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63)
63화
사령부 밖 진영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만큼 어지러웠다.
공작의 군대와 배신자, 오크들까지 섞인 대혼란!
“일단 전선에서 탈출해야 합니다.”
파프닐은 주변에 몰려드는 오크를 물리고는 말했다.
“그럴 순 없습니다. 아바마마를 구해야 합니다!”
왕녀는 단호히 명했다.
’이런 젠장, 국왕은 곧 죽을 텐데?‘
미래를 알고 있는 파프닐은 속에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돕다가 죽는 거야 소설이니 상관없지만, 여기서 공헌도를 잃으면 다른 네임드 유저를 따라가기 어려워진다.’
“당신! 본녀의 진영을 구하러 온 구원군이라면 어서 폐하를 구하는 데 힘쓰세요!”
하지만 여기서 왕녀의 명을 듣지 않으면 그거도 문제다.
“맞아, 일단 공주님 말씀을 듣자고.”
킨도르한이 옆에서 거들었다. 아마도 퀘스트로 인식한 듯했다.
“그쪽의 강패는 허락 없이 발언하지 말도록 하시죠!”
“아니, 왜 나만…….”
왕족, 귀족 NPC는 일반 NPC와 조건이나 기준 자체가 다르다.
직업부터 갱인 데다 관련 스텟도 없는 킨도르한과 상호작용이 좋게 나오는 게 이상했다.
“으음…….”
파프닐은 눈을 질끈 감았다.
‘끄응……. 그래도 지금 우리는 파티다.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지도 몰라.’
어떻게든 생각을 쥐어짜 내자 답안이 생각났다.
“저희만으로 국왕 폐하를 구하러 들어가는 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차라리 인근에 있는 귀족 군세를 흡수하며 폐하를 구하러 나가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파프닐은 최대한 합리적으로 생각을 정리해 개요를 올렸다.
“그건…… 당신 말이 맞습니다. 지금 전황을 보아하니 고윈 대공…… 그 뱀 같은 작자가 배신한 게 틀림없군요. 당신 말대로 하죠.”
-새로운 히든 퀘스트 ‘국왕을 구하라’가 생성되었습니다.
[국왕을 구하라.]-등급 : 유니크(히든)
[목표]-귀족의 구출 : (1/??)
-국왕 구출 : (0/1)
-보상 : 경험치, ???
꼼짝없이 코가 꿰이는 퀘스트가 발생!
“그럼 갑시다. 저희 파프닐 파티는 왕녀님에게 가세하겠습니다.”
왕녀군은 파프닐의 조언대로 친정군 진영까지 곧바로 진격하지 않았다.
전선은 아직 왕국 기사단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상태.
현재 내부 전선은 대공군과 오크 정예군의 기습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난전이었다.
“지휘 체계를 위해 이제부터 말을 놓겠습니다.”
“네.”
“후우, 우선 코르보 백작을 구해야 한다. 움직이도록.”
선두에서 군을 이끌던 왕녀가 파프닐에게 명했다.
“예? 하지만 이 근방이라면 베르트랑 백작과 흑백 기사단을 구원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만.”
“호오, 모험가 주제에 우리 군의 편제를 잘 기억하고 있나 보군. 하지만 그건 안 된다.”
베르트랑 백작과 흑백 기사단은 하나하나가 일당백의 정예다.
레벨 300이 넘는 기사들이 합류하면 큰 도움이 될 텐데?
파프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렇습니까?”
왕녀가 냉철한 시선으로 전선을 바라보다 말했다.
“베르트랑 백작은 신용할 수 없다. 그가 대공과 손을 잡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본녀는 아직 자네들 같은 협잡꾼을 완전히 신용하고 있는 게 아니야.”
파프닐이 미간을 좁혔다.
‘뭔 개소리야? 공주 왜 저래? 플러시가 만났을 시점의 공주는…… 되게 고분고분했었는데? 왜 이렇게 왈가닥이야? 어딘가 내가 기억하고 있던 소설의 캐릭터와는 다르다.’
파프닐이 그리 생각하던 때였다.
“취익!”
“공주님을 지켜라!”
왕녀 친위대가 만들어 낸 사람의 장벽을 뚫고 오크 무리가 내부 진영을 휘저었다.
개중 일부는 왕녀의 지척까지 다가왔다.
“1호! 2호! 공주님을 지켜라!”
