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78)
78화
호라이즌에서 레전더리급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설령 레벨 1짜리 아이템이라도, 레전더리가 붙은 순간 억대의 가격을 호가하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심지어 돈이 있어도 가지지 못한다.
시장에 나온 것 자체가 극히 드물고, 있더라도 대기업 자본을 등에 업은 길드들이 독점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더욱 꽁꽁 숨길 수밖에 없지.’
아이템이건, 퀘스트건 마찬가지다.
만약 레전더리를 가지고 있단 게 소문나면, 그 순간 수많은 카오틱 플레이어의 표적이 될 터.
무한 척살을 당해 아이템을 뺏기고 게임을 접거나, 혹은 끝없이 귀찮은 일을 당해야 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런 퀘스트를……. 가지고 있다고?’
그렇게는 보이지 않았는데.
파프닐은 새삼 놀란 눈으로 루디우스를 바라보았다.
-파프닐 : 어떤 퀘스트죠?
-루디우스 : 아, 그게……. 제목은 라면왕의 전설이고, 고대 제국의 마지막 황제였던 바쿠스 황제의 자취를 찾아야 한답니다.
‘라면왕의 전설?’
-파프닐 : 혹시 내용이…….
-루디우스 : 지금은 삼원색 크리스탈을 모아서 수상한 향로에 끼워 넣어야 합니다. 레드 크리스탈은 어떻게든 넣었고, 다른 크리스탈도 찾고는 있는데……. 저 혼자서는 쉽지 않을 것 같아서요.
-파프닐 : ……그렇군요.
-루디우스 : 혹시 크리스탈에 대해 들은 적 있으십니까?
있다마다.
파프닐은 그 크리스탈을 모은 다음에 어떤 퀘스트를 얼마나 더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중에 플러시가 이 퀘스트를 주워서 거의 공짜로 완수하기 때문이다.
‘크리스탈을 모으면 화로를 다룰 수 있게 되고……. 거기서 0.1% 확률로 나오는 이세계에 들어가 퀘스트를 세 개 더……. 마지막으로 거기서 얻은 열쇠를 북극 빙하에 있는 유적에 꽂아야 비로소 라면왕 유적으로 갈 수 있는……. 지옥의 난이도다.’
최고 수준의 실력과 플러시만 한 운빨이 갖춰지지 않으면 불가능한 난이도.
“알겠습니다. 같이하죠.”
“감사합니다! 청자님들! 허락받았습니다! 파프닐 님과 함께하는 방송!”
전전긍긍하던 루디우스의 표정이 밝아졌다.
레전더리 퀘스트를 공유해야 하지만, 어차피 혼자서는 못 하는 것.
파프닐에게 넘기고 일부를 몫으로 받는다면 충분히 남는 장사였다.
“루디우스 님.”
“네?”
파프닐이 물었다.
“혹시 주변에 이런 곳이 더 있습니까?”
“네?”
“네임드 오크나 몬스터들이 있는 곳이요.”
바드는 현대로 치면 기자와 같은 직업.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건을 보고 노래해 왔을 테니, 정보를 물어보기엔 딱이었다.
“알고 있긴 한데……. 그건 왜……?”
“전부 토벌해야죠. 레벨 업도 하면서 겸사겸사 치안도도 좀 높이고요.”
“아……!”
루디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라면 협력해 드려야죠. 알고 있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럼 바로 시작하죠.”
“네? 뭘 시작…….”
“그야 토벌이죠. 안 가시면 저 혼자 가겠습…….”
“아! 갑니다. 따라갈게요, 물론.”
“그럼 안내를.”
“저……. 근데 좀 쉬면 안 될까요?”
“…….”
파프닐과 루디우스는 쉴 새도 없이 곧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해골병들을 소환한 뒤 앞장서서 돌격!
정보를 받아 움직이니 아무렇게나 다니는 것보다 훨씬 효율이 높았다.
무모한 전투라 하더라도 물러서지 않고 싸웠고, 승리하면 해골병들의 수를 늘리고 다음 부락으로 이동했다.
-켈피 동굴의 끝을 클리어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새로운 업적 ‘켈피 동굴의 코발트를 본 자(매직)’를 획득했습니다.
-켈피 동굴 코발트(레어)를 획득했습니다.
