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629)
629화
시현, 시연.
대장장이와 문신사인 이들 자매는 둘 다 한국 서버의 생산 계열 유저 중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최상위 랭커가 되었다.
-SS시리즈 121번 세트 장비, 1천 골드(5억)가량에 낙찰
-‘한국의 미 넣으려고 노력했다.’ 한국 서버의 자랑, 시현. 시연 자매 인터뷰
국내는 물론 해외 랭커들까지 자매에게 커스텀 제작 의뢰를 맡기거나, 둘이 만든 세트 장비를 경매가로 붙을 정도.
그럴 만했다.
둘의 스킬이 합쳐진 시너지 효과가 만들어 낸 장비는, 장비 제작의 신이라 불리는 드워프들의 장비보다도 훨씬 더 스펙이 우월했다.
그리고 그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파프닐과의 만남이 적지 않은 지분을 차지했다.
과장 좀 보태면 시현 자매의 스킬과 레벨 중 절반가량은 파프닐 덕분에 얻은 셈.
그러니 두 사람이 파프닐의 소집에 간 건 당연한 일이었다.
“호오…….”
“흐음…….”
그렇게 도착한 현장에서, 두 자매는 AI 큐브에서 소환된 영혼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파프닐이 회의를 해산하고 노워프 박사와 함께 어딘가로 가 버린 뒤.
남은 1601호의 영혼은 수많은 과학자와 기술자 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이건…….”
“탐색 스킬을 써도 써도 계속 스킬 숙련도가 오르는데?”
“미친…….”
수개월을 들여 대작 연금술 기계를 만들어도 0.01%가 오르던 숙련도가, 1%, 1.5%씩 마구 올라간다.
공학자 플레이어들에게 이 큐브는 치트 아이템이나 다름없었지만, 두 자매는 그런 것에 크게 흥미가 없었다.
둘 다 현실에선 평범한 대학생들이었고 딱히 게임에 목숨을 건 것도 아니었으니까.
이 때문에 두 자매는 다른 과학자들이 물어보던 것과 다른 질문을 했다.
“혹시 너를 만든 박사님이 어떤 분이었는지 알려 줄 수 있어?”
복잡하고 어려운 기계 지식보다는.
노워프란 종족의 박사라는 사람 자체에 대해서 궁금했다.
사실 다른 사람들처럼 기계 부품이 어쩌니, 연금술 스킬 구조가 어쩌니 하는 이야기를 알아듣지 못해서이기도 했다.
-박사님…….
1601호의 영혼은 잠시 웅웅거리다 대답했다.
-그분과의 기억은 메모리가 얼마 없다.
“그래?”
-나는 전장에 있거나 방위 작전에 투입됐고, 대부분의 경우는 전원이 꺼져 있었기 때문이다.
의외로 1601호와 박사가 지낸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냉장고나 선풍기 옆에 24시간 있지 않는 것처럼.
방위 로봇에 시동을 걸고 잡담을 하거나 같이 놀 수는 없었으니까.
특히 전쟁이 길어지면서 그런 건 더욱 심해졌다.
마지막 한 명까지 끌어 쓰고 있는 만큼, 적은 연료라도 낭비하거나 시간을 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뭐야. 몰라?”
“그분과 잘 아는 사이 같았는데……. 아쉽다…….”
시현은 아쉬움에 혀를 차고, 시연은 손을 가슴에 모았다.
두 사람이 기대하던 박사와 로봇 간의 감성.
그리고 박사라는 NPC와 친해질 단서 같은 건 어디에도 없었다.
실망감에 입술을 삐죽 내민 시현이 무심결에 투덜댔다.
“그렇게 수다쟁이였는데, 기억이 별로 없으면 사실 별로 안 친했던 거 아니야?”
순간 1601호의 큐브에 전류가 튀었다.
파프닐과 싸울 때 있었던 메모리 에러!
딱히 명령이 입력된 적은 없지만, 1601호는 스스로 자신에게 명령을 내려 자신을 변호했다.
-그 말은 틀렸다.
“뭣……!”
-박사님은 항상 나와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려 하셨다.
“방금 전에는 같이 보낸 시간이 얼마 안 된다면서?”
-박사님은 나를 창조하는 것 말고도 일이 많았다. 많은 노워프들이 박사님을 호출했고, 나도 전투 명령을 수행하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서 그렇다. 시간이 날 때는 나와 같이 있어 주셨다.
“그래?”
-그래, 그러니 그 말은 틀렸다.
당당하게 반박하며 1601호는 박사와의 기억을 재생했다.
아무리 나쁜 부모라도 부모는 부모다.
아들은 아버지를 죽이지만, 그는 아들이 아니고.
박사님도 아버지가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어머니에 가깝다.
심지어 마지막 헤어질 때까지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가, 이제야 얼핏 그 사실을 정보가 아니라 에러를 일으키는 무언가로 받아들일 정도.
그 정도면 아무리 사람의 심장이 없는 기계라도 박사에 대한 칭찬 정도는 해 줄 수 있었다.
