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653)
653화
울창한 숲과 나무들.
그 사이로 거대한 몬스터 한 마리가 성큼 걸어간다.
물가에 다다른 몬스터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 때, 놈의 머리를 향해 화살이 날아들었다.
-케륵!
그대로 화살이 머리에 박혀 쓰러지는 몬스터.
수풀에서 걸어나온 사냥꾼 남자는, 몬스터의 가죽을 해체하며 고개를 들었다.
“후우…….”
남자가 고개를 든 하늘.
그 한복판엔 붉은 선이 죽죽 그어지고, 초록색과 검은색, 푸른색이 섞여 있는 어느 행성이 보였다.
-뉴 호라이즌.
-새로운 시대의 개막.
영상은 그것으로 끝이 났다.
간단한 내용.
그러나 그 파장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뭐임? 다른 행성 개척한 거임?
-미친…….그래서 지구 엎어버린 거구나.
-그러니까 호라이즌 세계 행성이 여러 개다? 그리고 파프닐은 다른 행성을 테라포밍했다?
지금까지 개방된 세계는 빙산의 일각이고, 다음 세대의 문명, 컨텐츠가 준비되어 있다.
호라이즌을 접었던 유저들마저도 돌아볼 정도로 이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파프닐이 발표한 다음 소식은 더욱 그랬다.
-지구를 원상복구 시키고, 모험을 원하는 플레이어들은 화성, 금성의 몬스터들, 맨틀과 마계 쪽의 몬스터들과 싸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화성 테라포밍 소식과 지구의 원상 복구.
더불어 새로운 컨텐츠의 완전 자유 개방까지.
파프닐의 선언은 단순히 말에서 끝나지 않았다.
실제로 그 때부터 지진과 화산 폭발이 멈추고, 신들이 다시 자연을 재생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갑자기 뭐임?
-여기서 이렇게 신 컨텐츠를 도와준다고?
유저들은 파프닐이 무엇을 받고 저런 공약을 했는지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공짜는 아니겠지.
-아마 운영진한테 이러면 안 된다고 제재받은 거 아닐까?
-제재하기도 뭣한 게, 딱히 핵이나 버그 쓴 거 아니면…….오히려 파이브스타가 제 이득만 챙기고 공격해 오니까 어쩔 수 없이 저런 거 아님?
-내가 보기엔 물밑에서 운영자들이랑 협상 다 마쳤음.
현재 호라이즌은 사실상 파프닐이 정복한 상황이었다.
유저들이 막으려 해도, 생성되자마자 지진과 화산 폭발, 해일과 빙하기 환경에서는 살아남는 것조차 벅찼다.
신들이 다시 왔지만, 그 때는 이미 파프닐을 막을 수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 세계 서버에서 킬 경험치를 몰아받으면서, 파프닐의 스펙이 말도 안 되게 올랐기 때문이다.
레벨 2000을 넘어, 3천에 육박하는 정도.
이 정도 레벨과 스테이터스, 스킬이라면 신들과도 싸울 수 있었다.
원한다면 호라이즌 서버를 영원히 아포칼립스 상태로 두고 유지시킬 수도 있었다.
그런 상황이니만큼, 파프닐이 이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그만한 대가를 내 주었으리라.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그런 예상과는 달리, 파프닐은 아무것도 받지 않았다.
파이브스타에게 패배 선언을 받고, 검노인에게도 항복을 받아낸 정도.
이유는 간단하다.
굳이 받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
“후우…….”
서울 아파트의 침실 안.
김강한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눈 앞에는 퀘스트 알림창이 나타나 있었다.
[새로운 시작]당신은 운빨로 게임지존의 세상에 진입했습니다.
오진환은 능력도 잠재력도 뛰어난 청년입니다. 다만 스토리 전개상 사라졌어야 할 캐릭터이기도 했습니다.
김강한 님의 능력이라면 오진환의 육체를 통해 운빨로 게임지존의 세계에서 그 운명을 바꾸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작가에게 당당하게 소리쳤던 그 패기를 오진환의 육체를 통해 보여주세요.
보상 : 원래 세계로의 귀환, ???
-현재 상태 : 완료
-퀘스트 완료 버튼을 누르면 퀘스트 완수 가능.
“…….”
드디어.
드디어 작가 녀석이 낸 퀘스트에 완료 표시가 떴다.
정확히는 하루 전.
운영진과의 협상을 마무리짓고, 파이브스타와도 이야기를 마친 순간이었다.
-당신은 빙의한 육체의 능력을 이용해 훌륭하게 호라이즌 속 세계를 제패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습니다.
처음 메시지를 봤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게 무슨……!’
태연한 척하며 자리를 떠난 뒤.
