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649)
649화
이레귤러.
호라이즌엔 상식의 틀을 벗어난 게이머들이 몇몇 있었다.
레벨이나 스킬, 스테이터스라는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들.
대표적인 예시가 플러시다.
말도 안 되는 행운 덕분에, 플러시는 한참 레벨이 높은 상대들을 몇 번이나 쓰러뜨리며 한 서버의 패자가 되었다.
레벨이나 스테이터스, 스킬 등에서 벗어난 말도 안 되는 정도의 행운.
검노인도 마찬가지였다.
파이브스타의 수장은 이시우지만, 가장 강한 사람을 꼽는다면 반드시 이 사람이 꼽힐 거다.
스킬마저도 베어 낼 정도의, 극한의 검술.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검노인의 힘은 진짜였다.
‘소설에서도 몇 번 나왔었지.’
원작에서 플러시는 파이브스타 길드를 상대로 몇 번이나 물을 먹였다.
메인스트림 스토리의 보스를 스틸하고, 몇 년을 찾던 히든 피스를 우연히 먼저 가져가곤 했다.
한국 서버 대부분을 제패하고, 해외 서버들까지 영향력을 뻗친 파이브스타 길드였지만, 플러시 앞에서는 그저 줄 건 줘 모드.
대규모 원정군을 보내도 당하고, 암살자들을 고용해도 운빨 앞에서 전부 수포로 돌아갔다.
그런 플러시가 무조건 피한 게 다름 아닌 검노인이었다.
행운 덕에 아슬아슬하게 따돌리거나,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 덕분에 막은 적은 있었지만.
소설이 진행되는 동안 플러시는 단 한 번도 검노인에게 이기지 못했다.
‘원작에서는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군.’
파프닐이 소설 속 세상에 빙의할 때, 이 소설은 연재 중이었다.
그 때문에 검노인을 어떻게 이겼는지에 대한 정보나 해답은 없었다.
그 사실이 도전 욕구를 자극했다.
‘이겨 보고 싶다.’
드래곤 헌터에서도 특별한 드래곤들이 있었다.
메인 스토리를 전부 클리어한 뒤 개방되는, 숨겨진 콘텐츠들.
스토리의 최종 보스보다 압도적으로 강하고, 공략법도 찾기 힘들다.
그런 드래곤들을 사냥하는 게 현생 김강한의 주 업.
검노인을 보자마자 플러시보다 강하다고 느꼈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검노인을 사냥해 보고 싶다는 뜻이기도 했다.
“쉐도우 토네이도, 뱀파이어 스피릿, 철폭.”
파프닐이 스킬들을 쓰자, 그림자의 회오리, 핏빛 안개, 금속 폭발이 연달아 일어났다.
하나도 대응하기 힘든 광역 스킬 셋.
그 순간 검노인이 검을 휘두르자 스킬의 기세가 단번에 사그라들었다.
-쉐도우 토네이도가 파괴되었습니다.
-뱀파이어 스피릿이 파괴되었습니다.
-철폭이 터졌습니다.
-대미지를 주지 못했습니다.
철폭이 터지는 사이로 다가온 검노인이 빛의 검을 휘둘렀다.
-미스릴 지배.
귀금속인 미스릴들이 일어나 벽을 만들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미스릴로 만든 벽이 두부 자르듯 베어져 나갔다.
“트럼페터!”
종말의 창술.
반월형 모양 검기를 막던 검노인이 뒤로 밀려 난 순간.
“흑뢰.”
하늘 위에서 검은 번개가 연달아 떨어졌다.
파프닐은 멈추지 않고 블랙 노바를 발사했다.
검은 레이저 광선이 번개가 내리치는 지점을 향해 쏘아졌다.
-블랙 노바를 시전했습니다.
-블랙 노바를 시전했습니다.
숨 쉴 틈 없는 연계 공격.
금속으로 벽을 만들고, 흑마법을 쏘며 위치를 강제시킨다.
그리고 그것을 돌파하면, 맞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서 창을 내지른다.
검과 마법의 활용이 극에 달한, 달인의 수준에 이른 공격이었다.
호라이즌 프로게이머들 중에서도, 이 정도 경지에 이른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그러나 정작 그 연계를 펼치는 파프닐의 표정엔 긴장이 가득했다.
“설마 그걸 다 튕겨 내다니.”
헛웃음을 짓는 파프닐의 앞으로 검노인이 걸어왔다.
“이상하구먼.”
검노인이 파프닐의 창격을 피하며 말했다.
“자네는 네크로맨서가 아니었던가.”
확실히 파프닐의 연계는 대단했다.
그러나 네크로맨서의 싸움은 아니었다.
수많은 군대를 지휘하며, 단신으로 군단을 만들어 내는 일인 군단.
