았습니까?”
“예. 확인 결과 어떠한 버그도 없었다고…….”
“그럼 대처법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겠군.”
올림포스 프로젝트가 완성되기 전에 온다면, 그 전에 놈을 막아야 한다.
“천마신교 유저들은 광역기로 공격하고, 천마 플러시를 상대할 확정 스킬로 무장한 인원들을 준비해야 합니다.”
“확률형 스킬이 아닌 100% 스킬들을 써야겠군요.”
파이브스타의 간부들은 각자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아이템이나 마법, 화살 등의 공격도 내용을 가려 써야 합니다.”
“아군이 오인 사격을 당하지 않도록, 피아 구분 옵션도 준비해야겠군요.”
“다수 인원은 실수가 잦아집니다. 강력한 스펙을 가진 일부의 최정예로 변수를 최대한 줄이고, 나머지 인원들은 확정 디버프나 공격으로 지원을…….”
곧바로 만들어지는 대플러시 작전의 개요.
높은 자리에 오르면 실무를 모른다는 말이 있지만.
파이브스타 길드의 간부들은 게임 실력은 물론, 게임 분석력까지 인정받은 전문가들이었다.
철혈이나 크로스파이어 등의 다른 여러 명문 길드들과 다른 점이기도 했다.
“흠…….”
그렇게 한창 회의가 진행되던 도중.
이시우의 메시지 알림창에 보이스 콜 불빛이 들어왔다.
“잠시.”
이시우는 메시지창을 확인하고 보이스 콜을 받았다.
“회의 중입니다.”
-그게……. 급한 일입니다.
“급한 일?”
이시우가 받는 대부분의 보고는 김 비서를 통하거나, 길드 정기 회의 등에서 받는다.
즉 이 직통 라인으로 올라오는 소식은 굉장히 중요하면서도 비밀이어야 하거나, 곧바로 그가 대처해야 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수하가 말한 용건은 그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일이었다.
-그…… 파프닐이 일대일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긴히 요청드릴 게 있다고.
“……?”
얼마 전 델포이 요새 기지 안에 들어와 난리를 피우고, 특무대원을 죽인 파프닐이 맞는다면.
대체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들어와서 자신을 만나자고 한단 말인가.
“…….”
잠시 눈을 감았던 이시우는 생각을 정리했다.
-현재 특무대원과 길드원 들, 그리고 봉인 결계 설비를 비롯해 모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곧바로 사냥을…….
“아니요. 해산하세요.”
-네?
“지금 가겠습니다. 사장실로 파프닐을 안내하고, 10분 안에 도착하겠다고 전해 주세요.”
-……! 알겠습니다.
연락을 끊은 이시우의 눈매가 날카롭게 변했다.
“……파프닐, 대체 무슨 생각이지?”
한편 그 시각.
파프닐은 킨도르한에게 할 일을 설명하고 있었다.
“잘 듣도록.”
“응.”
“이시우가 오면, 바로 그 순간 엎드려야 한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