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639)
639화
시작을 끊은 것은 파이브스타 길드 쪽이었다.
“프로즌 밸리!”
베로니카의 외침과 함께 새파란 냉기가 퍼져 나갔다.
그렇게 퍼진 냉기가 곧 얼음이 되더니, 작은 빙하들이 산처럼 솟구쳐 주변을 포위했다.
플러시의 주력이 ‘불’ 속성인 것을 알고 반대되는 속성으로 싸우는 겸, 전장 주변을 차단하는 것.
“자, 들어가 보실까.”
“너 이번에도 앞서면 내가 진짜 죽여 버린다.”
“오, 걱정해 주는 거?”
“…….”
나찰의 표정이 살벌해지자 혈귀는 슬쩍 몸을 피했다.
“알아, 이번엔 신중히 하지.”
또다시 플러시에게 죽어 스펙이 떨어지면, 이후 계획에 심각한 차질이 생긴다.
이미 계획은 막바지에 다다른 상황.
자존심이나 호승심 같은 것 때문에, 회사의 계획을 망칠 그들이 아니었다.
“교주님을 구해라!”
“저들을 막아!”
사방에서 몰려드는 천마혈검대 앞을 파이브스타 특무대 인원들이 막아섰다.
“절대 들어가지 못하게 해라.”
“예.”
대한민국은 게임의 나라라는 말이 있다.
여기 있는 특무대는 그런 대한민국에서, 게임으로 최상위 0.01%에 드는 최정예였다.
그리고 중국 유저들과의 전투에서 이들은 그 실력을 아낌없이 내보였다.
“컥!”
“크억!”
중국 최고의 정예인 천마혈검대를 상대로 한 치도 밀리지 않는 게 그 증거였다.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는 특무대 유저들 앞에서, 천마혈검대의 거센 공격은 힘을 잃고 밀려 났다.
그러나 그들도 막기 힘든 상대가 있었다.
“저기 있다!”
“교주님을 지켜라!”
-어딜 들어가느냐!
천마신교 대호법 아수라, 부교주 흑일.
그들이 데려온 불의 악마 타이란트와 비버 연합이 봉인했던 악마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불멸자급의 악마에, 950레벨을 넘는 중국 서버 최고수 둘.
거기에 900레벨대 악마 수십 마리까지.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힐링 스킬이 대미지를 감당하지 못합니다.”
“예비대 투입 준비!”
사람을 갈아 넣어 시간을 버는 것뿐.
“이런…….”
다섯 명의 표정에 곤혹스러움이 번졌다.
그때 이시우가 말했다.
“작전을 변경하겠습니다.”
“네?”
“플러시는 저와 검노인이 맡습니다. 여러분은 저들을 막으세요.”
“하지만…….”
분명 플러시를 상대로 다대일의 전투는 좋지 않다.
게다가 베로니카의 공격은 범위가 넓고 화력이 강하다 보니, 역으로 템포를 끊을 수 있기도 하고.
하지만 다수로 몰아칠 수 있는데 굳이 두 명이서 들어가다니?
베로니카가 뭔가 말하려 하는 순간.
이시우는 고개를 저었다.
“이 전투는 일반적인 전투와 다릅니다. 날 믿으세요.”
“……하.”
베로니카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랬지만, 이시우란 저 남자에게서는 알 수 없는 오라가 느껴졌다.
차갑기 짝이 없지만, 절대 틀릴 리 없다는 그런 느낌.
“그럼.”
“예.”
이시우는 검노인과 함께 빙벽 안으로 들어갔다.
빙벽 안에서 기다리던 플러시의 눈이 커졌다.
“다섯 명이 올 줄 알았는데…….”
“그 정도까지도 필요 없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이시우의 옆.
검노인이 천천히 검을 뽑아 들었다.
“당신은 검노인 한 명한테도 안 될 테니까요.”
“뭐? 하…….”
플러시는 어처구니없어하며 피식 웃었다.
“그럼 너는 나서지 않는다고?”
“그렇습니다.”
이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지? 정말로 이 사람이 질 때까진 안 움직이는 거지?”
“그렇게 할 테니, 마음대로 하십시오.”
그 순간 플러시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역시 운이 좋군.”
설마 이 상황에서 파이브스타 쪽이 자만할 줄이야.
5 : 1에서 세 명이 줄어서 2 : 1이 되고, 심지어 그중 한 명은 직접 나설 것 같지도 않다.
방심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저들은 대기업이고, 거액의 자본과 많은 인력을 들여 자신의 싸움을 분석했을 것이다.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한 수많은 결과와 노력.
하지만 그건 앞서 플러시를 막은 수많은 적도 다르지 않았다.
