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7)
7화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
불에 타는 마지막 좀비를 처치하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몰려드는 좀비 떼와의 싸움도 그것으로 끝이 났다.
그렇게 사방이 휑해진 무대 위.
파프닐은 비로소 자신이 구해 준 사람과 마주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몽크 유저, 힐데는 연신 고개를 숙였다.
“덕분에 살았어요. 꼼짝없이 죽는 줄만 알았는데…….”
“그거 다행이네요.”
의도된 사냥이었다면 몬스터 스틸 얘기가 나왔을 텐데, 반응을 보면 아무래도 진심인 듯했다.
간단한 통성명을 마친 뒤.
파프닐은 궁금했던 걸 물었다.
“그런데 방금은 어떻게 된 겁니까?”
“네?”
“좀비들, 제대로 싸우면 이길 수 있으실 것 같던데.”
상성 차이 외에도 힐데의 컨트롤은 상당히 뛰어났다.
좀비들과 닿자마자 물러난 게 문제지, 아니었다면 진작 탈출했을 것이다.
“그게…….”
머뭇거리던 힐데가 대답했다.
“……워서요.”
“예?”
“징그러워서 못 건들겠더라고요. 가상현실 게임이라 했는데, 막상 눈앞에서 시체를 보니까…….”
호라이즌의 해상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만큼 몬스터의 모습도 생생하게 보인다.
좀비의 썩어 가는 살이나, 입안에서 꾸물대는 구더기까지 그대로!
화면 밖에서 하는 게임만 해 오던 사람들은 기겁할 만도 했다.
‘흐음.’
잠시 턱을 쓸던 파프닐이 말했다.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아, 정말요?”
“여기서 사냥하셔야 할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저도 마찬가지니 협력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힐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그럼 일단 정보부터 공유하죠. 전 파프닐입니다.”
파프닐이 물었다.
“전 힐데고, 직업은 몽크예요.”
“힐데…….”
어디선가 들어 본 것 같은데?
파프닐이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신이…….”
“……군신 토르요. 죄송해요.”
호라이즌엔 여러 신이 있다.
군신 토르, 대지 모신 가이아. 천공신 루 외 다수.
신성 속성의 직업을 고르더라도, 저들 중 어떤 신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직업이 되는 것이다.
‘군신이라면 지원가보단 직접 싸우는 쪽이겠군.’
다행이었다.
신성 버프를 받을 수 없는 지금.
파프닐에게 필요한 건 힐러가 아닌 든든한 탱커였으니까.
‘안 그래도 숨을 돌릴 때 버텨 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이 정도면 합격점이다.’
아까 싸울 때도 그렇고, 컨트롤 자체는 나쁘지 않다.
엄청난 일이었다.
드래곤 월드 랭킹 2위였던 파프닐의 눈에 나쁘지 않다는 것은.
일반인들에게 있어선 상위 0.1%라는 것과 같은 말이었으니까.
‘신성 속성이니 조금만 가르치면 이 사냥터에선 당할 놈이 없겠고.’
어그로야 해골병으로 끌면 그만이다.
사실 그 전에 여기 널린 게 좀비니 그 걱정은 안 해도 되었다.
‘다른 곳에서도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군.’
문제는 저쪽의 의사인데…….
“……잠시 고민을 좀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생각을 마친 파프닐이 대답했다.
순간 힐데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역시 토르라서 안 되나요?”
“아뇨.”
고개를 저은 파프닐이 말을 이었다.
“안 그래도 탱커가 부족했는데, 잘됐네요. 같이하시죠.”
“고마워요!”
“저는 파프닐이라고 합니다. 직업은 보시다시피…….”
“전사군요! 칼을 엄청 잘 쓰시던데.”
검을 쓰는 걸 보고 착각한 모습!
해골병도 없이 싸웠으니 오해할 만도 했다.
‘뭐 그렇게 생각해 주면 나야 좋지만.’
네크로맨서는 비주류이니, 아무래도 전사보다 좋은 소린 못 들으리라.
대충 넘어가려던 파프닐에게 힐데가 덧붙였다.
“참, 제 레벨은 31이에요.”
“…….”
현재 파프닐의 레벨은 21레벨.
파프닐보다 딱 10레벨 더 높았다.
***
“네, 일주일 후에 내원하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접속기에서 나온 김강한은 곧바로 건강검진 일정부터 잡았다.
이유? 간단하다.
눈앞에 있는 알림 때문이다.
‘건강이 안 좋다고 했었지.’
[오진환의 건강 개선.]-오진환은 태생적으로 건강이 좋지 못합니다. 이 건강을 최대한 개선하십시오.
