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65)
65화
파프닐은 북부군단 안쪽으로 계속 들어가며 싸웠다.
계속 전투를 하기보다는 하급 장교나 부사관 계열을 암살하는 데 주력하며, 오크와 군단이 계속 싸우도록 만들었다.
“병사들은 창을 세워라! 물러서지 말고 오크들을 막아라!”
“오크들이 군단을 공격한다! 적이라고 생각하고 대응해라!”
하급 지휘관을 죽인 후에는, 지휘관인 척 목소리를 높여 병사들을 보내기도 했다.
병사들은 얼빠진 표정으로 나아가 오크들과 맞섰다.
‘그나저나 북부군단 병사들의 수준이 보통이 아니군.’
병사들의 평균 레벨도 높고, 고레벨 기사나 마법사도 수두룩했다.
‘오크들이랑 선뜻 손을 잡은 이유를 알겠어.’
북부군단은 북방 야만족들을 맞아 싸운 바란왕국 최고의 전사들.
국왕군을 처리한 뒤엔 오크 따위는 단숨에 쓸어버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내린 결정이리라.
‘그래서 원작 소설에서 북쪽에 고레벨 유저들이 많이 모여 있었던 거고.’
고레벨 NPC들이 몰려 있으니 유저들도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었으리라.
천천히 움직이던 파프닐의 눈에 흥미로운 게 보였다.
‘저건 유저들이잖아?’
전날 왕국군에 있던 유저들과는 다른 유저 무리가 북부군단 속에 섞여 있었다.
그중 익숙한 하회탈들을 확인한 파프닐의 눈가가 번득였다.
‘저건 활빈당……. 그럼 활빈당의 지원 세력이 고윈 대공이었나.’
어쩐지 급성장한다 싶더라니, 거대 NPC 세력과 협조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저 녀석들에게 들켜 봤자 좋은 건 없겠지.’
장물 거래용으로 만난 사이인 만큼, 이런 곳에서 만난다면 적으로 돌변해 공격할 확률이 컸다.
파프닐은 일부러 그쪽을 피해 가며 전투를 이어 갔다.
띠링!
-전술을 통해 1,000명 이상의 적이 사망하는 결과를 냈습니다.
-전술을 통해 막대한 이득을 보았습니다.
-새로운 업적 ‘전술로 대성공’을 달성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명성이 +500 상승했습니다.
-새로운 칭호 ‘기적의 전술가’를 획득했습니다.
-지능 스테이터스를 +3 획득했습니다.
-작전참모 직책에 응시할 수 있습니다.
-적들을 크게 속임으로써 성과를 냈습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전략가’의 길을 걸으실 수 있습니다.
끌어 들인 오크들이 죽을 때마다 소량의 경험치가 들어온다.
파프닐의 레벨도 하나 더 올라 125가 되었다.
해골병 소환도 레벨이 8까지 올랐고, 엘리트 해골병도 마찬가지였다.
‘이거 생각보다 더 성공했나?’
1,000명 이상의 적을 처치했다면 보통 성공이 아니다.
단순히 지금의 성적뿐만 아니라, 그만큼 북부군단과 오크들이 더 뜨겁게 격돌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이건 히든 클래스잖아.’
피도 눈물도 없는 전략가!
병사들을 과자 포장지처럼 갈아 버리고, 승리를 위해 아군까지 팔 수 있는 비정한 길을 가야 하는 전략가 직업이다.
강력한 독전 지휘나 각종 군단 버프는 덤.
‘선택지에 넣어 둬야겠군.’
직업 하나를 마스터한 고레벨 유저는 다른 직업도 같이 할 수 있다.
부하들을 몇 번이나 소환해 소모할 수 있는 네크로맨서와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직업 중 하나였다.
‘그럼 슬슬 그만 도망치고 자릴 잡아 볼까?’
계속 끌어 들이는 것도 좋지만, 그럼 능력 시험이라는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게 된다.
파프닐은 적절한 언덕을 잡아 올라갔다.
“와라!”
자신을 잘 보이도록 하여 오크들을 이쪽으로 유인한 뒤, 이에 맞서 달려가 싸웠다.
북부군단이 힘을 낼 수 있게 옆에 해골병을 붙여서 전진시키는 것은 덤!
멀리서 보면 파프닐이 이끄는 북부군단이 쳐들어온 오크들과 맞서 싸우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
-바란왕국군 우측 전열이 붕괴됐습니다.
-셀리카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철혈패검이 배신을 결정한 이후.
철혈무쌍 혈맹은 여러 간부 및 정예 길드원들을 북부군단 쪽으로 보냈다.
그렇게 도착한 혈맹원들은 전투가 일어나자 북부군단의 선두에 섰다.
“공헌도가 더 오르네? 이야……. 진작 배신할걸.”
명령을 받은 랭커들은 신이 잔뜩 난 채 돌격했다.
기존에 쌓은 왕국 측 공헌도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 상태에서 왕국군을 처치할 때도 추가 공헌도가 오른다.
