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69)
69화
파프닐은 산 아래로 내려가 NPC들에게 퀘스트를 보고했다.
“허허허! 파프닐 군, 정말 잘해 줬네.”
“유니콘들이 도와준다고? 그럼 이제 안심할 수 있겠군! 으하하하, 역시 내가 사람은 잘 봤어!”
귀족들은 진심으로 기뻐했다.
정말 유니콘의 힘을 빌릴 수 있다면 부흥군의 안전은 보장된 것이기 때문이다.
“유니콘의 도움이라니……. 이거 다행이긴 한데…….”
삐질삐질 땀을 흘리는 속 검은 블랙하트 백작의 모습까지 완벽했다.
“다행이네요. 유니콘들이 지키는 거점이라면 고윈 대공도 함부로 오지 못할 테니.”
엘리자베스 왕녀도 살짝 놀란 눈으로 파프닐을 보았다.
“믿겠다고 말하긴 했지만 설마 이런 정보를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구나.”
“감사합니다.”
“한데 어떻게 이 정보를 입수했지?”
소설 속에서 봤다 하면 운영진에게 무슨 연락이 올지 모른다.
파프닐은 대충 얼버무렸다.
“그건……. 예전에 따로 알아 두었습니다.”
다행히 엘리자베스는 그건 더 캐묻지 않았다.
“덕분에 여기까지 헛걸음하진 않았군.”
단 여기엔 조건이 하나 있었다.
“그럼 이제 순결한 여인을 찾아야겠구나.”
엘리자베스 왕녀의 지시로 부흥군에 있는 여성 NPC들이 모두 모였다.
무예를 단련한 여기사, 잡일을 맡던 간호사, 축복을 내려 주던 수녀들까지.
“기혼자, 연인이 있는 사람, 남자들은 모두 빠지도록!”
분주해지는 모습을 보던 파프닐이 생각했다.
‘이걸로 거점 마련은 거의 다 끝났군. ’
NPC들을 내세워 통과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힐데나 시현 같은 다른 플레이어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조건에 들어맞는 플레이어가 없었다.
플레이어가 유니콘의 시험을 통과하려면, 선 계열 카르마가 30만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 저를 따라 올라오시죠.”
파프닐과 엘리자베스 왕녀, 그리고 그 뒤로 엄선된 여인들이 모두 산을 올랐다.
곧 상층부와 연결된 마력 포탈이 보였다. 파프닐이 그곳을 넘자 단숨에 상층부가 나타났다.
“푸히힝.”
“이들이 전부인가?”
포탈 맞은편에는 이미 열댓 마리의 유니콘들이 모여 있었다.
“시험을 시작하겠다.”
다른 유니콘보다 좀 더 큰 유니콘 한 마리가 다가왔다.
순백의 피부와 뿔 끝에 흰 서리가 서려 있는 특별한 유니콘이었다.
“음…….”
여기사들을 훑던 유니콘의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푸히힝! 불합격!”
가차 없이 발길질을 하는 유니콘.
“악!”
“다른 남자들을 수십 명이나 머리에 생각했구나, 불합격!”
“그……그게……. 같이 싸우다 보니 지미 녀석의 근육이 자꾸 머릿속에서…….”
여기사가 고개를 푹 숙였다.
‘아니, 생각만 하는 걸로도 기준 불합격이라고?’
그딴 게 무슨 시험이야?
파프닐은 어이가 없어서 크게 소리치고 싶었다.
‘플러시 놈이 왔을 땐 프리 패스로 통과하더니만……. 그놈의 성녀가 뭐길래…….’
소설 속에서 플러시는 유니콘들을 프리 패스로 통과했다.
현재는 베일에 싸여 있는 루 교단의 성녀, 이리스와 함께한 덕분이다.
‘어쩔 수 없지. 운이 부족하면 그만큼 준비하고 실력을 내는 수밖에.’
그사이 유니콘은 여러 사람을 차거나 발을 굴러 거부했다.
“불합격!”
“불합격!”
여기사나 마법사, 시녀 들까지 곳곳에서 탈락자가 속출했다.
심지어 그중엔 루 교단의 수녀도 있었다.
“수녀가…… 고결하지 않다고……?”
파프닐의 중얼거림에 유니콘이 발을 굴렀다.
“갈! 저 녀석이 가장 음란하다!”
“…….”
화아악, 고개를 푹 숙인 수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불합격! 어릴 적 고향의 남자 친구를 생각했다!”
“불합격! 너는……. 그…….”
“아니, 제가 뭐가요!”
“여자도 마찬가지다!”
