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622)
622화
맨틀.
많은 재난 영화에서, 맨틀은 용암과 마그마가 가득 찬 액체로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나온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영화적인 요소.
현실의 맨틀은 산소와 규소, 그리고 암석 등으로 이루어진 층이 많았다.
물론 용암이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화산 아래 정도나 있을 뿐.
그러나 호라이즌의 세계는 약간 달랐다.
맨틀에 들어오자 보이는 엄청나게 많은 마그마의 흐름.
레이더 센서로 확인해 보아도 감지 영역 끝까지 마그마가 펼쳐져 있었다.
‘아무래도 게임 속 세계는 현실과 다른 모양이군.’
가상 세계인 만큼 이상한 일은 아니다.
“영화에서 보던 거랑 판박인데?”
“그러게 말이야, 형.”
“진짜 예상했던 그대로군.”
주변을 둘러보는 킨도르한과 다크 형제.
잠시 침묵하던 파프닐이 물었다.
“몬스터들은 어떻지?”
“전방을 가로막던 녀석들은 드릴로 갈아 버렸고, 다른 추격하던 몬스터들은 따돌렸습니다.”
뜨거운 마그마와 무지막지한 압력이 같이 있는 세계의 맨틀.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극한의 환경이지만, 이곳에도 살아 있는 생명체가 있었다.
불의 마나가 모여 만들어진 마그마 드래곤.
불의 정령왕을 보좌하는 최상위 정령들.
다이아몬드와 암석, 그리고 마그마로 만들어진 찬란한(brilliant) 골렘들까지.
-???에 입장했습니다.
-현재 레벨에 비해 몬스터의 레벨이 과도하게 높은 지역입니다!
-불의 마나가 가득합니다.
-순수한 마나가 가득합니다.
-불 속성 스킬의 대미지가 강해집니다.
-불 속성 스킬을 사용할 시 추가 효과가 부여됩니다.
아래로 내려가면서 종종 필드 변경 알림이 들렸다.
맨틀 계층이라도 필드가 곳곳에 존재한다는 뜻.
압력이나 온도를 버틸 수 있는 수단만 있다면, 이런 맨틀 속에서도 충분히 사냥과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최소한 레벨 1,200은 넘어야 하겠지만.’
실제로 원작 소설에서도 그 정도 레벨대의 초고수들이 지하에서 성장하는 장면이 나왔다.
주신, 초월자들의 축복을 받은 장비와 보호막을 두르고 맨틀로 내려와 용암 몬스터들을 사냥.
물론 그게 가능한 건 한 서버에서 50명도 되지 않는 숫자의 최상위권들뿐.
‘아마 우주 시대가 열린 후였지.’
시기로 따져 보면 이곳이 개방되는 건 오히려 우주 공간의 사냥터보다 훨씬 이후의 일이었다.
우주 공간이 극한의 환경이라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산소가 없는 진공, 그리고 절대영도에 가까운 저온 때문.
하지만 맨틀 층에 비하면 우주 공간은 오히려 천국에 가까웠다.
당장 특수 잠수정을 타야 하는 심해만 해도 1천 기압 정도.
그런데 맨틀 지역은 그걸 한참 넘어 수십만 기압의 압력이 상시 적용된다.
수천 도의 온도와 수십만 기압의 압력.
어스호처럼 특수하게 제작한 잠지함이 아니고서는 들어오는 것조차 불가능한 진짜 ‘마경’이 이곳이었다.
“어디…….”
파프닐은 계기판을 확인했다.
-깊이 : 지하 1,078km(1,078,325m)
-외부 온도 : 2,350°C
-압력 : 55만 기압
-현재 실드 내구도 : 98~100% (안정)
지금도 어마어마한 압력이 내리누르고 있었다.
압력을 분산해 흐트러뜨리고, 주변 대류에 흘려보내는 실드 시스템이 없었다면 아무리 드래곤 스킨이라도 버틸 수 있을지 모를 정도.
“그럼 어떻게…….”
“이대로 계속 내려가지.”
“예.”
“계속 전진하겠습니다.”
어스호는 기수를 아래로 돌리고 움직이려 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어스호 전체가 크게 흔들리며 옆으로 쓸려 가려 했다.
“무슨 일이지?”
“대류입니다! 마그마의 흐름에 휩쓸렸습니다!”
“대류?”
맨틀은 여러 개의 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판들이 움직이며 생기는 흐름이 대류였다.
바닷물의 흐름인 해류와 비슷하지만, 그 힘은 해류의 수천 배에 달했다.
“흔들립니다! 충격에 대비하세요!”
쿵, 쿠웅.
어스호가 몇 번이나 회전하며 추진력을 잃고 빨려 들어갔다.
-암석과 충돌했습니다.
