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70)
70화
산에서 내려온 파프닐은 귀족들에게 산정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했다.
“그럼 일이 잘 풀렸군요!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왕녀 저하.”
노년 기사, 노인의 주름진 눈가 사이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고맙네, 파프닐 군, 정말 고마워. 자네 덕분이야.”
“아닙니다.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파프닐이 고갤 저을 때, 샤프이어 백작이 다가왔다.
“무슨 말인가! 들어 보니 유니콘이 여기 있는 것도 자네만 알았고, 또 유니콘의 시험을 통과한 것도 자네와 자네의 수하 여기사 덕분 아닌가.”
유니콘은 매우 강력한 신수이자 정의의 화신이다.
어지간한 걸로는 코웃음 치는 그들인데, 기어이 시험을 통과했다니, 대단한 업적이었다.
심지어 파프닐은 페가수스의 허락을 받아 거점 마련까지 완료했다고 하지 않은가!
“이번엔 누가 뭐래도 자네의 공훈이야. 자신감을 가지게, 나처럼! 하하하하.”
크게 웃는 샤프이어 백작의 목소리를 배경으로 메시지가 떴다.
-‘왕녀군의 은신처 구하기(유니크)’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완료되지 않은 퀘스트 조건이 남아 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2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거점 방위 공헌도를 30,000 획득했습니다.
‘거점 방위가 3만 공헌도?’
수성전이나 인명 구원 관련 공헌도는 전투보다 더 구하기 어렵다.
하루 종일 사람들을 구해도 200~300이 한계.
그걸 3만이나 받았다면, 확실히 크나큰 공을 세웠다는 말이었다.
“왕녀 저하, 이제 병사들에게 지시를…….”
“알겠다, 움직이지.”
지켜보고 있던 블랙하트 백작의 말에 엘리자베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 공, 공은 절 경호하고, 샤프이어 백작은 진지 작성 준비를 하세요.”
“예.”
신속하게 내려지는 명령.
‘나도 슬슬 움직여야겠군.’
파프닐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였다.
엘리자베스 왕녀가 파프닐에게 말했다.
“잠시만, 파프닐은 이리 오도록.”
“네?”
‘시킬 퀘스트가 또 있나?’
파프닐이 다가오자 엘리자베스가 본론을 꺼냈다.
“일단 자네에겐 감사하다는 말부터 하겠다. 고윈 대공의 배신 때부터, 지금까지 자네는 본 왕녀의 진영에서 수많은 공훈을 세웠다.”
왕녀를 구한 뒤 부흥군의 진로를 정하고, 거점까지 확보한 공!
“나를 비롯한 여러 귀족을 구했고, 후방에 있던 병사들을 모아 신속하게 전장을 탈출했다. 누구도 생각지 못한 안전지대를 찾아 안내했고, 앞장서서 유니콘들의 시험을 통과해 왕국군의 은신처를 만들었다.”
물 흐르듯 말을 잇던 엘리자베스 왕녀가 헛기침을 했다.
“그러니 나도 그냥 말로만 넘어갈 수는 없겠지. 왕실이 건재했다면 더 큰 보상을 줬겠지만, 지금은 이것밖에 줄 게 없구나.”
말을 마친 엘리자베스가 지시했다.
“무릎을 꿇어라, 파프닐.”
“……!”
슥. 파프닐이 무릎을 꿇자 엘리자베스 왕녀가 어깨에 검을 댔다.
“나 엘리자베스, 바란왕국 레오데크 왕가의 적법한 후계자로서 그대에게 준남작의 작위를 내리겠다.”
-바란왕국 준남작의 직위를 수여받았습니다.
-새로운 업적 ‘귀족의 지위’를 달성했습니다.
-명성치가 +5,000 상승했습니다.
-새로운 칭호 ‘귀족’을 획득했습니다.
-직책에 ‘준남작’이 추가되었습니다.
“준남작……!”
“오오…….”
샤프이어 백작과 노인이 놀라워했다.
놀란 건 파프닐도 마찬가지였다.
‘작위를 벌써 얻다니, 운이 좋군.’
준남작이면 엄연한 귀족 작위다.
비록 아직은 허울뿐인 직책이지만, 장차 부흥군이 이긴다면 그대로 실제 작위와 영지가 되리라.
“하지만 왕녀 저하, 이자는 네크로맨서인데……. 작위라니요!”
블랙하트 백작이 반발했다.
“그게 무슨 상관이지?”
“네크로맨서는 망자를 욕보이고, 신들의 경멸을 받는 직업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귀족을…….”
“그렇다면 경이 유니콘들을 설득하지 그랬나.”
“……!”
엘리자베스 왕녀의 무시에 블랙하트 백작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져나갔다.
“앞으로도 본 왕녀를 위해 충성을 다해 주길 바라네, 파프닐 경.”
“……감사합니다.”
“파프닐 준남작을 위해, 만세!”
“만세!”
샤프이어 백작의 주도로 만세를 외치는 기사들.
그 한가운데에 있던 파프닐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이거 어째 생각과는 다른데.’
