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618)
618화
“허억…… 헉…… 퉤엣.”
온몸에 상처가 가득한 킨도르한이 피 섞인 침을 뱉었다.
“시X……. 더럽게 아프네…….”
드래곤의 발톱이나 이빨에 스친 몸, 심지어는 비늘을 때리면서 손에도 상처가 났다.
그야말로 피로 온몸을 물들인 모습.
수많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킨도르한의 얼굴은 밝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상처를 낸 상대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 크아아아아악! 크아아아아아!”
아르고낙스가 포효하자 독한 냄새가 사방에 퍼졌다.
마치 화공 공장에 화재라도 난 듯한 악취.
드래곤을 죽일 때 나오는 냄새였다.
“커, 커어어어…….”
하늘로 앞발을 뻗던 아르고낙스의 몸이 축 늘어지더니, 이내 생명 반응이 멈췄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쩌어억.
가슴팍에 난 검 자국 사이로 드래곤의 피에 젖은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잡았군.”
남자, 파프닐은 널브러진 아르고낙스의 사체를 보며 씩 웃었다.
“역시 이런 건 남이 먹으려던 걸 가로채 먹는 게 제일 맛 좋다니깐?”
천마신교 유저들을 상대하며 HP, MP가 빠진 데다가, 곳곳에 상처까지 난 드래곤은 더 이상 위험한 적이 아니었다.
사실상 막타만 친 셈.
“와……. 진짜 잡았네.”
킨도르한이 감탄에 어린 눈으로 다가왔다.
“드래곤 슬레이어……! 씨바, 나도 이 칭호를 따 보는구나.”
“아직 없었나?”
“너도 처음 아닌가?”
“나는 한 번 있다. 해츨링이지만.”
“오……. 성룡이었으면 최초의 드래곤 슬레이어일 수도 있겠는데?”
“그럴 수도.”
수많은 드래곤 헌터의 드래곤들을 잡아 온 파프닐에게 그 정도는 딱히 자랑스러워할 만한 것도 아니었다.
그보다 중요한 건 이 드래곤의 사체를 챙기는 일이었다.
“킨도르한, 말한 장비들은?”
“가져왔지.”
킨도르한은 씩 웃으며 커다란 상자를 꺼냈다.
“특대급 아공간 인벤토리 열 개, 그리고 괴수 해체용 톱과 마법공학 대형 커터, 분쇄기, 그 외에 유럽 서버에서 쓰이는 대형 몬스터 해체용 장비들 전부.”
거대 길드에서나 쓰는 몬스터 해체용 장비들은 굉장히 고가의 가격에 취급도 주의를 요한다.
하지만 전쟁 중인 지금은 이 장비들 모두가 애물단지가 된 상황.
덕분에 킨도르한은 가격을 후려쳐서 정가의 50%가량에 모든 장비를 가져올 수 있었다.
“좋군.”
수완이 있는 사람이 있는 건 여러모로 편했다.
“그럼 바로 해체를 시작하지.”
파프닐은 해골병들과 함께 장비들을 들고 드래곤의 사체를 가공하기 시작했다.
“해체 시작.”
-아르고낙스의 사체를 해체합니다.
-해체를 시작했습니다.
-현재 진행률 : 0/100%
해골병들이 기계들을 능숙하게 다루며 드래곤의 가죽을 베어 내고 속살을 파냈다.
파프닐도 직접 창을 들고 가죽을 베어 내거나, 살과 근육, 힘줄을 잘라 빼냈다.
다른 곳으로 드래곤의 사체를 옮기는 것도 힘들뿐더러, 시간이 지나면 사체가 부패해 힘줄이나 피 등의 등급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기나 과일 등이 시간이 지나면 상하는 것과 같은 원리.
“가죽이나 뼈는 내가 베지. 너희는 살코기를 해체해서 분리하도록.”
“딱!”
“딱!”
수천 마리의 해골병, 해골 리치, 엘리트 언데드 들이 움직이자 산만하던 드래곤의 사체가 순식간에 부위별로 해체되었다.
-드래곤의 피(레전더리) 1통을 획득했습니다.
-드래곤의 피(레전더리) 1통을 획득했습니다.
-드래곤 생고기(레전더리) 1톤을 획득했습니다.
-드래곤 힘줄(레전더리)X100개를 획득했습니다.
……(후략)……
“진짜……. 어처구니가 없네.”
킨도르한이 혀를 내둘렀다.
“무슨 나오는 것마다 레전더리 아닌 게 없냐?”
드래곤이 어째서 최고의 보스 몬스터로 여겨지는 것인지에 대한 답이었다.
