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64)
64화
“전원 재정비! 전투를 준비해라!”
“오크들이 몰려온다!”
수많은 오크와 인간 유저, NPC 들이 한데 섞여 싸우고 있는 전장!
파프닐은 일반 해골병부터 소환했다.
“가서 마구잡이로 싸워라. 다 죽어도 좋으니 한 마리라도 더 없애.”
“딸그락!”
시체는 사방에 널려 있으니 굳이 해골병 하나하나에 애착을 가질 필요가 없다. 성장시켜 봤자 계속 데리고 다닐 필요가 없으니, 게임 기본 유닛처럼 쓸 수 있는 것이다.
‘다음은 엘리트 전력들 차례.’
루이와 벨, 페넬로페를 소환한 파프닐이 지시했다.
“너희 셋은 각자 단독으로 행동하며 병사들을 모으도록 해. 단 절대 정면에서 오크나 배신자 군대를 상대하진 말고.”
세 명 모두 각자 제 몫은 할 수 있을 만큼 강하다. 전장 곳곳을 돌아다니게 하면 그만큼 도움이 되리라.
“옛, 써어! 전쟁터를 날뛰는 건 기사로서의 로망이죠. 음하하하! 가좌!”
곧바로 말을 달리는 해골 기사 루이.
“주인님의 안전이 우려됩니다. 명령을…….”
“흑마법사, 너는?”
페넬로페와 벨의 물음에 파프닐은 훗 하고 웃었다.
“지금은 너희들이 붙어 있는 게 방해다.”
“흠, 알겠다.”
“정말로 자율 행동을 명령하시겠습니까?”
“그래.”
“알겠습니다.”
슥, 두 명이 몸을 돌리고 멀어졌다.
파프닐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페넬로페는 사람인데, 벨은 어째 로봇이나 AI 같군.’
마치 실험 기지의 슈퍼컴퓨터 AI가 말하는 듯한 모습.
인공 생명체이다 보니 기계에 가까운 모습인 듯했다.
‘중후반에 나왔던 호문쿨루스는 이성? 자아가 있는 것 같던데…….’
소설 속에서 나온 몇몇 호문쿨루스는 거의 사람처럼 행동했다.
레벨이 높아지면서 자아가 성장하거나 다른 스킬 같은 게 있는 것 같았다.
‘나중에 알아봐야겠군.’
지금은 성장 한계를 시험해 볼 차례!
“와 봐라! 이 경험치들아!”
오크들 사이에서 파프닐의 검이 춤을 췄다.
검술 스킬은 없다시피 하지만, 스테이터스 배분을 균형 있게 한 덕에 대미지나 민첩은 충분했다.
요구되는 건 순수한 컨트롤과 상황 판단, 그리고 사방의 적들을 향해 뛰어들 용기!
“대부분 스킬의 문제는 컨트롤로 해결이 돼.”
말도 안 되는 이론을 말하더니 오크들 사이를 달리며 검을 휘두르는 파프닐이었다.
“취취익, 이놈이다.”
“인간 놈! 건방지다!”
사방에서 모여드는 오크들.
도망치지 못하게 포위한 채 한 번에 덮치려는 속셈이다.
휘리릭.
파프닐은 사방으로 뼛조각들을 던졌다. 암기인 줄 알고 몸을 사리던 오크들이 이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취익! 이 녀석 허당이다!”
“맞은 거 없다!”
이내 비웃음을 흘리는 오크들.
그 뒤에서 나타난 엘리트 해골병들이 검을 휘둘렀다.
미처 놀랄 새도 없이 오크들이 쓰러졌다.
“몇 번 쓰다 보니까 익숙해지는군.”
파프닐은 씩 웃었다.
매개물이 되는 뼈를 던져서 소환하고, 그걸 해제하는 것을 반복하는 고난이도의 테크닉!