소설 속에서는 적당히 분석 등을 하면서 넘어갔는데, 직접 당하니 생각보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프로게이머 생활에서 여러 번 준우승을 하면서도 느껴 본 적 없던 감각!
파프닐은 입맛을 다시며 만세 삼창을 받았다.
한편 바깥으로 나간 블랙하트 남작은 뿌득뿌득 이를 갈았다.
“……네크로맨서 따위가……. 감히 작위를…….”
블랙하트 백작가는 수 대 이전부터 인정받은 명문가였다.
그런 가문의 적통인 블랙하트 백작은, 귀족 작위에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엘리자베스 왕녀도 답이 없지……. 말 새끼들 좀 회유했다고 준남작을 주고, 또 내 말을 무시해?”
이대로는 억울해서 살 수가 없다. 블랙하트 백작은 은밀히 수하 몇 명을 불렀다.
***
“다들 조금만 더 힘내라!”
“울타리는 이쪽에! 취사장과 성벽은 이 선을 따라서 쌓아!”
산 위로 올라온 부흥군은 곧바로 거점을 세우는 작업을 시작했다.
유니콘들이 몬스터들을 몰아낸 자리 위로 여러 건물과 목책들이 늘어서기 시작했다.
“목재랑 천이 부족해!”
“주변 숲의 나무와 바위를 이용해! 유니콘들에게 허락을 맡았대!”
자원이 부족하면 주변 숲의 나무와 바위를 깎았다.
부흥군에 있던 유저들도 반강제적으로 이런 퀘스트들을 맡아야 했다.
“하나, 둘, 하나, 둘.”
검사와 전사, 무도가 등 힘을 쓰는 유저들이 돌을 들고 나른다.
때로는 돌을 놓쳐 떨어뜨리기도 했다. 튀어 나간 돌은 그대로 산 아래로 굴러가 조각나거나 다른 사람들을 덮쳤다.
“으아악!”
“야! 너희 뭐 하는 놈들이야!”
곳곳에서 일어나는 시비!
그뿐만이 아니다.
“푸히힝, 집과 울타리를 만드는 건 좋지만 조금 많이 시끄럽구나.”
“더러운 인간 놈들, 너희들이 인정을 받으려면 백만 년은 이르겠구나.”
시도 때도 없이 따라온 유니콘이 시비를 걸어왔다.
욱하는 마음에 싸워 봤자 이길 수도 없으니, 그걸 고스란히 참아야 했다.
“아오……. 저 말 대가리들 어떻게 못 하나?”
“참아, 저번에 다른 데서 시비 걸려다가 뒷발길질 한 방에 골로 갔다더라.”
“리얼?”
“쟤네 저래 봬도 400레벨이야. 칼 들 거면 혼자 해.”
“후……. 내가 참는다.”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치는 유저들.
그 뒤로 우미간 갱들 둘이 성인 남성만 한 크기의 돌을 지고 움직였다.
“내가 전성기 땐 말이야, 이런 돌들 따위 그냥 막…….”
“어이 김 씨, 개소리 말고 돌이나 날라.”
다른 갱들도 각자 통나무를 짊어지고 움직이고 있었다.
놀랍게도 우미간 갱들은 생각보다 작업 퀘스트를 잘 수행했다.
현실에서 몸 쓰는 작업들을 많이 하기도 했고, 킨도르한의 지휘 덕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건 저기다. 너흰 물 좀 떠 오고.”
지시를 내리던 킨도르한이 땀을 닦았다.
‘그래도 이곳도 나름 나쁘지는 않군.’
싱긋. 킨도르한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경치도 좋고, 공기도 맑고……. 몬스터나 숲도 울창하니 던전도 꽤 있을 것 같은데.’
이런 곳에 거점이나 건물, 상점을 세우면 그야말로 돈을 끌어모으는 갈퀴가 된다.
노다지가 깃든 땅을 밟고 있는 셈이니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없었다.
‘이곳에 투자하면 진짜 대박 나겠어.’
마침 파프닐도 준남작 직위를 얻었다. 그 직책을 이용할 수 있다면 아이올로스산 개발 구상도 꿈은 아니리라!
‘나중에 한번 물어봐야겠군, 크헤헤헤.’
음흉하게 웃는 킨도르한.
그 와중에도 작업은 계속 진행되었다.
물론 막노동만 있는 건 아니었다.
한창 작업하던 유저들을 향해 숲속에서 각종 몬스터들이 쇄도해 왔다.
키아악!
칵칵!
레벨 200~300대의 숲 몬스터들이 새로운 침략자를 몰아내려 하는 것이다.
이들의 공격을 막는 것도 플레이어와 부흥군의 퀘스트였다.
“약해 빠진 인간들……. 결계를 쳤으니 안에서 막도록.”
멀리서 지켜보던 유니콘들이 발을 구르자 주변에 투명한 보호막이 쳐졌다.
“디버프다! 결계 안에서 상대해!”
보호막이 쳐진 영역 안에 들어오자, 몬스터들의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공격!”
NPC 지휘관의 지시가 떨어지자, 몬스터들을 향해 화살 비와 마법이 쏟아졌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속속 들어오는 경험치.