-외피가 충격을 받았습니다.
-실드가 외피를 보호했습니다.
-거대 크리스탈 결정과 충돌했습니다.
-외피가 충격을 받았습니다.
-실드가 외피를 보호했습니다.
-외피 일부가 파손되었습니다.
연달아 뜨는 메시지.
다크 형제는 물론, 랭커인 킨도르한마저도 균형을 잃고 이리저리 튕겨 나갔다.
“이……. 이대로라면 어디까지 갈지……!”
“크악!”
다크 형제는 연구자이자 개발자, 공돌이다.
만든 차량을 조작하는 기본은 되어 있지만, 이런 비상 상황에서 필요한 건 기본이 아닌 전문가의 수준이었다.
그때였다.
자성 제어로 몸을 움직인 파프닐이 조종석에 앉아 레버를 당겼다.
“파프닐 님?”
“함부로 만지시면 위험합니다!”
급히 말리려던 다크 형제의 표정이 묘해졌다.
파프닐이 손을 놀림에 따라 잠지함이 뒤집히는 게 멈추더니, 천천히 아래로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무슨…….”
“조종을……!”
놀라던 다크 형제가 금방 납득했다.
호라이즌의 최상위 랭커들은 천부적인 게임 감각, 운동신경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런 천재라면 처음 하는 조종을 금방 익숙하게 하는 것 정돈 문제 되지 않으리라.
“……말도 안 되는…….”
이 때문에 파프닐에게 진심으로 경악한 건 이 자리에서 킨도르한밖에 없었다.
온 사방이 흔들리는 와중에 기계 레버를 잡고, 대류의 흐름을 조작해 아래로 내려간다.
킨도르한도 게임 천재 소리를 듣지만, 저건 차원이 달랐다.
그들이 알 리 없었다.
파프닐, 현생의 김강한은 현실에서 VR게임 세계 리그 랭킹 2위의 선수였고.
또 드래곤 헌터에서 수많은 드래곤을 쓰러뜨리며 한층 더 날카롭게 게임 감각을 갈고닦은 천재라는 사실을 말이다.
“저건…….”
레이더 앞으로 금속체 반응이 나타났다.
작은 산만 한 크기의 거대한 크리스탈 덩어리였다.
“……!”
“피해!”
킨도르한의 외침에 파프닐은 피하는 대신 오히려 더욱 속도를 냈다.
어쭙잖게 피하다가 외피와 부딪히면 그대로 끝장이기 때문이다.
“으아악!”
“오 마이 갓!”
다크 형제가 눈을 질끈 감은 순간, 어스호가 그대로 크리스탈을 산산조각 내며 통과했다.
“어어?”
“……!”
곧바로 가까워지는 다른 암석을 피하고, 기류에 타 움직이던 파프닐이 점차 중심 레버를 아래로 내렸다.
피해야 할 때 피하고, 부숴야 할 때 부수며.
최소한의 피해만으로 위험한 대류 사이를 차츰 벗어나는 모습.
몇 분이나 지났을까.
거세게 흔들리던 어스호가 점점 흔들림이 사라지더니, 곧 처음 맨틀에 들어올 때처럼 멀쩡해졌다.
“대류에서 벗어났군.”
“헉……. 허억…….”
“미친…….”
죽음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세 명에게 파프닐은 태연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계속 내려가지.”
***
그 후로도 어스호는 계속 아래로 향했다.
용암 대류를 몇 번 더 지나고, 몬스터 외에도 움직이는 거대한 암석 덩어리를 피하면서.
마침내 지하 3,000km 근방에 다다랐다.
압력이 한층 더 강해져 용암이나 암석들마저도 녹거나 다른 암석으로 변질된 곳.
“……어라.”
계기판을 보던 다크 형제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쯤 되면 슬슬 외핵이 보일 때가 됐는데.”
“그런데 레이더상엔 아직 안 보이는데요…….”
“기계가 잘못됐나?”
다크 형제의 의문도 이해할 수는 있다.
진짜 지구의 맨틀은 2,900km에서 끝나는 게 상식이니까.
그러나 이곳은 지구가 아니다.
서버의 숫자에 따라 대륙이 만들어지고 바다의 크기가 넓어지는, 0과 1로 만들어진 가상 세계이다.
그런 세계의 내부 구조가 진짜 지구와 같으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당장 맨틀도 그랬지.’
고체 형태가 많아야 하지만, 막상 펼쳐진 건 끝이 없는 용암과 마나의 거대한 흐름.
이곳은 지구의 형태, 성질만 빌려 온 별개의 세계라 보는 게 맞았다.
“어디…….”
파프닐은 실드를 보았다.
