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614)
614화
범인은 반드시 범행 현장에 돌아온다는 말이 있다.
분명 경찰들이 자리에 가득 깔려 있고.
수많은 사람이 현장을 지켜보고 있는.
상식적으로 절대 오면 안 되는 자리에 와서 굳이 의심을 사고, 형사에게 단서를 주는 건 형사 드라마, 추리 소설에서 흔히 나오는 클리셰다.
심리학에서는 그것을 방어적 노출 행동이라고 표현했다.
감추고 싶은 것을 지적받을까 봐 두려워, 오히려 그것을 내세움으로써 두려움을 내리는 것.
대머리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대머리라고 욕을 먹으면 화가 나지만.
자신이 먼저 대머리로 농담을 한 뒤 웃어 버리면 훨씬 나은 것과 같다.
하지만 파프닐의 경우는 그런 것도 아니다.
이미 본인임이 밝혀졌는데도 당당하게 이 자리에 다시 오다니.
‘멍청한 건가? 아니면 자신이 안전하다는 확신?’
도대체 파프닐이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
‘일단 만나 보아야 알겠지.’
응접실로 간 이시우는 파프닐과 한 남자가 있는 걸 보았다.
짧은 울프컷에 권갑을 낀 주먹의 남자.
이시우는 머릿속에서 남자의 이름을 떠올렸다.
‘킨도르한인가.’
밤의 황제 킨도르한.
호라이즌 한국 서버의 뒷골목 전체에 우미간파라는 갱단을 퍼뜨리고.
양지에서도 여러 사업을 진행하며 거대한 세력을 데리고 다니는 네임드 유저다.
또한 NPC 정부인 바란 왕국의 허가를 받아 자경단 지위를 재빠르게 얻은 덕분에, 한국 서버 전체에 쉽게 조직을 뻗칠 수 있었다.
전략실의 분석에 따르면.
우미간파가 낼 수 있는 전력만 해도 거대 명문 길드에 준할 정도.
하지만 그가 진짜로 위험한 점은, 조직의 크기나 세력 규모에 따라 스테이터스와 스킬 위력이 달라진다는 것.
영주나 기사단장 직책도 비슷한 효과가 있지만, 직업 자체에 그런 효과가 붙은 건 갱스터밖에 없다.
그리고 한국 서버를 제압한 지금.
킨도르한의 스테이터스는 파이브스타 특무대원들과 비교해도 더욱 높을 것이다.
엄청난 일이었다.
인당 1백억 원가량, 어쩌면 그 이상을 투자해 육성한 천재 랭커보다.
뒷골목에서 아무렇게나 육성한 유저가 더 강하다는 것은.
‘아마 저 남자가 길을 제시한 덕분이겠지.’
이시우는 킨도르한 뒤의 미청년을 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킨도르한이 일순간 엄청난 속도로 바닥에 엎드렸다.
“잘못했습니다!”
“도련님!”
검노인이 검을 뽑아 이시우 앞을 막았다.
“무슨?”
“정말 잘못했습니다! 부디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이렇게 빌겠습니다!”
“……? 이게 무슨…….”
이시우는 얼토당토않은 표정으로 고갤 들었다.
그 자리엔 여전히 의자에 앉은 채, 고개를 앞으로 숙인 파프닐이 보였다.
“도련님을 위해하려는 건 아니군.”
“……부디……?”
그사이 슬쩍 고개를 들던 킨도르한이 옆에 앉아 있는 파프닐을 보자마자 멈칫했다.
“……흠흠.”
쭈뼛거리며 일어난 킨도르한이 파프닐의 옆자리에 앉았다.
촌극이 끝난 걸 본 이시우가 말했다.
“분위기를 푸는 농담은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다행이군요.”
“그럼 어디 한번 들어 볼까요?”
이시우의 표정이 날카롭게 변했다.
“얼마 전 무단으로 침입해 특무대원들을 살육하고, 로켓 발사 장치에 손상을 입힌 당사자가 이곳에 당당히 방문한 목적을.”
티배깅이라는 용어가 있다.
PVP 게임에서 적을 죽인 뒤.
그 시체 근처에서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는 행위에서 만들어진 용어다.
주 사용처는 도발 감정 표현이 없는 게임.
의도적으로 적을 도발하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해 보이는 것이다.