“……!”
왜 불합격됐는지 물어보는 여인들은 세세한 이유를 모두에게 밝혀야 했다.
그러다 보니 다들 굳이 이유를 묻지 않고 물러나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파프닐의 표정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 갔다.
‘합격자가……. 없어?’
단 한 명만 있으면 되는데 그 한 명이 나오지 않는다.
결국 마지막 사람까지 확인한 서리 유니콘이 발을 굴렀다.
“푸히힝, 시험은 끝이다. 너희는 합격하지 못했다.”
“……이런!”
설마 수백 명 중 한 명도 없다니. 파프닐이 이마를 짚었다.
그때였다.
“아직이다, 유니콘.”
척, 엘리자베스 왕녀가 걸어 나왔다.
“나는 어떤가?”
“히히힝…….”
서리 유니콘은 엘리자베스를 보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한참이나 보며 고민하더니,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기까지 하는 모습!
“……완벽하군.”
서리 유니콘에게서 처음으로 긍정적인 대답이 나왔다.
“왕녀 저하!”
“왕녀 저하!”
시녀들이 감격에 젖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긴 일렀다.
“……하나 안타깝구나.”
서리 유니콘이 진심 어린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면에서 거의 완벽하지만 아슬아슬하게 부족한 부분이 있구나.”
“무엇이지?”
표정을 굳히며 질문하는 엘리자베스 왕녀.
다음 순간 서리 유니콘이 대답했다.
“너는 국가를 사랑한다. 그 때문에 이 시험을 통과할 수 없다.”
“……!”
영국 여왕 중에 그런 말을 한 사람이 있었다.
‘짐은 국가와 결혼했다.’
평생 결혼하지 않은 걸로도 유명한 그 여왕은, 영국 역사에서 손꼽히는 명군으로도 유명했다.
그런데 설마 그것 때문에 기준에 미달이라고?
“후…….”
파프닐은 프로게이머고 감정 대신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이 때문에 따지는 대신 페넬로페와 벨, 해골병들을 소환했다.
‘해골병들을 전부 죽이더라도 엘리자베스 왕녀는 살려야 한다.’
그때였다.
파프닐 쪽으로 고갤 돌린 서리 유니콘이 고개를 갸웃했다.
“음……?”
그대로 다가와 페넬로페를 몇 번이나 노려보는 서리 유니콘.
잠시 그렇게 있던 서리 유니콘이 곧 다릴 굽히고 땅에 앉았다.
“순결한 처녀여, 당신은 우리들의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뭐?”
“순수한 향상심과 박애로 가득한 심. 검술의 지식과 전술만이 가득한 기, 완벽하게 순결한 체까지……. 모두 완벽합니다.”
“……?”
“저희의 군주, 신수 페가수스 님을 만나 뵐 자격이 있습니다.”
페넬로페는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으로 파프닐을 쳐다보다 물었다.
“흑마법사.”
“어?”
“설명을 요구한다. 이 유니콘이 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거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고민하던 파프닐이 어깨를 으쓱하고 대답했다.
“네 덕분에 1만 명이 넘는 왕국 부흥군이 안전히 거점을 만들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다.”
일단 틀린 말은 아니었다.
***
아이올로스산 정상.
그곳에는 한 마리 날개 달린 백마가 있었다.
일반 말은 물론 다른 유니콘들과도 차원을 달리하는 고결함.
신수 중 하나인, 천마 페가수스였다.
“후우…….”
파프닐은 심호흡을 한 뒤 앞으로 나섰다.
“페가수스 님!”
다그닥. 멈칫한 페가수스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윽……! 어둠의 마나…….
잠시 고개를 옆으로 돌렸던 페가수스가 곧 눈을 크게 떴다.
-그래도 유니콘들의 시험을 통과한 것을 보니, 그대는 나쁜 사람은 아니군요.
다행히 소설 속 설정처럼 말이 통했다. 파프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이요?
“공짜로 부탁드리는 건 아니고, 이걸…….”
파프닐은 반짝이는 은방울꽃 줄기와 잎을 내밀었다.
-으음……! 이건 어떻게?
“북쪽에서 우연히 얻게 되었습니다, 혹시…….”
-아니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풀입니다. 옛날엔 이 풀로 한 끼 식사를 하곤 했었지요.
페가수스는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은방울꽃을 먹었다.
-옛날이 떠오르는군요. 주인을 태우고 하늘을 날며 싸웠던 기억이 납니다. 행복했던 기억이지요…….
또르르, 감은 페가수스의 눈 사이로 한 줄기 눈물이 흘렀다.
