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73)
73화
아이올로스산 정상.
흰 눈으로 덮인 경사 지대에 한 점이 헤매고 있었다.
‘분명 이 근처였는데.’
파프닐은 기억 속의 장소를 한참 찾아 헤맸다.
-체온이 점점 낮아집니다.
-체력이 소모됩니다.
일정 레벨 이상의 능력치, 방한 장비까지 든든하게 갖추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뼛속까지 서려 오는 혹한 추위.
그러나 파프닐은 탐색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 근처에 틀림없이 플러시가 발견했던 장소가 있을 거다.’
소설에서는 ‘어쩌다 보니 발견했다.’라고 써 있었지만, 현실은 다르다.
그야말로 광활한 아이올로스산 정상에 숨겨져 있는 비밀의 장소.
거기에 막대한 이득이 숨겨져 있는 히든 피스다 보니, 다른 사람의 도움도 받기 어려웠다.
‘하, 시발 그냥 때려치울까.’
망연자실할 무렵.
파프닐의 시야에 거대한 건축물이 보였다.
눈보라와 대조되는 강한 일광 속에서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 건물.
지금까지 못 찾았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아이올로스 대신전을 발견했습니다.
-아이올로스 대신전의 최초 발견자가 되었습니다.
-탐험가 길드에서 정보를 등록할 수 있습니다.
-탐험 경험치가 상승했습니다.
-최초의 발견자 버프가 적용됩니다.
-다섯 신과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잊힌 대신전.
이곳은 평범한 장소가 아니다.
게임 속 세계의 여러 신이 지금처럼 각각 종파로 쪼개지기 이전, 대전쟁 이전에 세워진 신화적인 문화유산.
루, 토르, 호루스, 아이온, 프레아를 모두 한 번에 섬기는 대신전이었다.
내부에는 지금까지 게임 내에 몇 풀리지 않았을 엄청난 신기들이 보물처럼 쌓여 있을 터.
‘하지만 지금 들어가는 건 무리지.’
대신전 입구. 거대한 기둥 너머 존재하는 문 앞에는 반짝이는 무언가가 보인다.
소설의 묘사를 떠올려보았다.
그건 바로 인골(人骨)이었다. 눈보라 속에서 썩지도 않고 오랜 시간 잠자고 있는 뼈 더미들.
신전의 비보를 노리고 침입한 도굴꾼들을 황천으로 보낸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었다.
‘지금은 신전의 수호자들을 이길 수 없다. 특히나 네크로맨서인 나는 역상성이니 더더욱.’
빛과 어둠은 극상성 중의 극상성. 서로가 서로에게 강한 타격을 입힐 수 있지만, 무조건 강한 쪽이 유리해진다.
파프닐의 소환수들이라면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소멸할 가능성이 있었다.
“흐흐……. 하지만 진짜 목적은 저게 아니지.”
파프닐은 신전으로 들어가지 않고 주변을 탐색했다.
꾸어어!
이따금 설인 같은 놈들이 나타나긴 했지만, 별거 아니었다.
“해치워!”
파팟, 눈 속에서 해골들이 튀어나와 설인을 공격했다.
꾸어? 설인은 레벨 150대에 이르는 몬스터.
기습만으로 쓰러트리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파프닐의 소환수들은 평범한 스켈레톤이 아니었다.
-끼릭……. 방진을 활용하라.
스켈레톤 나이트의 지휘에 따라 철두철미하게 움직이는 스켈레톤들.
설인의 느린 공격 따윈 금방 피하며 계속해서 공격에 나선다.
결과는 파프닐이 직접 나설 필요도 없을 정도.
쿵.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거대한 육체의 설인은 결국 최후를 맞이했다.
‘역시 소환술사 클래스가 잡몹 사냥은 개꿀이라니까.’
파프닐은 희희낙락하며 설인의 몸에서 보상품을 획득했다.
‘신전 주변이라 그런가, 나오는 몬스터들도 약한 편이군.’
보통 산의 몬스터들은 최소 250레벨 이상.
그나마 신전 주변이기에 레벨이 낮은 몬스터들이 나왔다.
‘하지만 진짜 탐색은 지금부터다.’
사냥이 쉽다고 안심하기엔 일렀다.