-보상 : 힐링 포션 조합서
건강 문제는 조기에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당장 바쁘다고 무시했다간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을 수 있었다.
‘그렇게 골로 간 사람이 한둘이 아니지.’
무조건 게임만 하다가 망령 신세가 되는 건 사양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김강한은 사 둔 재료로 반찬을 만들었다.
오늘의 메뉴는 김치찌개.
마트에서 특별 할인 세일을 붙인 재료들로 만든 요리였다.
“후후.”
게임단 초창기 연습생 시절.
구단 재정 문제로 인해 김강한을 비롯한 선수들은 직접 요릴 만들어 먹어야 했다.
굶어 죽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요리를 만들어야 했던 절박한 과거!
그런 시간을 거쳐 가며 김강한은 어지간한 요리엔 통달해 있었다.
‘거기에 군대에선 취사병까지 했었으니, 요리라면 자신이 있고.’
물론 밥이 맛있단 말은 듣지 못했다.
애초에 조미료를 병아리 눈곱만큼 주면서 맛을 바라는 게 바보짓이다!
“아, 다 됐군.”
생각을 하다 보니 찌개가 다 됐다.
“어디…….”
따끈한 흰쌀밥에 돼지고기와 두부를 올려 먹는다.
후욱. 꿀꺽.
“어우, 속이 뻥 뚫린다.”
김강한의 가슴 깊은 곳에서 절로 탄성이 나왔다.
소설 속 세계라도 김치찌개의 맛은 그대로였다.
어머니한테도 인정받았던 바로 그 맛!
‘그러고 보니 여기의 나한테도 부모가 있으려나.’
김강한의 부모님은 물론 아니다.
오진환의 가족.
소설 속에선 나오지 않았지만, 이 몸에도 분명 가족이 있으리라.
다만 사이는 그다지 좋지 않은 듯했다.
빚까지 졌는데 연락이 안 온 게 그 증거다.
‘그건 천천히 알아보기로 하고…….’
밥을 먹던 김강한이 아까의 일을 떠올렸다.
‘역시 사람이 한 명 더 있으니 훨씬 편하군.’
확실히 힐데의 합류는 도움이 되었다.
일단 아군이 생기자 전투에서 좀 더 여유가 생겼다.
한 명이 숨을 돌리는 동안, 다른 한 명이 휴식을 취하는 플레이가 가능해진 것이다.
싸울 수 있는 지형이 늘어난 것은 덤.
그리고 힐데와 교대로 몰이꾼 역할을 나눠서 할 수도 있었다.
기존에는 사냥 전 좀비들의 어그로를 끌어야 했는데, 이젠 좀비들을 몰아와 쉬지 않고 사냥을 이어 갈 수 있었다.
두 명이서 나누니 경험치가 줄어들 거라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오산.
몰이사냥에, 교대로 호흡을 정리하자 혼자 할 때보다 무려 150% 가까이 경험치 효율이 올랐다.
‘공격을 피하는 컨트롤이나, 말귀 알아듣는 걸 보면 확실히 쓸 만한데…….’
좀비가 징그러워서 직접 손을 댈 수가 없다니.
그것만 아니었다면 진작 카타콤을 쓸어버렸을 것이다.
‘아깝군, 아까워.’
어쩌겠는가.
싫다는 것을 억지로 강요할 수도 없고.
그런데 어째 귀에 익은 닉네임이다.
잠시 혀를 굴리던 김강한이 벌떡 일어났다.
“아……!”
기억이 났다.
김강한은 기억을 정리해 둔 메모장을 열었다.
“분명 소설 속에서 여러 번 나왔던 캐릭터였지!”
원작 소설.
운빨로 게임 지존은 2천 편이 넘는 초장편 게임 판타지였다.
아무리 독자라곤 하지만, 그 정도 분량이다 보니 바로 기억해 내지 못한 것.
힐데는 그 속에서 초중반에 여러 번 나왔던 유저였다.
주인공의 협조자이자, 어둠 속성 몬스터들과 싸울 때 가장 든든한 조력자!
‘힐데가 있다면 언데드 쪽은 걱정할 것 없다고 했었던, 그 힐데군.’
소설 속 플러시의 독백을 되뇌던 김강한.
어쩐지 컨트롤이 뛰어나더라니.
그런 인물이라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뭐, 원작에서도 그 정도 언급으로 끝나지만.’
소설이 중반, 후반으로 가며 힐데는 점차 언급이 사라졌다.
파워 인플레가 워낙 강해지는데, 거기에 따라오지 못하자 자연스레 잊힌 것이다.
