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66)
66화
파프닐은 전장을 빠져나온 뒤 엘리자베스의 군대에 합류했다.
“오라버니! 흐어엉…….”
어느 정도 지점까지 떨어지자 공주가 서럽게 울음을 토했다.
‘쩝.’
파프닐은 혀를 찼다.
‘게임 속 캐릭터라지만 저렇게 서럽게 우니까 조금 불쌍하군.’
하긴 남 말 할 처지가 아니긴 했다. 파프닐, 아니 김강한도 지금은 소설 속 캐릭터가 된 상태였으니까.
‘좀 도와줘야겠군……. 어차피 나도 지금은 그게 이득이니까.’
원래 베팅에서도 정배보다 역배가 보상이 더 큰 법이다.
그때였다.
“파프닐 님, 오셨군요!”
힐데와 동료들이 말을 타고 다가왔다.
“다행이다, 혼자 남으신다길래 사망하실까 봐 걱정했어요.”
“아슬아슬했습니다.”
“대단하시군요, 그 전장에서 살아서 오시다니.”
드렉슬러와 베론은 파프닐을 위아래로 보며 놀라워했다.
“미리 말씀해 주신 덕분에 살았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물론 탈출을 미리 지시한 것에 대해 감사하는 건 덤이다.
“그럼 저흰 이만 가 볼게요. 내일 출근을 해야 해서…….”
“그럼 퀘스트는 제가 진행하겠습니다.”
“고마워요!”
힐데는 파프닐의 손을 덥석 붙잡고 미소 지었다.
순간 드렉슬러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험험! 그럼 저도 가 보겠습니다.”
“나중에 필요한 게 있으면 말만 하세요.”
급히 헛기침을 하며 둘을 떼어 놓는 드렉슬러.
잠시 후 인사를 마친 힐데 일행이 하나둘씩 빛이 되어 사라졌다.
“……?”
파프닐은 킨도르한을 보며 물음표를 띄웠다.
“넌 안 나가냐?”
“후후, 이 몸은 프로게이머이자 뒷세계의 제왕. 일반인과 같은 선에 두면 곤란하다고.”
“아, 백수란 말이군.”
“뭐라?”
킨도르한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전 세계 대기업들이 앞다퉈 여기 뛰어들고 있고, 타이탄사는 이 게임으로 전 세계 사업 규모 1위에 올랐다고. 단순히 가상현실이 아니야. 달이나 화성, 심해 채굴처럼, 이것도 새로운 미래 세계의 비전…….”
프로게이머로서의 이득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킨도르한.
그런 그를 내버려 둔 채 파프닐은 엘리자베스에게 충언했다.
“왕녀님, 이제 움직이셔야 합니다.”
“수도로 말인가.”
“아닙니다, 수도를 버리고 숨어야 합니다.”
처음 만났을 때라면 대번에 화를 냈겠지만, 이번엔 엘리자베스도 별달리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럼 어디로 가자는 말인가?”
“저는…….”
“카르쉬크 산맥이 적절합니다, 왕녀 전하.”
슥, 옆을 지키던 한 귀족이 간언했다.
“산맥이 험준하고 넓어 병력을 숨기기 좋고, 동쪽이기에 오크들에게서 멀리 떨어질 수 있습니다.”
적들과의 거리가 멀며 안정적으로 숨을 수 있다는 두 가지의 장점.
그러나…….
‘카르쉬크 대산맥은 좋지 않은데.’
대산맥에는 검은모루 드워프 왕국을 비롯해, 강력한 몬스터 패거리가 너무 많다.
그뿐만이 아니다.
시즌 2.
오크제국의 발호가 끝나면 그다음 이벤트가 시작되는데, 공교롭게도 그 시작 방향이 동쪽이었다.
‘그보다는 차라리…….’
슥, 파프닐의 손이 지도의 한 지점을 짚었다.
“전 여기가 나을 것 같습니다.”
“음?”
“거긴?”
