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625)
625화
골렘의 코드네임은 DX-1601이었다.
대생명체 전술 섬멸 병기.
임무는 간단했다.
명령이 떨어지면 그 지점의 모든 것을 파괴하는 것.
“미안하다.”
아래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를 이런 파괴 병기로 만들고 싶지 않았는데.”
목소리의 톤이 익숙하다.
골렘의 몸이 되기 전.
0과 1의 정보, 전자정보상의 데이터에 불과했을 때.
그때 인식했던 목소리다.
“아주 잘했네, —-박사. 전장에서도 자네의 병기에 대한 칭찬이 자자해.”
“감사합니다, 장군님.”
“전선에서도 활약이 크다더군. 드워프들의 결전 병기가 아무것도 못 하고 산산조각이 났어.”
“드워프들은…….”
“전선에 있던 드워프는 모두 전멸했네. 다 자네의 병기 덕분이지.”
“……감사합니다.”
“이대로 연구에 힘써 주게. 엘프와 드워프, 인간의 멸망이 머지않았어.”
“예.”
“그런데 말일세, 자율 사고 학습형 AI는 빼도 되지 않겠나?”
화면이 다른 장면을 비췄다.
장군이라 불린 목소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편이 나중을 볼 때 훨씬 좋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처음 불렀던, 그리고 미안하다 했던 목소리가 대답했다.
“DX 시리즈는 지식을 학습하고, 지식이 쌓이면 그것을 기반으로 사고해 진화를 이룹니다. 스스로 생명을 만들 수 있…….”
“상부에서는 그 점이 불만일세. AI의 판단으로 인해 더 큰 전과를 거둘 수 없게 되는 일이 많아.”
“장군님, 하지만.”
“아무리 폐하의 총애를 받는 자네라지만, 이대로라면 좋게 끝나진 않을 걸세.”
“……알겠습니다.”
장면이 사라지자 곧바로 저장 매체 안에 있던 다음 장면이 재생되었다.
“임무를 주마.”
박사님.
골렘을 만들어 준 노워프가 명령을 내렸다.
“반드시 살아서 돌아오도록 해라.”
-살아서라는 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살아서라…….”
박사라 불린 노워프는 잠시 후 대답했다.
“파괴되지 않고 돌아오라는 뜻이다.”
-기체의 파손을 감수하더라도 더 많은 적을 섬멸하라는 명령이…….
“누구의 명령이 우선이지?”
-위권 계산 결과, 박사님께서 최고 명령 순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 내 명령을 따르도록.”
-알겠습니다.
“그리고…….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박사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떨궜다.
다음 장면은 배경이 바뀌어 있었다.
하늘과 대지를 가득 메운 채 몰려오는 수많은 생명체.
인간 3백만 명, 엘프 1백8만 명, 드워프 170만 명, 신 1명, 천족 1만 3천8백 명.
센서가 인원을 파악하자마자 지시가 내려왔다.
“목표 포착, 명령 전달 완료. 섬멸 시작.”
자신과 동형 기체들이 일제히 빛의 검을 휘두르고, 눈에 내장된 기계에 에너지를 모아 타깃에게 쏜다.
적들의 검기가 날아오고, 각종 마법 공격이 기체를 때렸다.
외피에 손상이 있었지만,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크하하, 신과 드워프, 엘프 들이 마치 쓰레기와 같구나! 크흐흐하하하하하!”
장군이라 불린 자가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너는 임무를 완수했다! 최고의 병기여, 크하하하하!”
그다음은 중앙 도시, 마더 컴퓨터가 있는 수도였다.
황궁 앞으로 가는 양옆에 수많은 검은 인간, 노워프 들이 두 팔을 위로 뻗고 환호하고 있었다.
입을 벌리고 웃는 모습.
그 사이에서 자신을 만든 박사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분명 자신은 임무를 성공했을 텐데.
임무를 성공한다고 기뻐하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이유를 물어볼 기회는 없었다.
의식할 새도 없이 재생 중인 메모리가 바뀌었다.
그곳에선 땅과 하늘 전체가 무너지고 있었다.
공중 도시들이 지상으로 추락하고.
하늘에서 수많은 번개가 아군을 파괴하고 있었다.
“노워프들의 방어선이 뚫렸다!”
“용기를 잃지 말고 전진해라! 만신전의 모든 신이 너희와 함께한다!”
신으로 명명된 에너지체들의 공격은 자신과 동 기체들, 그리고 보다 출력이 높아진 고화력 개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파괴했다.
주포를 단 사령 전함들이 반격을 시작했지만, 곳곳에서 기체들이 폭발했다.
“죽여! 죽여라!”