압도적인 레벨의 적을 잡았지만, 유니콘들이 상당 부분을 먹었기에 유저들에게 들어오는 몫은 그렇게 많진 않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바란왕국이 무너진 후, 대부분의 지역이 혼란에 휩싸였다.
여러 도시가 초토화되었고, 그 이상으로 많은 NPC가 죽었다.
잠들어 있던 퀘스트들은 그대로 소멸했고, 초보자 유저들은 각 지방 영주들의 병사가 되거나 도적이 되어 레벨을 늘려야 했다.
미리 힘을 비축한 대형 길드들을 제외하면 손해가 누적되는 환경.
‘그런데 파프닐은 어디 간 거지?’
킨도르한이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보호막 밖에서 생으로 저 몬스터들을 잡고 있는 건 아니겠지……?’
섬뜩한 추측이지만, 왠지 파프닐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에이, 그럴 리가.’
고개를 내저은 킨도르한이 다시 일에 집중했다.
한편 그 시각.
파프닐은 페가수스를 한 번 더 만나고 있었다.
-우리는 이 산의 상층부에서 나갈 수 없습니다. 아이올로스산은 대륙의 영맥. 그곳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지요.
페가수스가 말했다.
-이 때문에 산 아래에 부정한 것들이 가득해도 우리는 그걸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지요. 혹시 가능하시다면 산 아래에 자리 잡은 악마를 저희 대신 없애 주세요.
-새로운 퀘스트 ‘산기슭의 악마 토벌(매직)’을 의뢰합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Y/N)
“부탁을 들어준 것도 고마운데, 당연히 해 드려야죠.”
-퀘스트를 수락했습니다.
아직 유저들 사이엔 소문이 안 났지만, 페가수스와 유니콘들도 퀘스트를 준다.
파프닐은 그런 것들을 먼저 싹쓸이한 뒤 산 중턱으로 향했다.
‘받을 퀘스트는 다 받았으니, 이제 일을 시작하면 되겠군.’
모든 소환물들을 소환한 파프닐이 지시했다.
“너희는 이곳에서 움직이며 동굴이나 분지, 감춰진 계곡 등을 가장 먼저 찾도록.”
“딸그락딸그락!”
“알겠다, 흑마법사.”
“예, 주인님.”
“제가 소싯적에 산에서 말 좀 탔다고 말씀드렸던가요? 크-겔겔겔…….”
해골 기사 루이를 비롯한 인원들이 지시를 받았다.
‘해골병들의 지능이 낮다 해도, 정찰이나 간단한 지시는 알아듣지.’
찾으려는 건 다름 아닌 히든 피스.
소설 속에서 플러시는 아이올로스산 곳곳의 던전이나 마굴 등을 돌며 레벨을 25나 올렸다.
‘간단히 언급되고 넘어간 곳이 여덟 곳, 그리고 내가 직접 찾아야 할 동굴이 하나, 또 가장 먼저 찾아야 할 새 필드 지역이 하나…….’
아이올로스산은 현실의 산들과 비교해도 굉장히 크다.
지리산이나 설악산도 한 수 접어 주고, 거의 알프스산맥의 산들과 비교해야 할 만한 수준.
주변의 다른 산맥과도 접점이 있기에 체감상 크기는 그보다도 더했다.
그런 곳을 돌아다니며 던전을 찾는 일!
혼자서는 아무리 돌아다녀도 한 곳이나 찾을까 말까 한 대장정이 될 것이다.
“자, 그럼 움직여라.”
“딸그락딸그락!”
해골병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려 했다.
그때였다.
“이히힝!”
멀리서 다가온 흰 그림자가 그대로 해골병 하나를 산산조각 냈다.
유니콘!
“자, 잠깐…….”
“여기다!”
“이히히히힝!”
놀랄 새도 없이 곳곳에서 다른 유니콘들이 나타나 해골병들을 부쉈다.
엘리트 해골병, 벨과 루이는 무사했지만, 일반 해골병들은 얄짤없이 뼛조각으로 변했다.
“어이.”
철거를 마친 서리 유니콘이 말했다.
“거주를 허락해 줬다고 하지만, 이딴 사악한 것들을 불러 돌아다니게 하다니……. 갈!”
아이올로스산 상층부는 신성한 영역.
언데드 마물을 불러 돌아다니게 하는 건 허용 범위 바깥이었다.
“이번에는 모르고 그런 것이니 넘어가지만, 또 이런 일이 있을 시 각오해야 할 것이다.”
푸르릉, 콧김을 뿜은 유니콘들이 돌아갔다.
홀로 남은 파프닐은 입맛을 다셨다.
‘이거 난이도가 갑자기 올라 버렸군.’
해골병들을 못 쓰면 직접 돌아다니면서 찾아야 한다.
한숨을 내쉰 파프닐이 몸을 풀었다.
‘어쩔 수 없지.’
과거, 수많은 VR 게임에서 히든 던전과 꼼수를 찾았던 스트리머 김강한으로 돌아갈 때였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