옆을 지키던 귀족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아이올로스산?”
“자네, 미쳤나? 여긴 대륙 10대 금역 중 한 곳이 아닌가!”
아이올로스산.
바란왕국 남서쪽의 이 산은 레벨 500대 몬스터들이 출몰하는 마경이었다.
개체 수는 얼마 안 되나, 하나하나가 다른 지역의 패자급인 몬스터들로 가득한 곳.
험준한 자연환경에 몬스터의 수준까지 높기에 대륙 10대 금역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장소였다.
“카르쉬크 산맥은 넓으니 그나마 낫지, 이곳으로 가면 다 죽을 거야!”
거세게 반발하는 귀족들.
그러나 파프닐은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일단 여기에 거점을 만들 수만 있다면, 대공조차도 손대지 못할 곳인 건 확실하지 않습니까?”
“방법? 하.”
코웃음을 치며 나온 청년 귀족 NPC가 삿대질했다.
“왕녀 전하, 이자는 혹시 네크로맨서가 아닙니까?”
“……그래, 맞아.”
“감히 네크로맨서 따위가! 당장 이자를 여기서 내쫓으시지요!”
귀족들에게 네크로맨서는 거의 백정이나 용팔이, 보이스 피싱 조직원과 비슷한 취급을 받는다.
그런 사람이 왕녀의 말에 토를 달았으니 분노하는 것도 당연했다.
“왜 이런 놈이 왕녀님 옆에 있는 거지?”
“내쫓아, 아니, 죽여!”
“그래, 죽여라!”
사방에서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그 사이로 탁 하는 소리가 들렸다.
“다들 조용히 하도록.”
엘리자베스 왕녀였다.
“이자는 코르보 백작의 대리인이자, 내 목숨을 구해 준 자다. 그런 그를 모독하는 건 곧 나를 모독하는 것이거늘.”
“…….”
“커, 커흠.”
비록 나이는 귀족들보다 한참 어리지만, 엘리자베스는 이곳의 서열 1위!
그런 그녀의 말에 귀족들은 순식간에 입이 합죽이가 되었다.
“비록 네크로맨서이긴 하나, 나를 구해 준 자이니 이번 한 번은 믿어 보겠다.”
아까 울음을 터뜨리던 소녀와 동일인이라곤 믿기 힘든 모습.
“……알겠습니다.”
“그래서, 그 방법이란 게 뭐지?”
왕녀의 물음에 파프닐은 소설 속 내용을 떠올렸다.
강력한 패자 몬스터들이 영역을 두고 싸우는, 전국시대 같은 곳에 거점을 트는 방법.
“간단합니다.”
파프닐이 말을 이었다.
“산의 진짜 주인에게 인정받으면 됩니다.”
***
“그러니까…… 이제 조만간 다들 서울 공작, 인천 백작, 강원도 대영주 같은 식으로 나뉘어 싸운다는 얘기군. 거기서 줄을 잘 대면 남한 대영주가 되고.”
이른 아침.
설명을 들은 킨도르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파프닐은 할 말을 잃었다.
맞긴 한데, 어째 한 대 때리고 싶은 비유였기 때문이다.
“후우, 그래.”
“역시 이 몸의 이해력이란~.”
킨도르한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짧게 한숨을 내쉰 파프닐이 말을 이었다.
“오크제국의 발호가 메인 시나리오 1막이란 건 알고 있지?”
“그럼, 최초의 메인 스트림이라며?”
“그래, 그게 끝났으니 이제 메인 시나리오가 2막으로 넘어갈 거다.”
당장 게임사가 막으려 해도 NPC들이 알아서 진행하게 된다.
호라이즌을 관리하는 슈퍼컴퓨터를 막지 않는 이상은 어쩔 수 없는 일.
사실상 예정된 거나 다름없는 결과였다.
“그리고 난 2막의 내용을 알 것 같다.”
“……레지스탕스와 폭군인가?”