여기까지 와서 찾아갈 곳은 따로 있었으니 말이다.
다행히도 지금부터의 서술은 정확히 기억났다.
‘분명히 대신전 바로 옆에 숨겨진 신전이 한 곳 더 있었지.’
이리저리 찾아보던 파프닐의 눈에 거대한 크레바스 하나가 보였다.
‘저거다.’
파프닐이 그곳으로 향했다.
-크레바스 지하에 입장했습니다.
-숨겨진 장소를 발견했습니다.
-최초의 발견자 업적을 획득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설산에 널려 있는 크레바스.
하지만 그 내부는 ‘진짜’ 숨겨진 신전 중 하나였다.
파프닐은 쩍쩍 얼어붙은 절벽 사이를 헤매며 그 신전을 찾아 헤맸다.
절산이라 불리는 아이올로스산맥에서도 가장 험난한 장소답게, 탐색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다행이라면 파프닐에게는 스켈레톤들이 있다는 점이다.
좀 위험해 보이는 좁은 틈 사이로는 먼저 해골병들을 보내 본다!
“끼릭……. 끼릭…….”
망설이는 해골병 1호.
“어쩌라고, 가.”
“끼, 끼릭……. 끼리릭…….”
콰직! 얼음이 부서지며 아래로 추락해 버리는 1호.
그러나 파프닐에게는 아직도 해골병들이 더 있었다.
“야 2호.”
“끼릭?”
“가.”
“끼……. 끼릭…….”
-2호의 충성심이 1 하락합니다.
해골병들은 얼마든지 있다.
머리 위에서 고드름이 떨어지건, 양옆 얼음벽에서 촉수가 나와 잡아가건 계속 보내면 그만!
어차피 죽어도 다시 소생시켜 소환하면 그만이었다.
‘해골병들에게 정이 없는 건 아니지만……. 뭐 이런 일 하라고 불러내는 거니까.’
김강한은 현생에서도 최대한 효율을 내는 플레이를 해 왔다. 팀원을 버리더라도 승리할 수 있다면 그걸로 끝!
심지어 자기가 죽는다 해도 마찬가지였으니, 해골병들이라 해도 거기서 벗어나진 않았다.
‘찾았다.’
어느 순간 머리 위로 얼음 동굴이 펼쳐졌다. 천장은 푸른 얼음으로 되어 있고, 아래와 주변도 얼음과 바위가 섞인 기묘한 통로였다.
좀 더 가자 계단과 그 끝에 있는 흑색 금속 문이 나왔다.
문 앞엔 인간형 아이스 골렘이 지키고 있었는데, 얼음으로 된 갑옷과 병기를 지니고 있었다.
[아이스 가디언]숨겨진 행운의 신전 수문장.
물리 공격은 거의 안 통하기에 마법, 불 속성 마법으로 잡아야 한다.
문제는 놈이 있는 이곳의 지형!
크레바스 밑이기에 작은 폭발에도 금방 천장이 무너지게 된다.
‘일단 한 번 무너지면 두 번 다시는 못 오지.’
일단 빙하에 묻히면 아무리 고레벨이라도 발굴해 내기 어렵다.
지형과 특성이 겹쳐져 굉장히 상대하기 어려운 몬스터가 된 것.
아이스 가디언이 창을 겨눴다.
-물러가라, 침입자여. 여긴 누구도 들어갈 수 없다.
파프닐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좋아, 내 질문에 대한 정답을 맞히면 물러나지.”
-질문……?
“그래, 깔끔하게.”
-…….
아이스 가디언은 고민에 잠겼다.
확실히 깔끔하게 물러나 주면 귀찮은 일을 면할 수 있다.
큰 싸움으로 번지면 신전에도 영향이 갈 텐데, 그럴 걱정도 없고 말이다.
-좋다. 만약 맞힌다면 순순히 물러나도록.
“알았어.”
파프닐은 곧바로 질문했다.
“아침엔 네 다리, 낮엔 두 다리, 저녁엔 세 다리로 걷는 몬스터는 뭐지?”
-……!
아이스 가디언은 뒤로 물러나 고개를 숙였다.
-이블아이……. 아니, 헬하운드……. 틀렸어, 아크데몬……. 아니다.
