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633)
633화
“불량품 같으니.”
견격이란 게 생성되기 시작할 무렵 무리에게서 가장 처음 들었던 말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러나 차츰 시간이 지나며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다리가 하나 없는 개.
주인으로부터 예쁨을 받는 애완견도, 주인을 도와 뛰어다니는 사냥견도 될 수 없다.
심지어 육견, 고기마저도 다리 잘린 개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잘린 다리 때문에 근육이 질겨지기 때문.
단순한 다리 하나가 아니라,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것이다.
무리의 정점, 형제의 맏형이 도전자에게 내린 처벌은 그만큼 가혹했다.
-이 개는 어떻수?
-아니……. 찔찔이를 누가 데려가?
-아깝네, 아까워. 다리만 멀쩡했어도 난놈인데……. 이런 걸 누가 데려가누.
지나다니던 사람들 모두가 외면했다.
피를 나눈 형제들은 자신을 언제라도 죽이기 위해 이를 드러냈다.
어미의 젖이 어떤 맛이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그 개는 이름조차 없이 널브러져 있었다.
‘배고파.’
늙은 사람에게 꿈틀거리며 다가가 우유 방울이나마 얻어먹고.
사료 대신 바닥을 지나다니는 개미를 억지로 잡아먹으며 목숨줄을 붙였다.
살고 싶다.
그런 생각마저도 점차 꺼져 갈 때.
그때 한 남자가 찾아왔다.
-이 녀석을 사겠습니다. 등록해 주세요.
-나를 한 대 때려 봐라.
-앞으로는 내 등을 믿고 맡겨야 하는데, 그러려면 이것만 한 게 없지. 자, 와 봐.
-이쁜 녀석. 앞으로 네 이름은 복돌이다.
쓸쓸히 생명을 잃어 가던 자신을 지목한 남자는 망설임 없이 자신을 데려왔다.
그리고 그가 이름을 부른 순간, 백구는 복돌이가 되어 남자, 오진환에게로 향했다.
그렇게 주인이 된 그는 복돌이와 항상 함께했다.
따뜻한 우유와 소고기의 맛을 알려 주었고.
부드러운 털옷의 따뜻함을.
쓰다듬는 손과 간질이는 손가락의 잔망스러움.
그리고 다리가 살아 있는 새로운 세계를 알려 주었다.
“멍!”
가상현실 게임이라는 세계.
사라진 다리가 있는 이곳은, 죽은 자조차도 수일 후면 다시 살아나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주인은 복돌이를 이끌고 다녔다.
거대한 괴물을 같이 사냥하고, 수많은 사람이 싸우는 사이에서 등을 맞댔다.
입 안에 착 달라붙는 꿀빵을 생각하자 침이 절로 고였다.
주인님이 민트 초코라 이름 붙인 궁극의 음식은 평생 두 번 다시 못 볼 극상의 진미였다.
하지만 빛만 있는 건 아니었다.
무한한 자유가 있는 가상현실 게임 속의 세계에서도.
개들의 사회는 차가웠다.
주인에게 버림받거나 외면당해 삶의 이정표를 잃어버린 개들.
그리고 주인에게 버림받거나, 주인의 지시에 따라 고양이와 손을 잡고 마약을 파는, 팔 수밖에 없었던 개들도 있었다.
빛과 어둠을 모두 겪으며, 복돌이는 성장해 나갔다.
주인과 함께 쌓은 스펙들 하나하나가 소중한 모험의 기억이 되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복돌이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었다.
그러던 도중, 주인이 말했다.
그 보물들을 버려야 할 순간이 왔다고.
-죽어 가면서 상대해야 하는 보스 몬스터다.
-멍?
-이러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지.
죽을 준비를 하는 주인의 뒤에서 복돌이는 생각했다.
가상현실 게임에서 현실과 달리 죽음은 영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고통 감도를 최저로 설정한다 할지라도 어느 정도의 아픔은 느껴진다.
또한 복돌이는 오랜 시간 보아 왔다. 그의 주인이 얼마나 힘들게 성장해 왔는지.
그러나 계획대로 진행한다면 주인의 레벨은 다시 1로 돌아가 버린다.
‘쓸모없었던 내게 의미를 부여해 준 주인님이 그런 일을 겪게 둘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거기서 복돌이는 깨달았다.
노워프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은 플레이어.
그러나 그런 외부의 존재는 주인님뿐만이 아니라고.
“멍! 멍! 드래곤 사이클론……. 아니, 도그 사이클론 킥!”
공중에 떠오른 복돌이가 멍키 매직의 노래를 실어 한 바퀴 돌았다.