지금은 다섯 마리인지라 쿨타임까지 다시 기다려야 하지만, 숫자가 늘어나면 이교대로 계속해서 쓸 수 있으리라.
“좋아, 계속 가 볼까?”
파프닐의 검이 오크들 사이에서 춤을 춘다.
머리 위로는 파이브스타 길드나 유저들이 쏜 마법, 화살 비가 쏟아져 내렸다.
지칠 때까지 싸우면서 나아가다 보니, 먼발치에서 다른 군대가 보였다.
“밀어붙여라!”
“간신배들을 죽여라!”
오크들과 합동해 왕국군을 밀어붙이는 북부군단.
“젠장, 왜 이러는 거야! 우린 같은 왕국군이잖아!”
왕국군 NPC들의 호소에도 북부군단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검을 휘둘러 댄다.
파프닐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저 녀석들도 엿을 좀 먹이고 싶은데.’
객관적으로 보면 북부군단 쪽이 훨씬 사냥하기 어렵다. 평균 병사 레벨도 높고, 곳곳에 고위 마법사나 상급기사 등의 고레벨 네임드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같은 인간이 오크 편에 선 걸 보니, 왠지 모르게 띠꺼운 기분이 들었다.
있잖은가, 애초에 적국이었던 놈들보다 아군의 스파이나 변절자가 더 미운 마음이.
‘뭔가 어떻게 꼬일 방법이…….’
순간 파프닐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잠깐만.’
오크들은 공작의 군대를 치지 않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임시 동맹.
근본적인 종족 간의 차이 때문에 공존할 수 없는 사이다.
작은 불씨 같은 계기 하나만 있다면, 깽판을 칠 수 있다는 뜻.
‘불씨야 만들면 되지.’
파프닐은 해골병 몇 마리를 만들어 오크들에게 보냈다.
그렇게 움직인 해골병들은 명령에 따라 오크들을 공격했다.
“취익!”
오크들은 별생각 없이 해골병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다른 네크로맨서들의 해골병과 싸우며 이 정도 힘이면 된다고 학습한 덕분이다.
하지만 이 해골병들은 그저 그런 해골병과 달랐다.
아드득!
콰작!
부서지면서도 창을 찔러 넣고, 결국 상처를 만들어 낸다.
-카르쉬크의 독에 중독됐습니다.
거기에 중독 디버프까지.
“취이이익!”
“취익!”
의외의 깊은 상처를 입은 오크들이 눈에 불을 켜고 조종자를 찾았다.
“으라차차.”
파프닐은 그 앞에서 보란 듯이 해골병을 소환한 뒤, 곧바로 뒤로 달렸다.
“취이이이익!”
등 뒤로 몰려오는 오크 떼.
마치 양 떼를 모는 목동처럼, 오크들을 거느린 파프닐이 그대로 북부군단을 향해 달렸다.
“뭣들 하느냐! 어서 나를 지켜라!”
“어? 어?”
“나는 대공 저하님의 조언자다! 오크 놈들을 막아라!”
대충 둘러대며 병사들 안으로 들어가는 파프닐.
“어? 자, 잠깐만!”
“크아아아!”
말리려던 병사들을 향해 검붉은 파도가 들이닥쳤다.
광폭화 상태인 정예 검은 오크와 붉은 오크들이었다.
“우왁!”
“억!”
그대로 튕겨 나가거나 짓밟히는 북부군단 병사들.
당혹해하던 주변 병사들의 눈에 독기가 어렸다.
“이, 이 오크 새끼들이!”
“죽여! 때려잡아!”
병사들은 창을 세워 오크들을 막아섰다.
돌진한 오크들이 창을 흔들었지만, 뒤이어 끝없이 날아오는 그물과 화살 비, 투창이 그 앞을 가렸다.
“취취익!”
동료들의 죽음에 분노한 병사들이 그런 오크들을 죽였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오크들이 몰려오고, 병사들과 오크들은 또다시 싸웠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공헌도를 획득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
‘됐다.’