공헌도를 벌어 1등이 될 절호의 기회였다.
“돌격! 돌격!”
철혈무쌍 혈맹의 최정예 전력인 철혈마참대의 진격.
압도적인 장비 차이와 사기 차이 앞에서 왕국군은 수수깡처럼 튕겨 나갔다.
“서둘러라! 우리가 가장 먼저 중심에 도착해야 한다!”
사령부에 있던 철혈맹의 간부, 철혈이검이 소리쳤다.
‘기왕 배신까지 했으면 타이틀도 얻어 가야지.’
바란왕국군 속엔 아직 국왕이 남아 있다. 국왕을 처치할 시, 이시우는 물론 파프닐도 따라오지 못할 엄청난 공헌도를 올릴 수 있었다.
여러 뉴스에 얼굴을 보이거나 국왕을 처치하며 얻는 추가 타이틀까지.
‘차라리 NPC한테 넘어가면 모를까. 저놈들에게는 절대 뺏길 순 없어.
이상한 하회탈을 쓴 도적 길드.
뒷세계에서 유명한 활빈당도 북부군단에 합류해 있었다.
다른 연합 길드 몇 곳도 같이 배신했으니 이제 정말로 시간 싸움이었다.
“흠…….”
그때였다.
사령부에 있던 고윈 대공의 눈이 가늘어졌다.
“어이, 저게 뭐지?”
“네?”
철혈이검이 다가가자 고윈 대공이 말했다.
“오크 놈들이 우리 군이랑 섞이고 있는데.”
“……!”
대공의 손가락이 향하는 곳을 보던 철혈이검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뭐야.”
옆쪽에서 치고 들어오는 오크들의 군대와, 이를 막는 북부군단.
같은 동맹이라고 했던 말이 무색하게 거의 전면전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저기 있군, 그 원인.”
고윈 대공이 말했다. 동시에 철혈이검의 미간에 주름이 졌다.
“흑마법사……?”
심지어 보통 흑마법사가 아니었다.
‘병사들 사이 널널한 곳을 귀신같이 파고들면서, 장교나 현장 지휘관 들까지 죽이고 있다. 양쪽 모두의 적이야.’
철혈이검도 나름 게임을 위해 전술이나 지휘 교본 등을 공부하고 있었다. 이 덕분에 저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한눈에 알아보았다.
“빨리 치워 버리도록.”
-새로운 퀘스트 ‘방해꾼 처리(?)’가 생성되었습니다.
즉석에서 생성된 임시 퀘스트.
철혈패군과 다른 인원은 최전방에 있으니, 명령을 받은 자신이 해결해야 했다.
“후우.”
철혈이검은 급히 철혈마참대 인원 몇을 모았다.
“너, 너, 그리고 너. 너희는 나랑 같이 움직인다.”
“예.”
“예.”
철혈마참대원들은 군말 없이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
-전술을 통해 2,000명 이상의 적이 사망하는 결과를 냈습니다.
-공헌도가 상승했습니다.
북부군단 병사들과 오크가 섞여들자 파프닐도 그 사이로 뛰어들었다.
‘지금이 대박을 얻을 찬스지.’
혼자서 저 정예 오크들과 싸우면 마나와 스태미나 손해가 너무 크다.
‘어차피 이 녀석들도 왕국군이니, 원래 싸워야 할 적이랑 싸우는 거기도 하고.’
살짝 드는 죄책감까지 말끔히 지우며 공격!
평소 오브젝트나 적들까지 전부 이용하는 데 망설임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생각이다.
그때였다.
한바탕 오크들을 몰아낸 파프닐의 주변을 몇 명의 인원들이 포위했다.
“이 자식……. 뭐 하는 짓거리야!”
“음……?”
각진 물방울 모양과 망치가 겹친 문양.
철혈무쌍 혈맹의 것이었다.
“영업 방해는 여기서 끝이다. 처치해.”
“알겠습니다.”
검을 뽑은 검사들이 달려들었다.
‘이거야 원.’
철혈무쌍 혈맹의 랭커들이라면 지금 파프닐보다 한참 더 레벨이 높다.
‘한번 제대로 싸워 보겠군.’
파프닐은 곧바로 해골병을 소환했다.
그 위로 철혈마참대의 스킬들이 쏟아졌다.
-달그락!
-카다닥!
칼날에 닿자마자 블록 떨어지는 것처럼 부서지는 해골병들.
압도적인 레벨과 장비 차이 앞에서, 해골병들은 1초 정도 시간을 버는 역할에 불과했다.
어차피 포위를 했으니 도망칠 곳도 없다.
“공격!”
검사들의 검에서 빛의 칼날이 쏘아졌다.
그 순간 파프닐이 준비한 진짜 콤보가 터졌다.
-하데스의 인장, 판데모니엄 네펜데스!
동그라미와 직선들이 교차한 문양이 새겨진 순간.
모여들던 철혈마참대 한복판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커허억!”