“아니, 각지에서 수많은 왕국이 생겨날 거다.”
대공은 오크 황제를 이기지만, 완전히 무너뜨리지도 못한다.
그렇게 생긴 힘의 공백.
이를 틈 탄 각지의 대귀족들이 각자 왕국을 만들게 된다.
한국 서버 메인이벤트 제2막.
군웅할거의 시작이었다.
‘왕국이 중앙집권이 아니니, 당연한 일이지.’
하나의 커다란 왕국이 무너지고.
수많은 싸움이 일어나는 전국시대가 온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서버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왕국도 있을 거고, 성장하는 왕국도 있겠지. 싸움이 곳곳에서 일어나면 퀘스트와 아이템도 그만큼 많이 풀릴 거다.”
흐름을 잘 타면 대성공을 거두지만, 그렇지 않다면 하루아침에 망할 수도 있었다.
유저들에게 있어서는 기회의 때였다.
‘운이 좋다면 순식간에 최상위권에 올라설 수 있지.’
실제로 원작 소설에서 플러시는 그 흐름을 타고 삼 개월 만에 주목할 만한 유저가 되었다.
파프닐에게 그만한 운빨은 없지만, 소설 속 전개를 이용하면 충분히 성장을 노려 볼 법했다.
“그거 완전 뒷골목 세력전이군.”
킨도르한이 입맛을 다셨다.
“원래 세상이 미쳐 돌아갈수록 갱스터가 날뛰는 법이지. 맡겨 두라고.”
“혹시 몰라서 말해 두는 건데, 네 목표가 고윈 대공 쪽에서 떡고물을 얻는 거라면 말리지는 않겠다.”
“뭔 소리야. 안 그래도 그쪽은 생각도 안 했어.”
순간 곧바로 고갤 내젓는 킨도르한.
“그……. 사실 그거 생각 안 해 본 건 아닌데, 거긴 활빈당이 이미 꽉 잡고 있잖아?”
활빈당과 우미간 갱은 많은 영역이 겹친다.
같은 업종은 아니지만, 치킨집과 피자집 같은 관계.
손님이나 이득 구조가 비슷하니 결국 공존보단 경쟁을 해야 할 텐데, 지금 들어간다면 백이면 백 활빈당의 승리였다.
“게다가 이쪽엔 파프닐 코인도 있고. 안 그래?”
킨도르한이 흐뭇한 미소로 파프닐을 보았다.
왕국 부흥군을 이끌며, 공헌도 1위를 유지 중인 화제의 유저.
처음 엮였을 땐 악연이었지만, 지금은 따라가면 알아서 대박을 잡을 수 있는 믿음직한 동업자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퀘스트는?”
“있다.”
파프닐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제목 : 왕녀군의 은신처 구하기]-등급 : 유니크
[목표]-엘리자베스 왕녀 휘하의 군대의 거점을 마련하기(0/1)
-추가 조건 : 엘리자베스 왕녀를 따르는 귀족들을 추가로 합류시키기(0/?)
-설명 : 바란왕국군이 패전한 지금, 엘리자베스 왕녀가 이끄는 부흥군만이 유일한 희망입니다. 이들이 추격을 피해 정착할 수 있는 거점을 찾으십시오.
-보상 : 경험치, 20골드, ???(숨겨진 보상)
“부흥군의 새 은신처까지 안내하고, 거점을 마련해 주는 퀘스트다.”
“오……. 견적이 좀 큰데?”
“내일부터는 이 군대를 이끌고 움직여야 하니, 시간 여유가 있다면 오늘뿐일 거다.”
“그렇군…….”
일이 가득 밀어닥치는 생활.
그래도 회사처럼 남 좋은 일 하는 게 아니다 보니 킨도르한의 얼굴도 마냥 어둡진 않았다.
“알겠어, 그럼 내일 보자고.”
“어딜 가? 사냥해야지.”
“어……. 잠은? 나도 사생활이 있다고!”