-현재 실드 내구도 : 64~68% (약간 불안)
맨틀의 하단부까지 내려오자 실드의 회복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특수한 처리를 하지 않는 이상, 나가는 순간 1초 만에 증발할 터.
아직까지는 균형이 맞춰져 있지만, 조금 더 내려가면 뭔가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슬슬 멈춰야 하나?’
그때였다.
“꿀! 너희는 뭐냐!”
“어?”
“뭐야!”
바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파프닐은 카메라를 돌렸다.
어스호의 정면에 마그마와 구분되는 흰빛이 모여 돼지의 형상을 이루고 있었다.
“드래곤의 사체로 이런 도구를 만들다니, 깜찍한 짓을 했구나, 인간.”
“그쪽은 누구지?”
“여기까지 온 노력을 봐서 알려 줄까?”
빛의 돼지가 말했다.
“나는 꾸르, 대지의 정령이다.”
“대지의 정령?”
정령술사들이 소환하는 그 정령인가?
고개를 갸웃하는 파프닐에게 꾸르가 외쳤다.
“그 녀석들은 단기 고용 알바! 인턴!”
“그럼 너는?”
“나는……. 나는 말하자면 회장 대리인이다, 꾸르.”
“회장 대리인…….”
땅의 회장이라면 다름 아닌 대지모신 가이아.
즉, 저 돼지는 대지의 신을 모시는 정령이라는 것이었다.
“엄청난 존재로군.”
“이제 알았나, 꿀!”
“그런 것치고는 그렇게 세 보이지 않지만.”
“뭐라고, 꿀!”
화를 냈던 빛의 돼지, 꾸르가 헛기침을 했다.
“아무튼 인간들이여. 이 앞은 아직 너희에게……. 아니, 영원히 허락되지 않을 곳이다. 꿀. 순순히 돌아가라, 꿀.”
“그 아래에 무엇이 있길래 그러지?”
파프닐의 질문에 꾸르는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말해 줄 수 없다, 꿀.”
“그럼 우리가 직접 가서 볼 수밖에 없겠는데.”
“그건 절대로 안 된다, 꿀.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 아니냐, 꿀.”
-협상이 실패했습니다.
꾸르의 태도는 완강했다.
절대로 이 밑으로 보내 줄 수 없다는 듯한 모습.
“어떻게 하죠?”
“설마…….”
다크 형제의 물음에 파프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희가 생각하는 그거다.”
“……알겠습니다.”
다크 형제는 비장한 표정으로 레버를 잡았다.
“나 꾸르, 절대로 여길 비킬 수 없……. 꾸르르르르꿀?”
갑작스러운 드릴의 공격에 꾸르는 경악하며 피하려 했다.
그러나 파프닐이 한발 더 빨랐다. 옆구리에 박힌 드릴이 굉음을 내며 회전했다.
“자, 잠깐! 간지럽……! 꿀, 꿀꿀꿀! 뀌이익!”
꾸르가 몸부림을 치며 버텼지만, 드릴의 회전이 격렬해지자 그대로 뒤로 밀려 났다.
“뀌이이익! 꾸히히힉! 뀌히히히힉! 안 돼! 이 뒤엔……! 봉인이……. 뀌이이익!”
결국 꾸르의 몸이 요동치더니 사방으로 흩어졌다.
멀리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들아! 거긴 안 돼! 진짜 위험하단 말이…….”
-핵의 봉인에 진입했습니다.
-???에 진입했습니다.
쿵. 드릴과 어스호의 앞이 새까맣게 변했다.
“어떻게 된 거지?”
“방금 전까진 분명 용암에…….”
“안에 들어왔군.”
파프닐이 눈을 빛냈다.
맨틀 안쪽에 있는 외핵, 혹은 다른 무언가의 벽을 뚫고 들어온 것이다.
“설마 핵에 들어온 겁니까?”
“잠깐만……. 마인 형.”
“뭐, 왜? 이제 와서 드릴로 뚫은 게 후회되냐?”
“아니, 계기판을 좀 봐.”
메인 다크의 말에 모두가 계기판을 보았다.
그곳에는 믿을 수 없는 수치가 나타나 있었다.
-외부 온도 : 35°C
-압력 : 1.5기압
“뭐야.”
“다른 공간으로 오기라도 한 건가? 워프?”
“미, 미친……. 방금 전까지 수십만 기압이었는데…….”
지옥 같던 맨틀의 환경은 거짓말이었다는 듯 멀쩡해진 바깥의 압력과 온도.
카메라를 확인한 파프닐이 말했다.
“이거 기뻐해도 되겠군.”
“응? 뭐가?”
킨도르한의 물음에 파프닐은 씩 웃으며 창을 들었다.
“외핵에 있는 던전을 최초로 탐험할 기회를 얻었으니까.”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