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617)
617화
블랙 드래곤과 인간 사냥 부대의 전투는 주변 지형을 바꿀 정도로 크고 격렬했다.
드래곤의 마법이 쓰일 때마다 땅이 들썩거렸고, 수많은 무림인과 주술사 들이 쓴 주술들은 그런 드래곤의 몸에 시시각각 상처를 남겼다.
그러나 드래곤은 인간을 얕보고 있었고, 인간들은 철저히 드래곤 사냥을 준비한 최정예들이었다.
그 점이 승패를 갈랐다.
“게스, 토룬, 타펠…….”
마법사들이 룬 문자를 외우자 아르고낙스의 몸 주변에 희미한 빛의 사슬이 생겼다.
드래곤을 포함한 마수의 힘과 움직임을 크게 제약하는 레전더리급 룬 마법이었다.
공중에 잠시 묶인 짧은 틈.
지휘관들이 명령을 내렸다.
“쏴라!”
투웅, 투웅.
수많은 공성 병기들이 일제히 쏘아졌다.
날아오르려던 아르고낙스 날개에 커다란 나무만 한 철 화살들이 박혔다.
화살엔 사슬이 걸려 있었는데, 아르고낙스에게 박히자 팽팽하게 당겨지며 몸을 땅으로 끌어 내렸다.
“크아아아!”
“지금이다! 주술, 일반 공격조!”
“발사!”
발버둥 치던 아르고낙스의 몸에 연달아 검은 화염, 검기 등이 박혔다.
“진격!”
“와아아!”
마지막 순서는 수많은 기사, 전사, 검사 들이었다.
봉인 마법과 원거리 공격으로 무력화시킨 다음, 마지막으로 근접 딜러들이 아껴 두었던 마스터 스킬들을 쏟아붓는 것이다.
“계속 공격해라. 좋아! 쓰러뜨려라!”
공격을 지휘하던 천마신교 호법 양회가 외쳤다.
하지만 실제로 지휘를 내리는 건 진용필이었다.
“10번조 뒤로, 3번조 공격, 5, 7번조는 정비. 나머지는 진법, 병법가들을 지키고.”
호라이즌의 최대 파티 인원수는 24명이다.
그런 파티를 5천 개 가까이 움직이며 유기적인 지시를 내려야 한다.
진용필의 지시에 따라 수많은 사람이 움직이며 드래곤의 움직임을 무력화했다.
“이대로라면…….”
“……가디언이 없어서 쉽게 끝날 것 같군.”
드래곤은 보스 몬스터다.
놈을 지키는 부하 몬스터, 가디언들과 함께라면, 드래곤은 그야말로 최강급.
즉 보스 몬스터를 지키는 가디언이 없는 드래곤은 충분히 공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흐흐흐……!”
양회의 입가에서 웃음이 흘렀다.
포로들을 데리고 온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었다.
유럽 서버 유저들의 스킬들은 자신들보다 훨씬 대괴수전에 특화되어 있다.
그런 유저들의 스킬, 그리고 전문 병기 들이 드래곤의 움직임과 마법을 여러 번 방해하고 있었다.
‘저놈을 잡고, 그리고 나는 이걸로 더 높은 랭킹으로 올라간다!’
“호법님, 드래곤의 HP가 20%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좋아, 이대로…….”
그때였다.
양회와 진용필의 눈에 이상한 게 비쳤다.
“저건…….”
수많은 인원들 사이로 금속 해골병들 수백 기가 섞여 들어가고 있었다.
“응?”
“컥!”
일정 거리 안쪽까지 들어온 해골병들은 가차 없이 검을 휘둘러 병사들을 죽였다.
“뭐야?”
“이 녀석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중국 유저들이 달려들었지만, 해골병들은 그런 유저들과 대등하게 싸우거나, 그들을 압도했다.
“어, 어떻게…….”
“드래곤을 마무리…….”
“드, 드래곤은 내버려 두고 일단 저 녀석들을 막아라!”
진용필의 명령은 양회의 외침에 묻혔다.
무어라 말하려던 진용필이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과 달리 양회는 중국 부동산 재벌의 아들.
흔히 말하는 백 있는 소황제이니, 그에게 밉보이면 곤란하다.
어차피 드래곤은 거의 빈사 상태이므로 큰 문제는 없으리라.
“해골병부터 처리해라.”
“하오!”
천마신교 군단의 공격이 해골병들에게 쏠렸다.
그사이 지친 아르고낙스는 숨을 몰아쉬었다.
“크르르…….”
“후, 여기군.”
그때였다.
전투를 배경으로 삼아, 해골병으로 위장한 미남자가 나타났다.
“네놈은……. 아까 그…….”
“맞습니다. 파프닐이지요.”
