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640)
640화
“헬 파이어!”
콰아아아앙!
베로니카의 마법이 쓰이자 전장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범위 안에 있던 천마신교의 병사들 수백 명이 그대로 빛의 가루로 변했다.
말도 안 되는 화력 투사에 천마신교군마저도 멈칫했다.
대규모 전쟁과 화력 투사, 대미지 딜링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클래스.
그런 마법사 클래스 중에서도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다운 면모를 한껏 보여 주었다.
“하아…….”
한번 마법을 쓴 베로니카의 등 뒤엔 거대한 얼음 벽들이 있었다.
마법의 신 오딘과 북풍의 신 보레아스, 여신 스카디에게서 받은 부서지지 않는 얼음 소환술.
그것으로 둘러싸인 벽 안에서 연신 굉음과 함께 진동이 울려 퍼지고 있다.
플러시와 이시우, 검노인의 전투.
저 싸움이 끝날 때까지는 이 구간을 사수해야 했다.
그러나…….
“상황은?”
“……제기랄, 안 좋습니다.”
베로니카의 물음에 혈귀가 힐링 포션을 마시고 대답했다.
소수 정예가 텔레포트로 이동한 파이브스타 길드와 달리.
천마신교군은 이 도시를 공격하기 위해 수십만 명의 원정군을 보낸 상황.
물량 공세가 끊임없이 이어지자, 파이브스타 특무대의 방벽도 점차 깎여 나가고 있었다.
더욱 무서운 건 일반 군사 사이에 숨은 천마혈검대, 만마전, 호법원의 고레벨 유저들.
한눈이라도 잘못 팔거나, 스킬 배분을 잘못하면 그 대가로 한 명 이상은 죽어야 했다.
“이대로라면 전멸할 겁니다.”
“어떻게든 버텨야…….”
진영을 유지하려던 특무대원들의 위로 거대한 불의 검이 떨어졌다.
-크하하하! 필멸자들 주제에 감히 이 몸을 이렇게까지 귀찮게 하다니……!
1,000레벨 이상의 몬스터인 타이란트의 공격은 한 발 한 발이 치명적이다.
대몬스터 전문팀이 묶어 두고 있었지만, 물량 공세에 밀려나며 힘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축융 님이 뚫었다!”
“지금이다, 돌격!”
중국 신화 속 불의 신의 이름을 외친 중국 유저들이 물밀듯이 몰려왔다.
이대로라면 어렵다.
사람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향했다.
“베로니카 님…….”
“…….”
총대장인 이시우가 빙벽 안에 들어간 지금.
다음 순위의 명령권자는 다름 아닌 그녀였다.
“……후우…….”
베로니카는 주변을 한 차례 둘러본 다음 말했다.
“다들…….”
그때였다.
콰아앙!
절대로 깨지지 않는다는 효과를 가진.
부서지지 않는 빙벽의 천장이 산산조각 나며 흩날렸다.
그 속에서 검은 인영 한 명이 튀어나왔다.
“저건……!”
전장 안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인영에게 모였다.
그사이 그 인영은 가볍게 땅 위로 착지했다.
빙벽 안에서 벌어졌던 플러시와 검노인 간의 전투.
그 승리자가 천천히 검을 검집 안에 집어넣고 몸을 돌렸다.
자신은 할 일을 다 했다는 것처럼.
“어…….”
“설마……?”
모두가 놀라는 가운데.
빙벽 안에서 걸어 나온 이시우가 외쳤다.
“적들의 수괴는 죽었습니다! 다들 남은 잔당을 섬멸하세요!”
띠링.
-천마신교 교주인 플레이어 플러시 님이 사망했습니다.
-모든 천마신교 인원들의 사기가 대폭 감소했습니다.
-천마의 기휘 버프가 사라졌습니다.
-공격력과 방어력이 20% 감소했습니다.
-공포 상태이상에 걸렸습니다.
-NPC 병사들이 후퇴하기 시작합니다.
알림 메시지를 배경으로 파이브스타 특무대원들이 금빛 엘릭서들을 꺼내 들었다.
어찌할 줄 모르는 천마신교 유저들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은 한없이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
“컥!”
도망치지 못한 천마신교 유저 한 명이 쓰러지는 것을 마지막으로 전투가 끝이 났다.
그렇게 전투, 아니 전쟁이 끝난 무대엔 수없이 많은 아이템들이 뿌려져 있었다.