토벌 대상엔 기존 주변에 있던 던전이나 네임드 보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혼란을 틈타 세를 키운 보스, 혹은 기존부터 문제가 되던 대형 몬스터들까지.
현상금이 붙으며 경험치도 크게 높아진 네임드들이었기에, 경험치와 아이템도 두둑하게 들어왔다.
“감사합니다! 그네 님 덕분에 도시로 퀘스트를 하러 갈 수 있게 됐습니다.”
“혹시 무슨 클래스 키우세요?”
마을에 갇혀서 오도 가도 못 하거나, 처절한 수성전을 하던 유저들은 파프닐에게 허리를 숙였다.
“취췩, 네크로맨서 오크 도살자가 돌아다닌다!”
“취이익, 무섭다!”
오크들 사이에도 네크로맨서에 대한 소문이 돌았다.
파프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호전적인 오크 전사들도 어깨를 절로 움츠렸다.
동시에 호라이즌 커뮤니티엔 괴짜 직업에 대한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엘리트 몇 명만을 키우며, 근접 싸움을 위주로 하는 ‘조폭’ 스타일 직업 육성에 대한 내용들이었다.
>skafnem : 나 조폭드루 해 봤는데 이거 어째 야만족 전사 같은 느낌인데?;;
>세일해줘요 : 드루는 그나마 낫죠. 저 신관으로 했다가 회복 펀치 날리고 있어요.
전쟁으로 인해 더욱 전직하기 어려워진 네크로맨서 대신 여러 직업을 파프닐처럼 키워 보는 유저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루디우스 님 요즘 버프 주는 거에 재미 들리신 듯ㅋㅋ
>ㄹㅇ……. 노래 두세 곡만 딱딱 부르면 알아서 혼자 다 쓸어버리시네, 저분.
>칼 들고 척준경 찍는 소드마스터님ㄷㄷ
>그만큼 노래가 흥겨우시다는 거지ㅋㅋ
>‘세란이’ 님이 다이아 100개를 후원했습니다.
: 지금부터 30분 동안 오크 1,000마리 잡으면 10,000다이아
루디우스 채널의 시청자들은 그런 파프닐의 활약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
하루 14~15시간을 사냥으로 달리는 강행군!
>저기……. 이분 방송 시간 왜 20시간이심?
>켜고 주무신 거 아니죠?
>ㄴㄴ; 다시 보기 해 보셈. 그냥 계속 무한 사냥임.
>나 자기 전에 사냥하고 있더니 일어나서 밥 먹고 와도 또 다른 데 사냥하고 있네;
처음 만났을 때 단정한 모습이던 루디우스도, 시간이 지나자 며칠 방 안에서 안 나온 동네 형 같은 모습이 되었다.
원판이 뛰어났기에 완전히 못 봐줄 정돈 아니었지만, 지친 게 눈에 보이는 모습.
>‘소미좋아양’ 님이 다이아 1,000개를 후원했습니다.
: 우리 루디 님 좀 쉬게 해 주세요. 무슨 얼굴이 3일 만에 반쪽이 됐어?
>‘아카시아’ 님이 다이아 1,000개를 후원했습니다.
: ㄹㅇ……. 사람을 좀 여유를 두고 부려야지 무슨 걸레 쥐어짜듯 사냥하냐. 좀 쉬게 해 줘라 마!”
20만 원어치의 거금을 쾌척한 팬들.
“…….”
“어, 파프닐 님?”
“10분 쉬죠.”
파프닐은 가차 없이 말했다.
***
“루디우스 님.”
“헉……. 헉……. 네?”
“이 정도면 근방의 네임드들은 전부 잡은 것 같군요.”
열 번째 오크 네임드를 잡은 날.
파프닐은 루디우스에게 말했다.
“그럼 이제 사냥은 그만하기로 하죠. 저도 올라가야 하니까.”
“아……. 가시는구나. 아쉽네요, 정말.”
말과는 달리 루디우스는 안도의 기색이 역력했다.
>선민혜 : ㅋㅋㅋ루디 님 얼굴 반쪽 되신 거 뭐임…….
>hidra973 : 지옥 노동 생존……. “합격”
채널의 시청자들도 ㅋㅋㅋ를 연달아 쳤다.
