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630)
630화
신.
호라이즌의 세계 속에 있는 자율형 AI인 이들은, 다른 존재와 달리 어느 정도의 자율권을 부여받았다.
위그드라실.
게임 서버를 생성하고 유지하는 마더 컴퓨터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
이들은 호라이즌의 세계에서 사실상 진짜 신이나 다름없었다.
애초에 직접 세계에 간섭할 수 없게 설정된 AI들.
만나는 것도 어지간하면 절대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파프닐이 판단하기에 지금은 충분히 긴급 상황이었다.
“하데스 님, 리리스 님. 부름에 응답해 주십시오.”
어두운 방 안.
파프닐은 손목을 벤 피 한 그릇과 드래곤의 뼈를 두고 절했다.
잠시 후 제단에 핏빛 안개와 칠흑 같은 어둠이 한데 모였다.
-강신의 제사가 성공했습니다.
-하데스의 분신이 소환되었습니다.
-리리스의 분신이 소환되었습니다.
-나의 충실한 신관이여. 그동안 나 하데스의 뜻을 이 세상에 많이 퍼뜨려 주었……. 음?
-우후후후. 피의 아이여, 반쪽짜리임에도 오히려 완벽한 나의 아이들보다 더 크나큰 업적을 이루었……. 응?
치하의 말을 하던 두 형체는 곧 서로를 보고 살기를 드러냈다.
-이 할망구! 내 힘을 받은 사도에게 꼬리를 치다니!
-뭔 소리래? 너야말로 내 피를 물려받은 아이에게 자꾸 욕심내면서.
-이 할망구가 아직도……. 그때 못 낸 결판을 한 번 더 내?
-호오, 그때 5 : 1로 두들겨 맞을 뻔한 건 기억 안 나나 보지?
구시렁대는 두 형체가 각기 신이라는 건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말릴 수도 없었다.
에너지체의 단말로 소환되긴 했지만, 엄연한 신이니까.
소란을 끝낸 것은 바깥에서부터 들려온 진동이었다.
-무슨?
-엉?
하데스와 리리스가 정신을 차린 순간, 파프닐이 있는 방 전체가 뒤흔들렸다.
곧이어 바깥에서 으스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난감 안에 숨어 있구나. 모습을 보여라. 네가 누군지 알고 있다.
또 하나의 신을 만난 순간이었다.
심호흡을 한 파프닐은 몸을 공기 방울로 둘러싼 뒤 밖으로 나갔다.
“저는 숨지도 않고, 도망치지도 않습니다.”
방, 정확히는 방 모양 잠수함 바깥엔 끝없이 펼쳐진 심연이 있었다.
사방에 딥 원들, 상어 괴수, 고래 괴수, 그보다 몇 배는 더 거대한 레비아탄, 크라켄들이 가득했지만.
그보다도 더 깊고 끝없이 펼쳐진 심해의 어둠 한복판에서 무언가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구나. 인간 비슷한 것아.”
목소리가 말을 했다.
그러나 처음 봤을 때처럼 목소릴 듣자마자 상태 이상에 빠지지는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때와 달리 지금의 파프닐은 수많은 모험을 하며 불멸자들과도 격을 맞출 정도로 강해졌으니까.
그 때문에 이곳에 와야만 했다.
지금부터 할 말을 위해선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신이 있어야 했다.
“어둠 속 바다의 지배자, 다곤님을 뵙습니다.”
“그사이 성장했구나. 아주 약간이지만.”
심해신, 다곤이 무미건조한 어조로 말했다.
성장했다고 하지만 플랑크톤이 개미 한 마리 정도로 커진 정도이리라.
엄청난 차이긴 하지만, 저런 존재들에게는 한없이 미미한.
“한데 이번엔 내 영역에 한층 더 거슬리는 것을 데려왔군.”
-다곤? 네놈…….
-후후, 그때 어디로 도망쳤나 했더니……. 이 바닷속에 처박혀 있었던 거야?
해신 다곤.
외신의 본체가 앞에 있었지만, 두 신의 단말체는 거리낌 없이 말했다.
그럴 만했다.
하데스와 리리스.
이들도 격으로 따지면 다곤에게 뒤지지 않는 대신격 중 하나였다.
압도될 이유가 없으니 당당하게 말하는 두 신.
“감히…….”
-네 집이라서 자신감이 붙었나 본데. 본좌의 사도가 여기 있다. 오늘 죽음의 신이 어째서 죽음의 신인지 보여 줄까?