-그분은 다른 노워프들과 다르다.
“응?”
-그렇다. 다른 노워프들은 부하가 실수를 하면 그 자리에서 죽여 에너지원으로 삼았다. 하지만 박사님은 용서를 해 주시고, 대신 대학원생이란 것으로 삼으셨다.
“그럼 야만적이라고 다른 종족들을 비하한 건…….
-문명 수준이 크게 차이 나는 타 종족의 기술을 평가한 말일 뿐. 그 후 박사님께선 타 종족에게 기술 지원을 함으로써, 종족 전체를 노워프군의 전사들로 받아들였다.
“그…… 그렇구나…….”
-박사님께서는 상냥한 분이다. 그러니 그분께서 협력하는 너희 인간들을 나도 돕는다.
시현, 시연 자매는 끊임없이 말을 하는 1601호의 영혼에게서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1601호 입장에서는 자신의 창조주에 대한 평가를 지킨 것이기에, 임무 성공이라는 알림을 화면 한쪽 구석에 띄운다는 생각을 함으로써 자신을 치하했다.
그러나 그는 알지 못했다.
노워프뿐만 아니라 인간 수준에서도 상냥한 편인 박사가.
지금 파프닐에게 온갖 욕을 쏟아 내며 화를 버럭버럭 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
[당신 진짜 미쳤어? 하……. 씨X.]욕설을 내뱉는 박사.
파프닐은 슬쩍 눈을 피했다.
1시간 전.
파프닐은 박사의 영혼과 함께 노워프 고대 도시로 이동했다.
[화려하게……. 싸우셨네요.]“…….”
도시의 모습은 처참했다.
1601호가 빛의 대검을 휘두르며 무너뜨린 구획들이 수십 곳.
파프닐이 이리저리 날뛰며 놈을 유인했기에 피해는 더욱 커졌다.
[귀하가 한 건 아닌 것 같아 보이긴 하네요. 아무래도 현시대 사람들이 쓰는 무기나 마법은 저 건물들을 파괴할 수 없을 테니까요.]박사는 금방 상황을 파악했다.
[그렇다면 1601호와 교전 중에 이렇게 된 것일 테니까, 딱히 귀하 탓은 아니긴 해요. 솔직히 감정이 올라오지 않느냐 하면 그런 건 아니긴 한데, 그래도 상황이나 귀책을 따져 보면 납득할 만하다고나 할까……. 어쩔 수 없이 피난 행위를 한 것에 대해서 따질 이유는 없다고나 할까…….]“어디로 가면 되지?”
[아, 도시 중앙의 상아탑에 데이터베이스가 있을 거예요. 모든 네트워크를 통제하고 있으니까, 업로드된 정보도 열람할 수 있거든요. 마침 온 김에 확인할 것도 있으니, 한번 보도록 해요.]도시 중앙이란 말을 듣자 파프닐의 머릿속에 기억이 떠올랐다.
탑에 있던 에너지 증폭기와 장치들.
그걸 마음대로 쓴 행위가 혹시 들키진 않을까?
문제는 없을 것이다.
에너지 파장이 결계 유지에 쓰인다는 것은 확실히 확인했고, 결계가 잠시 해제된다 해도 별문제 없는 건 지금 도시가 멀쩡한 걸로 확인했으니까.
“일단 가죠.”
탑으로 가는 사이, 박사는 계속 쉴 새 없이 떠들어 댔다.
[이 도시가 남아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노워프 제국이 이룩한 찬란한 문명과 과학! 한때는 스페이스 햄스터나 베다인들과도 교역을 했었는데, 고작 전쟁 ‘따위’를 한다고 그 위대한 도시를 파괴하다니……. 아무리 신들이라고 하더라도, 너무 몰상식한 것 같지 않나요.] [1601호를 파괴한 게 저 대포인가요? 흐음……. 방위 시스템 중에 저런 게 있었네요. 솔직히 외피 장갑 만들 땐 한 달 동안 철야로 만들어서 조금 부족한 면이 있긴 했지만……. 전력을 다했으면 부서지지 않았을 거예요. 아마도…….]온종일 개발과 연구에 매진하던 괴짜 박사.
살아생전 원본이 어땠는진 모르겠지만, 지금 영혼으로 볼 땐 그런 이미지는 확실했다.
그리고 지금 그 박사는 수억 년 동안 봉인되어 있던 입담을 풀어 놓았다.
[결국 영체라는 게 에테르와 마나, 그리고 인간이 가지고 있던 생명력으로 이루어져 있는 거거든요. 사령술사, 귀하의 술법도 인상적이긴 하지만, 영혼의 분석이나 조합…… 등에 대해서는 솔직히 매우 낙후되었다고 해야 할까…….]“도착했다.”
[아, 네.]중앙에 있던 탑.
그 안으로 도착한 파프닐은 박사와 함께 거대한 기계 장치로 다가갔다.