달그락, 닥닥!
파프닐의 명에 따라 땅바닥에서 해골들이 치솟아 올랐다.
“취, 취익!”
갑작스러운 엘리트 해골병들의 기습에, 오크들이 기겁을 했다.
혹시 모를 기습에 대비해 파프닐이 엘리트 해골병들을 땅바닥에 매복시켜 둔 것이다.
“취익!”
오크 전사들은 땅바닥에서 올라오는 해골병들의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피 흘리며 죽었다.
“저건…….”
“해골병입니다.”
그 모습을 말 위에서 지켜보던 왕녀가 인상을 찌푸렸다.
“귀공은 사령술사였나?”
“예, 미진하지만 죽음의 법칙을 따르고 있습니다.”
쯧, 공주가 혀를 찼다.
-엘리자베스 왕녀의 호감도가 -1 감소했습니다.
“상황이 상황이라지만 지저분한 사령술사 따위의 손을 빌려야 한다니, 왕족으로서 수치스럽기 짝이 없군.”
‘……?’
파프닐은 그제야 공주의 시큰둥한 반응의 이유를 깨달았다.
‘네크로맨서라서 이런 거였군.’
미래, 플러시는 행운의 여신의 성기사라는 직업으로 활동했다.
성기사도 기사로 분류되고, 행운의 여신도 주류 신들과 두루두루 좋은 사이를 유지한 여신.
호감을 받으면 받았지, 무시당할 일은 없었다.
반면 네크로맨서는 시체와 어둠을 다루는 기피 클래스.
보통 사람들은 귀족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힘들었다.
‘공헌도 1위에 명성치도 평균보다 한참 높은데, 그나마 그것 때문에 얘기나 해 주는 거였군.’
본래는 왕녀부터 탈출시키고 적당히 귀족들을 챙기려 했는데, 생각보다 일이 꼬여 간다.
아무래도 미래가 순탄하진 않을 것 같았다.
***
고윈 공작의 군대가 배신하기 전날 밤.
왕국군 진영 안에서 식탁 다리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크아아악, 씨바아!”
대산물산 사장 박철덕.
호라이즌의 철혈무쌍 혈맹 길드 군주인 철혈패군은 귀에서 김이라도 뿜을 것처럼 화난 상태였다.
‘저런 핏덩어리 같은 새끼한테.’
돈 잘 벌고 인망 좋고.
평생을 순탄하게 살아온 박철덕이다.
하지만 그런 그의 현실은 그리 밝지 못했다.
아내와는 소원하고 자식에게는 외면받는다.
부부 관계는커녕 같은 침실에 들어가 본 적 없고, 따뜻한 말 한마디 대신 침묵만 가득한 일상.
하지만 재미 삼아 시작해 본 가상현실 게임, 호라이즌에서는 달랐다.
그는 왕이나 다름없었다.
현실에서의 가족 관계는 섭섭한 편이지만, 게임에서는 달랐다.
넘치는 돈으로 아이템을 사들인다.
사장의 자리까지 오르게 해 준 수완으로 길드를 운영한다.
제법 풍요로웠던 중년인의 인망을 통해 정예 멤버까지 구비했다.
군 원사 출신의 장 씨를 내무 장교로, 학군단 장교 출신을 군사 장교로 앉히며 철혈무쌍 혈맹은 승승장구해 왔다.
하지만 너무나 현실적으로만 생각해 왔다.
‘이제 호라이즌 내에서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을 텐데……. 내가 이런 추태를!’
둘째 날 낮, 철혈무쌍 혈맹이 속한 길드 연합 세력은 오크군의 습격에 의해 궤멸적인 피해를 입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마지막 나타난 파이브스타의 퍼런 애송이 놈.
그동안 혈맹원들이 피땀 흘려 일군 전과를 홀라당 가져가 버리고, 길드 연합의 군권까지 빼앗겨 버렸다.
‘내게는……. 호라이즌밖에 없단 말이다.’
철혈패군은 굴욕감에 몸을 바르르 떨었다.
대산물산 사장이라는 커리어조차도 오성 그룹 후계자라 할 수 있는 파이브스타에 비하면 새 발의 피나 다름없다.
“사장님, 그러다 능력치 감소됩니다.”
“내일도 전장 뛰어야죠.”
