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79)
79화
“알고 있겠지? 네크로맨서란 직업을 마스터한다고 끝이 아니다.”
호라이즌에서 한 개의 직업을 마스터하려면 레벨 200이 되어야 한다.
그 후에는 전혀 다른 직업을 골라 새로운 경험을 즐기거나, 기존의 힘을 더 강하게 해 줄 연관 직업을 찾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200레벨 이후 다른 직업을 꼭 찾아야 하냐?
그건 아니다.
“네크로맨서의 상위 직업인 하이 네크로맨서. 너라면 충분히 할 수 있지.”
기존 네크로맨서가 대학생이라면, 하이 네크로맨서는 대학원생인 셈.
“너는 싹수 있는 놈이니 제안하는 거다. 히히, 어때?”
굴드는 쥐 상인 얼굴로, 히죽거리며 물었다.
“…….”
저런 얼굴이지만 레벨부터가 엄청나게 높은 고위 NPC란 건 알고 있다.
그런 굴드의 지원이 있다면 그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리라.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파프닐은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저는 그 제안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럼, 그럼, 좋은 선택……. 뭐라고?”
굴드의 눈이 번득였다. 주변 촛불이 일렁이더니 꺼졌다 켜지길 반복했다.
“어째서! 설마 네 녀석, 다른 쪽에 맛을 들인 게냐?”
한마디를 들을 때마다 살기가 휘몰아치는 모습.
“그런 건 아닙니다. 전 스승님의 학파와 해골병을 약하다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럼 왜냐?”
여기서 잘 말하지 않으면 호감도가 대폭 떨어진다.
심호흡을 한 파프닐이 말했다.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가능성?”
“지금 하이 네크로맨서가 되면 스승님께서 배운 것만을 배울 겁니다. 하지만 전 스승님이 아닙니다. 언젠가 하이 네크로맨서가 되더라도, 저만의 특색이 있는 하이 네크로맨서를 원합니다.”
“음…….”
굴드의 살기가 사라졌다.
“쳇……. 눈치 빠른 녀석. 네놈을 제대로 제자로 만들어 온갖 잡일을 시키려 했거늘.”
“하하.”
“알겠다. 하이 네크로맨서는 없던 일로 하자꾸나.”
다행히 변명이 잘 통한 듯했다.
‘행운이 없어도 어떻게 넘어가긴 하는군.’
파프닐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참, 그러고 보니 발푸르기스의 밤 말인데.”
“아, 네.”
“그거 미뤄졌다. 왕국이 지금 난리 통이라, 다들 한가롭게 모임 따위나 열 상황이 아니라더군.”
“아.”
어둠과 시체를 다루는 흑마법사들에게 이 상황은 연말 바겐세일과도 같을 것이다.
당장 다 쓸어 담아야 하는데 모여서 대화하려 해 봤자 그럴 상황도 아닐 테고 말이다.
“그렇다고 마냥 대박은 아니다.”
“네?”
“우리 목을 노리는 놈들이 생각보다 많으니 말이다.”
흑마법사들은 적이 많다.
항상 불을 켜고 다니는 선 계열 교단은 물론.
보물에 눈이 먼 지방 영주나 몬스터.
심지어는 같은 흑마법사들도 적이 될 수 있었다.
“광기에 물들거나 이득을 위해 움직이는 놈도 있지만, 종말의 교단이나 악마 교단 같은 놈들도 있지.”
종말의 교단은 세계의 파멸을 목적으로 한 몬스터 세력.
말 그대로 주요 빌런이다.
‘뭐, 원작 소설에선 플러시가 미리 다 때려잡아서 셔틀 정도로밖에 안 보였지만.’
악마 교단은 말 그대로 악마를 숭배하는 흑마법사.
이쪽 보스 몬스터들은 궁지에 몰리면 막강한 악마를 소환하지만, 운이 좋으면 어둠 속성 고위 아이템을 주기에 유저들에게 인기가 좋기도 했다.
“세상이 혼란해지니 도리도 모르는 그런 놈들이 설치고 있지. 우리도 몸을 사려야 해.”
쥐상 얼굴을 한 굴드가 한숨을 내쉬었다.
“너도 조심해라. 나야 잘 살아남겠지만, 네 녀석은 어째 일이 생기면 앞장서서 나서다 제일 먼저 죽을 녀석 같으니.”
“…….”
파프닐이 가만있으니 굴드가 툭 하고 어깨를 쳐 왔다.
“그건 그렇고, 스승의 제안을 거절한 대가는 치러야겠지?”
“예?”
“별건 아니고, 내 의뢰 한 가지만 해 줘야겠다.”
말을 마친 굴드가 본론으로 넘어갔다.
“수백 년 전, 죽은 자들의 군세를 이끌던 마왕 레헬른이 이 세상을 정복하려 시도한 적 있었다. 거의 다 성공했지만, 용사와 연합군의 힘에 막혀 그 뜻을 이루지 못했지.”
호라이즌 세계의 역사는 도서관에서 책을 찾거나, 이렇게 읽어야 한다.