추진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린 복돌이의 몸이 마치 총알처럼 떨어져 내렸다.
“복돌…….”
주인의 목소리가 한순간 스피커를 끈 것처럼 사라졌다.
초음속의 속도를 넘어서며, 목소리가 끊긴 것이다.
“크아아아아앙!”
등에 솟아난 아수라의 근육에서 붉은 귀기가 솟아오른다.
파프닐이 받았던 버프를 같이 받은 복돌이는, 그야말로 무신, 아니 무신견이 되어 아래로 쇄도했다.
“복돌……!”
절벽 위의 파프닐이 급히 캐시 상점을 여는 순간.
복돌이의 몸이 노워프의 몸 안으로 파고들었다.
-……? ……! ……!!
거의 끝까지 올라왔던 노워프가 충격에 몸부림치며 그대로 갱도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멍!”
복돌이는 점액질에 들어가자마자 온몸의 HP가 떨어지는 걸 느꼈다.
동시에 소리 없는 포효로만 들려오던 노워프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우우우……!
-파멸…… 파멸!
-세상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것……. 그것이 우리의 숙명이라고!
수없이 많은 노워프가 점액질 속에서 울부짖으며, 다른 모든 것을 증오하고 있었다.
압도적인 증오 앞에서 순식간에 HP가 떨어지고, 접속해 있던 의식이 멀어진다.
그러나 복돌이의 죽음은 한 번이 끝이 아니었다.
-사망했습니다.
-무한한 생명의 돌이 소모되었습니다.
-봉황신의 깃털이 소모되었습니다.
-부활했습니다.
-레벨이 감소했습니다.
-생명의 돌 페널티로 추가로 레벨이 감소했습니다.
곧바로 다시 상태창이 나타나더니, HP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크르릉!”
복돌이는 다시 견마신공의 견마파천을 시전했다.
재차 추진력을 얻은 몸이, 노워프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노워프의 안은 블랙홀 같기도 하고, 바닥이 없는 늪에 빠진 것 같기도 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
노워프들의 악의에 찬 저주가 사방에서 덮쳐 왔다.
-너는 뭐야.
-개?
-개XX, 죽어!
-찔찔이 놈…….
수많은 아우성이 메아리치는 가운데.
차가운 알림 메시지가 다시 한번 눈앞에 떠올랐다.
-사망했습니다.
-레벨이 감소했습니다.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며 복돌이의 레벨이 빠르게 줄어들어 갔다.
순식간에 떨어지는 레벨.
스킬과 장비창에 들어와 있던 불빛이 하나둘씩 꺼져 간다.
착용 중인 장비도 강제로 해제되어, 맨몸이나 다름없는 상황.
‘어디에 있지?’
레벨이 전부 사라질 때까지 핵을 찾지 못하면, 주인 대신 떨어진 게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지금이라도 몸을 돌려 올라간다면 빠져나올 수 있을까.
주인의 명령 없이 이렇게 떨어져도 괜찮은 건지.
떨어질 때만 해도 몰랐던 공포가 점차 몸을 잠식해 간다.
“끄으응…….”
이를 악문 채.
복돌이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호라이즌의 모든 걸 잃더라도.
주인만큼은 지키기 위해서 뛰어내린 게 아니던가.
이미 각오한 일이다.
설령 모든 걸 잃더라도 자신에게 이름을 지어 준 주인을 위해서라면 각오한 일이었다.
……적어도 꿀빵은 많이 줄 테니까.
“……컹! 컹!”
복돌이는 눈을 감았다.
모든 감각이 차단된 노워프 안.
믿을 것이라고는 개의 본능뿐이었다.
‘어디로 가야 할까.’
노워프의 점액질 덩어리 정중앙.
증오의 말이 가장 많은 곳.
‘멍! 아니다.’
순간 투견의 감각이 비상벨을 울렸다.
노워프의 소멸 코드란 것은 노워프의 핵이지만, 역설적으로 그곳엔 녹아든 노워프의 정신이 없는 것이다.
태풍의눈이 고요한 것과 같은 이치.
‘멍멍……!’
어둠 속에서 복돌이의 손에 무언가가 닿았다.
점액질을 치운 순간, 따가울 정도로 밝은 빛이 복돌이의 눈을 때렸다.
“컹!”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보자, 보이는 것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문자열이었다.
기묘한 모양의 흰색 문자들로 이루어진 석판 같은 게 점액질 안에서 빛나고 있었다.
“……크릉.”
저거다.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복돌이는 문자열을 향해 점프했다.
그 순간이었다.