파프닐이 이곳에 온 것도 그런 내용이라면 설명이 된다.
“솔직히 당신이 왔다는 걸 들었을 때 놀랐습니다.”
대단한 용기나 자신감이 아니고서는 다시 올 생각 자체를 못 할 거다.
그 때문에 이시우도 면담을 허락한 것이기도 했다.
죽일 수 있다면, 그 전에 무슨 내용을 가져왔는지 들어 보기라도 하자는 것.
“하지만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을 죽이려고 하는 사람들이 이 요새에 한가득이란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파프닐은 선선히 대답했다.
“제가 여기 온 건 청탁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청탁이라…….”
“예.”
잠시 후, 파프닐은 믿을 수 없는 말을 했다.
“파이브스타의 패권을 인정하고 그 밑에 들어가겠습니다. 그 대신 저희에게도 생각 중이신 그 자리를 주십시오.”
“자리?”
“로켓이 있다는 건 우주가 있다는 것이고, 우주로 나가서 사냥을 하겠다는 뜻 아닙니까?”
호라이즌에 의미 없는 리소스는 없다.
우주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있다면, 당연히 그곳에도 몬스터가 있을 터.
확실하진 않지만, 파프닐도 파이브스타도 그럴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당장 비슷한 영역이 한 곳 있다.
외차원.
차원 바깥에 있는 블랙홀처럼 아무것도 없는 검은 공간 속에도 움직이는 몬스터들이 있다.
최소 레벨이 800이 넘는 고레벨 사냥터이지만, 공간 감각 자체를 잃어버리는 맵은 몬스터 레벨 이상의 사냥 난이도를 요구했다.
그런 곳이 있을진대, 우주 공간에 사냥터가 없을 리 없다.
“처음엔 파이브스타 길드의 작업을 방해하기 위해 들어왔지만, 저 로켓을 보자마자 그런 건 잊어버리게 되더군요.”
“흠?”
“우주의 몬스터를 사냥하고 싶습니다. 누구보다 가장 먼저.”
“…….”
“저 로켓을 보자마자 그런 충동에 사로잡혔습니다. 우주의 몬스터는 어떨까 하는.”
파프닐은 청산유수처럼 말을 이어 갔다.
말에 진심이 묻어 나오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누구도 가지 못한 필드에서, 처음 조우한 미지의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
과거의 김강한, 그리고 이 세계에 들어온 후 파프닐로서도 수많은 도전을 해 왔지만, 여전히 이 세계는 많은 게 남아 있었다.
“어디까지 양보하실 수 있으시지요?”
“전부는 안 됩니다.”
파프닐은 고개를 저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꽤 솔직하시군요.”
“세계 1%의 인재들을 상대로 머리를 굴려 봤자일 테니까요.”
“……그럼 정리해 보죠. 우주 몬스터 사냥의 기회를 드리는 대신, 귀하는 어떤 걸 내놓으실 겁니까.”
말을 마친 이시우가 속으로 눈을 빛냈다.
‘자, 과연 어떤 조건을 내놓을까.’
일단 파프닐은 그동안 파이브스타의 여러 계획들에 항상 있었던 미래의 경쟁자이자 적이다.
당장 일본 서버와 동물 반란군 때도 파프닐과 비교되어서 온갖 비난을 다 당하지 않았었나.
거기다 얼마 전 있었던 요새 공략까지.
정말로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게 아니라면, 이시우는 곧바로 파프닐을 사냥할 계획이었다.
무력은 충분했다.
자신부터가 랭킹에 알려져 있지 않은 막강한 힘을 여러 개나 가지고 있고.
결정적인 건 바로 옆에 검노인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신중한 성격의 이시우지만, 호라이즌에서 가장 강한 유저가 누구냐 하면 망설임 없이 뽑을 정도의 유저.
그런 그가 바로 검노인이었다.
이 때문에 이시우는 여유롭게 파프닐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파이브스타 길드를 일절 방해하지 않고, 천마신교도 대신 막아 드리겠습니다.”
“……!”
“뭐? 우리가 중국 놈들이랑? 으윽!”
옆에 있던 킨도르한이 놀라 일어나다가 탁자에 무릎을 찧고 나뒹굴었다.
그사이 파프닐은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업적은 파이브스타 길드에 돌려드리도록 하지요. 이 정도면 어떻습니까?”