‘그래도 컨트롤 자체는 탈초중반이었었지.’
고작 파워 인플레 때문에 저 정도 실력이 잊히는 건 아까운 일이었다.
“흠…….”
파프닐은 스마트폰의 메모장에 메모했다.
‘한 명 빠진다 해도 전개에 별 이상이 없을 테니, 히든 피스나 메인 스트림이 헝클어질 걱정은 안 해도 되겠지.’
원작 소설의 전개는 지금 파프닐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이정표.
히든 피스를 전부 가져간 시점에서 이미 망가지긴 했지만, 되도록 원작의 방향을 유지하는 게 편했다.
‘어떻게든 좀비와 싸울 수 있게만 하면 효율이 세 배까지도 오를 텐데.’
지금도 다른 유저의 두세 배에 가까운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긴 하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노다지를 그냥 놓치기엔 역시 아까웠다.
‘필터도 아직 없고……. 억지로 강요하면 오히려 역효과다.’
으음.
턱을 괸 김강한이 고민했다.
‘뭔가 시도해 볼 만한 게…….’
그러던 중 머릿속에 현실에서의 기억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흠.”
기억을 되살리던 김강한은 입맛을 다셨다.
“그래, 그거면 되겠군.”
***
다음 날.
파프닐은 카타콤 입구에서 힐데에게 손을 내밀었다.
“끼십시오.”
“이건…….”
힐데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눈가리개잖아요?”
“그렇습니다.”
마을 상점에서 산 눈가리개.
검은 천 그대로이기에 딱히 아무런 옵션도 없는 옷감 그대로다.
“이걸 끼고 싸우라고요?”
“좀비를 보면 징그러워서 주먹을 못 내지른다고 하셨죠?”
파프닐이 낸 임시 처방.
그건 바로 시야를 가리고 싸우는 장님 전법이었다.
‘이런 거 생각보다 꽤나 많이 했었지.’
인터넷 방송을 하던 현실.
파프닐뿐만 아니라 다른 BJ나 프로게이머들도 이런 미션을 받아 플레이하곤 했다.
눈을 가리고 보스 몬스터를 잡을 때마다 정산 목록에 현금이 쌓이던 기억!
‘사실 그렇게까지 어려운 것도 아니지만.’
어느 정도 패턴이 익으면, 소리와 기척만으로 적을 볼 수 있게 된다.
그 이후부턴 몸이 이끄는 대로 싸우다 보면 평상시처럼 행동할 수 있었다.
“마음의 눈으로 보시면 됩니다.”
“말도 안 돼……. 그거 영화에서나 나오는 거잖아요! 저희가 어떻게 해요?”
“믿기 힘드시면 제가 시범을 보여 드리죠.”
파프닐은 스스로 안대를 두른 뒤 카타콤에 들어갔다.
주변에 있던 좀비들이 이를 드러냈다.
그어어…….
거어!
사방에서 가까이 다가오는 기척과 썩은 냄새.
다음 순간 파프닐이 창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약점 공격!
-약점 공격!
-약점 공격!
-치명타!
공중에 연달아 휘날리는 좀비들의 목!
순식간에 열댓 마리의 좀비들을 처치한 파프닐이 안대를 벗었다.
“이렇게 하면 됩니다.”
“……조, 조금만 더 보여 주세요.”
힐데의 말에 파프닐은 어깨를 으쓱하고 다시 안대를 꼈다.
그 후 십여 분 동안 계속 사냥을 해 보이자, 비로소 힐데도 안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안 보이죠?”
“……네.”
“그럼 징그럽지도 않겠군요. 한번 싸워 보죠.”
힐데는 파프닐의 지시에 따라 좀비들과 마주했다.
“12시 방향에서 여덟 마리 옵니다. 셋, 둘, 하나.”
“하아!”
정면으로 휘두르는 힘 있는 정권!
주먹을 맞은 좀비가 그대로 주저앉아 쓰러졌다.
“흐음.”
파프닐은 턱을 쓸었다.
‘확실히 눈을 가리니 공격은 잘할 수 있게 됐군.’
좀비의 얼굴을 안 보자 주먹을 끝까지 내지를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주먹을 터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확실히 사냥엔 효과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다른 것.
“꺄아악! 저리 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힐데를 본 파프닐이 창을 들었다.
‘이게 안 되나?’
직접 시범까지 보여 줬는데도 10초도 못 버텨서 저 모양 저 꼴이라니.
아무래도 시야 차단 수행은 적응의 시간을 꽤나 가져야 할 것 같았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