한참이나 중얼거리면서 고민하는 모습.
고대에 만들어진 신전 수호자이기에 온갖 몬스터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파프닐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결론을 내린 아이스 가디언이 고갤 들었다.
-그것……은…… 인간이다……. 인간의 생애를…….말하는 것이다.
완벽한 정답!
아이스 가디언이 말했다.
-정답이…… 틀린가?
“아니, 맞다.”
-역시……. 그렇군……. 그럼 이제 약속을 지키도록…….
“좋아, 지금은 물러나지.”
파프닐은 뒤로 물러났다. 그 앞으로 커다란 얼음 조각이 떨어졌다.
-……알……겠다…….
아이스 가디언은 힘겹게 말했다. 온몸에선 물이 흘러내리고, 팔다리가 천천히 떨어져 나가는 모습이었다.
-나는……. 틀리지……. 않았…….
쿠웅, 쾅!
그 말을 마지막으로 목에서 떨어지는 머리.
곧 남은 몸이 조각나자 자리에 남은 건 푸른 구슬과 금속 장신구들뿐이었다.
-아이스 가디언의 마력 동력 핵(에픽)을 획득했습니다.
-당신은 아이스 가디언의 핵을 과부하시켜 아이스 가디언을 스스로의 발열로 처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뛰어난 지혜를 통해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강력한 수호자를 처치했습니다.
-지능 스테이터스가 +3 상승했습니다.
-지혜 스테이터스가 +1 상승했습니다.
-언변 스테이터스가 +3 상승했습니다.
-카리스마 스테이터스가 +1 상승했습니다.
띠링!
아이스 가디언의 동력 핵을 주운 파프닐이 어깨를 으쓱했다.
‘확실히 소설 속 전개대로군.’
소설 속에서 플러시도 같은 수수께끼를 내서 승리했다.
물론 이렇게 녹을 건 예상 못 하고 낸 것이지만 말이다.
“좋아, 아무튼 들어가 볼까?”
파프닐은 신전 문에 손을 대고 밀었다.
-숨겨진 행운의 신전에 입장했습니다.
-숨겨진 행운의 신전의 최초 발견자가 되었습니다.
-탐험가 길드에서 정보를 등록할 수 있습니다.
-탐험 경험치가 상승했습니다.
-최초의 발견자 버프가 적용됩니다.
행운의 신전은 굉장히 컸다. 지상의 대신전과 비교해도 결코 꿀리지 않을 정도였다.
“오, 엄청나군…….”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본 파프닐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마법이 걸린 얼음으로 조각된, 행운의 여신 티케의 조각상들.
그 아래의 제단과 주변엔 수많은 보석과 금괴, 제물 들이 쌓여 있었다.
‘이게 소설 속에서 나왔던 그 보물들인가?’
위쪽 대신전의 규모보단 적지만, 재보의 급만큼은 위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행운의 여신.
질서나 하늘 같은 걸 관장하는 다른 신들과 달리, 행운의 여신은 신도들에게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나라도 이쪽에 공물을 바치겠지.’
날씨를 좋게 해 주는 효과와 복권을 당첨시켜 주는 효과.
솔직히 선택하라 하면 백이면 백 후자를 고를 것이다.
이 때문에 행운의 신전에 있는 제물들은 다른 곳과 달랐다.
원작 소설에서 플러시는 이걸 가지거나 팔고, 또 그때그때 조금씩 내놓으며 엄청난 이득을 보았다.
‘그렇게 내버려 둘까 보냐!’
파프닐은 곡괭이를 꺼내 휘둘렀다.
여신상을 비롯한 제단, 신전 내부 시설들이 산산조각 나 휘날렸다.
“좋은 여신상이고 예술품이지만!”
콰직.
“나한텐 방해만 된단 말이야!”
와그작!
-티케 여신상을 파괴했습니다.
-카르마가 -500 감소했습니다.
-악명이 +170 상승했습니다.
-위대한 예술품의 진가를 알아보았음에도 파괴했습니다.
-악명이 추가로 +50 상승했습니다.
여신상을 부순 다음엔 주변 조각상들의 차례.
-수호 기사 석상을 파괴했습니다.
-카르마가 -400 감소했습니다.