당연한 일이다.
최근 한 주 동안 파프닐과 루디우스가 사냥한 시간은 무려 130시간.
회사 일이었다면 노동청에 신고해도 먹힐 만한 업무 시간이었다.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저 따라오시느라 힘드셨을 텐데요.”
“아하하. 아뇨, 뭘요.”
비록 온갖 고생을 하긴 했지만, 파프닐 덕에 루디우스도 레벨 업과 사가 포인트를 많이 얻었다.
뒤통수를 칠 생각 같은 건 애초에 있지도 않았다.
“그럼 이제 전 목적지로 갈 건데, 혹시 루디우스 님은?”
“당연히 저도 따라가야죠. 안 그래도 보급 같은 거 해야 했는데, 도시가 있다면야…….”
루디우스는 다만 너무 빨리 가진 말아 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게 둘이서 북쪽으로 가는 동안, 파프닐은 생각에 빠졌다.
‘생각보다 시간을 꽤 써 버렸군.’
생각하는 건 다름 아닌 앞으로의 일정과 획득한 물건이었다.
‘원래는 요새만 뚫고 직선으로 가야 했는데, 혈마검이 워낙 잘 드니 계속 그걸 써서 싸우게 됐다.’
새로 산 슈퍼 카가 있다면 드라이브를 하는 게 인지상정.
아이템의 힘을 마음껏 쓰느라 일정이 빠듯할 때까지 있어 버렸다.
‘그래도 덕분에 이득도 엄청나게 많이 봤지만.’
레벨은 무려 5가 더 올라 152가 되었다.
아이템은 각각 레어 장비 일곱 개, 유니크 장비를 두 개나 획득.
루디우스의 몫을 다 받자 골드도 40골드 가까이 벌렸다.
거의 일주일 동안 400만 원을 번 셈.
‘그나저나 바드 직업도 꽤나 유용하군.’
루디우스의 버프 스킬들을 받자 해골병들의 스펙이 눈에 띄게 올라갔다.
노래를 들을 수만 있다면 숫자에 상관없이 버프를 줄 수 있는 것이다.
‘대규모 전쟁에서 그런 클래스는 단순한 랭커보다 더하지.’
실제로 소설 속에서 파이브스타나 아크 길드 같은 곳에서는 랭커급 음유시인들을 고액에 스카우트했다.
원작 주인공인 플러시를 상대할 때 항상 그런 랭커들이 한 명씩 버프를 거는 묘사가 있었기에 아는 사실.
물론 그때마다 바드의 스킬들이 실패했다는 묘사는 덤이었다.
‘몬스터 사냥이나 유저들을 상대로 할 때 바드가 있으면 훨씬 강한 적들도 사냥할 수 있겠군.’
직접 소환하기엔 스킬 슬롯이 한정되어 있기에 배울 수 없다.
그러나…….
‘엘리트 해골병 중 악기를 잘 다루는 놈을 만들면 좋겠는걸.’
아마 군가를 가르치면 꽤나 볼만한 모습이 나오리라.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바이론시에 다다랐다.
성벽 위로 경계가 삼엄해진 걸 빼면 큰 차이는 없는 모습이었다.
‘다행히 여긴 아직 적들이 안 왔나 보군.’
성문에 도착한 파프닐은 곧 간단한 검문을 받았다.
“아니……. 자네…….”
“영주님껜 비밀로 해 주십시오. 일이 바빠서.”
“……알았네.”
얼굴을 알아본 병사들을 입단속한 걸 빼면 금방 통과.
“전 잠시 볼일이 있으니, 따로 움직이다가 합류하죠.”
“알겠습니다.”
루디우스와 잠깐 헤어진 뒤.
기억하던 네크로맨서 길드로 향한 파프닐은 곧 눈을 크게 떴다.
“여긴가?”
“어이쿠, 좁아라.”
못해도 대여섯 명이 넘는 유저들이 길드 안에 있었다.
감시병이나 지나가는 유저 같은 게 아닌, 진짜 네크로맨서 지망생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답은 금방 알 수 있었다.
“얼굴이 꽤나 폈구나, 파프닐 이놈.”
새로운 인기척을 듣고 나온 굴드가 낄낄 웃으며 파프닐의 어깨를 쳤다.