호라이즌에서 플레이어는 사망 시 시체 대신 아이템을 남긴다.
수십만 개의 아이템은 이곳에서 얼마나 엄청난 살육이 일어났는지 가르쳐 주는 증거였다.
“……마무리했습니다.”
“잔당들은?”
“진격해 온 야전군의 3할 정도가 생존했습니다.”
“그렇군요.”
대답하는 이시우의 표정에 약간의 아쉬움이 드러났다.
포위망을 만들지 못했다 보니 도망치는 적들을 완전히 마무리 짓지 못했다.
“어쩔 수 없나…….”
“고생했어.”
“아뇨. 직접 싸운 검노인이 고생했지요.”
옆으로 다가온 베로니카의 말에 이시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마 플러시를 이길 수 있는 건 그분뿐, 제가 나섰어도 플러시에게는 졌을 겁니다.”
플러시의 능력은 상식을 벗어난 무시무시한 강운.
세상을 이끄는 지도자들에게는 항상 그것이 있었다.
이시우의 아버지도 그랬고, 이시우 본인도 아버지에게서 그런 강운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저만큼 작위적인 ‘운빨’은 어느 누구도 가지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시우는 파프닐보다 플러시를 훨씬 더 경계했다.
이유? 간단하다.
파프닐이 계산과 예측 안에서 행동한다면, 플러시는 그런 계산을 아무렇지도 않게 벗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플러시도 결국 검노인의 검을 넘지 못했다.
행운과 확률이 개입할 여지 없이.
순수한 실력만으로 초고수의 경지를 넘어선 검노인.
아마 호라이즌 최강의 검사를 꼽자면 그가 될 것이다.
‘10년만 그분이 젊었어도.’
아쉬운 일이다. 이시우는 혀를 찼다.
‘생각이 길었군.’
전투는 끝이 났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이시우는 곧바로 지시를 내렸다.
“파이브스타 길드원들, 산하 길드원들에게 지시를 내려 천마신교군을 추격하세요. 그들이 완전히 철수하기 전 최대한 피해를 입혀야 합니다.”
“예.”
플러시가 쓰러졌지만 완전히 죽은 건 아니다.
사망 패널티를 겪고 수일 후면 다시 부활할 터.
중국 서버의 끝없는 물량도 마찬가지.
수십만을 죽였지만, 그 몇 배에 달하는 적들이 아직 본대에 남아 있다.
그들이 재차 공격해 오지 못하도록, 기세가 꺾인 지금 최대한 피해를 누적해 둬야 했다.
“그들을 몸 성히 보내 주면 금방 재정비하고 다시 침공해 올 겁니다.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물량으로요.”
중국 서버는 다른 서버의 몇 배 크기이며, 심지어 그 크기도 현실의 중국처럼 수많은 사람으로 포화 상태다.
한국 서버뿐만 아니라, 다른 서버 두 곳, 세 곳과도 전쟁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물량.
아무리 파이브스타라도 그런 대규모 군대가 여러 차례 온다면 버틸 힘이 없었다.
하지만 중국 유저들이 알지 못하는 사실이 있었다.
방금의 전투가, 그들의 마지막 기회였다는 것.
만약 6개월 후에 재차 침공하더라도 파이브스타는 한 차원 높은 곳에 올라 있을 것이다.
“발사한 복합체들의 상황은요?”
“별다른 이상 없이 도킹 진행을 했었으니, 지금쯤이면 완성되었을 겁니다.”
이시우의 질문에 김 비서가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도킹 및 병기 활성화를 시행하세요.”
“예.”
김 비서가 메시지창을 열었다.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우주 정거장의 각 섹터 부품들.
그것이 합쳐진 뒤 레이저 병기가 가동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 누구도 방해할 수 없다.
파프닐도, 플러시도. 미국의 프리메이슨도.
호라이즌의 최종 승리자는 바로 그였다.
“……후우.”
모든 적을 쓰러뜨렸다고 생각하자 왠지 모를 허탈감이 밀려왔다.
이시우는 고개를 하늘로 든 채 눈을 감았다.
그 때였다.
“사, 사장님!”
“……?”
“큰일 났습니다……!”
눈을 뜨자 김 비서의 새하얗게 질린 낯빛이 보였다.
“무슨?”
“그…….”