그것이 파프닐이란 플레이어 캐릭터의 개성이자 주특기다.
“아니지, 만들지 못하는 건가.”
검노인이 말을 이었다.
파이브스타 해군과의 싸움에 수만 마리의 언데드가 투입된 후.
특무대 본대를 함정에 빠뜨리는 데 또 수만 마리의 언데드가 쓰였다.
바알런 정도의 물량빨 네크로맨서가 아니라면, 이 수량을 채우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빨리 처리해야겠구먼.”
검노인의 속도가 한층 더 빨라졌다.
“……!”
파프닐은 창을 내질러 공격을 끊었다.
‘스킬을 쓸 수가 없다.’
마법이나 저주를 쓰려 할 때마다 검날이 목을 노린다.
피하면서 스킬을 쓰려고 해도, 그때마다 검노인의 공격이 항상 한발 더 빨랐다.
아무리 짧아도 쿨타임이 있는 스킬과, 일반 평타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했기 때문이다.
‘아니, 이게 말이 되나.’
파프닐은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설마하니 진짜 움직임만으로 스킬을 막는 게 가능할 줄이야.’
컨트롤의 영역이라면 자신 있었다.
현실의 프로게임에선 준우승을 했지만, 라인전에서는 무조건 상대를 압살해 주었고.
드래곤 헌터의 숱한 드래곤들을 가장 먼저 잡아 왔다.
그런 파프닐도 스킬을 검으로 흘려 내 막는 건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아니, 지금까지 그럴 생각조차 해 본 적 없다고 해야 정확하리라.
굳이 스킬을 흘려 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성공, 실패 확률은 반반……. 심지어 그렇게 성공해도 작은 이득뿐이지.’
그런데 검노인은 그걸 밥 먹듯 해내고 있었다.
원작 소설 주인공인 플러시가 진 것도 이해가 갔다.
아마 플러시의 기가 막힌 운빨도, 이런 검격에 막혔으리라.
변칙성과 행운을 쓰러뜨리는 건, 건실하게 쌓인 기반.
정공법이 괜히 정공법이라 불리는 게 아닌 것이다.
“크윽……!”
파프닐은 창을 회전시키며 땅에서 금속 칼날들을 솟구치게 했다.
검노인이 칼날을 베는 사이, 혈마창에 검붉은 검기가 모였다.
-암흑혈마공[暗黑血魔功].
-혈귀탐랑.
수많은 붉은 검기들이 시간을 두고 검노인을 쫓았다.
그러나 검노인이 기본 스킬들을 쓰기 시작하자 검기들도 하나씩 베여 나갔다.
“이건……. 무공? 플러시와 연이 있나?”
“어쩌다 보니.”
“과연. 일대일을 신청할 만하군.”
말을 마친 검노인이 재차 공격해 왔다.
이번엔 파프닐도 피하지 않고 맞부딪쳤다.
두 사람의 병장기가 순식간에 수십 합을 오가는 사이.
하늘과 땅에서는 포자 가루가 뿌려지고, 자력이 검노인의 팔을 붙들거나,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금속과 뼈 창이 만들어져 쏘아지기도 했다.
‘쓸 수 있는 모든 능력을 쓴다.’
외차원의 버섯 포자.
천둥새가 준 신력.
혈마에게서 받은 암흑혈마공과, 메탈 담피르로서 쌓은 능력까지.
사자왕의 심장이 공급하는 MP가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모든 스킬들을 이 순간 전부 쓰는 것.
‘이 싸움만 이기면 되니까.’
뒤를 생각할 겨를도, 이유도 없었다.
지금 이 검노인에게 집중한다.
다른 드래곤들을 상대할 때처럼.
‘녀석도 동시에 두 곳을 막진 못한다.’
파프닐의 뇌가 핑핑 돌아갔다.
멀티 태스킹.
완전히 동시에 수십 개의 스킬을 써야 하는 멀티 태스킹.
프로게이머들에게 이것은 알파이자 오메가였다.
뛰어난 게이머들은 병력을 컨트롤하면서 생산 시설을 돌리고, 동시에 적의 자원까지 견제하는 걸 보여 주기도 했다.
그러나 완전한 멀티 태스킹은 인간의 영역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컴퓨터라면 모를까.
-마스터 마인드가 데이터 수집을 완료했습니다.
-행동 패턴 예상을 띄웁니다.
‘됐다.’
파프닐은 정면으로 검노인의 검을 막았다.
동시에 주변에서 수많은 연계 공격들이 물 흐르듯 이어졌다.
“흠!”
금속 공격을 피하던 검노인의 몸이 일순 멈칫했다.
“자력?”
옷과 몸에 붙은 철가루에 자력이 통한 것.
동시에 포자가 쏟아지고, 하늘과 주변 땅으로는 흑뢰가 떨어지며 회피할 공간을 막았다.
