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80)
80화
보통 오크들은 멍청하고, 저돌적이며 단순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호라이즌의 오크들도 기본적으로는 그런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저놈들은 다르다.
요새를 세우고 몇 번이나 원정군을 물먹인 정예.
일반 오크들을 생각하고 들어가면 호되게 당할 게 틀림없었다.
“진짜로 그렇게 될 뻔했군.”
요새 맞은편 산봉우리.
요새 쪽을 보던 파프닐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오크들이 가득한데, 다들 중무장이 되어 있다.’
올라오며 상대한 오크들과 달리, 작전을 지시받고 온 정규군 오크들.
천 마리가 넘는 오크들이 산 위의 좋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어, 공략이 쉽지 않았다.
‘방법이야 여러 가지 떠오르긴 하는데……. 일단 이 녀석들 말도 들어 볼까?’
파프닐은 해골병들과 페넬로페, 벨, 루이까지 모두 소환했다.
“저 오크 요새를 함락시켜야 하는데, 너희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
“공성인가……. 간단한 것 아닌가.”
페넬로페가 말했다.
“내가 병사들을 이끌고 도발해 오크들을 나오게 하겠다. 그 후 놈들을 전부 잡으면 된다.”
정정당당함과 고지식함이 뿌리 끝까지 박혀 있는 모습!
“……무능, 경직된 사고방식입니다.”
다리를 꼰 벨이 대꾸했다.
“저는 요새에 잠입한 이후 식수와 오크 내에 역병을 퍼뜨리는 걸 제안합니다. 열흘이 지나면 오크들은 알아서 요새를 버리고 나올 겁니다.”
“그건 기사도를 저버린 더러운 짓 아닌가. 호문쿨루스이기에 인간의 영혼이 없는 건가!”
“말조심하세요, 여기사 페넬로페. 저는 주인님의 일부이니 절 모욕하는 건 파프닐 님을 모욕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최고의 효율만을 추구하는 벨과 페넬로페의 날 선 말다툼.
두개골을 벅벅 긁으며 서 있던 해골 기사, 루이가 끼어들었다.
“거, 그냥 애들 시키면 안 되나? 해골병들로 간 보다가 뚫릴 것 같으면…….”
“끼어들지 마십시오, 무능인.”
“이 놈팽이가! 죽고 부활하더니 기사의 긍지마저 잃어버렸나!”
동시에 나온 살벌한 대답에 곧바로 꼬릴 내리는 해골 기사.
1호를 비롯한 엘리트 해골병들은 이미 불똥을 맞지 않도록 물러나 대기하고 있었다.
“하기야 한 살도 안 된 호문쿨루스는 알 수 없겠지. 명예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적어도 이기는 것이 옳다는 건 압니다. 당신과는 다르게요.”
“하아? 나를 이겨 보겠다고?”
“못 할 것도 없지요.”
그사이 격화되는 말다툼.
파프닐이 입맛을 다셨다.
‘하수인들 조율하는 것도 일이군.’
전부 다 로봇처럼 만든다면 모를까.
모두 가치관이나 이성이 있으니 충돌이 날 수밖에 없었다.
‘어느 쪽이건 괜찮긴 한데…….’
고민하던 파프닐의 손 위에 빗방울이 떨어졌다.
‘비…….’
빗방울은 금세 폭우로 변했고, 그대로 산 전체에 장대비가 마구 내리기 시작했다.
딸그락! 해골병들이 급히 움직여 천막과 배수로를 만들었다.
“딱!(왜 또 해야 하나.)”
“딱딱…….(비가 오니 어쩔 수 없다. 주인님 비 안 맞게 서둘러라.)”
“따닥!(1호 너도 같이해라.)”
“딱! 딱!(난 너희들이 잘하고 있나 봐야 한다!)”
그때였다.
파프닐이 고갤 돌리고 하수인들을 향해 말했다.
“작전을 결정했다. 다들 모이도록.”
“작전? 흑마법사여, 잘 생각해라. 어둠의 힘을 다루더라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명예가 있다.”
