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81)
81화
요새 안의 오크들은 예상대로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취취익!”
“저 인간 놈들이!”
“취익! 나가서 찢어 죽여야 한다!”
빗속에서도 분노한 오크들의 몸에서 수증기가 일었다.
그때였다.
“잠깐, 이 머저리 같은 것들!”
오크들 사이에서 일갈이 터져 나왔다.
“너희들은 보고도 모르겠냐? 이건 인간의 함정이다!”
쿵쿵, 앞으로 걸어 나온 오크가 외쳤다.
[쿤쯔바르]붉은 문신들이 가득한 검은 오크의 머리 위엔 사령관 이름이 떠 있었다.
“취익, 분명 저 숲 안에 인간 놈들의 병사들이 가득할 거다.”
“취, 취익……. 그럼 내버려 둡니까?”
“아니다, 취익. 대신 저 인간 놈을 비웃어 주어라!”
해결책을 제시하는 쿤쯔바르.
“취익! 그냥 나가서 죽이고 싶습니다!”
오크 몇 명이 반발했다. 그 순간 쿤쯔바르의 주먹이 반발한 오크를 곤죽으로 만들었다.
“다음.”
“……취익…….”
순식간에 잠잠해진 오크들이 쿤쯔바르의 지시대로 나란히 요새 벽에 모였다.
목청을 높이는 유저들의 뒤.
부부젤라를 불며 분위기를 띄우던 루디우스가 귓속말 창을 열었다.
-루디우스 : 파프닐 님,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파프닐 : 네.
-루디우스 : 오크 놈들은 요새 정문 벽에 모여서 마주 욕하고 있습니다.
-루디우스 : 어떻게 할까요?
-파프닐 : 계속 어그로를 끌어 주세요.
메시지를 보낸 파프닐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준비는 다 됐나?”
“딸그락. 다 됐습니다, 주인님.”
해골 기사, 루이가 해골병들 대신 말했다.
“말씀하신 대로 포인트마다 해골병을 심었고, 추가로 토사도 충분히 쌓아 뒀습지요.”
“아주 잘했다.”
파프닐은 고개를 끄덕였다.
“페넬로페, 너도 준비해.”
“알겠다.”
전투가 임박한 걸 감지한 페넬로페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준비를 마친 파프닐이 어둠의 마나를 모아 스킬을 썼다.
잠시 후 곳곳의 지반이 터지며 검붉은 가시넝쿨들이 솟구쳤다.
판데모니엄 네펜데스의 폭발!
‘제대로 작동했군.’
판데모니엄 네펜데스를 일반 해골병에 기생시키고, 그것을 포인트마다 묻어 터뜨린 것.
건물 철거와 마찬가지인데, 이 경우엔 TNT 대신 마계 식물을 다룬 게 달랐다.
게다가 날씨도 큰비가 내릴 때를 골라 시행한 상태.
쿠르르릉!
힘을 잃고 무너져 내린 토사가 그대로 파도가 되어 오크들의 요새로 향했다.
“온다……!”
파프닐은 곧바로 루디우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내용을 확인한 루디우스가 외쳤다.
“여러분! 다들 빨리 뒤로 빠지십시오!”
“오, 온다!”
“런~!”
지시를 듣자 급히 뒤로 물러나는 유저들.
“취익?”
“물러난다!”
“근데 이게 무슨 소리냐.”
오크들이 갸웃거렸다.
그 순간 엄청난 토사가 요새 쪽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취, 취익!”
“산사태다!”
폭우로 인해 약해진 지반.
게다가 저 요새를 짓기 위해 주변 나무들을 전부 베어 버렸으니, 산사태를 일으키기엔 최적의 조건이었다.
“취이이이익!”
“취익!”
오크들이 뭔가 할 새도 없이 요새는 순식간에 흙더미에 덮여 무너져 갔다.
대자연의 힘 앞에 쓸려 나가는 각종 건물, 그리고 아예 보이지도 않는 오크 전사들.