파프닐은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저 해골병들은 파프닐이 접근하기 위한 미끼에 지나지 않았다.
“벌……레……. 미물 주제에 내 눈앞에 서지 마라.”
-드래곤 아르고낙스의 호감도가 하락했습니다.
서 있는 것만으로도 호감도가 하락!
죽음의 위기에 처한 상태에서도 이 뭐 같은 자존심은 그대로였다.
당장 막타를 치는 건 아주 쉬운 일이지만, 더 좋은 방법이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보다 상황이 별로 좋지 않군요.”
“놈…….”
“위대하신 분께서도 이대로 죽고 싶진 않으시겠지요.”
“……본론을……. 말해라.”
“구해 드리겠습니다.”
“……나를 구하겠다고? 네놈이?”
드래곤인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은 이 인간 놈들을 인간 한 명이 쓰러뜨린다고?
어이없어하는 아르고낙스에게 파프닐이 말을 이었다.
“저 해골병들은 제 부하들입니다. 저 혼자서는 저들을 이길 수 없지만, 아르고낙스 님의 힘에 제가 힘을 합치면 이길 수 있겠죠.”
“이 벌레가…….”
“결정하십시오. 이대로 벌레들에게 죽을지, 아니면 벌레의 손을 빌려서라도 살아남을지.”
드래곤은 오만하기 짝이 없는 존재이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몬스터이기도 했다.
그 점을 알고 있는 파프닐이기에, 아르고낙스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예상하고 있었다.
“네……놈……. 좋다……. 내 밑에서 저 미물들과 싸우는…… 걸 허락하마…….”
-아르고낙스가 중립 동료가 되었습니다.
-행동에 따라 다시 아르고낙스와 적대 관계가 될 수 있습니다.
‘됐다.’
파프닐은 곧바로 말했다.
“그럼 일어나시지요.”
말을 마친 파프닐이 창을 휘둘러 드래곤을 묶은 사슬, 마법 들을 부쉈다.
상체를 일으킨 아르고낙스의 어깨에 탄 파프닐이 말했다.
“저쪽에 이계 신의 사제가 있는 게 느껴지는군요.”
“……크르르……. 크아아아!”
아르고낙스의 입에 검은 불길이 모였다.
“어어?”
“잠……깐!”
멀리서 지휘를 내리던 병법가 클래스 유저들이 경악했다.
“브레스! 피해욧!”
비명을 지르며 흩어지는 병법가들 가운데로 검은 산성의 브레스가 쏟아졌다.
-진웨이가 사망했습니다.
-우량용이 사망했습니다.
-병법가들이 사망했습니다.
-팔문봉쇄진이 해제되었습니다.
병법가들의 진법이 사라지자 아르고낙스의 몸을 억누르던 기도 흩어졌다.
자유를 얻은 아르고낙스가 몸을 한 바퀴 돌리며 무림인들을 공격했다.
타 있던 있던 파프닐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이기적인 움직임!
“크아아악!”
꼬리나 몸에 휩쓸린 유저들이 또다시 쓸려 나갔지만, 파프닐은 머리의 비늘을 잡고 몸을 고정한 채 속삭였다.
“저기 위대하신 분을 공격하려는 기마대가 오고 있습니다.”
“어딜 감히……! 네놈들이 가진 땅이 네놈들을 배신하리라. 어스 퀘이크!”
아르고낙스가 땅을 구르자 기마대의 주변 대지가 흔들렸다.
진도 7 이상의 강진을 일으키는 7클래스 마법 어스 퀘이크.
“우와앗!”
이히히힝!
넘어지는 기사들을 향해 파프닐은 흑뢰를 떨어뜨리고, 철폭을 쏘며 막타를 먹였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드래곤이 공짜로 먹여 주는 경험치.
직접 사냥하는 것도 재밌었지만, 이렇게 먹는 것도 생각보다 맛있었다.
치트 아이템을 쓴 게임의 주인공이 된 기분.
“인간들이 공격을 준비하는군요. 왼쪽으로 세 보 움직여서 놈들의 노력을 허사로 돌리시지요.”
“지진을.”
파프닐은 적절한 때마다 드래곤에게 조언을 하며 해골병들을 움직였다.
상당히 신경을 소모하는 일이었다.
너무 많이 말을 걸어서 신경을 쏠리게 해도 위험하지만, 역으로 말을 너무 하지 않아도 호감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네……놈…….”
그렇게 계속 성과를 내자 아르고낙스의 반응도 처음과 달라졌다.
-아르고낙스의 호감도가 +1 상승했습니다.
“미물……치고는 쓸…… 만하구나……..”
“굳이 죽이지 않아도……되겠군.”
“생각보다 쓸모가 있나…….”
일반적인 NPC들이 5~10씩 호감도가 오르는 것에 비해, 너무나도 적은 상승폭이었다.