시작부터 수많은 공을 들인 파프닐.
천마신교 기존 교주 상관기홍과 그 스승.
비버 연합과 유럽 서버.
이상하게도 플러시는 운이 좋았다.
“그럼 해볼까.”
검노인은 검도에서 볼 법한 자세를 취하고 검을 앞으로 내세웠다.
기이하게도 그 모습은 주변을 둘러싼 빙하보다 훨씬 차가워 보였다.
마치 무정물, 무생물을 보는 것 같은 느낌.
그 모습을 보던 플러시가 검을 들었다.
“귀찮은데, 빨리 끝내지.”
검노인이 대답하기도 전.
플러시는 곧바로 무공을 써서 돌진했다.
-천마신공.
-수라마열각.
검은 불꽃을 두른 무릎으로 올려치며, 검을 휘둘러 검노인을 공격한다.
이그나이트의 불꽃이 얼음 속에서 올라오며 검노인의 사방을 압박했다.
“음.”
검노인은 그 앞에서 간단하게 손짓했다.
-배쉬.
-회피 스텝.
-스트레이트.
-파워 어택.
간단한 기본 스킬.
레벨 50도 되지 않은 초보 유저들만이 배울 수 있는 스킬들이지만.
검이 움직일 때마다 이그나이트의 불꽃이 여지없이 사그라들었다.
-아니?
플러시 안에 있던 이그나이트가 흠칫 놀랐다.
자신의 신력.
태곳적 수많은 신들을 불태웠던 분노의 불길이 고작 저런 공격에 막히다니.
“저게 가능한 거야?”
-가능하긴 하다.
어이없어하는 플러시의 물음에 이그나이트가 대답했다.
-무의 극한에 이르러, 물질을 구성하는 에너지의 결을 베어 낼 수 있다면 말이지.
“……그런 게 있었나.”
약점을 치면서 치명타를 내는 크리티컬 히트.
그중에서도 극한의 한 점만을 찔러야 가능한 일.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람이나 몬스터에 한정한 것이지.
저런 식으로 싸우는 건 듣도 보도 못했다.
-설마 저런 게 그 녀석 말고도 가능할 줄이야.
“그 녀석?”
-무신. 무의 신이다.
전 세계 서버에 있는 신 중 무신이라 할 만한 신은 없었다.
있다면 전투신 토르 정도.
그러나 지금 보이는 검노인의 침착한 모습은, 천둥신 토르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게 무슨…….”
-놈은 신들의 전쟁 이전에 죽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종말을 한 차례 봉인한 뒤 죽었지.
다른 신들과 달리 전부 집어삼켜져 역사에도 남지 않은 신.
그 무신은 따로 권능이나 영역은 없었다.
그저 모든 무의 정점에 이르렀을 뿐.
이 때문에 그는 검 한 자루, 아니 나뭇잎 한 개만으로 수많은 신을 이길 수 있었다.
“그럼 저자도 신의 화신이란 소립니까?”
-아니, 그건 아니다. 무신은 완전히 사라졌으니까.
이그나이트가 부정했다.
그러나 그것이 훨씬 더 무시무시했다.
검노인은 단지 인간의 움직임과 몇 개의 스킬만으로 그것을 흉내 낸다는 뜻이었으니까.
-신의 경지에 다다를 정도로 무술을 연마한 인간이라, 놀랍도다.
“뭐, 좋습니다.”
플러시가 씩 웃었다.
“이 정도는 해 줘야 게임이 될 테니까요.”
그대로 검을 마주 뽑아 든 플러시가 맹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불의 마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검은 내공이 검기의 형태로 줄기줄기 뻗어 나왔고.
천마신권을 펼칠 때마다 묵직한 묵빛 어둠의 강기가 땅과 벽, 하늘의 얼음 방벽에 주먹 모양의 홈을 남겼다.
“음……!”
“어디 얼마나 버티나 볼까!”
검노인의 실력이 대단할지 몰라도.
체력은 무한하지 않다.
그것이 가상현실 게임인 호라이즌의 법칙.
아무리 컨트롤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레벨 1은 레벨 100을 이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 체력은 천하제일이거든.’
이그나이트가 언제든지 마력을 공급해 주고.
천마신교의 교주로서 먹은 수많은 도핑 아이템 덕에 플러시의 스테이터스는 다른 최고레벨 유저들의 3~5배에 가까웠다.
전 중국에서 끌어모은 영약과 기연 들!
아무리 검노인이 집중투자를 받았다곤 하지만, 대륙의 기상을 몰아 받은 플러시에 비하면 덜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검노인에겐 한 가지 문제가 더 있었다.