파프닐은 그 모습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원래 처음 불붙이기가 어렵지, 일단 불이 붙으면 크게 퍼져 나가는 법.
일단 싸움이 시작되었으니 최소 1,000명씩은 양쪽 다 사상자가 나리라.
‘나도 활약을 해 볼까?’
어떻게든 전장을 수습하려는 북부군단 부사관.
그 뒤로 다가간 파프닐이 검을 놀렸다.
번 엔드!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적을 암살했습니다.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힘이 빠지는 부사관이었다.
그렇게 숨을 끊은 파프닐은 거기서 한술을 더 떴다.
“오크 놈들이 지휘관님을 죽였다! 저놈들이 협정을 깼다!”
“뭐라고?”
“그럼 그렇지. 이참에 오크까지 쓸어버리자!”
북부군단 병사들과 오크들 간의 충돌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대혼란의 시작이었다.
***
“김 비서.”
“네.”
파이브스타 길드 사령부.
이시우의 물음에 김 비서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대답했다.
“플랜 D를 실행할 준비는 되었습니까?”
플랜 D.
A, B, C 플랜이 승리를 목표로 둔다면, 플랜 D는 생존을 목표로 한 도주 작전이었다.
파이브스타 길드의 계획이 무너졌다는 뜻이기도 했다.
“예.”
“피해 상황은요?”
“1군 준비 완료, 2, 3군 준비 중, 4군은 탈출 불가능이라고 지휘관 재량 판단 후 항전 중입니다. 5군은 군장 및 간부진 절반 이상이 사망해 사실상 와해 상태입니다.”
우드득. 이시우의 손가락 사이에 있던 자갈이 형체도 남지 않고 바스라졌다.
“……조금 화가 나는군요.”
길드 연합이나 NPC에 대한 분노는 아니었다.
이시우가 읊조렸다.
“최강의 방패만 완성됐더라면, 저 이벤트도 충분히 대처해 역전할 수 있었을 텐데.”
파이브스타 길드는 단순히 고급 인력 양성 및 영입에만 매달리지 않았다.
슈퍼스타.
각 분야의 정점이라 할 만한 유저들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투자와 영입을 하고 있었다.
최강의 검, 바리안이 그 예시.
컨트롤의 극한에 이른 그를 현 유저 중 일대일로 컨트롤에서 이길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강의 방패는 달랐다.
최강의 칼과 달리 충분한 스킬과 히든 피스, 그리고 시간을 지원해야 만들어지는 역할.
아쉽지만 그것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하는 수 없군요, 여기선 물러나고 다음을 기약합니다.”
“사장님, 그럼 이제.”
“알겠습니다, 바로 가죠.”
김 비서와 이시우는 곧 막사 밖으로 나갔다.
이시우는 양옆에 도열한 파이브스타 길드 간부들에게 말했다.
“일단 여러분 모두에게 사과드립니다. 이번 일은 모두 제 불찰입니다. 이벤트 로그에 있던 북부군단의 지원군이 오크 측이었다는 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닙니다, 사장님.”
“저희가 부족했습니다.”
정보부 길드원들이 고개를 숙였다.
만약 관련 정보가 하나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무력하게 당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대로 전투를 수행할 수도 있지만, 전세를 역전시킬 순 없을 겁니다.”
사실상 퇴각 지시.
알고 있었지만 직접 말로 들으니 더 비참하다.
“하지만 다음은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파이브스타 길드는 이번 패배를 디딤돌 삼아 한층 더 견고하고, 강해질 것입니다.”
이시우가 말을 이었다.
“그럼 다들 후퇴 작전을 수행해 주십시오.”
“예.”
홱, 몸을 돌린 이시우 휘하 간부진이 움직였다.
곧 파이브스타 길드원들이 속한 메신저에 알림이 떴다.
“후퇴!”
“다들 후퇴!”
급히 전장을 빠져나가는 파이브스타 길드원들.