-못 간다!
복돌이의 몸이 튕겨 나갔다.
사방에서 모여든 노워프의 점액질들이 문자열 앞을 막고 있었다.
-고작 개 따위가 어떻게 이곳까지 온 거지?
-우리가 소멸시킬 수 없는 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텐데.
“크르릉!”
복돌이는 이를 드러내고 달려들었지만, 형체의 손짓에 순식간에 나가떨어졌다.
레벨이 떨어져 스킬도 장비도 없는 맨몸.
반면 노워프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레벨을 가진 괴물이니 상대가 될 리 없었다.
“비…… 비켜!”
양옆이나 아래, 위쪽으로 파고들려는 복돌이지만, 그때마다 점액질 형체는 가볍게 복돌이를 막았다.
-레벨이 감소했습니다.
-레벨이 감소했습니다.
-더 이상 감소할 레벨이 없습니다.
결국 레벨이 한계를 드러냈다.
이제 한 번만 더 죽으면 끝.
그대로 개죽음이 되는 것이다.
죽음을 앞에 두고, 복돌이는 천천히 일어나 앞으로 걸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다니…….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 놈, 이대로 녹여서 나의 일부로 삼아 주마!
노워프의 외침에 주변의 검은 점액질들이 조여 왔다.
“크, 크아아앙!”
복돌이의 몸이 그대로 짓눌리더니, 검은 점액질 속에 완전히 파묻혔다.
-끝이다. 어리석은 놈.
노워프가 몸을 돌렸다.
-이제 다시 움직여야겠군.
저 동물 때문에 동족의 흔적을 놓쳤다.
바깥에 살아남아 있는 마지막 동족.
그의 영혼을 흡수하는 것으로, 188억 노워프의 집합체는 완전한 최초의 노워프로 거듭나리라.
온 세상을 집어삼킬 수 있는 존재로.
그때였다.
번쩍.
점액질로 가득 엉겨 붙은 사이에서, 점액질을 물어뜯은 복돌이가 튀어나왔다.
-……아직 살아 있었나?
달려오는 복돌이를 향해 노워프가 촉수를 뻗었다.
그 순간 복돌이의 등에 아수라의 근육이 솟아났다.
레벨 1의 동물.
일반적인 반려동물이었다면 아무 힘도 없이 무력하게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복돌이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었다.
세이멍과 롱암, 캥황이나 샤이니와 싸워 이긴 아수라견의 후예.
그 근육이 펌프질하며, 새로운 힘을 복돌이에게 주었다.
“크아아아앙!”
단숨에 노워프의 촉수를 떨쳐 낸 복돌이가 그대로 노워프를 향해 달려들었다.
-웃……!
대미지를 입을 걱정도 없건만, 노워프는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며 몸을 피했다.
그 빈자리로 쇄도한 복돌이의 눈앞에 빛나는 문자열이 나타났다.
“멍!”
그대로 손을 뻗는 복돌이.
-안 돼……!
노워프가 급히 막으려 했지만, 복돌이의 앞발이 문자열에 닿는 게 빨랐다.
-알 수 없는 힘이 반응합니다.
-문자열의 수식을 작동시키시겠습니까?
“멍멍!”
복돌이가 짧게 울부짖는 순간 문자열이 새하얀 빛을 뿜었다.
-안 돼에에에!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던 점액질이 순식간에 녹아 사라져 간다.
노워프가 만들어질 때 신들이 내장시켜 놓은 소멸 코드였다.
-어째서 네놈은 그렇게까지……!
-어째서……!
사라지던 노워프들이 촉수를 뻗어 왔다.
복돌이는 그 앞에서 당당하게 외쳤다.
“주인님이 사라지면 꿀빵이랑 민트 초코도 없기 때문이다, 멍!”
-꿀빵……?
-민트…… 초코?
노워프들의 촉수가 멈칫했다.
-그게 뭐지?
“멍!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다!
-가장……. 맛있는…….
사라져 가던 노워프가 중얼거렸다.
-한번 먹어 보고 싶…….
태어났을 때부터 파괴와 전쟁만을 반복해 온 종족의 삶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궁금증이란 게 생기는 순간이었다.
-아아……. 무슨 맛일까…….
파스스.
독백하던 노워프의 몸이 부서져 내렸다.
그사이 흰빛을 내던 문자열들이 복돌이에게 달라붙었다.
-소멸 코드를 작동시켜 노워프를 처치했습니다.
-노워프의 경험치가 들어옵니다.
“멍?”
복돌이가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노워프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후략)……
수없이 많은 메시지 알람이 세상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