-악명이 +135 상승했습니다.
-위대한 예술품의 진가를 모르고 파괴했습니다.
-파괴를 통해 미세하게나마 새로운 예술의 영역을 느꼈습니다.
-예술 스테이터스가 +1 상승했습니다.
얼씨구! 파프닐은 리듬을 타며 시설을 때려 부쉈다.
그러던 중 메시지가 나타났다.
-행운의 여신 티케가 분노합니다.
-행운의 여신 티케가 당신을 알아보았습니다.
지난번 파괴 행위 덕분인지 이번엔 얼굴을 알아보는 티케.
-행운의 여신 티케가 이를 악뭅니다.
-행운의 여신 티케가 가디언은 어떻게 부쉈냐며 억울해합니다.
-행운의 여신 티케가 서럽게 울음을 터뜨립니다.
계속 뜨는 메시지에도 파프닐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작업을 진행했다.
“자, 그럼 이제…….”
인테리어 일을 끝냈으니 의뢰 비용을 챙길 차례.
파프닐은 신전에 남아 있던 공물들을 인벤토리에 넣으려 했다.
그 순간 메시지가 더 떴다.
-행운의 여신 티케가 눈에 핏발을 세웁니다.
-행운의 여신 티케가 공물은 절대 못 가져간다며 울부짖습니다.
-행운의 여신 티케가 대흉의 저주를 내립니다.
행운의 여신 티케의 저주!
-죽음의 신 하데스가 저주를 무효화하려 합니다.
-인과율의 부족으로 저주를 완전히 무효화하지 못했습니다.
-불운의 저주에 걸렸습니다.
-모든 도박, 강화, 인챈트, 제작의 성공 확률이 10% 하락했습니다.
-작업 중 손이 미끄러질 확률이 2% 증가합니다.
-행운 스테이터스가 -10 감소했습니다.
-죽음의 신 하데스가 더 이상 저주를 막지 못합니다.
‘계속 막아 주는 건 안 되나 보군.’
호라이즌의 세계에서는 신들이 함부로 세상에 간섭하지 못한다.
명분 없이 힘을 사용한다면 인과율에 걸리게 되는데, 아무리 강력한 신이라도 피할 수 없는 커다란 규칙이었다.
‘이거 좀 센데…….’
행운 스테이터스 감소는 버틸 만했다.
하지만 아이템 강화나 제작에서 실패 확률이 늘어나는 건 생각보다 큰 문제였다.
‘소설 속에서 저주 얘기 나올 땐 별생각 없이 봤었는데, 직접 받으니 생각보다 큰 페널티군.’
파프닐은 입술을 깨물었다.
어차피 행운의 여신과는 적대해야 할 관계.
저주받는 것도 각오한 일이지만 당하니 속이 쓰렸다.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감수할 가치가 있지.’
씩 웃은 파프닐이 메시지창을 보았다.
-육각 사파이어(유니크)를 획득했습니다.
-이카루스 제국 금화(노말)를 획득했습니다.
-하이엘프 엘나스의 활(레어)을 획득했습니다.
‘이거 먼지들이 좀 많이 쌓였는데, 제대로 닦아서 팔아야지.’
인벤토리가 거의 다 찰 정도의 보물들.
모두 최소 레어 이상, 혹은 고가에 상인들에게 팔리는 금화 같은 것들이었다.
수많은 보석은 물론, 과거 이름을 떨쳤던 영웅의 장비나 갑주까지.
실제로 활약하던 영웅들이 행운을 기원하며 신전에 제물을 바친 덕분에 생긴 것들이었다.
‘배낭을 많이 가져와서 다행이군. 인벤토리만 믿었으면 부족할 뻔했어.’
원작 소설에서 파프닐은 이 재보들을 이용해 사병과 근처의 엘프, 드워프, 요정 등을 고용했다.
산 남쪽에서 몰려오는 불꽃 마물들과의 대전투!
소설 초반에서 땀을 쥐고 보았던 싸움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렇게 안 될 거다.’
그 보물들은 이미 파프닐이 다 가져갔으니 말이다.
심지어 이미 쓸 곳도 정해 둔 상태였다!
“자, 그럼 이제 돌아가 볼까?”
파프닐은 신전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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