하루가 지났지만 이 상태창은 사라지지 않았다.
“…….좋아.”
김강한은 심호흡을 했다.
“어디 한번 그 놈 얼굴이나 보자고.”
떨리는 손가락이 퀘스트 완료 창을 눌렀다.
그 순간.
갑자기 김강한 주변의 공간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어?”
블랙홀처럼 완전한 어둠.
놀란 김강한 앞에 어떤 형체가 나타났다.
어둠 속에 가려진 실루엣인지라, 누군지는 보이지 않았다.
“네가 신인가?”
김강한은 형체를 보면서 물었다.
“그 suez라는 닉네임을 쓰는 작가?”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잊을 수 없다.
소설 주인공이 물러나는 게 이상하다고 댓글 하나 달았을 뿐인데.
그게 마음에 안 든다고 갑자기 자신을 게임소설 속 세계로 끌어온 작자.
“고작 주인공 개연성 좀 지적했다고, 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 나를 여기로 집어넣은 작가가 너냐?”
김강한이 차가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신이라…….”
순간 형체가 대답했다.
“저는 신은 아닙니다만, 굳이 따지자면 신 같은 존재라 할 수 있겠네요.”
“그 목소리는…….”
파프닐이 놀란 순간, 어둠이 걷혀지며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게임 속에서 보았던 익숙한 모습이었다.
“너는……. 박사?”
“……박사이면서도 박사가 아닙니다.”
“그럼 박사 말고도 다른 게 있다는 거로군.”
“예, 저는 모든 노워프, 그리고 다른 모든 것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
“그렇습니다.”
말을 하는 박사의 형체가 다른 노워프, 그리고 게임 속 신이나 다른 존재들로 한순간 바뀌었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우선은 감사 인사부터 드려야겠군요.”
“감사 인사라니.”
“당신 덕분에 우주의 무한한 파멸이 멈췄으니까요.”
이건 또 무슨 소리래.
고개를 갸웃하는 파프닐에게 박사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당신이 있던 게임 소설 속 세계는 실재하는 세계입니다.”
“……?”
실재하는 세계라면.
그 세계에 있던 게임 npc, 플레이어, 주술 등 모든 게 실재하는 사람이란 말인가.
“그게 무슨…….”
“과거에 노워프에게 멸망했던 세계를, 액자 차원의 형태를 가져와서 구현한…….”
“아니, 잠깐.”
파프닐은 박사의 말을 멈춘 뒤 질문했다.
“그럼 저 게임 소설 속 가상현실게임의 세계, 그리고 그 게임을 관리하던 소설 속 세계가 둘 다 진짜라고?”
“두 세계는 다른 세계입니다. 저희가 흡수했던 세계 중 한 곳의 형태를 가져온 것이지요.”
“흠…….”
“그럼 계속 말씀드리겠습니다.”
박사, 아니 박사의 형태를 가져온 노워프의 집단 의식이 말을 이었다.
본래 파프닐이 있던 세계처럼.
원본이 되는 세계에서도 노워프는 마침내 봉인을 풀고 모든 걸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세계에서는 노워프에 들어가 소멸 코드를 발동시켜줄 줄 사람이 없었다.
세계의 수호자인 드래곤들, 다른 행성, 은하의 외계인들도 모든 것을 흡수하는 노워프들을 막을 수 없었다.
그것은 노워프를 만들었던 신들도 마찬가지였다.
노워프의 핵에 있는 소멸코드를 발동시켜야 하는데, 그 핵까지 갈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신들을 비롯한 모든 존재가 노워프들의 탐욕스런 욕망 앞에 먹혀 사라졌다.
그렇게 모든 우주를 먹어치운 노워프는, 그 후로도 끝도 없이 다른 것을 흡수해 갔다.
“아득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들은 끝없이 커지기만 하면서 의미 없는 포식을 하고 있었지요.”
끝없이 커지면서 노워프들은 한 가지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권태감이었다.
이대로 커져 봤자 아무 변화도 없이, 그저 본능대로 움직일 뿐이었으니까.
우주를 먹으며 얻은 힘으로 새로운 우주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자신과 싸울 분신도 만들었지만, 결국 의미 없는 유희거리일 뿐이었다.
그러던 도중 노워프들은 무언가를 발견했다.
다중 우주.
자신들이 흡수한 우주들 외에도, 수많은 다른 우주들마저 흡수되어가고 있었다.
그 순간 노워프들은 공포라는 감정을 느꼈다.
종족 전체가 한 몸이 된 후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만약 이대로 모든 우주를 먹어치우면, 그 다음엔 영원히 혼자서 우주를 먹어 치워야 하는 건가?
무한한 시간 동안 무한히 우주를 먹어치우는 것.