“……건……방진……! 인간 놈들!”
-아르고낙스의 호감도가 -5 상승했습니다.
심지어 기껏 오른 호감도도 아무 이유 없이 한꺼번에 내려가니, 그야말로 막 나가는 어린아이를 달래는 느낌.
‘역시 드래곤이라고 해야 하나, 길게 다룰 순 없겠군.’
새삼 일본 서버의 미도리, 그리고 그런 미도리를 다루는 렌야가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군. 전군 후퇴!”
“뭐? 후퇴? 그게 무슨 소리야!”
한편 사령부에 있던 진용필은 결국 후퇴 지시를 내렸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이미 드래곤 사냥은 글러 먹은 지 오래.
남은 부하들이라도 지켜야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리야!”
“이미 사냥은 글렀소. 후퇴해 전력을 보존하는 게 맞소.”
“안 돼, 어떻게 찾은 기연인데! 못 가! 배상해!”
“헛소리 그만하시오! 사냥은 실패했소!”
물론 양회가 그걸 내버려 둘 리 없었다.
“헛소리하지 마……. 내가 찾은 건데……. 네놈이 지휘를 잘못해서…….”
사령부에서 싸움이 일어나자, 주변 지휘가 느슨해졌다.
드래곤의 목 위에서 전장을 보던 파프닐의 시선이 빛났다.
“위대하신 분이시여. 저기 놈들의 우두머리가…….”
“크롸롸롸롸!!”
이젠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브레스를 뿜는 아르고낙스.
미스트 섬에 있던 독기를 몇십, 몇백 배 농축한 듯한 무시무시한 독 덩어리가 사령부를 휩쓸었다.
“허…… 허억.”
“사령부가…….”
“아, 안 돼!”
“죽기 싫어!”
양회가 있던 사령부가 브레스에 휩쓸리자.
어느 정도 지시를 듣던 중국 유저들의 진영과 대열이 완전히 무너졌다.
“지금이군.”
도망치는 중국 유저들의 앞과 뒤를 해골병들이 막아섰다.
앞은 해골병, 뒤는 드래곤이 있는 포위망.
그래도 아예 퇴로를 닫아 두진 않았다.
대신 좁은 길 몇 곳을 열어 준 뒤, 그곳으로 달아나는 유저들을 공격했다.
수천 명이 넘는 유저들이 제대로 싸운다면 금속 해골병들이라도 어느 정도 파괴를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도망치는 유저들이라면, 열 기, 아니 한 기도 부서지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었다.
“딱. 딱.”
그렇게 남은 인원들이 모두 쓰러진 뒤.
전장엔 수천 개의 아이템, 그리고 드래곤과 파프닐만이 남았다.
“흥……! 버러지 같은 놈들…….”
드래곤, 아르고낙스는 그제야 날개를 펼치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보스 사냥이 실패로 끝났으니, 보스가 필드에서 떠나는 시스템.
순식간에 산 대여섯 개를 넘어 다른 곳에 다다른 아르고낙스가 땅으로 내려왔다.
“감히 벌레들이 그렇게 모여서 나를 잡을 수 있다 생각하다니……. 실로 벌레답구나.”
아르고낙스는 숨을 몰아쉬었다.
기묘한 술법, 이계의 신의 힘에 꽤 힘을 빼긴 했지만.
결국 그놈들은 자신의 발과 꼬리, 그리고 브레스와 마법에 전부 죽었다.
도망치던 녀석들도 뭔가에 막혀 움직이지 못했고…….
‘……뭔가 잊어버린 것 같은데?’
아르고낙스의 고개가 갸웃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뭔가 근질거리는 무언가를 잊어버린 느낌.
그때였다.
-바람처럼 흩어지는~ 정의의…….
이상한 노래가 들린다 싶더니, 갑자기 아르고낙스의 가슴팍에서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크, 크아아아악!”
괴성을 지른 아르고낙스가 몸을 굴렸다.
“웃차.”
그 앞에 내려선 울프컷 청년, 킨도르한이 숨을 골랐다.
“설마 진짜 올 줄이야.”
“준비는?”
“물론 마쳤지. 부르면 돼.”
“잘됐군.”
파프닐이 손가락을 튕기자 수많은 해골병, 엘리트 해골병과 해골 리치 들이 일어섰다.
“그럼 바로 시작하지.”
드래곤의 자연 회복력은 상상을 초월하기에, 파프닐은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해골병들은 날개를 공격해 없애고, 1호와 쏘닉 너희들은 놈의 몸에 있는 상처를 헤집어라.”
“딱!”
“알겠습니다.”
지시받은 언데드들이 곧바로 아르고낙스에게 달려들었다.
진짜배기 드래곤 사냥의 시작이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