‘주인?’
파프닐은 페가수스의 등 위에 걸린 마구와 고삐를 확인했다.
‘저건…….’
슥, 손을 대려는 순간 메시지 하나가 떴다.
[영웅의 고삐]-현재 고삐를 다룰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조건]-명성치 30만 이상.
-성기사 직업 보유
-레벨 400 이상
-영웅의 시련(레전더리) 퀘스트 클리어
-영웅의 고삐를 다룰 시, 천마 페가수스의 새로운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
성기사용 레전더리 퀘스트의 조건!
‘소설 속 시점에선 시간이 너무 지나 사라졌나 보군.’
실제로 원작 소설 속 플러시는 이런 퀘스트를 발견하지 못했다.
운빨이 대단했음을 감안한다면, 기한이 초과해 사라진 퀘스트라고 봐야 했다.
-옛 추억을 떠올리는 선물도 받았고……. 동료분의 고결함도 보이니, 부탁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실은…….”
파프닐은 바란왕국 부흥군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내용을 들은 페가수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왕실의 부흥을 위해서……. 당신들이 시험을 통과한 건 당연한 이유였군요.
“그럼?”
-이 산엔 공간이 넓으니, 여러분들이 들어와서 쓴다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왕국을 찾을 때까지 힘을 빌려드리지요.
-‘왕녀군의 은신처 구하기’ 퀘스트의 완수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왕녀에게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퀘스트 조건을 무리 없이 달성했다.
파프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황금 고삐를 쓸 일이 없어 다행이군.’
원래 황금 고삐는 페가수스가 공격해 올 때를 대비한 아이템이다.
그런데 대화가 잘되었으니, 그대로 다른 곳에 쓸 수 있게 되었다.
‘계획과는 전개가 좀 달라졌지만……. 운이 좋았어.’
그래도 가장 큰 이득은 뭐니 뭐니 해도 플러시의 히든 피스 중 하나인 페가수스를 먼저 아군으로 끌어들인 것이었다.
‘이제 내려가서 퀘스트를 완료하고 인원들을 데리고 올라오면 되겠군.’
부흥군이 거점을 세우게 되면 그곳은 새로운 마을이자, 안전지대가 된다.
세이브, 로그인 포인트는 물론 여러 잡화나 무기의 판매, 수리까지 할 수 있게 된다는 뜻.
‘사망 시 산 밑에서 나오는 것과 여기서 나오는 건 천지 차이거든.’
다른 마을에 오고 가는 시간은 물론 각종 인프라나 자원 획득까지 크게 단축할 수 있다.
그 시간은 고스란히 히든 피스 탐색과 사냥으로 돌아올 테고 말이다.
‘잘 풀려서 정말 다행이야.’
그때였다.
파프닐이 다음에 무얼 할지 생각하려 할 무렵.
페넬로페를 응시하던 페가수스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여기사 페넬로페, 당신은 당신의 몸에 걸린 봉인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봉인……?”
-그래요. 아주 견고하고 강한 봉인입니다. 어쩌면 봉인이 아니라 깨져 나가고 남은 것일지도요.
순간 히든 피스 냄새를 맡은 파프닐이 급히 말을 받았다.
“페가수스 님, 짚이는 게 있어서 그런데 혹시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페가수스는 잠시 눈을 감았다 뜨더니 말을 이었다.
-흑마법사여, 이 여기사에게는 봉인이 걸려 있습니다. 이를 푸느냐 풀지 않느냐는 당신의 선택이지만, 만약 더 강한 힘이 필요하다면, 봉인을 푸는 것이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저도 모든 걸 아는 건 아닙니다. 다만……. 그 봉인에서 느껴지는 마나의 잔향을 보니 짚이는 게 있군요.
페가수스는 동쪽을 바라보았다.
-중앙 대륙에 있는 오즈의 호수를 찾아가십시오. 그곳에 이 여기사의 봉인을 풀 수 있는 인연이 있을 겁니다.
-새로운 퀘스트 ‘페넬로페의 봉인 1(유니크)’이 생성되었습니다.
[제목 : 페넬로페의 봉인 1]-등급 : 유니크
[목표]-오즈의 호수를 찾아 방문하기(0/1)
-설명 : 여기사 페넬로페에게는 봉인이 걸려 있습니다. 이 봉인을 푸는 유일한 단서는 오즈의 호수에 있습니다.
-보상 : 경험치, 연계 퀘스트
‘이번엔 나도 운이 좋았군.’
파워 업 이벤트!
예상치 못한 소득에 파프닐은 살짝 놀라다가 미소 지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