소설 속 후반부에는 대략적인 역사가 위키로 있었지만, 세세한 부분들은 정보 통제로 인해 직접 찾아보아야 했다.
“그런 사람이 있었군요.”
“그래. 그는 마왕이지만 굉장히 유능한 흑마법사이자 학자이기도 했지. 세계 각지의 흑마법과 저주에 통달했으며, 그중에는 정말 기상천외한 것들도 있었어.”
역대급으로 강력한 흑마법사!
파프닐은 순간 굴드가 무슨 말을 할지 예상이 갔다.
“그런 흑마법사의 자취가 왕국 북부의 알루인 황야에서 발견되었다더군. 대개는 뜬소문이지만, 혹시 진짜일지도 모르니 한번 조사해 다오.”
-굴드가 새로운 퀘스트 ‘레헬른의 자취를 찾아서(노말)’을 의뢰하려 합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Y/N)
‘이거 설명이 심상치가 않은데.’
지금 등급은 매직이지만, 왠지 모를 감각이 뭔가가 더 있을 거라고 속삭였다.
‘소설 속에서 이건 안 나오긴 했는데…….’
파프닐은 일단 퀘스트를 받았다.
“제자 된 몸으로써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낄낄, 뭔가 냄새를 맡으니 바로 한다고 하는구나. 역시 내 제자다워.”
-새로운 퀘스트 ‘레헬른의 자취를 찾아서(노말)’가 생성되었습니다.
[레헬른의 자취를 찾아서]-등급 : 노말
[목표]-알루인 자유도시 도착(0/1)
-레헬른의 자취를 발견했다는 소문의 진위 확인하기(0/1)
-설명 : 전설적인 흑마법사인 레헬른은 그 힘으로 인해 마왕이라 불렸습니다. 최근 그런 레헬른의 자취가 알루인 황야에서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리자, 흑마법사들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보상 : 경험치, 1실버
***
퀘스트를 받고 나온 파프닐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꽤나 공을 들여야겠는걸.’
알루인 황야는 220대 레벨의 몬스터들이 있는 곳.
소문으론 언데드 몬스터들이 가득하며, 24시간 내내 귀기가 도는 사냥터라고 했다.
‘하이 클래스, 혹은 다른 직업을 얻고 가야 사냥이라 할 만한 사냥을 할 수 있겠어.’
일단은 다른 일부터 해결하자.
파프닐은 곧바로 펜드래곤 영주성으로 가 영주를 만났다.
“오, 오크 놈들을 막았던 그 모험가 아닌가. 여기사는 잘 쓰고 있나?”
“예, 덕분에. 그나저나 영주님, 실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엇인고?”
“고윈 대공이 반란을 일으킨 건 알고 계시겠지요?”
“……알고 있네. 자네는 내게 고윈 대공의 뜻을 전하러 왔나?”
“아닙니다. 실은 정당한 왕국의 계승자가 살아 계심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국왕 폐하께선 분명…….”
“엘리자베스 왕녀님께서 살아서 부흥군을 이끌고 계십니다. 바란왕국 부흥군이라 하지요.”
“그럴 수가……!”
-왕국 부흥군의 이름을 귀족 3명에게 알리기(1/3)
굴드를 찾아온 김에 겸사겸사 부흥군 홍보 퀘스트까지 처리!
펜드래곤 남작은 놀란 표정이었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부흥군을 돕고 싶네만, 당장 성 밖에 오크들이 가득하니 여유가 없다네. 혹시 가능하다면 주변 도시에 가 지원군을 요청할 수 있겠나? 원군이 와 여유가 생기면 나도 부흥군에 대해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네만.”
“알겠습니다.”
-새로운 퀘스트 ‘구원군 요청(노말)’이 생성되었습니다.
-퀘스트 완수 시 왕국 부흥군과 바이론시 간의 관계가 ‘일반’에서 ‘우호’ 관계로 변경됩니다.
*퀘스트 거부 시 부흥군 홍보의 완수 조건 달성이 달성 이전으로 돌아갑니다.
‘적당히 핑계 대는 용도군.’
파프닐은 단번에 속내를 파악했다.
‘고윈 대공의 군대가 세고, 부흥군은 처음 들어 보니까 저쪽에 붙고 싶은데. 그렇다고 왕실을 배신하기엔 또 미묘한 거겠지.’
당장이라도 따지고 싶지만, 그랬다간 이 도시에 두 번 다시 못 올지도 몰랐다.
‘그럼 이때는…….’
파프닐이 말했다.
“영주님, 오크만 전부 처리되면 되는 겁니까?”
“어? 어! 음……. 그렇지.”
“굳이 지원군을 부를 필요가 없다면, 부르지 않아도 상관없지 않을까요?”
“그렇긴 한데……. 되겠나?”
산에 박힌 오크들은 평지 오크보다 두 배는 더 무섭다.
“걱정 마십시오.”
파프닐은 태연히 말했다.