***
“어째서 그런 선택을 하셨습니까?”
파프닐과 킨도르한이 떠난 후.
이시우는 검노인의 물음에 대답했다.
“믿지 않으니까요.”
“믿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차피 그들은 때가 되면 천마신교를 막기 움직일 겁니다.”
일찍부터 뮤 대륙으로 주 거점을 옮긴 파이브스타는 한국 서버로부터 한결 자유롭다.
반면 바란 왕국, 그리고 기존 지역들이 기반인 프론티어 길드는 중국의 공격에 먼저 노출될 거다.
“기만이죠.”
“우리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건…….”
“그건 진실일 확률이 높습니다.”
천마신교는 강적이다.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해도 모자를 만큼.
“아마 천마신교를 막아 내면 파프닐은 곧바로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릴 겁니다.”
하지만 파프닐이 왔을 때 자신들은 이미 없을 거다.
녀석이 간섭할 수 없는 우주 공간에서, 호라이즌 전 서버를 사정거리에 둔 레이저 포를 가진 채로 말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감시를 늦추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검노인이 지시를 받아 고개를 숙였다.
한편 그 시각.
밖으로 나온 킨도르한은 파프닐 앞에서 주먹을 뚜둑거렸다.
“야……. 아까 말 잘했더라?”
-킨도르한이 위협합니다.
-레벨이 더욱 높습니다.
-위협 효과가 통하지 않습니다.
살기등등한 모습에 파프닐은 씩 웃었다.
“농담은 재밌었다.”
“그게 농담이냐! 너 때문에 난……. 그 녀석들 앞에서…….”
“네가 해 주는 게 효과가 제일 좋아.”
“응?”
“갱스터의 왕이자 뒷세계의 최강 랭커 정도가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말을 들어 볼 생각조차 하지 않을 테니까.”
“그…….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머쓱하게 물러서는 킨도르한.
그러던 그가 물었다.
“그래서, 파이브스타한테 우리가 막겠다고 말하는 게 끝이야?”
“그래.”
“그럼 결국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는 것 아닌가?”
킨도르한의 질문은 정곡을 찌르고 있었다.
파프닐도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로켓은…….”
우주로 가는 로켓.
미스트 섬에서 그것을 만들고 있다는 건 파프닐과 킨도르한, 몇 안 되는 작업자들만 아는 극비 중의 극비였다.
“알고 있다.”
“그럼 어째서…….”
“녀석들을 속이기 위해서지.”
아무 반응 없이 움직인다면 파이브스타 측에서도 반드시 파프닐에게 감시를 붙일 것이다.
그러나 미리 굽히고 들어가는 제스처를 보인다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서 감시를 파악할 수 있다.
“오오…… 과연.”
박수를 친 킨도르한이 물었다.
“그래서 그 녀석들은 어떻게 막을 건데?”
“그건 이제부터 잘해야지.”
“뭐?”
이게 무슨 소리람.
킨도르한의 눈이 커졌다.
“그럼 바로 가 볼까.”
파프닐이 메시지를 넣자, 잠시 후 종이학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포탈을 열었다.
“오, 그래. 파프닐.”
“안녕하십니까. 홍길동 님.”
활빈당의 당주, 홍길동은 껄껄 웃었다.
“마침 중간고사 시험이 있었는데……. 자네가 부르니 할 수 있나. 조교 놈한테 맡기고 후딱 왔네.”
“…….”
홍길동의 눈이 반짝였다.
“이렇게 날 불렀다는 건 자네도 드디어 중국 서버를 막을 마음이 들었다는 거겠지?”
“그렇긴 한데……. 겸사겸사 제 할 일도 할 것 같습니다.”
“워라밸이란 거로구만. 허허허.”
파프닐이 말했다.
“그럼 길동 님, 말씀드렸던 문을.”
“으음.”
홍길동이 부적을 여러 개 붙이자, 공간이 찢어지며 문이 하나 열렸다.
“저긴…….”
“우린 이제부터 유럽 서버로 간다.”
“유럽 서버……. 그렇다면 역시 천마신교를 막으러 가는 건가? 원탁의 기사 길드를 도와서?”
“아니.”
파프닐은 고개를 저었다.
“거기서 스카우트해야 할 사람이 있거든.”
스카우트?
킨도르한의 눈동자에 물음표가 나타났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