“주인님께서 명하시는 대로 따르겠습니다. 다만 저 여기사의 방법은…….”
벨과 페넬로페가 파프닐의 양옆에서 한마디씩 건넸다.
그러나 파프닐의 생각은 어느 쪽도 아니었다.
“다 생각이 있으니까, 지시하는 대로 따르면 될 거다.”
“……알았다.”
“네, 주인님.”
“너희들도 내려와.”
“…….”
배수로 및 천막 공사를 하던 해골병들은 닭 쫓던 개 꼴이 된 채 입을 벌렸다.
***
바이론시로 파프닐이 돌아왔을 땐, 200명에 가까운 유저들이 모여 있었다.
긴급 퀘스트에 대한 이야기가 퍼져 나가며 주변 마을의 유저들이 사냥도 포기하고 모여든 덕분이다.
“그럼 지금부터 작전을 설명하겠습니다.”
파프닐이 말했다.
“3인 1조, 조별로 지정된 위치로 가서 오크들을 사냥하면 됩니다.”
공략을 위해선 적의 정보를 아는 것 외에도 아군의 전력을 객관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
‘두세 명이서 오크 한 마리. 그 이상은 역으로 당한다.’
파프닐은 이미 유저들을 어떤 식으로 배치해야 할지 계획을 세워 둔 상태였다.
“세 명이서 오크 한 마리입니다. 추가로 오크 병력이 내려오면 바로 도망치세요.”
“좀 더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안 도망치면 이후 일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딱딱 내려지는 지시.
물론 보상도 잊지 않았다.
“기존 퀘스트 보상 말고, 오크 열 마리를 처치할 때마다 제가 50실버씩 지급합니다.”
“오호!”
“나쁘지 않은데……. 열 마리 잡으면 오만 원이잖아.”
“그러게.”
몸이 달아오른 유저들.
파프닐이 말했다.
“시간 지나 봤자 좋을 것도 없으니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내일부터 시작해도 되긴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빨리, 많이 잡을수록 보상도 빨리 받습니다.”
자신 있다면 내일부터 퀘스트를 시작해도 된다는 뜻.
그러나 여기 모인 사람 중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간다!”
“오오!”
유저들이 일제히 몰려갔다.
‘역시 돈이 걸리니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군.’
물론 저 보상에 드는 예산은 펜드래곤 남작이 책임질 것이다.
“청자님들, 안녕하세요. 지금 저는 바이론시 오크 요새 공략을 하고 있습니다. 영주가 내건 긴급 레어 퀘스트예요.”
사냥이 시작되자 루디우스가 방송을 켰다.
“갑자기 대규모 토벌전을 받아서 좀 당황스럽긴 한, 뭐 파프닐 님께서 하시는 게 그렇죠.”
>soju135 : 루하~.
>신세진 : 루하~어, 바이론시요?
>제텔 : 저기 저 사람들 다 초보자네. 버프 받고 오크 사냥하는 게……. 아직 100레벨도 안 된 듯?
“아, 아무래도 초보자 지역 근처다 보니 아직 초보자분들이 꽤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렇게 3인 1조로 오크들을 상대하고 있습니다.”
유저들에게 버프를 걸어 주며 설명까지 하느라 바쁜 모습!
“온다! 온다!”
“잡아!”
참가한 유저들도 농땡이 피우지 않고 열심히 사냥했다.
애초에 한 명이 농땡이 치면 세 명 모두가 전멸이기에, 그럴 여유가 없었다.
“취이익! 인간 놈들!”
“취이이이!”
발광하는 오크들을 하나씩 처리할 때마다 HP와 MP, 스태미나가 바닥이 되어 엎어지는 유저들!
‘진짜 죽겠다.’
‘스쿼트를 몇 시간씩 하는 것 같아…….’
‘도망쳐야 해. 이런 사냥은 미친 짓이야!’
한 마리를 잡을 때마다 죽을 위기를 넘기고 그만해야겠다고 결심하지만, 다른 오크가 내려오면 또 어떻게든 일어나서 싸우게 된다.
이유? 간단하다.