“한 명이라도 더 죽여라아! 죽더라도 1백 명은 데리고 가라!”
불타는 공중 요새의 위로부터 장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사고 회로가 곧 지시받은 임무를 띄웠다.
-현재 임무 : 모든 적의 섬멸.
-임무를 실행합니다.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건 간단한 일이었다. 1601호에게 있어서 유기물들의 생명 활동을 끊는 일과 나무 박스를 옮기는 일은 본질적으로 같았다. 난이도의 차이가 없었다.
“나는 네가 좀 더 넓은 세상을 알았으면 했다.”
갑작스러운 화면 전환에 1601호는 정신을 차렸다. 이 경우에는 재기동했다는 게 옳았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의한 쇼트로 단절됐던 메모리 저장 장치에서 기억이 재생됐다.
대부분의 적을 섬멸하는 데 성공했던 1601호였으나, 마지막에는 알 수 없는 충격으로 인해 기능이 정지되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감정을 갖지 못한 게 오히려 너에게는 축복일지도 모르겠구나.”
창조주라 할 수 있는 박사의 목소리는 조용했다.
병에 걸린 것은 아닐까? 유기물들은 신체 생명 활동의 저조가 되면 음색이 낮아진다.
일그러진 표정도 그 때문일까?
-어디 편찮으시다면 의료 진료 쪽을 받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래, 아프구나.”
그 이후로 박사를 보는 일은 없었다.
오랜 시간 1601호는 잠들어 있었다.
작전 수행을 실패한 병기는 방위형 섬멸 병기로 개수되어 후방에 배치되었다는 정보가 입력되긴 했지만, 1601호가 깨어나는 일은 없었다.
억겁의 시간 동안 작동을 정지한 1601호가 다시 깨어났을 때 그의 광학렌즈에 비친 건 한 인간이었다.
창을 휘두르는 인간의 모습이었다.
1601호는 해야 할 일을 했다.
전력의 분석 결과 눈앞에 있는 인간 개체는 61% 휴먼 39% 뱀파이어로 구성되어 있었다.
전투 능력은 과거의 전사들과 비교해도 장군 클래스급.
그러나 본 기체에 타격을 입힐 정도는 아니었다.
그 정도의 적수는 이미 숱하게 처리한 적 있었다.
-승리 가능성……. 88%. 본 기체는 항복을 권유한다.
1601호는 천천히 인간을 압박해 나갔다.
도시의 방위 시스템 중 권한이 닿는 것들을 조종해 상대를 좁은 곳에 몰아넣고, 공격을 계속하며 상대의 행동을 제한해 나갔다.
-기체 내부 손상 3%.
-수리를 권장함.
무슨 일이지? 내부 상태를 확인한 1601호는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자력과 금속.
인간이 내지르는 창에 맞을 때마다 주변 부위가 자력과 이물질 금속이 침투하며 연결부를 부식시키고 있었다.
특별한 능력을 지닌 개체.
흔한 일은 아니지만, 이런 적과 조우한 게 아예 처음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적들은 전부 대처할 수 있었다.
1601호는 거리를 벌리는 인간을 향해 에테르 소드를 휘둘렀다.
“주님께서는 같은 동족이라 할 수 있는 드워프의 절멸만을 목표로 노워프를 만드셨지. 우리는 파괴만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종족이 오래갈 리가 없어. 그래도 나는 가능성을 봤어. 피가 흐르지 않는 금속으로 된 네가 만들어진 건, 태어난 건 실수였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우리 같은 종족이 사라지고 나면 네가 다시 사람의 세계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투 도중 뜬금없이 음성 데이터가 전자 두뇌 내에서 재생됐다. 그건 틀림없는 창조주의 목소리였다. 1601호는 기동이 정지된 상태라 할지라도 주변 환경을 모두 녹음하고 기록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박사의 손이 1601호의 두부 유닛을 매만졌다. 검붉은 액체가 광학렌즈를 타고 흘러내렸다. 붉은 화면 너머로 박사의 얼굴이 보였다.
찡그려진 얼굴에 입술을 말아 올린 그 얼굴은 1601호의 데이터에서는 웃음이라고 기록되어 있었지만 해석할 수 없었다.
“너 하나만큼은 숨길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미래에는 네가 감정이란 걸 깨쳤으면 좋겠구나.”
박사의 생명 반응이 끊어진 건 그때였다.
그 뒤로 보이는 모습은 항상 박사와 대화하던 장군이란 남자였다.
“이런 곳에 숨기고 있었나…….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모르는 매국노, 아니 종족 자체를 팔아먹은 비열한 작자가……. 좀 더 빨리 발견했더라면, 이 데이터를 양산할 수 있었더라면 전쟁의 승패가 바뀌었을지도 모르는 것을.”
