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628)
628화
죽은 이는 살아날 수 없다. 그건 이치이며 섭리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작별한 이를 그리워한다. 그런 염원에서 태어난 직업이 있다.
네크로맨서다.
“……영혼이 두 개라고?”
파프닐은 그런 네크로맨서 중에서도 상당한 경지에 오른 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 게임 속에서 가장 강한 네크로맨서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 사령술을 깊게 파 본 적은 없다. 그에게는 시간이 부족했다. 언제나 실리를 찾을 수 있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쪽이었다.
‘바알런이었다면 눈치챘을지도 모르겠군.’
사소한 부분이긴 하지만 당황한 것도 잠시. 금세 석연해진 파프닐은 떠오른 영혼들을 직시했다.
“골렘에게서 영혼이 떠오르다니! 이럴 수가!”
그 자리에 있던 NPC들은 아연실색했지만 정작 플레이어들은 그리 놀란 눈치가 아니었다.
이곳은 어디까지나 게임이기 때문이다. AI에 영혼이 있다는 것 정도는 놀랄 일이 아니다. 가상의 세계이니까.
“한쪽은 나를 덮쳤던 수호자겠군.”
-난……. 1601호.
“그럼 다른 한쪽은?”
[이거 놀라운걸…….]반대쪽 영혼은 새삼 놀랐다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도깨비불 같은 모습의 둥근 에너지체가 좌우를 번갈아 보는 건 제법 귀여워 보인다.
반면 파프닐은 내심 경악하고 있었다.
사령술사는 영혼에게 절대적인 억제력을 지니고 있다. 영혼을 현계에 불러낸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 낭비를 싫어하는 파프닐은 예측하지 못한 불청객에게 강제력을 실어 질문했다.
따라서 영혼에게서 나와야 할 대답은 자신은 누구이며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설명이 옳은 결과였다.
[인간도 드워프도 엘프도 모두 같이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이 정녕 도래한 모양이야. 잘됐어, 정말 잘됐어…….]그러나 영혼이 꺼낸 말은 파프닐의 질문에 대한 대답도, 복종을 뜻하는 말도 아니었다.
어떤 속박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영혼은 파르르 영체를 떨며 기쁨의 반응을 보였다.
‘어떻게 된 거지?’
호라이즌에서 플레이어의 스킬 메커니즘은 절대적이다.
즉 저 영혼의 반응도 시스템, 스킬의 규칙 내에서 해석할 수 있었다.
‘말도 안 되는…….’
파프닐은 파르르 떠는 영혼을 보며 생각했다.
‘설마 이 작은 영혼이 내 강제력을 넘어설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건가? 대체 이 녀석은 뭐지?’
카라미트의 영혼과 만났던 때 후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레벨 200이 넘지 않던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을 이뤘기에 더욱 놀라운 상황.
파프닐은 한숨을 내쉰 뒤 두 번째 영혼의 소환을 해제했다.
“일단 이쪽부터 물어봐야겠군.”
파프닐은 남아 있던 수호자의 영혼을 불러와 질문했다.
“1601호, 나와 싸웠던 수호자가 맞나?”
-그렇다…….
“그럼 너는 그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지?”
-나는……. 노워프 제국 도시를……. 적으로부터 지키고 있었다.
“적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엘프…… 드워프…… 인간…… 천족…… 마족……. 그리고 신…….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1601호에게서 파프닐은 여러 정보를 알아냈다.
그 지하 도시에서 나온 키워드인 노워프가 종족의 이름이라는 것.
그리고 노워프 종족은 다른 모든 종족은 물론, 자신을 만든 창조주에게까지 반기를 들 정도로 호전적인 종족이었다는 사실까지도.
그렇다면 어째서 도시가 외핵 안에 봉인되어 있고, 대지의 정령이 지키고 있는지도 설명이 된다.
전 종족을 상대로 전쟁을 벌일 만큼 강대하고, 호전적인 종족의 주요 도시.
승자인 신과 인간, 드워프, 엘프 들로서는 이들의 모든 것을 지상에서 지워 버리고 싶었으리라.