길드원들이 그 독하다는, 실제로는 취하지 않지만, 벌꿀 술을 물처럼 들이켜는 철혈패군을 다독였다.
“됐어! 호라이즌에서는 군주님이라 부르라고 했지!”
“아니, 패군이 형!”
“그래도요, 내일 전선에서 공헌치 올리셔야죠.”
부하 직원들이 뒤통수를 긁적였다.
상심에 전 중년 남성. 그것도 상사를 달랜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흐흐……. 자네가 모험가 중에서도 제법 이름이 알려져 있다는 철혈패군인가?”
그때였다.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냐?”
부하 직원들이 칼을 뽑아 들었다.
현실에서는 사장 술주정이나 받아 주던 사원들이지만, 호라이즌 내에서는 레벨 170대의 강자들.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지그재그로 움직이는 그건 마치 섬광처럼 빨랐다.
“크허억!”
놈의 공격에 170대의 고수들이 순식간에 피를 토하며 무릎을 꿇었다.
“뭐, 뭐냐?”
철혈패군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대검을 뽑았다.
한 손으로는 도저히 들 수 없는 거대한 검.
군주는 역시 양손 대검이지, 하며 철혈패검 스스로가 고른 무기였다.
“흐흐……. 호위들이 생각보다 연약하군. 죽이진 않았다.”
철혈패군은 술기운이 싹 달아나는 걸 느꼈다. 물론 실제로는 취하지도 않고, 그런 기능도 없지만.
흉수의 말대로였다. 파티창에 있는 부하 직원들의 HP는 1이었다.
그냥 죽이는 것보다 HP를 1로 만드는 게 더 어렵다는 걸 생각해 보면, 흉수는 그야말로 엄청난 고렙이었다.
스르륵, 흉수가 로브를 벗었다.
“너, 넌…….”
철혈패군의 양손 대검이 파르르 떨렸다.
흉수는 다름 아닌 새하얀 리자드맨이었다.
유명한 네임드 몬스터.
오크 사천왕 중 한 명인 리자드맨 이달티르!
“뭐, 뭐냐. 전선도 아닌데 어떻게 저놈이?”
“칼을 거둬라.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온 거니까 말이야.”
“뭐?”
“너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자가 있다. 따라오겠나?”
“이야기라고?”
“응하지 않겠다면……. 뭐 상관없다.”
리자드맨이 뱀 같은 혀를 날름거렸다.
‘여기서 죽으면……. 경험치 손실이 너무 크다.’
철혈패군은 불안한 시선을 보내며 대검을 거뒀다.
“좋다, 무슨 일이냐?”
“흐흐흐……. 괜찮은 제안을 하나 하지.”
그 순간, 철혈패군의 망막 위로 하나의 퀘스트가 떠올랐다.
-왕국을 배신하시겠습니까?
-등급 : 레전더리
***
코르보 백작의 사령부는 쉴 새 없이 오크 무리의 공격을 막고 있었다.
파프닐 일행이 합류해 오크들을 정리하자, 비로소 한숨 돌릴 만한 틈이 마련되었다.
“코르보 백작, 무사했군.”
“왕녀 전하!”
척, 코르보가 무릎을 꿇었다.
“여기도 조만간 위험해질 겁니다. 왕녀님은 어서 몸을 피하십시오.”
“나 혼자 갈 순 없다. 폐하를 도와야 하니 그대도 합류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군을 이끌고…….”
순간 파프닐을 알아본 코르보 공작이 눈을 크게 떴다.
“아니, 그대는 파프닐? 자네도 여기 있었나!”
“이자를 아나?”
“예, 수도 지하에 있던 오크들을 제압했고, 남부 요새에서도 놈들의 작전을 수포로 돌린 친굽니다.”
“호오…….”
엘리자베스가 다시 봤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사이 파프닐은 전황을 보았다.
‘얼마 안 남았군.’
십만 명이 넘던 왕국군이 거의 절반 가까이 사라졌다.
오크들로 가득한 초록색 밀물이 발치까지 밀려온 모습!
무너질 건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빨랐다.
‘어쩔 수 없지.’
파프닐은 엘리자베스에게 말했다.
“다음은 남쪽으로 가야 합니다.”
“남쪽?”
“예, 제 부하들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그곳에 예비군이 있다 합니다.”
“……후, 알겠다.”