엄청난 폭발의 위력!
인장이 찍힌 한 명은 아예 그 자리에서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어둠 속성 저항력이 대폭 낮아졌기에 대미지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다른 검사들이 몸을 일으키려 할 때였다.
“어딜!”
이 순간을 노린 파프닐이 뛰어들었다. 아직 몸을 가누지 못하던 한 명의 투구 사이로 파프닐의 검날이 박혔다.
-치명타!
-약점 공격!
“끄아아악!”
아무리 장비가 좋아도 눈구멍을 찔리면 방법이 없다.
순식간에 두 명을 처치한 파프닐에게 다른 대원들이 달려들었다.
“이……. 이놈이!”
“스펙은 강하긴 한데.”
캉, 캉! 파프닐은 능숙하게 검사들의 손목을 후려쳤다.
“컨트롤이 어째 A+급이 되는 놈이 한 명도 없냐.”
철혈마참대라 해도 결국 30~40대의 회사원, 직장인 같은 일반인 중 조금 뛰어난 정도다.
팔팔한 오진환의 몸으로 플레이하는 김강한은 검사들의 공격을 가볍게 피해 냈다.
‘그래도 방심할 수는 없다.’
검사들의 스킬이나 아이템은 하나같이 각종 마비나 스턴, 상태이상 효과로 도배되어 있다.
한 번이라도 예상을 잘못했다가는 그대로 베일 테지만, 파프닐은 겁이 없었다.
“이놈……!”
철혈이검이 뛰어들려 했다. 그 순간 창과 칼 들이 앞을 막았다.
“해골병?”
갑옷과 무기를 맞춘 엘리트 해골병 다섯 마리.
피식 웃은 철혈이검의 검에서 핏빛 오러가 뿜어졌다.
“딱딱!”
오러를 흘려 내던 3호의 팔이 베여 나갔다.
재차 공격하려던 철혈이검이 흠칫 놀라 물러났다.
콰곽. 곧바로 그 자리에 박히는 할버드.
2호가 눈을 번득이는 앞으로 나머지 해골병들이 쉴 새 없이 달려왔다.
“뭐 이런……!”
이 녀석들, 보통 해골병들이 아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철혈이검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철혈군보가 사망했습니다.
-철혈미삼이 사망했습니다.
그런 그의 눈앞에 뒤따라온 두 명의 사망 메시지가 나타났다.
‘무슨……!’
약점만을 연달아 때려서 기어이 두 명을 하나씩 처치한 것.
“마, 말도 안 돼.”
분명 네크로맨서일 텐데.
‘어떻게 기사를 처치했지?’
의문을 가질 시간 같은 건 주어지지 않았다.
해골병들의 뒤로, 숨을 고른 파프닐이 다가오고 있었다.
***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공헌도를 획득했습니다.
-적의 간부를 처치했습니다. 추가 공헌도를 획득했습니다.
평범한 경험치와 공헌도 획득 알림창.
철혈이검 및 다섯 명과의 전투는 그것으로 끝이 났다.
“……후우.”
파프닐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이 녀석들 역시 철혈무쌍의 간부였군.’
간부들은 일반 몬스터, NPC와 달리 추가 공헌도가 주어진다.
상대측 유저라도 마찬가지.
‘보자…….’
파프닐은 공헌도를 확인했다.
[파프닐]-통합 공헌도 : 173,035
이번에 대활약을 하면서 공헌도가 크게 늘었다.
사흘 동안 쉰 것을 보충하고도 남을 정도.
2위인 이시우의 통합 공헌도가 11만이니, 사실상 1위를 완전히 굳힌 셈.
‘물 들어올 때 좀 더 벌어야지. 기회를 놓치고 후회하면 곤란해.’
별다른 일이 없는 이상, 최대한 오래 싸우며 들어오는 경험치를 만끽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때였다.
-바란왕국 국왕이 사망했습니다.
-‘철혈패군’ 님이 킹 슬레이어의 칭호를 획득했습니다.
-통합 전선 전투의 결과가 ‘패배’로 고정됩니다.
-사기가 자동으로 최저치까지 하락했습니다.
-오크 진영, 북부군단 진영의 사기가 최대로 상승했습니다.
-바란왕국군이 후퇴를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퀘스트 ‘적진 도주(레어)’가 생성되었습니다.
국왕의 사망 메시지.
왕국군 측 유저라면 모두가 경악할 대사건이지만, 이를 접한 파프닐은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엘리자베스 왕녀를 탈출시켜서 다행이군.’
왕녀가 탈출했으니 왕가는 무사히 이어지리라.
물론 왕국에 충성심 같은 게 있는 건 절대 아니었다.
‘공헌도랑 경험치 보상을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아무리 큰 공훈을 세워도 물주가 살아 있어야 보수를 받을 수 있다.
파프닐은 다시 한번 진심으로 안도했다.
동시에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슬슬 갈 때가 됐군.’
전투는 끝났으니,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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