[여기에 손……. 아, 귀하는 노워프가 아니니 비밀번호로 해야겠네요. 여기 이걸 누르고, 패스워드는 이거랑, 이거랑, 이걸 눌러서…….]영혼이 누르라는 곳을 누르고 기다리자, 곧 컴퓨터의 화면에 여러 아이콘과 커서가 나타났다.
[여길 검색하고, 이 키워드를 찾으세요.]지시대로 계속 들어가자, 곧 두 발로 선 금속 로봇의 설계도와 부품, 용도나 정보 등이 적힌 설계도가 나타났다.
위쪽엔 호환되는 컴퓨터는커녕 컴퓨터도 없기 때문에, 파프닐은 박사가 알려 주는 대로 프린트까지 마쳤다.
-양산형 전투 드로이드 WN-13의 설계도를 획득했습니다.
“이건…….”
[이대로 제작을 시작하면 돼요. 자동화 생산공정 부품은 드워프분들에게 부탁해야겠지만……. 그 정도는 어쩔 수 없겠네요. 부족한 부분은 제가 도움을 드릴 테니까, 일단 그것부터 해 보죠.]박사의 말에 파프닐은 고개를 끄덕였다.
[참, 그리고 혹시 탑의 최상층을 확인해 주실 수 있을까요?]“결계는 멀쩡한 것 같은데.”
[결계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사실 이곳 자체는 아다만티움 압축 결정들로 둘러싸여 있어서, 맨틀의 압력 정도는 문제없이 버틸 수 있거든요. 제가 보려고 하는 건……. 다른 봉인이에요.]탑의 최상층으로 가면서 박사는 설명했다.
“뒤처리?”
[예, 온 세상의 모든 생명을 말살하기 위한 노워프 제국 마지막 프로젝트였지요.]노워프는 처음부터 드워프와 엘프, 인간 등의 다른 종족들을 말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신에게 만들어질 때부터 종족 단위로 그렇게 된 것.
그러나 패색이 짙어지면서 노워프들은 그 임무를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 직감했다.
[그래서 그들은 모두의 힘을 하나로 합치기로 했습니다.]“하나로? 그 전에도 그러고 있지 않았나.”
[아니요. 귀하가 생각하시는 게 아니라……. 진짜 물리적, 영적인 면 전부요.]탑 정상에 도착한 박사가 무언가를 조작하자 홀로그램이 나타나 도시 아래를 비췄다.
외핵에 있는 도시 아래.
크리스탈과 단단히 굳은 귀금속의 위로 여러 장치가 오가고 있었다.
화면을 보던 파프닐의 눈이 커졌다.
“저건…….”
[저것이 188억 3천만 52명의 노워프가 합쳐진, 지금 살아 있는 마지막 노워프랍니다. 살아 있는지는 모르지만요.]박사의 영혼이 덧붙였다.
[원래 프로젝트 내용대로라면 황제 폐하의 마지막 명령으로 풀려나야 했지만……. 저와 뜻을 같이하는 몇몇 학자들이 추가 안전장치를 만들어 저렇게 봉인했습니다.]초전도 에너지와 금속 합금으로 만들어진 역장의 벽.
[자, 그럼 마지막으로 저 안쪽을…….]그때였다.
파지직!
역장 위로 스파크가 튀더니, 곧 검은 액체들이 주체할 수 없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
순식간에 금속 뚜껑을 집어삼킨 그것은 이내 주변의 기계들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된 거야!]박사의 영혼이 급히 화면을 살펴보더니 소리쳤다.
[지진……! 누가 맨틀 판을 뒤흔들어서 초전도 수면 봉인을 풀었어요! 대체 무슨 미친 짓을……!]“…….”
[지진파의 시기와 근원은 1일 전……. 여기 이곳……. 설마?]파프닐은 조심스레 박사의 영혼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 후 10여 분간 욕설이 이어진 게 지금의 상황.
진정한 박사의 영혼이 웅웅거렸다.
[하아……. 저답지 않게 흥분했네요.]“미안하군.”
[당연히 미안해야죠! 진짜 큰일 났는데……. 아, 진짜. 이럴 줄 알았으면 영혼으로 소환되자마자 술식 파훼하고 대자연의 일부로 돌아가는 건데. 저런 대형 사고를 짬 처리를 해야 한다니……. 진짜 미치겠네!]“그래서, 나는 어떻게 하면 되지?”
[하아……. 노워프 제국이 멀쩡할 때도 저 괴물이 풀려나면 막을 수 없었어요. 하물며 지금 야만적인 문명의 필멸자들 중에서 저걸 막을 수 있는 종족은 단 한 명도 없을걸요.]“그렇다면…….] [당신, 지금 당장 신들을 불러와야 해요. 당장!]
“신들을?”
[시간이 없어요! 만약 신들마저 방법을 알지 못하면…….]박사의 영혼이 파르르 떨며 말을 이었다.
[이 세상은 저 노워프 때문에 멸망하고 말 거예요.]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