-비켜, 저 녀석은 내 거야!
세 신 간의 분위기가 살벌해지려는 순간.
파프닐이 끼어들어 제지했다.
“그만하십시오! 하데스, 헤모라님!”
-응?
-뭐라고?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습니다. 제 말을 들어 주십시오. 박사님.”
파프닐의 부름에 박사의 영체가 나타났다.
그 순간이었다.
방금 전까지 서로 신력을 부딪치려던 세 신이, 일제히 박사의 영체를 향해 에너지를 발출한 것은.
-네놈…….
-노워프가 어떻게 여기에!
“…….”
[아, 이럴 줄 알았어요. 그러니까 제가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고 말했잖아요. 귀하는…….]박사의 영체가 빛을 내자, 마법진 여러 개가 만들어져 신들의 공격을 흘려 냈다.
동시에 박사가 급히 텔레파시를 보냈다.
[신들이시여. 저는 네피림 노워프입니다. 심지어 그 영혼의 잔재일 뿐. 신들께 해를 끼칠 생각은 전혀 없으니 부디 그 손을 거둬 주시지요.-네피림?
-그때 그 녀석들은 전부 죽었을 텐데.
[저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라질 줄 알았는데, 운명인지, 몇억 분의 1 확률인지 영체가 기계에 깃들어서 이렇게 설명드리게 되었습니다.]박사가 말을 이었다.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고요.]그랬다.
지금은 세 신들과 노워프 박사의 영혼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대지모신의 봉인이 파괴되어, 근원에 봉인되어 있던 노워프가 풀려났습니다. 핵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이대로라면 7일 안에 핵을 뚫고 맨틀로 올라올 겁니다.]-이런…….
-아니, 아이야. 그게 사실이느냐?
“크. 크크……. 크크크크크!”
두 신이 당황하는 가운데 해신 다곤이 웃음을 터뜨렸다.
주변에 있던 딥 원들, 해저 마수들이 귀를 막으며 괴로워했다.
“막아 두었던 종말이 열렸구나. 보아라, 신들이여. 이것이 너희가 두려워하던 순간이다.”
두 신들 앞에서도 무미건조하던 해신 다곤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선명한 감정이 실렸다.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니다.
-문어 자식이……. 종말이 오면 너도, 네 주인도 죽을걸.
“흥……. 자칭 신들 따위가 건방지군…….”
-틀린 말은 아니잖아? 그 노워프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놈인진 너도 알 테고.
“……좋다, 이번만큼은 협력해 주지.”
대화를 마친 세 신의 눈이 파프닐과 박사에게 향했다.
-그래서, 대체 어떻게 그게 풀린 거지?
-얼마 전 있었던 지진……. 그게 봉인을 부순 게 분명해!
-아, 그러고 보니 명계로 흘러 들어오는 영혼의 수가 갑자기 늘었지. 마력의 흐름도 이상해졌고……. 그게 지진 때문인가 보군.
파프닐은 박사의 영혼에게 남몰래 눈짓을 했다.
만약 지진을 일으킨 게 파프닐이란 걸 알게 된다면, 한 번 캐릭터가 죽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아마도 그 지진은 노워프가 봉인을 풀며 나타난 현상일지도.
-흥……. 그렇게밖에 생각 못 해? 노워프가 다른 누군가를 데려올 수도 있잖아.
“봉인에 갇힌 놈이 세계의 핵까지 내려갈 수 있을 리 없지.”
이야기가 얼추 정리되자 해신 다곤이 파프닐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렇다면 필멸자, 네놈의 목적도 알겠군.”
“…….”
파프닐은 꿀꺽 침을 삼켰다.
“노워프라는 이름의 종말을 저지하겠다고 온 거겠지.”
“바로 그렇습니다.”
멸망을 막는다는 것도 이유이지만, 진짜 본심은 따로 있었다.
지진도 그렇고, 지금까지 일어났던 수많은 사건은 결국 플러시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 주었다.
이 노워프도 어떻게 되건 마찬가지일 터.
만약 신들마저 두려워하는 노워프가 플러시의 수족이 되거나, 경험치, 스킬 스탯 자판기가 된다면?
‘그럼 그 순간 게임은 끝이다. 계획이고 뭐고 다 터뜨리고 게임 접어야 해.’
작가 놈에게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놈을 막을 방법이 있습니까?”