아까와 달리 왕녀도 순순히 따라왔다. 남쪽으로 내려가는 동안에도 전투는 계속 일어났다.
“취취익! 갑옷 입은 인간들이다!”
사령부까지 침투한 오크 적혈귀와 광전사들.
파프닐은 피하는 대신 정면에서 놈들을 깨부수며 전진했다.
위험하지만 그나마 가장 빠른 방법!
-셀론 남작을 구했습니다.
-귀족 1명을 추가로 구출했습니다.
-트월칸 자작을 구했습니다.
-귀족 1명을 추가로 구출했습니다.
겸사겸사 몇 명의 귀족들을 더 구할 수 있었다.
사방에서 오크들이 몰려들기 시작함에도 갖은 생고생을 통해 놀라울 정도의 성과를 냈다.
“파프닐 님!”
“여깁니다!”
멀리서 힐데 일행이 손을 흔드는 게 보였다.
“역시 수도를 구한 모험가군. 고생했네.”
“아닙니다.”
코르보 백작이 감탄 어린 표정으로 파프닐을 치하했다.
“이번 위기를 넘기면, 내 자네를 반드시 폐하께 천거하겠네.”
자신은 물론 왕녀와 여러 귀족의 은인!
혼란스러운 전장 속에서 상황을 수습하는 능력까지, 네크로맨서이긴 하지만 충분히 천거를 받을 만했다.
“귀족 다섯 명에 후방 예비대까지 합류인가.”
흘긋.
병사들을 확인한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폐하를 구출할 수 있겠어.”
파프닐은 그런 엘리자베스에게 다가가 보고했다.
“이제 전방을 지키면서 천천히 후퇴하시면 됩니다.”
“지금 나만 도망치라는 건가?”
“아닙니다. 사실 폐하께서는 가장 먼저 탈출하셨습니다.”
“마, 맞습니다. 이 모험가가 말해 준 정보가 있어 미리 폐하의 탈출 준비도 물샐틈없이 마쳐 놓았습니다.”
“…….”
엘리자베스는 한참 동안 의심 어린 눈빛으로 파프닐을 보았다.
“알았다, 먼저 가지.”
코르보 백작이 가세하지 않았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
“힐데 님, 이분을 호위해서 탈출 부탁드립니다.”
“파프닐 님은요?”
“전 네크로맨서니까, 이득 좀 보다 가야죠.”
“하지만…….”
“가자, 힐데. 비밀이가 슬슬 나오라고 메시지 보냈어.”
“……파프닐 님도 조심하고 너무 늦지 않게 나오세요.”
드렉슬러와 베론을 따라 힐데도 말에 탄 후 출발했다.
멀어지는 엘리자베스 일행을 보는 파프닐의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국왕을 구하라(유니크, 히든)’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완료되지 않은 퀘스트 조건이 남아 있습니다.
-국왕을 구하지는 않았지만, 왕가의 피를 이은 엘리자베스 왕녀와 귀족들을 탈출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바란왕국이 멸망할 시, 이들은 잔불이 되어 왕국을 복원할 기틀을 만들 것입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
“고맙네. 방금 거짓말이 아니었다면 왕녀님께서는 계속 여기 남아 있었을 걸세.”
“백작님께선 안 가십니까?”
“훗, 나는 탐욕이 많은 남자라 명예도 가져야 직성이 풀린다네.”
문득 고개를 든 백작이 물었다.
“그런데 자네는 뭐, 어떻게 싸울 셈인가?”
“딱히 별생각은 없습니다.”
파프닐은 씩 웃었다.
“그냥, 들어가 싸우며 최대한 오래 버텨 볼 생각입니다.”
어느새 적들이 이곳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파프닐은 가까워지는 오크들을 보며 생각했다.
‘현실에선 저런 전장을 혼자 말 한 마리 타고 마구 휩쓸었는데.’
딱히 아쉽거나 그립진 않았다. 어쭙잖은 VR로 나오는 데이터 적보다, 눈앞의 오크들이 몇십, 몇백 배나 더 손에 땀을 쥐게 했으니까.
‘좋은 기회군.’
레벨도 꽤 올랐고, 해골병들의 능력이나 지휘, 연계는 그보다 한참 더 성장했다.
수많은 위험이 가득한 눈앞의 전장이야말로 현재 파프닐의 능력과 한계를 시험해 볼 더없는 기회의 땅이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