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626)
626화
전투로 파괴된 거리의 어느 건물 안쪽.
파프닐은 그 안에 들어가 아무렇게나 바닥에 누워 있었다.
평소라면 스크린 샷을 찍거나, 공략 노트에 적의 정보를 기록해 둘 터.
그러나 지금은 그럴 힘조차도 나지 않았다.
“엄청난 적이었군…….”
드래곤도, 다이야마토나 롱암도.
지금까지 파프닐이 호라이즌에서 만난 그 어떤 몬스터보다도 강했다.
그럴 만했다.
플레이어들의 레벨이 1,200을 넘어, 우주나 맨틀 공간을 사냥할 수 있을 때.
거기서 한층 더 강해져야 들어올 수 있는 고대 던전의 보스가 바로 저 녀석이다.
물론 파프닐도 드래곤 헌터에서 수많은 압도적인 보스 공략을 성공리에 해 왔다.
그러나 이 정도로 죽음의 위기를 느낀 건 오랜만이었다.
“오랜만에 죽을 뻔했어.”
지금까지의 모든 몬스터를 합쳐도 그보다 더 강한 괴물 골렘.
공략법은 다름 아닌 도시의 금속과 자동 방어 시스템, 그리고 파프닐이 가진 스킬인 금속 지배와 자성 제어 스킬이었다.
인간이 총을 써서 코끼리를 쓰러뜨리는 것처럼.
도시의 몬스터인 가디언에게 대미지를 주기 위해선 마찬가지로 도시에 있는 병기를 쓰면 된다.
발상을 떠올리자 조작은 간단했다.
방어 병기를 이루는 금속을 지배해, 방향을 돌린 후 발사 트리거를 작동시키면 된다.
자성 제어와 금속 지배 스킬이 없었다면 이기지 못했을 터.
“그럼 일단 이것부터 해야지.”
파프닐은 골렘의 파편들 사이로 가 아이템을 챙겼다.
-마그니온 회로(레전더리)를 획득했습니다.
-알하드 증폭기(레전더리)를 획득했습니다.
-베이넘 실드(레전더리)를 획득했습니다.
-마스터 큐브(???)를 획득했습니다.
골드는 떨어지지 않았지만, 1,500레벨대의 레전더리 아이템이 무려 세 개. 거기다 등급이 알려지지 않은 AI 두뇌까지.
파프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운이 좋군.”
레전더리 아이템은 쉽게 얻을 수 없다.
특히 고레벨 레전더리 아이템은 더욱 그렇다.
‘골렘의 회로와 부품……. 이건 쓸 만하겠어.’
방패는 지금 쓸 수 없지만, 불멸자들에게 거래의 용도로 내밀 수 있으리라.
파프닐은 레전더리 등급의 AI 두뇌를 바라보았다. 아직 게임에 등장해서는 안 될, 깊은 땅속에 묻혀 있던 수호자의 영혼.
“그러고 보니 이 녀석 마지막쯤에 움직임이 둔해졌던 거 같은데.”
어딘가 고장이라도 난 것일까. 레전더리 등급이라면 언젠가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미리 결점을 파악해 두는 건 나쁜 일이 아닐 터였다.
어찌 됐든 간에 챙겨 두기는 할 테지만.
인벤토리에 물건을 넣은 파프닐은 다른 세 사람을 불렀다.
“마스터 파프닐!”
“괜찮으십니까?”
깜짝 놀라 달려온 다크 형제의 옆.
킨도르한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참 내, 내가 지금까지 너 많이 보긴 했지만……. 이건 역대급이네.”
본래 레벨에서 몇백이나 더 높은 구간의 몬스터, 그것도 보스 몬스터를 사냥했다.
심지어 NPC나 대규모 인원 레이드도 아닌, 단신으로 싸워 이긴 것.
영상이나 방송으로 나왔다면 호라이즌 유저 랭킹 1위 논쟁은 깔끔하게 종결되었을 거다.
“파이브스타나 천마도 걱정 없겠는데?”
“그건 아닐 거다.”
파프닐은 고개를 젓고 말을 이었다.
“그보다 시험하고 싶은 게 있다. 잠시 나를 데려가 줄 수 있겠나?”
“어? 어디로?”
킨도르한의 대답에 파프닐은 도시 중앙에 있는 탑을 가리켰다.
원뿔형의 탑 꼭대기엔 크리스탈 구조물이 마치 토성의 고리처럼 떠 있었다.
“저기로?”
“저 탑 꼭대기.”
“뭐, 어렵지 않지.”
파프닐과 킨도르한, 다크 형제는 탑 끝으로 향했다.
골렘을 쓰러뜨리자 더 이상 둘의 앞을 막는 몬스터는 없었다.
그렇게 탑 꼭대기에 오른 파프닐은 꼭대기의 안테나에 손을 댔다.
“…….”
[파장 증폭기에 접속했습니다.] [현재 도시의 보호 결계 파장이 발사되고 있습니다.]“후…….”