그러나 파프닐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살짝 비껴 나갔다.’
직격했다면 전멸시켰겠지만, 준비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고 운도 별로 좋지 않았다.
우드득. 흙더미 속에서 남은 오크들이 몸을 일으켰다.
많은 수가 쓸려 나갔지만, 그래도 오백 마리가 좀 넘는 숫자였다.
“취이익! 저 인간 놈들을 죽여라!”
“취이이이이!”
쿤쯔바르의 호령에 눈에 핏발이 서는 오크들.
모두가 정예 오크들이기에 일반 유저들로는 상대하기 힘들었다.
‘저놈들은 내가 직접 치우는 수밖에.’
파프닐은 그대로 유령마에 타고 달려 내려갔다.
동시에 흙더미 위로 올라온 오크들의 땅 밑에서 뼈 손들이 나타났다.
“취익!”
“췩!”
당황한 오크들의 아래에서 나타난 해골병들이 창칼을 휘둘렀다.
방금까지 살아 있던 동료들을 적으로 만드는 악랄함.
네크로맨서가 진짜로 무서운 이유 중 하나였다.
“취취익! 당황하지 마라!”
“취익! 돌진해라!”
동요하는 오크들 사이에서 쿤쯔바르가 소리쳤다.
그때 루디우스가 유저들을 이끌고 나타났다.
“지금입니다! 전부 던지세요!”
“우와아아!”
휙, 휘익.
오크들의 몸 위로 물컹한 덩어리들이 쏟아졌다.
“취익, 이게 뭐…….”
“취췩! 진흙이다! 인간 놈들이 진흙을 던진다!”
“취아아악!”
물을 잔뜩 머금어 무겁고 끈적해진 산 진흙!
때마침 비가 마구 오고 있기에 근처에 널린 게 흙이었다.
“취이익! 죽인다!”
그대로 달려가는 오크들을 파프닐이 막아섰다.
“어딜 가시나.”
기껏 판을 벌였는데 뒤로 뺀다?
장기 자랑이었다면 비웃음만 살 일이지만, 여긴 전장이었다.
“1에서 5호! 내 양옆으로 바리케이드를 형성해서 놈들을 포위해라!”
달그락달그락. 엘리트 해골병들이 빈자리를 막고 싸웠다.
검을 휘두르던 파프닐이 생각했다.
‘이거 오래 막긴 힘들겠는데.’
비가 계속 내리며 파프닐의 스태미나도 생각보다 많이 떨어진 상태.
HP가 있다 해도 스태미나가 없다면 스킬을 쓰지 못하거나 여러 스테이터스 하락에 걸리게 된다.
‘빨리 끝내지 않으면 위험해지겠어.’
파프닐은 등 뒤로 외쳤다.
“루디우스 님, 저는 신경 쓰지 말고 여기에 마법을 쏘세요!”
“네? 하지만 같이 맞으실 텐데요!”
“괜찮으니까!”
루디우스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빨리! 뚫립니다.”
“젠장……. 여러분들! 스킬 저기에 전부 다 쏟아부으세요!”
“네? 네!”
“당장!”
“썬더 볼트!”
당황해하던 유저들이 파프닐 주변으로 스킬을 쏘았다.
-썬더 볼트에 맞았습니다.
-물에 젖은 상태입니다.
-번개 속성에 추가 대미지가 부여됩니다.
-어둠 속성입니다.
-번개 속성에 추가 대미지를 입습니다.
-HP가 731 감소했습니다.
“그그그극!”
-포이즌 자벨린에 맞았습니다.
-전문 사냥꾼의 독에 중독되었습니다.
-HP가 지속적으로 감소합니다.
-스태미나 소모가 2% 상승했습니다.
“크아아앗!”
레벨이 낮은 유저들의 공격이지만, 탱커가 아닌 파프닐은 하나하나를 맞을 때마다 뼈가 시려 왔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오크들을 맞아 싸우는 파프닐이었다.