뼈, 가죽과 비늘은 하이퍼급 방어구의 소재.
고기와 지방은 최고 등급 요리인 별 6개급의 코스 요리의 식재료로.
눈이나 뇌, 폐 등은 하이퍼급 연금술, 사역 마법 등의 재료가 된다.
그러나 가장 큰 보상은 이들 중 어떤 것도 아니었다.
“……찾았다.”
사체를 해체하던 파프닐이 자신보다 더 큰 검은 보석을 발견했다.
보석에 손을 대자 빛과 함께 쪼그라든 보석은 커다란 사과만큼의 크기로 변했다.
-아르고낙스의 드래곤 하트(하이퍼)를 획득했습니다.
드래곤 하트(하이퍼).
드래곤이 가진 무한한 마력의 근원이자.
하이퍼급 아이템 중에서도 최상급에 속하는, 호라이즌에서 가장 귀중한 재료다.
무기나 방어구는 물론, 다른 어떤 곳에도 들어갈 수 있고.
소켓에 끼워질 시 장비의 등급을 두 단계는 높일 수 있는 보물.
“……오!”
킨도르한이 눈을 빛내며 다가왔다.
“그게 드래곤 하트인가?”
“맞아.”
“오…….”
한참을 눈여겨보던 킨도르한의 표정이 일순 미묘해졌다.
“……잠깐만, 이게 진짜라고?”
“그래.”
“설마…… 다른 보석 아냐?”
“왜 그러지.”
파프닐의 질문에 킨도르한은 머리를 긁으며 대답했다.
“아니, 그게. 내가 우미간파 덕분에 암시장 물품이나 이런저런 거 관리하는 건 잘 알지?”
“알고 있다.”
한국 서버의 음지 암거래 시장에 나오는 품목 중 7할은 우미간파의 눈을 피하지 못한다.
나머지 3할은 파이브스타 길드나 헤르메스의 날개에서 누구에게도 개방하지 않는 내부 거래망을 통해 거래되는 아이템들.
그런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암시장에 나오는 모든 아이템을 관리, 통제하고 있는 게 킨도르한이었다.
“그러던 중 얼마 전 엄청난 매물이 왔거든. 드래곤 하트라고 했었나.”
“설마…….”
“감정사들도 다 진짜라고 하고, 마력도 많이 느껴져서 샀는데…….”
숨을 들이마신 킨도르한이 말했다.
“그건 진짜 심장처럼 생겼었는데……. 이건 보석처럼 생겼네?”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킨도르한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그 모습을 보던 파프닐이 말했다.
“사기가 아니면 판매자도 드래곤이라 착각한 마물일 거다.”
“……큭……!”
“뭐, 너무 자책하진 않아도 된다. 진짜 드래곤 하트를 본 게 이번이 처음일 테니까.”
“커헉……!”
부들부들 떠는 킨도르한.
“두고 보자……. 그 사기꾼 녀석들. 반드시 잡아서 게임 접게 만든다…….”
“킨도르한.”
“응, 어?”
“아마 그건 용의 심장일 거다.”
용의 심장.
드래곤 하트라 할 수 있는 여의주만큼은 아니지만, 강력한 마력이 들어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마냥 사기는 아닌 셈이지.”
“……역시 그렇지?”
“그래, 그러니 작업에 집중하도록.”
“흠흠, 그럼 그럼. 나 킨도르한이 사기당할 리 없지.”
기운을 찾은 킨도르한이 다시 작업에 들어갔다.
그렇게 사체 해체를 마치고 정리하자, 드래곤의 가죽과 뼈, 각 부위가 아공간 인벤토리에 가득 채워졌다.
건물 여러 채를 넣을 수 있는 아공간 주머니가 열 개이지만.
분량이 약간 부족해서, 인벤토리에 약간 더 공간을 만들어 채워야 했다.
“다 됐군.”
“후……. 그럼 이제 이걸 어떻게 하지?”
“바로 가져가야지.”
“그럼 일단 이걸로 드래곤 하트는 구했고…….”
다음에 필요한 건 최고의 귀금속 중 하나인 오리하르콘.
드래곤 하트보다야 쉽지만, 쉽게 구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일단 한국 서버로 돌아가서 어떻게든 오리하르콘을 공수해 와야……. 응?”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킨도르한은 파프닐이 걸음을 옮기자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너는 먼저 다크 형제에게 가 있도록.”
이어지는 말을 들은 킨도르한의 표정이 어처구니없게 변했다.
“나는 오리하르콘을 가지고 바로 뒤따라가지.”
“뭐……?”
***
“오오……!”
“말도 안 돼, 정말 구해 오셨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파프닐은 정말로 오리하르콘을 구해 왔다.