“영주님께서 권한만 내어 주시면,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책임은 내가 질 테니, 지원만 빵빵하게 해 달라는 뜻.
‘잘못되면 모험가가 잘못한 일이니, 딱히 문제도 없고.’
퀘스트가 없으면 만들 수 있다는 것은 호라이즌만의 장점이었다.
잠시 후 바이론시 유저들에게 새로운 퀘스트가 떴다.
-새로운 긴급 대규모 퀘스트 ‘바이론의 위협 퇴치(레어)’가 생성되었습니다.
[바이론의 위협 퇴치]-등급 : 레어
[목표]-바이론시 북부의 산악 오크 요새 점령 혹은 파괴(0/1)
-바이론시 북부의 오크 부대 대장 쿤쯔바르 처치(0/1)
-산악 오크 최소 1천 마리 이상 처치(0/1,000)
-설명 : 바이론시 북부 산에 오크제국의 오크 5천 마리가 요새를 짓고 주둔했습니다. 시의 위협이 되는 오크들을 영주의 이름 아래 토벌하십시오.
-보상 : 경험치, *30골드, *바이론 영지의 부흥군 지원, 바이론의 친우 칭호 획득, 해당 퀘스트 클리어 시 추후 바이론시 시설 이용에 여러 이득 부여
*표시가 있는 보상은 파프닐 님 개인 한정으로 지급되는 보상입니다.
퀘스트의 출현.
잠시 후 합류한 루디우스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여기 온 게 이거 때문이었나요?”
“그건 아니고, 어쩌다 보니 살이 붙었습니다.”
“그렇군요. 근데 이거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5천 마리라니…….”
루디우스가 뛰어난 바드라지만, 이건 경우가 다르다.
유저들을 모아도 몇십 명일 텐데, 그걸 가지고 오크 5천 마리를 뚫는 건 아무리 파프닐이 있어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괜찮습니다.”
파프닐이 고개를 젓고 말했다.
“저한테 요새를 공략할 책략이 있습니다.”
“오, 무슨 책략이시죠?”
“일단 유저들부터 좀 모으죠. 긴급 퀘스트도 떴는데. 보상 괜찮은 거 보니 금방 모을 거 같은데요.”
“어……. 음…….”
루디우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말해도 됩니까? 이 도시 유저들, 너무 오합지졸입니다.”
루디우스가 고민하던 게 바로 이 문제였다.
제대로 된 유저들은 죄다 PVP에 몰두하느라 바쁜 시국이다.
결국 퀘스트에 모이는 유저들은 어중이떠중이들뿐!
“적정 레벨도 좀 부족하고, 직업군도 비주류들에……. 단체전에 도움 될 만한 사람도 없고요.”
방송을 켜지 않은 상태이기에 할 수 있는 막말!
아무리 파프닐이라도 저들을 이끌고 요새를 공략하려면 수많은 애로 사항이 따르리라.
“일단 해 봐야 아는 거죠.”
파프닐과 루디우스는 광장으로 가 유저들을 모았다.
“제가 긴급 퀘스트 리더를 맡은 파프닐입니다. 이번 오크 요새 공략은 제가 총지휘를 맡았고, 여러분들에게 임시로 지시를 내리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뭐야, 당신은?”
“고위 NPC가 이끄는 거 아니었어요?”
불안한 기색으로 술렁이는 유저들.
‘역시 잘 안 되려나?’
루디우스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그때였다.
“잠깐, 나 들어 본 적 있어. 파프닐이라면 그 공헌도 1위? 찐프닐?”
“네, 그 파프닐입니다.”
“에이, 거짓말.”
“아니……. 파프닐이니까 토벌 퀘스트 리더 같은 걸 할 수도?”
대형 길드들을 이긴 솔로 랭커!
파프닐이란 이름은 일반 유저들 사이에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다.
“진짜 파프닐이면 한번 따라 볼 만한데?”
“그러게…….”
처음 믿지 못하던 여론도 반전되는 추세.
“참, 저는 루디우스입니다! 싸우실 때 제가 버프 잔뜩 드릴 테니까, 디버프나 씨씨기(상태이상 기술)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루디우스까지 가세하자 일반 유저들도 수긍했다.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그러게. 해볼 만하겠는데?”
“괜찮긴, 정신 차려. 우리들은 구르기만 하고, 진짜배기는 혼자 가져가겠지.”
한 유저가 고개를 갸웃하는 동료의 어깨를 치며 핀잔을 줬다.
그 순간 파프닐이 씩 웃었다.
“거기, 마침 말씀 잘하셨네요.”
“네?”
자신이 지목되자 깜짝 놀라는 유저.
파프닐은 한 바퀴 쭉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보상이 없다고 하셨죠. 걱정 마십쇼. 잘만 하시면 책임지고 제가 따로 보상 챙겨 드릴 테니까요.”
“……예.”
“다른 질문 혹시 있나요?”
다른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인 파프닐이 말을 이었다.
“그럼 됐네요. 지금부터 오크 요새 공략 작전을 시작하겠습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