그것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였다.
“저희는 어떻게든 스스로를 막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들만으로는 도저히 방법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고민하던 중, 다른 다중우주의 사람들이 눈에 띈 겁니다.”
노워프들이 있는 우주와 다른 우주에 있기에, 해석에 약간의 시간이 걸리는 다중 우주의 사람들.
그 후 노워프는 소설이나 게임,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자신들을 도울 사람을 찾았다.
“그런데 그렇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해 달라고 하면 되지, 어째서 플러시를?”
“솔직한 내용을 말했다면, 저희 안에 있던 생존본능이 발동했을 테니까요.”
스스로마저 속이면서 조력자를 부르는 것.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게 부른 당신과 복돌이가 저희를 죽여 주었기에, 그 다중우주의 역사를 초끈 이론을 통해 대체했습니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노워프는 당신에게 죽었으니……. 저희는 없던 게 되어 사라지겠지요.”
사실상 자살을 선택한 것.
말을 마친 박사의 홀로그램이 허리를 굽혔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희는 끝없는 권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
어처구니가 없는 이야기지만, 확실히 소설 속 세계에 들어오려면 이런 설정 정도는 있어야 납득이 간다.
고개를 끄덕이던 김강한의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잠깐만, 그럼 보상은?”
“그건 걱정 마세요. 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너희들이 사라지면 그것도 못 들어 주잖아?”
“그렇습니다. 때문에 계약대로의 소원을 유지할 정도의 힘만은 이렇게 남겨 두고 있지요.”
즉 지금 눈앞의 형체는 잔류사념 같은 것.
완전히 사라지기 전, 김강한과의 계약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렇군…….”
김강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박사가 말했다.
“자, 그럼 소원을 말씀해 주세요.”
“소원이라…….”
“본래의 우주로 가실 때, 원하는 무엇이건 현실을 바꿀 수 있습니다.”
외모나 신체 조건을 바꾸거나, 복권 당첨, 혹은 운동 선수의 몸을 가질 수도 있다.
그야말로 원하는 소원을 한 가지 무조건 들어줄 수 있는 것.
“한 가지만 되는 거지?”
“그렇습니다. 그 정도의 에테르만 남겨 두고 있으니까요.”
“음…….…….”
김강한은 고민에 잠겼다.
플러시를 쓰러뜨리고 자신을 증명한다.
그 목표를 보고 달려왔는지라, 딱히 떠오르는 소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를 개변할 수도 있고, 미래를 바꿀 수도 있나.’
과거.
항상 2등을 하던 프로게이머 시절이 문득 떠올랐다.
실력은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정점.
그러나 계약과 팀원, 그리고 자본 구조로 인한 차이로 결국 우승컵을 거머쥐지 못하던 나날들.
그것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자 등에 절로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그걸 바꿔야 할까?’
우승을 앞에 두고 좌절한 경험도.
그 후 드래곤 헌터의 드래곤들을 처치하며 쌓았던 기록도.
전부 자신이 선택한 길이다.
“……정했다.”
“말씀하세요.”
김강한은 심호흡을 한 뒤 말했다.
“내 소원은…….!”
***
“으윽…….”
김강한은 눈을 떴다.
낯선, 아니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집의 모습.
“개꿈인가?”
멍하니 눈을 뜨고 있던 김강한의 표정에 빛이 돌아왔다.
“……헉!”
게임 소설 속 오진환으로 빙의해, 가상현실게임을 플레이하며 수많은 몬스터를 잡아 왔던 기억.
급히 vr기기와 컴퓨터를 찾아 봤지만, 딱히 내용이 보이진 않았다.
“……개꿈이네.”
김강한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였다.
“……멍!”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그 곳엔 앞발 하나가 없는 흰색 진돗개 한 마리가 꼬릴 흔들고 있었다.
“설마…….”
“멍멍!”
그 개의 입에는 통장 하나, 그리고 팜플렛 하나가 물려 있었다.
“이건…….”
통장 안에는 수백억 원의 금액이 들어 있었다.
민트 초코 브랜드 판매로 벌어들인 수익금, 그리고 프론티어 길드에서 번 게임 머니였다.
“돈은 잘 주는군.”
이 정도 금액이라면, 평생을 놀고 먹어도 괜찮을 거다.
그런데…….
“이 팜플렛은 뭐지?”
홍보 전단지처럼 보이는 그것을 든 김강한의 입가에 이내 헛웃음이 피었다.
“이거 잘 됐군.”
씩 웃은 김강한이 예매 사이트에 접속했다.
팜플렛엔 커다란 글씨로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최초의 풀다이브 가상현실게임, 호라이즌 출시 소식.] [지금 클로즈베타 테스터 예약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