그냥 지워 버리기엔 기술이 탐나기도 했으니.
후환을 대비하는 겸 몇 겹으로 도시를 봉인한 뒤, 도시를 통째로 핵 속에 넣어 보내 버린 것이리라.
“그럼 지금 나와도 싸울 건가?”
-아니다.
“어째서?”
-임무보다……. 우선순위……. 술사의 지시를 따르는 것. 그뿐이다.
“거짓말은 아니고?”
-거짓말은 할 수 없다……. 나의 창조주들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
저 말이 사실이라면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수호자의 AI를 쓸 만한 곳은 무궁무진하게 많았고, 그걸 활용하기 위해선 AI의 협조가 필요했으니까.
“알겠다. 그럼 그건 이쯤 하고, 마지막 질문을 하지.”
파프닐은 1601호에게 물었다.
“마지막 질문이다. 혹시 너와 같이 있던 영혼에 대해서 알고 있나?”
-영혼? 지금 내 상태를 영혼이라고 하는 건가?
“그래.”
-그렇다면 그 질문에 대해서는 답할 수 없다.
“응?”
-메모리 회로에는 정보가 없지만……. 알지 못한다고 답하려 할 때마다 에러가 일어난다.
1601호의 말이 끊겼다. 마력으로 고정하고 있던 영혼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런.”
이대로라면 영혼이 폭주한다.
파프닐은 마력을 더 넣어 진정시킨 뒤, 재차 두 번째 영혼을 불러냈다.
“너는 누구지?”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누군가요?]“나는 파프닐, 네크로맨서다.”
다행히 강한 힘과 별개로 꽤 점잖은 성격의 영혼인 듯했다.
[보아하니 제가 죽은 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네요. 역시 전쟁 때문에 모든 발전한 기술이 쇠퇴해 묻혀 버렸고.]“……너는 노워프?”
[그렇습니다. 이름은 기억이 안 나니……. 박사라고 부탁드립니다.]“박사라…….”
파프닐은 영혼 사역 스킬을 몇 번이나 확인하며, 다른 일이 없는지 살폈다.
그 정도의 수호자를 만들고, 신들과 전쟁을 일으킨 노워프들 사이에서 박사라 불리는 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존재인지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아아, 그리 경계할 필요 없습니다. 보시다시피 제게는 아무런 힘도 없으니. 귀하께서는 보아하니 유기체에서 사후념을 뽑아내는 기술을 연마했나 보군요. 다만 그건 상당히 원시적인 술법 같은데, 현시대의 과학기술은 아직 우리 때만큼 발전하지 못한 건가요? 아무튼 간에 우리 종족들은 그런 측면의 정신‧영적인 조종법에 대해서는 프로텍트를 걸고 있어서 말이에요. 귀하의 강압적인 개입에는 거부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고 할까. 아, 그래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파프닐은 그 순간 깨달았다.
이 박사라는 자…….
[이쪽, 정확히는 저 혼자이지만 아무튼 저는 귀하와 현세의 인간, 드워프분들에게 협력할 의향이 있거든요. 조금 원시적으로 말하면 원념이 있다고나 할까, 반드시 전해야 할 게 있다고 할까. 어차피 진짜 저는 죽었고 이 자리에 있는 건 생전에 제가 갖고 있던 생각의 파편 같은 것이긴 한데도 말이죠. 그래도 대부분은 떠올릴 수 있고 이성적으로도 감성적으로도 본인은 맞는다고 생각하는데, 아무튼 간에 귀하 정도로 훌륭한 사령술사라면 제가 전하는 말에 따라서 지금 이 시대의 문명 문화 레벨을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는 아주…….]굉장히 수다쟁이 영혼이다.
***
“잠깐만.”
박사와 대화를 한 지 두어 시간 후.
파프닐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손을 들었다.
[아, 혹시 옆의 다른 분들이 제 이론을 엿들을까 신경 쓰시는 것이라면, 제가 개발한 파라켈수스식 영자 육망성 결계를 가르쳐 드릴 수 있습니다. 아마 오리지널 그대로는 쓰지 못할 테니 임시로 방위를 바꾸고, 들어가는 영자 문자를…….]“그게 아니고.”