“뭐 이렇게 단단해!”
알 수 없는 기록 재생을 멈추게 한 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1601호는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동체의 대다수가 사라진 걸 깨달았다.
침입자는 눈앞에 있었다. 그 곁에는 도시 내에 비치되어 있던 반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대구경포가 있었다.
오래전 드워프의 거신병 골렘마저도 일격에 침묵시킬 수 있었던 저 병기라면 1601호에게도 충분한 타격을 줄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어떻게 기동한 거지?
대답은 금방 알 수 있었다.
인간의 손에서 뻗어 나간 금속이 포신과 포구 내부에 들어가더니, 에너지가 응집되고 있었다.
금속 조종.
저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 능력으로 쓸 수 있는 가장 강한 장비가 있는 곳으로 자신을 유인한 것이리라.
움직여야 한다.
박사가 올 때까지.
새로운 지시를 내려 줄 때까지 이 도시를 지킨다는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이상, 아직 잠들 수 없었다.
-비상!
-현재 상태 : 긴급 수리 필요.
-우현 팔 부위 : 파괴.
-좌현 다리 : 매우 깊은 손상.
-우현 다리 : 통제 불가능.
-두뇌 부분 : 매우 깊은 손상.
-감지된 적 : 1체.
노이즈가 가득한 화면 사이.
자그마한 인간 한 명이 드러난 내부 부품에 창을 찌르고 있었다.
장갑이 사라진 부품은 창날에 닿을 때마다 해당 부위의 자력이 반응하면서 구조가 부서지고, 그때마다 주변의 부품들마저 에러를 띄우며 과부하 알림을 보내온다.
-현재 승률 : 13%
-경로 예측 중.
-대처 방안 : 광역 에너지 실드…….
회로에 내장된 전투 AI가 승률과 전술을 계산해 냈다.
-현재 승률 : 8%……. 5%……. 3%……. 1%……. 0.5%…….
-공격에……. 닿지…… 않……. 에러 발생.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승률은 급격히 낮아지고, 그에 비례해 1601호의 스크린에 나타나는 붉은 느낌표의 숫자가 늘어 갔다.
-계산……을…… 해야…….
침입자의 모습을 담기 위해 렌즈를 돌리는 1601호.
그러나 타깃 대신 화면에 나타나는 건 익숙한 한 명의 노워프였다.
-어……째……서? 에러……. 수정…….
1601호의 머리 중심에 박혀 있던 전원 램프가 덧없이 점멸했다.
스크린에 뜨는 수많은 과거의 기록은, 어느새 1601호를 과거로 데려다 놓고 있었다.
그 속에서 1601호는 방금 가동을 시작한 최신 기계가 되어 있었고, 눈앞에는 자신을 만든 창조주가 서 있었다.
-박……사…….
어째서지?
전투 기계에 이런 것은 불필요한 리소스 낭비일 텐데.
왜 계산 대신 이런 의미 없는 장면이 나타난단 말인가.
-에너지 부족.
-메인터넌스 시스템 유지 불가능.
-기체……. 합체 형태 강제 해제.
1601호의 목소리가 끊겼다.
파지직. 파슷.
거대한 빛의 검이 사라지고, 아직 남아 있던 육체에서 수많은 큐브가 힘을 잃은 채 떨어져 나왔다.
쿵. 쿵.
그대로 부서진 1601호의 머리 부분이 파프닐을 응시했다.
“헉……. 헉…….”
파프닐과 1601호는 잠시 그렇게 서로를 응시했다.
얼마 후 1601호의 스피커 부분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런……가……. 이……건…….
얼굴 부위에 있던 붉은 램프의 불빛이 한 번 점멸하더니, 이내 완전히 빛을 잃었다.
-수호자 골렘을 처치했습니다.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중략)……
-레벨 업!
-절대 이길 수 없는 차이의 힘을 지닌 적을 처치했습니다.
-금속 지배 스킬의 숙련도가 +5% 상승했습니다.
-자성 제어 스킬의 숙련도가 +10% 상승했습니다.
-자성 제어 스킬이 자성 지배 스킬로 진화했습니다.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새로운 칭호 ‘불멸자를 이긴 필멸자’를 획득했습니다.
-힘 스테이터스가 영구적으로 +3 상승했습니다.
-민첩 스테이터스가 영구적으로 +3 상승했습니다.
-용기 스테이터스가 상승했습니다.
-강력한 신격에 위압당하는 확률이 줄어들고, 위압의 효과가 줄어듭니다.
-카리스마 스테이터스가 +100 상승했습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