급히 항변하는 킨도르한에게 파프닐은 칼같이 말했다.
“프로게이머라며. 프로게이머는 원래 잠자는 시간도 아끼면서 사냥하는 법이다.”
백수라면 딱히 붙잡을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게까지 스스로를 프로게이머라 한다면 ‘진짜’ 프로게이머식 생활을 주입할 필요가 있었다.
***
전투 다음 날.
모든 호라이즌 커뮤니티에 관련 기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바란왕국 대패, ‘킹 슬레이어’ 타이틀의 출현.] [죽 쑨 파이브스타……. 날로 먹은 철혈무쌍.] [오크제국의 발호 마무리 단계에……. 대성황 속에 끝난 첫 메인이벤트.]동시에 호라이즌 홈페이지의 메인 썸네일엔 동영상 하나가 생겼다.
-사, 살려 줘! 아덴시도 국왕 자리도 모두 주겠다. 살려만 다오!
-그러게 진작 잘했어야지, 이놈!
애원하는 바란왕국 국왕을 대검으로 베는 철혈패군의 모습!
시체가 된 국왕이 쓰러지자 철혈패군의 머리 위로 ‘하프 킹 슬레이어(에픽)’ 타이틀이 나타나는 것으로 영상이 끝났다.
“흠, 철혈무쌍 혈맹이 역시 배신하는군.”
아침.
김강한은 된장찌개에 밥을 말아 먹으며 기사를 정독했다.
‘원작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였지. 파이브스타가 나섰다가 철혈무쌍한테 죽 쒀서 개 준 꼴이었고.’
소설 속의 과거 시점을 직접 보고 있자니 왠지 피식하는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때였다.
싱글벙글하며 기사를 보던 김강한의 눈이 커졌다.
‘잠깐, 사진에 나온 저 장비…….’
철혈패군의 측근들이 낀 장비 중 익숙한 게 보였다.
‘내가 활빈당에 판 거 아닌가?’
작게 보이고, 또 잘 안 나왔지만 거의 확실했다.
‘잠깐만, 이거…….’
김강한은 곧바로 게시글 하나를 썼다.
[제목 : 철혈무쌍이 길드 연합 통수칠려고 계획했었네 (증거 있음)]-작성자 : 익명
-내용 : 여기 영상에 철혈 얘들 낀 장비. 이거 지난번에 킹스맨 길드가 털린 거랑 모양이 똑같은데?
이거 철혈무쌍이 길드 연합 통수치려고 준비한 거 맞지?
(댓글)
>어?
>진짜 같은 듯? 방금 확인해 보니까…….
조금씩 몰려오는 반응.
김강한은 여기서 불을 한 번 더 피웠다.
[제목 : 그러고 보니 고윈 대공 측에 흑마법사 있었잖음.]-작성자 : 익명
-내용 : 전장에서도 있었고, 그 전에도 퀘스트에 여러 번 모습 보였는데……. 그중 한 명만 던전 보내면 킹스맨 걔네 잡는 거 일도 아니지 않냐?
(댓글)
>진짜네? NPC 네크면 그 세다는 이유도 납득이 가고;
>와……. 소름;;;
>철혈무쌍 애들 속이 시꺼멨네. 한 달 전부터 통수치려고 작정했던 거 아냐?
일단 여론이 움직이자 순식간에 음모론이 퍼져 나갔다.
김강한은 기지개를 켰다.
‘됐군.’
이로써 철혈무쌍과 길드 연합 사이엔 메울 수 없는 골이 그어졌다.
철혈패군에게 있어서는 기존 파이브스타에 이어 또 다른 적이 생긴 셈.
‘그렇게 싸우면 낙수 효과가 실제로 생길 테고 말이지.’
운이 없어서 히든 피스를 못 먹는다면, 운이 없어도 먹을 만큼 히든 피스를 만들면 된다.
‘실컷 싸워라, 그사이 난 떡이나 먹을 테니까.’
김강한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남은 밥을 마저 먹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