머리가 뜨거웠다.
도대체 무슨 설정이 이렇게나 많은지.
2시간 동안 노워프 박사는 쉬지 않고 떠들며 각종 설정을 이야기했다.
“오오…….”
“호라이즌에 이런 복잡한 비사가…….”
“엘프, 드워프 들의 유적에서 본 적 있는 것 같아. 고대 문명의 유적들을 몇 개 본 적 있는데, 그 문명이 어째서 멸망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이제야 나오는군.”
더욱 어이없는 건 불러 모은 박사와 주변인들이 노트까지 꺼내 필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뭔가 통하는 게 있는 모양인지, 연신 필기나 강조를 하고, 서로 질문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후……. 학문적인 이야기는 나중에 해도 되니, 필요한 걸 물어보고 싶군.”
[네, 말씀하세요.]“이 해골 수준보다 조금 더 강한 인간들을 막을 수 있는 전력이 필요하다.”
엘리트 해골병을 소환한 파프닐이 말했다.
“그것도 당장.”
[아하, 겨우 그 정도 일에 고민하고 있었던 건가요?]박사의 영혼이 웅웅거리며 대답했다.
[그 정도야 전투 드로이드들을 양산하면 되죠. 굳이 전술 병기나 전함까지 만들 것도 없어요. 현재 문명 수준을 감안한다면, 드로이드들만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으니까요.]“전투 드로이드?”
[네, 그런데 필요한 게 두 가지 있어요.]“뭐지?”
[첫 번째는 자율형 전투 드로이드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메인 AI. 드로이드들이 아무리 간단한 양산형 로봇이라지만, 이건 1601호가 있으니까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두 번째.
영혼은 숨을 들이마시지도 않은 채 그대로 말을 이었다.
[두 번째는 도시 안에 있는 저장소를 찾아야 한단 거예요. 드로이드의 설계도, 자동 생산 설비가 담긴 저장소가 도시 안에 있거든요. 참, 이 시대 인간분들의 기술 이야기로 말하자면 설계도가 있다고 해야 하려나요. 툴을 이용해서 거대한 수정구, 아공간 안에 설계도를 넣어 두는 거예요. 그곳에…….]“알겠으니까 본론만.”
[1601호가 있던 그곳에 다시 들어가야 해요.]1601호가 있던 고대 노워프 도시.
본래는 잠지함을 타고 다시금 도시로 내려가야 하지만, 이런 일을 예상하고 미리 고대 도시에 웨이 포인트를 깔아 두었다.
“그럼 바로 가지.”
“바라는 것?”
[네.]박사의 영혼이 빛을 냈다.
[1601호……. 그 녀석의 AI를 쓰실 거라고 알고 있습니다.]“그렇게 되겠지.”
[……녀석을 전쟁 병기로만 쓰지 말아 주세요.]“……?”
[이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그리고 무엇이 있는지,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과학기술은 얼마나 발전했고, 술법은 무엇이 있으며, 살아가는 기쁨이 어떤지 알려 주세요.]병기로 쓰였던 것은 전쟁이 벌어지는 시기로 족하다.
아득히 오랜 세월 동안 도시를 지켜 온 그 녀석이라면,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라고 박사는 생각했다.
[물론 1601호의 전투력이나 활용도가 굉장하다는 점은 알고 있습니다.]“그래. 그러지.”
[쉬운 결정이 아니긴 하지만, 그러나……. 예?]“중요한 전투 때만 부르고, 평상시에는 자유와 휴가를 주지. 그 정도면 되나?”
[……예.]“좋아. 그럼 바로 갔다 오지. 다들 여기서 기다리도록.”
“예.”
“알겠습니다.”
[…….]준비를 하는 파프닐을 보며, 박사는 미소를 머금었다.
아무래도 이 시대에 펼쳐진 새로운 세상은, 자신이 살던 세상보다 훨씬 상냥하고, 또 살기 좋은 것 같았다.
***
1시간 후.
박사의 영혼은 만약 눈이 있다면 노려본다는 느낌으로 파프닐을 향해 텔레파시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