>프리센드 : 방금 저분 자기 위로 공격하라고 한 거임?
>어윈 : 와, 진짜 멋지다. ㄷㄷㄷ
>hidra973 : 희생정신……. “합격”
채팅창의 스크롤이 폭발했다.
자신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만들어서라도 오크들을 잡는다니.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모습이 유저들의 마음을 울린 것이다.
“크아아아악!”
이를 악물고 오크들을 때려잡는 파프닐.
그 앞으로 검은 오크 한 마리가 나타났다.
“인간……. 네놈이 파프닐이라고?”
요새 사령관, 쿤쯔바르였다.
“그 이름, 들은 적 있다. 이달티르 님께서 이를 가는 놈이 네놈이었구나.”
“이달티르? 아. 그 리자드맨.”
마주칠 땐 사냥하지 못했지만, 사냥 목표 리스트에 있는 놈이다.
파프닐은 씩 웃었다.
“이젠 내 먹잇감이지.”
“그분께는 못 간다!”
쿤쯔바르가 이를 갈며 도끼를 휘둘렀다.
파프닐은 정면에서 그 일격을 받아쳤다.
다음 순간이었다.
우드득!
쿤쯔바르의 발밑에서 수많은 뼈 손가락들이 솟구쳤다.
“크취익!”
“지금이다!”
잠시 움직임이 봉쇄된 쿤쯔바르.
그 주변으로 엘리트 해골병들이 모여들었다.
“취, 취익! 이노옴!”
푸욱. 푹. 2호, 3호의 창이 다리를 찌르고.
“취이이이익! 취겍!”
등과 팔은 각각 4호, 5호의 글레이브와 검이 베어 냈다.
그렇게 남은 오크의 명치 위로 1호의 검이 솟구쳤다.
“취익…….”
“끝이다.”
파프닐이 마지막으로 혈마검을 휘둘렀다.
쿤쯔바르의 목이 하늘을 날았다.
-산악 요새의 오크들을 단신으로 전멸시켰습니다.
-퀘스트 ‘구원군 요청(매직)’이 자동으로 클리어되었습니다.
-퀘스트 ‘산악 요새 토벌전’이 자동으로 클리어되었습니다.
-펜드래곤 남작에게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탁월한 지혜와 능력으로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이뤄 냈습니다.
-명성이 +550 상승했습니다.
-공헌도가 +300 상승했습니다.
-오크 장군의 언월도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
동시에 뜨는 메시지들!
산악 요새 토벌을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바이론시 주변에서 오크들을 완전히 몰아내는 역사적인 업적을 이뤄 냈다는 표시였다.
***
“흑마법사! 괜찮은가?”
“주인님.”
오크 잔당들 토벌이 끝난 후.
급히 돌아온 페넬로페와 벨이 파프닐을 감쌌다.
“덕분에.”
누워 있던 파프닐은 부축을 받고 겨우 일어났다.
“잔당은?”
“전부 다 처리했습니다, 주인님.”
“몸에 붙은 진흙 때문에 도망을 치지 못하더군……. 좋은 작전이었다, 흑마법사.”
페넬로페가 솔직하게 칭찬했다.
-페넬로페의 호감도가 +2 상승했습니다.
-페넬로페가 새로운 스킬 ‘성결한 수호의 방패(유니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호감도가 오르면 스킬이 더 개방되는 구도로군.’
생각지도 못한 소득!
‘하수인의 레벨이나 성장뿐만 아니라 호감도에 따라서도 달라지는군.“
단순히 도구로만 부리는 게 아니라, 진짜 동료처럼 대해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그런 쪽 게임은 해 본 적 없는데……. 어떻게든 되겠지.’
한숨을 내쉰 파프닐이 루디우스를 불렀다.
“루디우스 님.”
“네! 오크들을 마저 전부 다 잡았습니다! 와, 보이세요? 진짜 산사태로 쓸어버린 거예요! 스킬이나 스펙이 아니라! 정규군 없이, 유저들만으로……. 네? 아, 네. 파프닐 님, 부르셨습니까?”