방법은 간단했다.
아르고낙스의 빈 레어에 있던 보물 중 오리하르콘을 전부 모아 가져온 것이다.
드래곤이 죽으면서 텅 빈 레어에 놓인 보물들은 그대로 파프닐의 차지.
수천 년 동안 모인 금은보화, 귀금속에 있던 오리하르콘과 미스릴, 아다만티움 등은 다크 형제에게 필요한 양을 한참이나 초과할 정도였다.
“감사합니다. 파프닐 님!”
“정말 어떻게 은혜를 갚아야 할지…….”
다크 형제는 연신 상반신을 숙였다.
“감사해야지. 정말 어마어마한 걸 가져왔으니까.”
킨도르한이 투덜거렸다.
판다면 수십억 정도를 받을 수 있는 아이템을 저런 기계 제작 따위에 내놓다니.
아무리 파프닐이 뛰어난 플레이어라지만, 이번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대신 조건이 있는데.”
“예.”
“저와 프론티어 길드가 귀하들을 고용해도 되겠습니까?”
“……예?”
“물론입니다!”
다크 형제가 눈을 빛냈다.
지금 상황은 두 사람이 시골에서 근근이 발명을 하던 중.
갑자기 만X르 같은 석유 부자가 와서 자신들을 고용한다고 말한 것과 같았다.
“그럼 계약을 해야 하는데……. 대금은…….”
“계약이요! 조건은 정말 편하신 대로 해 주십쇼.”
“연구 대금이랑 생활비만 주셔도 충분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건을 재는 건, 자칫 자신들에게 손길을 내미는 만X르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짓이었다.
“흠……. 알겠습니다.”
파프닐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었다.
“그럼 두 분은 이제부터 저희 프론티어 길드원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이제 길드 마스터로서 첫 지시를 내려야겠군.”
파프닐은 차고 안에서 조립 중인 잠지함을 보았다.
“저 잠지함은 폐기하도록.”
“What?”
“방금 뭐라고…….”
“저 잠지함을 폐기하라고 했다.”
그 순간 다크 형제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방금의 제안은 정말 감사하지만, 없던 일로 하죠.”
“저 잠지함은 저희의 꿈이자, 호라이즌의 로망입니다. 그걸 버려서야 길드에 들어갈 이유가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제안과 막대한 지원, 투자라도.
잠지함을 만들지 못하면 미련 없이 일어나는 진정한 ‘공돌이’들.
그러나 그들이 착각하는 게 있었다.
파프닐이 잠지함을 폐기하라고 한 것은, 저 잠지함으로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뭔가 착각하고 있군요. 두 분 다.”
“……!”
“……!”
다크 형제의 등골에 식은땀이 어렸다.
저 파프닐은 드래곤 하트마저도 단숨에 구해 오는 능력자.
만약 여기서 싸운다면 자신들은 무조건 죽는다.
긴장감이 팽팽한 가운데 파프닐이 말했다.
“재료는 드릴 테니까, 잠지함을 새로 만들라는 뜻이었습니다.”
“네?”
“새로?”
“저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작아서, 제대로 된 큰 것을 만들어야지 싶었거든요.”
말을 마친 파프닐이 인벤토리에서 아공간 주머니를, 그리고 그 안에서 드래곤 뼈와 가죽을 꺼냈다.
“재료는 여기 드리겠습니다. 이것들을 이용해서 드래곤 크기의 잠지함을 한 척 제작해 주십시오.”
“어…….”
“HOLY…….”
다크 형제는 서로를 흘긋 보았다.
“마인 형, 나 지금 살아 있어?”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오우, SHIT…….”
말을 마친 다크 형제들이 갑자기 사라졌다.
-메인 다크 님이 로그아웃했습니다.
-마인 다크 님이 로그아웃했습니다.
“어? 잠깐만…….”
“감정이 격해져서 기계가 자동으로 로그아웃시킨 걸 거다.”
게임 중 심장마비나 호흡곤란 등이 오면 위험하기에, 생체리듬이 이상해지면 호라이즌은 자동으로 접속을 끊는다.
아마 이 경우는 일시적인 흥분 때문일 테니, 잠시 기다리면 괜찮으리라.
5분 정도 지났을까.
-마인 다크 님이 접속했습니다.
파앗, 접속 알림과 함께 나타난 마인 다크가 숨을 몰아쉬었다.
드래곤의 가죽과 뼈, 오리하르콘 들을 둘러본 그가 말했다.
“……까짓거, 한번 해 보죠. 마스터(Master).”
특대형 잠지함 개발 작업의 시작이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