“으아아아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같이 움직이는 조원들과의 유대감 때문이다.
자신이 쓰러지면 셋 다 죽게 되니,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람들은 모두 젖 먹던 힘을 쏟아 냈다.
그렇게 오크 열 마리를 잡고 보고하면, 루디우스가 목소리를 높여 사냥 횟수를 불러 주었다.
“아, 두 번째이십니다. 지금 가장 많이 오신 분이 네 번째. 40마리 잡았는데요.”
온 힘을 다해 20마리를 잡았지만, 왠지 모르게 뒤처진 기분!
쉬려고 해도 왠지 나만 손해 보는 기분이라 마음에 걸렸다.
‘누가 먼저 말 좀 해 줘……!’
‘이거 좀 더 하다간 진짜 실수해서 죽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내가 쉬겠다고 하긴 그렇고.’
한 사람이 빠지면 다른 둘도 강제로 쉬어야 하는 구조이기에 더더욱 악랄한 구조.
게다가 오크들을 잡으며 경험치가 쌓일 때마다 그것과는 다른 성취감이 느껴졌다.
‘헬스장이랑 같은 구조지.’
전장을 둘러보던 파프닐이 생각했다.
‘원래 정말 죽을 때까지 운동한 다음에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게 효율이 좋거든.’
물론 파프닐이라고 노는 건 아니었다.
아니, 가장 힘든 역할을 맡고 있었다.
“보시다시피 이분들은 레벨이 높지 않습니다. 일반 녹색 오크 한 마리 잡을 수 있는 정도죠. 그러니 일단 이런 식으로 요새를 봉쇄하고 있습니다.”
루디우스가 설명했다.
지원한 유저들의 레벨은 그다지 높지 않다.
혹시 요새에 있는 베테랑 오크 전사나 샤먼이라도 만나면 크게 당할 것이다.
“마침 저기 나오네요.”
>제일로드 : 어? 저기!
>골D로져스 : 오크 정예부대다!
실제로 요새 내부에서 작정하고 준비한 오크 전사들이 유저들을 노렸다.
하지만 그 시도는 파프닐이 투입한 해골병과 페넬로페, 루이에 의해 번번이 좌절로 돌아갔다.
물론 파프닐이 직접 나서서 잡기도 했다.
“취이익! 이놈들은……. 취익!”
“죽어!”
일반 오크들은 유저들에게 봉쇄를 맡기고, 엘리트 오크나 정예부대가 나오면 직접 막으며 숫자를 줄이는 전략.
-루디우스 : 그런데 파프닐 님, 이거 괜찮은 겁니까?
한창 싸움을 이어 가던 도중, 루디우스가 귓속말을 해 왔다.
-루디우스 : 아무리 봐도 한 1/4 정도 되는 부분이 비는데, 거기로 오크들이 빠져나가서 역포위를 하면…….
-파프닐 : 괜찮습니다.
실제로 괜찮았다.
-파프닐 : 그 부분은 전부 제가 감당하고 있으니까요.
뚫린 길로 내려오는 오크 병력의 웨이브!
웨이브마다 100마리가 넘는 오크 부대에 정예들도 섞여 있었지만, 혈마검을 들고 미쳐 날뛰는 파프닐을 이길 수는 없었다.
“취, 취이익!”
“취이이이! 괴물이다!”
수백 마리의 사상자를 낸 오크들이 결국 돌파를 포기하고 산 위로 올라갈 정도.
‘이거 진짜 물건이군.’
파프닐은 혈마검을 보며 미소 지었다.
뱀파이어릭 오라 스킬과 중첩되는 추가 흡혈 효과 덕분에, 아무리 싸워도 HP가 줄지 않는다.
‘흡혈 효과가 이렇게나 좋다니, 처음 알았어.’
현생에서 김강한으로 플레이할 땐 딱히 흡혈에 의의를 두지 않았다.
강력한 일격으로 단숨에 적의 숨통을 끊거나, 상처를 지지며 적의 재생을 막을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직접 써 보니…….