파프닐의 질문에 세 신 모두 고개를 저었다.
-없지.
-없단다. 아이야.
“……불가능하다.”
“예?”
약점이 없단 말인가.
대답은 옆에 있던 박사가 대신해 주었다.
[융합된 노워프는 태고에 만들어졌던 원초의 형태로……. 궁극의 파괴수가 되었어요. 어떤 성질의 에너지, 물체, 영적인 힘, 상위 차원의 힘까지도 모든 걸 분석하고, 흡수하며, 학습하죠. 그리고 자신의 힘으로 삼아 목적인 파괴를 이어 나가고요. 블랙홀과 같지만……. 더 무서운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블랙홀은 적어도 무언가를 내보내니까.]“…….”
모든 공격에 완전 면역인 데다가, 닿는 모든 물질을 흡수한다는 것.
“그렇다면 아무런 방법이 없단 말입니까?”
파프닐의 질문에 하데스가 대답했다.
-그건 아니다. 최초에 노워프를 만들 때 이런 일을 예상해서 종족 단위로 생명 코드를 짜 넣었으니.
“생명 코드?”
[아하, 어쩐지 저희 노워프의 DNA 구조를 분석할 때, 쿼크 단위에서부터 어떤 명령 체계가 짜여 있더군요. 아무리 비밀을 파헤쳐 보려고 해도 워낙 고위 술법들이 엮여 있었는데…… 그게 저희의 창조자이신 당신들이 직접 제작할 때부터 나온 거였군요.]“그래서 그게 무슨…….”
-쉽게 말하면 발동시킬 시 자폭하는 언령이지.
“자폭이라.”
파프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다행이군요.”
한 번만 공격에 성공하면 그대로 터뜨려 죽일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 코드는 어떻게 발동시키지요?”
-음…….
-그게…….
하데스와 리리스가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생명 코드는 노워프의 핵에 있는데, 그 핵에 접촉하기 위해서는 노워프 안에 들어가야 하네.
-맞아, 핵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직접 피부를 접촉해 마나를 불어 넣어야 하지.
“응?”
고개를 끄덕이던 파프닐이 이상함을 느꼈다.
분명 노워프는 모든 것을 흡수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럼 그 핵까지는 어떻게 들어갑니까?”
-그래서 그것이 어렵다는 것이라네.
“…….”
문제가 어렵다는 것만 설명하고, 해답은 주지 않는 상황!
파프닐이 할 말을 잃었을 때, 하데스가 말을 이었다.
-우리는 절대로 불가능하지. 단, 세계 바깥의 존재는 다르다.
“세계 바깥의 존재라면…….”
-우리도, 저기 있는 외신 녀석들도 엄밀히는 세계 안의 구성 요소지.
호라이즌 게임 속에 있는 모든 NPC, 몬스터는 결국 노워프에게 흡수된다.
외신이라고 시스템이 만든 요소가 아닌 건 아니었고 말이다.
그 순간 파프닐은 어떤 내용이 나올지 깨달았다.
-모험가.
-세계의 바깥에서 모험을 위해 이 세계에 온 존재들만이 노워프에게 곧바로 흡수되지 않을 수 있지.
신들이 말을 마친 순간.
띠링!
-새로운 퀘스트 ‘노워프의 생명 코드(갓)’가 생성되었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갓급의 퀘스트.
파프닐이 놀란 순간 내용이 나타났다.
[노워프의 생명 코드]-등급 : 갓
-완수 조건 : 노워프의 심장부에 있는 핵에 접촉(0/1)
-보상 : 만신의 가호(모든 신의 가호를 받아, 영구적으로 해당 능력치 상승 및 효과 획득)
-원하는 신 한 명을 선택해, 해당 신의 궁극 스킬을 획득할 수 있음.
-새로운 칭호 ‘만신이 수호하는 자(갓)’, ‘세계의 구원자(갓)’ 획득.
-설명 : 신들마저도 막을 수 없는 노워프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모험가라 불리는 플레이어들뿐이다. 노워프의 폭주를 너무 늦기 전에 막아, 이 세상의 멸망을 방지하자.
-해당 퀘스트에는 시간제한이 있습니다.
“……퀘스트라.”
무려 갓급 퀘스트라는 것에서,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퀘스트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파프닐은 심호흡을 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운이 좋군.’
정말로 운이 좋았다.
‘플러시 녀석을 완전히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오다니.’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