“이런……!”
처음으로 검노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슬아슬하게 번개들을 피한 그가 뒤로 물러나며 공격을 튕겨 냈다.
“지금이다!”
마스터 마인드.
생체 뇌 컴퓨터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플러시의 변수를 전부 예측하려고 만든 것인데, 의외로 여기서 더욱 도움이 되는 것.
실제로 검노인의 몸에 상처가 늘어 가기 시작했다.
‘이길 수 있다.’
파프닐의 눈에 흥분이 어렸다.
그 순간 검노인이 오히려 앞으로 움직였다.
“……!”
예상한 패턴대로다.
블랙 노바.
검은 광선 여러 개로 검의 궤도를 튼 파프닐이 마주 검을 내질렀다.
지금은 다른 게임으로 치면 트리거를 넣을 타이밍.
여기서 물러나면 다시 처음부터 공략을 시작해야 한다는 직감이 든 것이다.
카앙!
빛의 검이 창날과 부딪치며 위로 튕겨 올라갔다.
파프닐이 막 창을 당기려는 그 순간.
검노인의 어깨가 파프닐의 몸에 부딪쳐 왔다.
-배쉬에 당했습니다.
-0.5초 기절에 당했습니다.
‘이런……!’
몸통 박치기라니.
한발 늦었다.
대처하려던 파프닐의 몸으로 빛의 검이 쇄도했다.
“컥!”
상처가 난 파프닐이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자성 제어로 밀어냈지만, 허벅지와 팔에 자상을 입으며 HP가 크게 떨어졌다.
“과연…….”
검노인이 검을 살짝 털며 말했다.
“도련님께서 나를 혼자 보내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구먼.”
그렇게 말하는 검노인의 몸 곳곳엔 잔상처가 남아 있었다.
동시에 두 곳을 막을 수 없다는 법칙 때문에, 공격을 흘리며 상처가 남은 것.
“덕분에 재미있었네.”
검노인이 검을 털었다.
“세이멍 건도 그렇고, 일본이나 중국 서버 건도 그렇고. 도련님께서 나서지 말라고 하셔서 미처 정리하지 못했거든.”
“심심하셨겠습니다.”
“그보다는 울화가 생겼지.”
“하하.”
파프닐은 허탈하게 웃었다.
아마 검노인이 나섰다면 세이멍과 좋은 승부가 되었을 것이다.
현실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술을, 게임 시스템이 가미된 극한의 무예가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역시 안 되겠군요.”
“음?”
“졌습니다.”
파프닐은 선선히 인정했다.
지금 개인의 무력만으로는 검노인을 이길 수 없다고.
“저 혼자서는 당신을 이길 수 없겠군요.”
“알겠네.”
검노인이 천천히 다가와 검을 들었다.
그 검이 내려오는 순간.
깡!
날카로운 금속성과 함께 빛의 검이 막혔다.
“……?”
검노인이 고갤 내리자, 그곳엔 흑기사 카라미트가 있었다.
-살아 생전에 나보다 강한 무인은 못 봤는데, 설마 죽은 다음에 보게 될 줄이야. 역시 세상은 넓군.
“……?”
어느새 주변에서 수많은 메탈 해골병들, 아니 메탈 엘리트 해골병들이 형형히 귀화를 빛내고 있었다.
파이브스타 특무대원들과의 싸움에서도 꺼내지 않았던.
이 순간만을 위해 파프닐이 마지막까지 아낀 최정예 언데드들이었다.
“본래의 컨트롤만으로 이기고 싶었는데.”
파프닐은 그렇게 말하며 입맛을 다셨다.
검노인.
아마 두 번 다시는 못 마주할 히든 보스였기에 더욱 혼자 힘으로 이기고 싶었다.
하지만 부딪쳐 본 지금은 인정할 수 있었다.
검노인의 실력은 자신보다 더 위였다.
이 때문에 파프닐은 검노인을 이기기 위해 다른 준비를 했다.
딱! 딱!
딸깍딸깍.
수많은 언데드들, 금속으로 만들어진 골렘들.
그 사이를 보던 검노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저 개는…….”
“……멍!”
검노인이 무신이라면, 복돌이는 무신견이었다.
“주인님을 다치게 만든 놈! 여기서 사냥한다, 멍!”
무신견 복돌이의 지휘 아래, 언데드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검노인이 말했다.
“그러니까, 이게 전부라는 말이로군.”
파프닐이 준비한 수인 정예 언데드들과 복돌이.
바꿔 말하면 이 언데드들과 복돌이를 쓰러뜨리면 파프닐도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뜻이었다.
“좋네, 한번 해보지.”
말을 마친 검노인의 신형이 사라졌다.
다음 순간 복돌이의 발과 검날이 부딪치며 불똥을 튀겼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