‘흡혈 옵션, 이렇게 좋을 줄이야.’
절로 웃음이 나온다.
길바닥에서 주운 돌멩이가 알고 보니 다이아몬드인 걸 알아챈 기분.
‘그 다이아몬드가 이젠 내 것이고 말이지.’
파프닐은 계속해서 오크들을 따로 처리했고, 해골병과 벨, 페넬로페를 보내 미처 손이 닿지 않는 곳의 유저들을 지원했다.
아무리 소환물을 많이 부린다고 해도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
덕분에 힘을 얻은 유저들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오크들을 압박했다.
“여기 긴급 퀘스트 떴다며?”
“진짜 파프닐이 돈도 준다던데. 온 김에 좀 잡다 가자.”
시간이 지나자 소문을 듣고 온 다른 유저들이 빈자리를 채웠다.
정예 오크들이 움직이려 하면 파프닐이 득달같이 달려가 놈들을 막았다.
그렇게 수일이 지났다.
“파프닐 님, 더 이상 놈들이 안 나오네요?”
요새를 보던 루디우스가 말했다.
연달아 사냥을 당하다 보니, 등딱지 속 거북이처럼 요새 안에 틀어박힌 것이다.
“공성전이라도 해야 하나…….”
>선민혜 : 와, 그럼 드디어 대규모 요새 공성전 하나요?
>hidra973 : 우주방어 개돌……. “불합격”
>어윈 : 공성전 하면 ㄹㅇ……. 나 간다.
기대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파프닐이 찬물을 끼얹었다.
“공성은 필요 없습니다.”
“네? 그럼 어떻게……?”
“걱정 마십시오. 제게 다 생각이 있습니다.”
파프닐은 태연하게 말했다.
“지금은 포위망 유지에 집중해 주세요. 때가 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다면 뭐……. 일 시작하기 전에 귀띔만 해 주십쇼!”
루디우스는 파프닐을 믿기에 별다른 말 없이 물러났다.
다른 유저들이나 펜드래곤 남작 쪽에서도 행동을 독촉하는 이야기가 왔지만, 파프닐은 요지부동이었다.
“이렇게 가만히 있어도 되나 몰라?”
“죽겠다, 진짜……. 빨리 안 끝내나?”
사냥하는 유저들은 그 얘기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무슨 똥개 훈련도 아니고……. 오크 잡고 잡고 또 잡느라 매일 숨이 턱까지 찬다.”
“생각해 보면 훈련 맞는 거 같기도? 우리가 성장해야 저 요새를 공격할 거 아냐.”
“이게 훈련이냐, 조련이지. 아이구구구……. 나 죽네.”
“그래도 요즘은 좀 익숙해져서 그런가, 처음보다 낫긴 하다.”
그렇게 싸우는 와중 몇몇 유저들이 의문을 가졌다.
“근데 요즘은 파프닐 님 직접 사냥도 안 하시던데. 따로 뭐 하시나?”
“이 근처에 있는 건 맞긴 한 듯한데, 잘 모르겠네.”
어느 순간부터 어딘가로 빠졌다가 나타나는 파프닐.
그러나 유저들은 별달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일단 사냥이 워낙 힘들기도 했을뿐더러, 파프닐도 로그아웃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뭐……. 다른 퀘스트나 작업 좀 하고 있으시지 않을까?”
“그러려나.”
금방 몰려오는 오크들을 상대하는 유저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파프닐이 루디우스를 불렀다.
“루디우스 님.”
“네?”
“슬슬 준비해 주십시오.”
루디우스의 눈이 번쩍 뜨였다.
“준비라니……. 설마!”
“네. 내일 요새의 오크들을 전부 때려잡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할 일은 뭔가요?”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파프닐은 조심스레 루디우스에게 귓속말 채팅을 건넸다.
***
“야! 이 돼지 머리 괴물들아!”
“빨리 튀어나와! 삼겹살 해 먹을 고기가 없잖냐!”
다음 날.
산악 오크 요새의 정문에 모인 수십 명의 유저가 일제히 떠들며 소리를 질러 대기 시작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