“네, 저 이제 로그아웃을 좀 하고 쉬려는데, 혹시 유저분들 대신 인솔해서 사후 처리 좀 해 주실 수 있나 해서요.”
“작업이요? 그야 물론이죠!”
이번 전투는 사실상 파프닐이 7할 이상을 해냈다.
전투 후 뒷정리야 루디우스가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파프닐은 루디우스에게 할 일을 귀엣말한 뒤 로그아웃했다.
파앗!
현실로 돌아온 김강한은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분명 매직급 퀘스트였을 텐데 성 하나의 지원을 얻는 데 이 정도라니. 나머지 두 개도 이 정도면 고생깨나 하겠는걸.”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원래는 주변 성에서 NPC 병사들을 지원받아 해야 하는 건데, 파프닐은 유저 몇 명의 어시스트만 받고 깼으니 난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깼으니 다행이지만.’
자기 전에 파프닐은 웹사이트를 켰다.
고글에 루디우스 TV를 검색하자 금방 채널을 찾을 수 있었다.
-불운바드 루디우스
-구독자 1,131,333명
“아, 아니. 1백만이라고?!”
파프닐이 김강한이었을 때도 구독자가 3만 명을 넘기지 못했다.
“…….”
내용을 보자 확실히 루디우스가 맞았다.
‘게임 시작 전부터 운이 없기로 유명……. 그래서 그렇게 함정들을 밟고 일이 꼬인 거로군.’
비주얼도 되고 특징도 있겠다.
루디우스의 방송은 시작부터 크게 성장했고, 지금은 1인 기업이라 할 정도였다.
‘앞으로 대외적으로는 루디우스와 같이 이미지를 만들어야겠군.’
이런 초대형 방송을 잘만 이용하면, 인지도와 이미지메이킹에서 엄청난 효율을 낼 수 있었다.
‘정보력을 키우거나, 다른 대형 길드의 동향이나 부조리를 공론화하는 데도 도움이 되겠지.’
호라이즌의 세계에선 힘이 전부라 하지만, 그렇다고 민심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다.
‘더불어 파프닐이란 이름을 알리는 데도 도움이 되겠고.’
플러시의 행보 외에도, 기존 네임드들의 견제를 피하거나 반격하려면 파프닐이란 브랜드를 알려 둘 필요가 있었다.
‘순수 네크로맨서보다는 전방에서 해골들과 함께 싸우는 이미지로. 그편이 양지에서 활동하기 유리하니까.’
그러면 해야 할 직업은…….
파프닐의 머릿속에서 몇 가지 상이 지나갔다.
‘어둠의 광전사는 안 돼. 운빨 상대를 만나면 처음부터 끝까지 농락당한다. 공허의 사도……. 이건 투자해야 할 코스트가 너무 많다. 암흑 전사……. 얠 하느니 그냥 전사를 하고 말지.’
소설 속에 나온 직업 외에도, 호라이즌엔 여러 직업이 많았다.
사용자가 생각하기에 따라 무궁무진한 직업의 숫자!
현실의 직업이 수천수만 가지이듯, 호라이즌의 직업도 엄청난 가짓수가 있는 것이다.
‘어느 직업이 좋을까…….’
고민하던 파프닐의 머릿속에 일순간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 데스 나이트. 변신해서 근접전에서 싸울 수 있는 암흑 기사가 되어야겠다.’
해골병들을 이끌고 선두에서 싸우는 데스 나이트!
뛰어난 육체적 능력을 보조하며 해골병으로 변수를 만들 수 있는 강력한 조합이었다.
‘게다가 데스 나이트는 지금 전직하기도 쉽지.’
마침 소설 속에서 보았던 좋은 히든 피스가 하나 있었다.
‘좋아, 내일은 두 번째 클래스를 준비해 볼까?’
파프닐의 입가에 득의양양한 미소가 어렸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