메시지창을 흘긋 본 김 비서의 아래턱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그…… 그…….”
“말하세요.”
“그게…….”
“어서!”
노호성이 터져 나온 순간, 김 비서가 급히 엎드리며 외쳤다.
“죄송합니다! 올림포스 시스템……. 저희 측 우주 정거장이 적에게 탈취당했다고 합니다!”
“뭐라고!”
이시우 주변의 베로니카, 다른 특무대원들이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이시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김 비서의 멱살을 잡아 들어 올렸다.
“말도 안 돼. 그런 일을 방지하려고 경비 인력……. 아니, 경비 견력들이 있을 텐데.”
이시우와 파이브스타도 멍청이가 아니다.
무인 시스템을 이용해 우주 시설을 제작할 시.
우주 공간의 몬스터, 혹은 지구에서 올라온 다른 적들에게 정거장을 탈취당할 위험성 정돈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정거장 안엔 이시우가 직접 키우던 ‘아수라견 삼형제’.
그리고 ‘그 개’를 같이 두어 만일의 경우까지 방지했을 텐데.
“대체 누가……?”
“그게…….”
머뭇거리던 김 비서가 대답했다.
“화면에 비친 바로는……. 벌꿀 옷을 장비한 흰 진돗개 한 마리가…….”
“……!!”
***
시간을 약간 돌려서, 플러시와 파이브스타 간 전투가 벌어지기 3일 전.
신들의 보물고에서 돌아온 파프닐은 드워프들에게 찾아갔다.
“크흠……. 왔나?”
“왔다 가게.”
애써 관심 없는 척하면서 고개를 돌리는 모습.
“로켓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질문을 받자마자 드워프들이 눈을 빛냈다.
“완성됐네!”
“우리가 만든 것 중 최고 걸작이야!”
“고대 선조들은 이런 기술들을 가지고 있었단 말이지……. 아아……. 역시 웃어른들의 지혜란…….”
몇 번의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노워프 박사의 영혼이 그때마다 조정해 준 덕에 기한 내에 로켓을 완성할 수 있었다.
심지어 그 성능도 어마어마하게 개선되었다.
기존에 제작하던 로켓이 물 한 컵에 커피 반 개를 탄 정도라면.
이번에 만든 것은 거의 커피 원두 90%에 물 10%를 부었다고 해도 될 정도.
“모든 엔진 준비가 완벽하네.”
“드래곤 하트에서 추출한 에테르 연료도 가득 채웠고, 추가 부스터에 사용할 마나를 담은 마력꿀 연료도 압축 보존 장치를 거쳐 큐브화시켜 실어 두었지.”
“지금이라도 바로 발사할 수 있네.”
드워프들은 초췌한 눈으로 연신 설명을 이어 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 내용을 전부 말한 드워프들이 슬쩍 파프닐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흠, 흠.”
헛기침을 하면서 뭔가를 기다리는 모습.
“혹시 질문하고 싶으신 게…….”
“그게…….”
윈필드가 말했다.
“기왕 만들었으니 최대한 빨리 써야 최고 효율을 발휘할 텐데…….”
“흠흠, 시간이 지나면 또 정비를 해야 하니까.”
속내가 뻔히 보이는 말에 파프닐은 씩 웃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으응?”
“오늘 발사할 겁니다. 바로요.”
“……!!”
반색하는 드워프들이 물었다.
“그럼 탑승자는 자넨가?”
“우리도 탈 수 있나?”
“그래, 우리가 만든 것이니 문제가 생기면 수리를…….”
그때 파프닐이 고개를 저었다.
“여러분은 탈 수 없습니다.”
“응?”
“그럼……. 자네가 타는 겐가?”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로켓을 못 탄다고 하자 금방 시무룩해지는 드워프들.
그러나 그들의 예상은 틀렸다.
“저기 타는 건 저도, 여러분도 아닙니다.”
“음?”
“그럼 누가…….”
“멍!”
그때였다.
파프닐의 다리 쪽에서 복돌이가 불쑥 고개를 내밀고 짖었다.
“부르셨나! 멍! 주인님!”
그렇게 말하는 복돌이의 몸과 얼굴엔 흰색 우주복과 유리 헬멧이 쓰여 있었다.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드워프들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설마?”
“그 설마가 맞을 겁니다.”
파프닐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었다.
“이 로켓에 타는 건…… 복돌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