그나마 전열을 유지하던 인원들이 빠져나가자 전장은 순식간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완전히 무너지기 전 도망치며 경험치와 공헌도를 유지한다.
이시우의 빠른 후퇴 결정은 분명 옳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그들은 굉장히 중요한 것을 보지 못했다.
“크아아악!”
“취익, 취이익!”
북부군단과 오크들이 접한 지역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충돌.
전장 곳곳에서 보이는 변화.
그 사이에서 미쳐 날뛰는 한 사람의 모습까지 전부 말이다.
***
이켈은 흔히 말하는 판타지 마니아였다.
진짜 기사도는 물론 아니고, 게임이나 만화 속에 나오는 서사시를 좋아했다.
이 때문에 호라이즌이 나왔을 때, 그는 곧바로 적금을 깼다.
‘그렇게까지 할 건 없었는데.’
막상 게임을 시작하자 나온 세계는, 이켈의 예상과 많이 달랐다.
게임 내 콘텐츠는 완벽했다. NPC는 실제 사람처럼 움직였고, 행동에 따라 백 가지가 넘는 보상이나 퀘스트를 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언제나 사람이었다.
-여기, 통제 구역.
-약초 100개당 3실버! 뭐? 왜 이렇게 비싸냐고? 그거야 내가 엿장수라서 그렇지!
각 구역을 통제하는 길드부터, 싸구려 물품을 억지로 강매하는 사기꾼까지.
온갖 등쌀에 시달리다 보니, 자연스레 흐르면 흐르는 대로 살아가게 되었다.
딱히 뭔가 열의를 가지고 하지도 않는, 물에 물 탄 듯한 플레이.
남들이 도망갈 때 도망가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물론 결과는 냉정했다.
“취익!”
“컥!”
오크의 주먹에 맞은 이켈이 날아가 널브러졌다.
HP도 MP도 바닥, 아이템 내구도도 10 아래로 떨어져 있었다.
“여기까진가…….”
어차피 공헌도나 경험치에 딱히 미련은 없었다.
“취취이…….”
비웃음을 흘리며 다가오는 오크.
마무리를 지으려는 듯 대검을 들어 올린다.
이켈은 눈을 감았다.
그때였다.
막 오크가 손에 힘을 주려 할 무렵.
“놈!”
“취익!”
휘익, 퍽. 멀리서 날아온 창이 오크를 쓰러뜨린다.
어?
눈을 뜬 이켈이 가장 먼저 본 것은 찬란한 금빛 날개를 단 미녀였다.
‘천……사?’
다시 눈을 깜박거리자, 제대로 눈앞이 보였다.
날개라 생각했던 건 금빛 머리카락이었고, 미녀는 여기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페넬로페다, 일어설 수 있겠나?”
“왕국군 기사입니까?”
“그런 셈이지.”
이켈의 손을 잡아 일으킨 페넬로페가 몸을 돌렸다.
“아무래도 자네는 더 싸우긴 무리겠군. 후열에 합류하도록.”
“당신은…….”
“나는 앞으로 간다. 몬스터에 맞설 것이다.”
“……!”
“그럼 나중에 만나지.”
철컥, 창을 들고 앞으로 나아가는 여기사 페넬로페.
그 모습이 멀어질 때까지 이켈은 멍하니 서 있었다.
“와…….”
한참 후 이켈의 입술이 벌어졌다.
“존X 이쁘네. 이게 호라이즌……?”
현실의 세계적인 여배우들 뺨을 몇 번 더 내려치는 외모.
이켈의 가슴속에서 무언가 뜨거운 게 피어올랐다.
다른 곳곳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말을 타고 웃는 해골 기사를 목격하거나, 박쥐 떼로 변해 날아다니는 뱀파이어를 마주쳤다는 이야기가 속출!
경험치나 얻으라고 풀어 준 세 명의 입소문이 유저들 사이에 조금씩 퍼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