“네놈 때문이다. 네놈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네크로맨서 하겠다고 온 놈들이 생겼어.”
공헌도 1위를 세운 파프닐 덕분에, 유저는 물론 NPC 중에서도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나온 것.
주류 직업처럼 하루에 수십 명이 오가진 않지만, 그래도 서너 명씩은 꼭 왔다 간다고 했다.
“바깥이 혼란스럽기에 안 오나 싶었는데, 그래도 안부 인사는 하러 오는구나.”
“감사합니다.”
“무얼. 자, 이건 선물이다.”
-정제된 비명초(레어) 10개를 획득했습니다.
비명초는 곳곳에 쓰이는 흑마술의 재료.
채집은 어렵지 않지만, 정제하는 데 굉장히 공을 들여야 하는 재료였다.
“네가 바쁠 것 같아서 이런 걸 준비했지, 낄낄낄.”
“……감사합니다, 스승님.”
“그래서, 여긴 무슨 일로 왔느냐? 설마 신을 믿겠다 같은 소린 안 할 테고.”
“새 스킬을 배우고 싶습니다.”
“스킬이라, 그러고 보니 꽤나 성장했구나.”
현재 파프닐의 레벨은 152.
오크 대전쟁 이전이라면 어깨에 힘주고 다닐 만큼 강한 수준이다.
“좋아, 여기 네가 지금 배울 수 있는 스킬들이 있다. 단, 너무 욕심내지 않는 게 좋아. 스킬 두 개를 배우는 데 드는 노력은 하나의 제곱이 될 테니까, 낄낄낄.”
굴드가 말을 마치자 카탈로그가 나타났다.
-자이언트 스컬 소환(레어)
-다크니스 오라(매직)
-해골 장군 사역(유니크)(마스터 스킬)
‘새 마스터 스킬인가, 한번 볼까?’
손가락을 가져다 대자, 정보가 나타났다.
-해골병과 해골 기사, 해골 마법사를 비롯한 해골 부대를 지휘하는 장군 1기를 사역한다.
해골 장군!
네크로맨서가 왕이라면, 해골 장군은 말 그대로 병사를 지휘하는 장군이다.
재료나 들어간 영혼에 따라 이순신이 될 수도 있고, 원균이 될 수 있는 양면적인 스킬이기도 했다.
‘드디어 이 스킬을 배울 수 있게 됐군.’
기존 마스터 스킬인 엘리트 해골 기사 사역과 겹치는 마스터 스킬.
‘200레벨 이후엔 슬롯이 하나씩 더 늘어나니 그때 같이 쓰면 괜찮겠고…….’
호라이즌에서 하나의 직업을 마스터하는 200레벨 이후엔, 전직 혹은 해당 직업의 심화 단계를 밟을 수 있다.
그리고 200레벨 이후 직업을 하나 얻을 시엔 슬롯이 그만큼 늘어나게 되어 있었다.
‘200레벨 이후엔 일반 스킬 네 개에 마스터 스킬 두 개이니……. 조금 숨통이 트이겠군.’
원작 소설에선 이 시점부터 헬렙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래도 그 이전과 이후의 포텐셜이 차원이 다르기에, 대부분의 유저는 어떻게든 헬렙을 맞추려고 하곤 했다.
“해골 장군 사역을 부탁드립니다.”
“그래, 너의 해골병들도 슬슬 경지에 올랐지.”
-해골 장군 사역(유니크)(마스터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새로운 스킬 ‘해골 장군 사역(유니크)(마스터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조심해. 싹수가 있는 해골병들이니, 웬만한 재료로 만들면 오히려 먹힐걸.”
“명심하겠습니다.”
실제 군대에서도 에이스 후임에게 먹히는 일은 드물지 않다.
능력주의인 해골병들 사이에서는 더욱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었다.
“자, 그럼 이제 내 이야기를 들어라.”
그때였다.
굴드가 히죽 웃으며 가려던 파프닐을 붙들었다.
“네? 어떤…….”
“뭐, 별건 아니다. 저기 지나가는 쥐새끼네 저녁밥 같은 이야기지.”
그렇게 파프닐을 자리로 데려온 굴드는, 마주 보자마자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너 말이다, 하이(High)-네크로맨서의 길을 걷는 건 어떠냐?”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