예상대로 중앙 탑은 도시를 보호하는 결계를 쏘고 있었다.
인간이나 지성체는 들어올 수 있지만, 아다만티움 공벌레나 외핵 동굴 속 다른 마물들의 침입을 막는 용도이리라.
“어디 한번 볼까?”
파프닐은 금속 지배를 써서 보호 결계 파장을 끈 뒤, 그곳에 대고 자성 지배 스킬을 사용했다.
-자성 지배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파장 증폭기의 파장이 일시적으로 끊겼습니다.
“뭐 하는 거야?”
“실험.”
“실험?”
“이곳의 시설을 써서 계획을 진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킨도르한의 질문에 파프닐은 간단히 대답한 뒤 말했다.
“마인, 메인 다크.”
“예.”
“네?”
“탑 안으로 들어가 가장 큰 큐브를 보면 보호 역장을 생성하는 공급하는 시설이 있을 거다. 그것을 끄도록.”
“예.”
“알겠습니다.”
자성 지배로 알아낸 구조를 가르쳐 주자, 다크 형제는 곧바로 내려갔다.
잠시 후 역장이 꺼지자 파프닐은 다시 한번 기계에 손을 대고 자성 지배를 사용했다.
-자성 지배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자성 지배 스킬의 효과가 증폭됩니다.
아까 전과 다른 메시지가 뜨며 스킬이 정상적으로 증폭되었다.
기존에 있던 방어 역장을 끄자 증폭기로 자성 지배 스킬을 증폭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음 순간.
파프닐은 손에 느껴지는 무게감에 눈을 크게 떴다.
‘이건…….’
부드러운 이불 열댓 겹 아래에 팔을 깊이 집어넣은 듯한 느낌.
모래성 아래에 팔을 집어넣은 느낌과도 비슷했다.
차이점이라면 위쪽의 이불들이 슬라임이나 젤리처럼 액체로 이루어져 있고, 그 이불들이 천천히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게 맨틀 판이겠군.’
호라이즌의 세계도 지구를 본떴기에, 그에 맞게 맨틀 판이 있다.
‘어디…….’
파프닐은 자력을 움직여 맨틀 판 하나에 간섭하려 해 보았다.
다음 순간 MP가 엄청난 속도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우웃……!’
수 초 만에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MP.
급히 자력 지배 스킬을 끄자 MP의 소모가 멈췄다.
예상외의 사태에 파프닐은 입맛을 다셨다.
‘엄청난 소모량이군.’
고작 3초가량 간섭하는 데 MP의 절반이 빨려 나갔다.
마나를 무한히 가지지 않는 이상, 이 시설은 쓰기 힘들어 보였다.
“이 정도인가.”
손을 뗀 파프닐이 씩 웃으며 생각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영향을 끼칠 수 있겠어.’
고대 노워프들의 증폭기를 사용한다면 맨틀 판에 충분히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사실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만약 맨틀에 영향을 주는 게 불가능했다면, 생각해 뒀던 제2안으로 넘어가야 했을 테니까.
‘원래는 증폭기를 직접 만들어 설치해야 했을 텐데, 그건 아니라 다행이군.’
확인을 마친 파프닐이 고개를 돌렸다.
“이제 함으로 돌아가지.”
“확인하실 건 다 끝내셨습니까?”
“그래.”
그러고 보니 한 가지 잊은 게 있었다.
파프닐은 캐시 숍에서 유료 웨이 포인트 마법진을 구매했다.
가격은 무려 39,900원!
마을 안에 한정, 게다가 모든 마을 NPC의 허가를 받아야 놓을 수 있다는 제한 조건이 있기에 구매 순위에서는 항상 하위권을 차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지하 마을에선 그런 제한 따윈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다.
-웨이 포인트 설치가 완료되었습니다.
-해당 아이템은 설치자 1인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해당 아이템은 모든 유저를 통틀어 1마을당 1개만 설치 가능합니다.
설치를 마친 파프닐이 말했다.
“함으로 돌아간다.”
“알겠습니다.”
어스호에 가까이 가자 갑자기 무시무시한 열기가 느껴졌다.
“이건?”
천장에서 떨어진 용암이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이건…….”
“우리가 뚫은 구멍으로 용암이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진 어스호가 막고 있던 구멍이었지만, 틈새 사이로 용암이 새며 점차 어스호를 밀어 내고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이곳 전체가 용암에 잠길 겁니다!”
“빨리 타세요, 지금 이곳을 탈출할 겁니다!”
“그, 그 정도인가?”
“심각합니다! 바깥의 압력을 생각해 보세요!”
맨틀이 내리누르는 압력에 비해 이곳은 지상 수준의 압력밖에 없다.
지금은 용암이 흘러내리고 있지만, 무언가 일이 터지면 이 동굴 전체가 순식간에 납작하게 눌릴 수 있었다.
“일단 타세요! 어서!”
다크 형제가 급히 문을 열었다.
그때였다.
데굴.
파프닐의 발치에서 빛나는 공 같은 것이 굴러갔다.