나이.
중노년의 스킨을 썼지만, 아마 현실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늙었으리라.
가상현실 게임에선 현실의 몸과 영향을 받지 않는다지만.
결국 뇌를 이용해 움직이는 작업이기에, 그 영향은 현실의 몸에도 약간씩 남는다.
장기간 접속하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쌓이고 체력이 부족하면, 스태미나로는 설명할 수 없는 스펙의 저하가 온다.
그리고 그런 저하는 검노인에게도 올 수밖에 없었다.
‘같은 조건이라면 내가 훨씬 유리하다는 뜻이지.’
플러시는 자신만만하게 들어오며 검을 땅에 내리찍었다.
곧바로 땅 밑에서 솟구치는 검은 불꽃의 마력들이 맵의 지형을 부쉈다.
“……!”
불을 피해 공중으로 뛰어오른 검노인을 향해 검은 검기 다발이 비처럼 쏟아졌다.
엄청난 MP와 기력을 기반으로 한, 그야말로 집중포화를 연상케 하는 공격.
검노인은 위태위태한 모습으로 검을 움직였다.
때로는 자리를 움직여 피하거나, 몸을 땅에 굴리면서 그 많은 공격들을 막고, 또 베어 냈다.
그 모습은 마치 바다와도 같았다.
어떤 폭풍우가 불거나, 해일이 일어나도 변하지 않는 바다.
“……무슨.”
수많은 공격을 쏟았지만, 검노인은 멀쩡했다.
오히려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밀리는 건 플러시 쪽이었다.
수많은 십자포화 공격의 빈틈을 파고들어 온 검노인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플러시의 HP가 아주 조금씩이지만 떨어지기 시작했다.
“뭐 이딴……. 말도 안 되는 일이……!”
호라이즌의 법칙은 간단하다.
레벨이 높아지고, 스킬의 등급이 높아질수록 더 강한 힘을 다룰 수 있다.
그리고 강한 스킬은 약한 스킬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좀…… 맞아라!”
이를 악문 플러시가 직접 검을 내리치며 공격했다.
그러나 그것은 실수였다.
“배쉬.”
가벼운 스킬로 공격을 밀어 낸 검노인이 재차 일반 공격을 날렸다.
스킬 사이에 빈틈이 생긴 플러시의 팔을, 검날이 여지없이 베고 지나갔다.
“컥……!”
팔에 자상을 입은 플러시가 물러났다.
그 앞에 멀쩡한 모습의 검노인이 내려섰다.
“예상대로군요.”
전투를 지켜보던 이시우가 말했다.
“당신의 진정한 무서움……. 그건 천마신공이나 이그나이트의 불꽃 따위가 아니었습니다.”
분명 천마신공은 가장 높은 등급인 갓급의 무공이고.
이그나이트의 사도로서 쓸 수 있는 분노의 불꽃 스킬들도 레전더리, 임모탈급의 살벌한 등급을 가졌다.
그러나 파이브스타 길드에도 그 정도의 히든 피스를 가진 사람은 여럿 있다.
진짜 문제.
파이브스타 길드가 분석한 플러시의 진정한 무서움은 하나였다.
“모든 경우의수와 상황이 당신을 향해 웃어 주는 것. 그것 때문에 분석팀은 당신과 정면 승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파이브스타는 강하지만, 홀로 유럽 서버 전체를 이기지는 못한다.
하지만 플러시는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직접 보여 주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쓰러뜨려야 할까.
답은 간단했다.
플러시의 행운과 확률이 힘을 쓰지 못하는, 철저한 실력의 싸움.
그것이 가능한 사람은 파이브스타 길드 전체, 아니 전 세계 호라이즌 유저들을 통틀어 단 한 명뿐이었다.
“어떻게 안 지치는 거지……?”
“MP는 충분합니다. 기본 스킬만을 썼을 테니까요. 그렇지요? 검노인?”
“예.”
스트라이크, 배쉬, 트윈 히트 등.
노말, 매직 등급의 기본 스킬들은 들어가는 MP도 압도적으로 적다.
플러시가 아무리 MP가 많다지만, 공격에 들어가는 코스트가 1 : 100 이상으로 차이가 나면 이득을 보는 쪽은 뻔했다.
“……그렇단 말이지.”
씩 웃은 플러시의 손에서 검은 불꽃의 검이 나타났다.
“그럼 나도 방법이 있지.”
“저건……!”
필살기를 이용한 한 방 싸움.
“이것도 벨 수 있나 보자고.”
말을 마친 플러시가 검을 하늘 위로 던졌다.
-파천황.
다음 순간, 천마신공 마지막 초식이 검노인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