“이건?”
“아다만티움 공벌레……!”
지금까지 숱하게 드릴로 갈아 버렸던 아다만티움 공벌레들이다.
곳곳에서 바위 밑에 숨어 있던 수많은 공벌레가 나타나더니, 어스호를 향해 몰려가고 있었다.
“위, 위험……!”
다크 형제가 급히 문을 닫고 도망치려던 순간.
공벌레들이 그런 다크 형제를 스쳐 지나가며 공중으로 통통 튀어 올랐다.
“저건…….”
용암이 흐르는 틈에 붙은 공벌레들은 균열을 몸으로 막았다.
그 자리로 수백 마리의 아다만티움 공벌레가 뭉치더니, 곧 새로운 벽과 천장이 되어 굳어져 갔다.
“이건…….”
“저 녀석들이 저런 습성을 가지고 있었군.”
평소에는 바위 밑에 숨어 있지만, 위기에 처했을 땐 스스로를 희생해 새로운 벽이 되는 것이다.
다크 형제는 물론 킨도르한도 살짝 감동해 아다만티움 공벌레들을 보았다.
“흠…….”
한편 파프닐은 약간 다른 관점에서 이 상황을 보았다.
‘저런 습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요새가 될 수 있었군.’
꽤 유용한 습성이었다.
어스호는 물론, 금속 지배로 전투를 하거나 건축물을 만들 때 공벌레를 쓰면 여러모로 유용할 것 같았다.
“킨도르한.”
“응?”
“아다만티움 공벌레를 챙겨라. 미스트 섬에서 이 녀석들을 사육한다.”
“뭐? 너 미쳤어? 그러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함부로 다른 생태계의 동물들을 퍼뜨리면 생태계가 무너지고 만다.
그런 의미에서 킨도르한의 걱정은 타당했다.
“걱정 마라. 곤충 사역 스킬을 써서 확실하게 제어가 되는 녀석들만 데려갈 테니.”
“……그렇다면야 상관없지만.”
“오히려 이 녀석들 사육에 성공하면 아다만티움이 무한하게 늘어나겠지.”
“아다만티움이 무한……?”
킨도르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바로 가져오자고!”
아다만티움을 양산할 수 있다면, 그깟 작은 생태계(게임 속) 정도야!
킨도르한과 다크 형제가 아다만티움 공벌레를 몇 마리 실은 뒤, 파프닐은 어스호를 타고 지상으로 향했다.
‘이번 시험 잠지함 운용에서 성과가 높군.’
외핵에 있는 고대 도시에 웨이 포인트를 만들었고, 노워프란 종족이 있다는 정보, 그리고 그들의 장비를 통해 자성 지배를 전략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최소 50 이상의 폭발적인 레벨 업, 그리고 레전더리 아이템과 아다만티움 광석들은 덤.
그뿐만이 아니다.
번식에 성공한다면 최고 품질의 아다만티움을 계속 생성할 수 있는 아다만티움 공벌레들까지 챙겨 온 것이다.
실패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성공 시에는 엄청난 전력이 될 터.
‘이 정도면 계획을 좀 더 두고 봐도 되겠는걸.’
잠지함은 올 때보다 더욱 빠르게 맨틀 위로 향했다.
들어올 때와 달리 길을 알고 있었고, 조종에도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지각에 진입했습니다.
-현재 급속도로 상승 중입니다.
-지표면까지 5,000m……. 4,000m……. 3,000……. 2,000…….
순식간에 가까워지는 지표면.
잠시 후 흙을 양옆으로 밀어 내며 지상에 도착한 잠지함이 드릴을 멈췄다.
“돌아왔다……!”
“형님, 나 먼저 나갈 거요!”
문을 연 다크 형제가 먼저 앞으로 나가다가 그대로 멈췄다.
“어…….”
“이게 무슨…….”
“무슨 일이지?”
뒤따라 나오던 킨도르한의 눈이 찢어져라 부릅떠졌다.
그의 손에서 아다만티움 광석이 툭 하고 떨어졌다.
“뭐 이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세 사람의 뒤.
파프닐은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며 표정을 굳혔다.
‘……아무래도 영향이 꽤 큰 모양이군.’
눈앞에는 차고 겸 작업실 대신 거대한 골짜기가 하나 있었다.
땅 밑으로 가기 전에는 분명 평지였던 곳에 생긴 골짜기.
“야, 잠깐만…….”
웹사이트를 확인한 킨도르한이 꿀꺽 침을 삼키며 기사를 하나 열었다.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유럽 서버에 갑작스러운 지진 발생
-캐슬 방어 라인이 지진으로 붕괴, 천마신교 원정군은 로만시를 공격
-독일 대표 길드 블랙 울프, 프랑스 대표 길드 그랑드 아르메 길드가 항복하다
“……아무래도 우리 X된 것 같은데?”
킨도르한의 말에 파프닐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시인했다.
“천마의 운빨이 또 한 번 발휘된 모양이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