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82)
82화
파프닐, 힐데 일행과 같이 있었던 궁수 베인.
파프닐이 수도로 간 후에도 베인은 터틀락 요새 주변에서 착실하게 사냥을 했다.
위험천만하거나 과감한 도전은 하지 않았지만, 성실하게 몬스터를 사냥하며 경험치와 숙련도를 쌓았다.
“그동안 자네를 지켜보았네. 실력이 꽤나 출중하던데. 혹시 서부 개척지에서 실력을 발휘해 볼 생각은 없나?”
“기회를 주신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난 자네를 믿네. 힘내게나!”
서부 개척지대로 간 베인은 그곳에서도 착실히 사냥과 퀘스트를 이어 갔다.
개 머리에 인간의 몸을 가진 놀. 거대한 버섯 괴물인 헤메로파.
여러 괴물을 상대로 실력을 키우자, 처음엔 미덥지 못하게 여기던 개척지대의 사령관과 간부들도 생각을 바꿨다.
그러던 어느 날.
개척지대 사령관, 올벤 자작이 그를 불렀다.
“자네도 들었나? 오크들이 국왕 폐하를 시해했고, 고윈 대공이 뒤를 이어 왕에 즉위했다고 하네.”
고윈 대공이 반란을 일으켜 수도를 점령했고, 오크제국과 싸우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온 것이다.
“바로 그 대공의 서신이 왔네. 복종을 표시하고 병력을 보내거나, 그렇지 않으면 죽음을 받아들이라고 하더군.”
“그건 사령관님께서 결정하시면…….”
“몇 번 지나다니며 자네를 보았네. 강직한 성품과 올곧은 정신을 가지고 있더군. 그런 자네의 조언이 필요하다네.”
사령관이 직접 불러 의견을 물을 정도로 인정받은 베인!
파프닐과 함께 얻은 공헌도에, 그 뒤로 착실히 쌓은 업적들이 상승작용을 일으킨 덕분이었다.
“……자네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음…….”
베인은 잠시 턱수염을 쓰다듬다가 대답했다.
“고윈 대공은 정당한 왕위를 빼앗은 반역자입니다. 그 밑으로 들어갔다간 우리 모두 덤으로 묶여 공공의 적이 될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겠나?”
“물론 고윈 대공과 맞서 싸워야겠지요.”
베인은 회사 생활의 경험으로 덧붙였다.
“물론 사령관님의 선택을 따르겠습니다. 저는 일개 모험가이니 제 생각이 틀릴 수도 있고…….”
“그럴 필요 없네. 나도 자네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니까.”
슥, 의자에서 일어난 사령관이 검을 뽑았다.
“우리가 요새를 지킨 건 왕국의 방패가 되기 위해서지, 고윈 대공의 배를 불리려는 게 아니다. 다들 일어나라!”
-올벤 자작이 반기를 들었습니다.
-카일란 개척지대와 주변 마을들의 소속이 무소속으로 바뀝니다.
-개척지대에 남아 있을 시 레지스탕스 직책을 획득합니다. 이후 관련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레지스탕스 기능의 개방.
사령관이 물었다.
“자네도 나와 함께해 주겠는가?”
“물론입니다, 사령관님.”
베인은 기꺼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레지스탕스 직책을 획득했습니다.
-서부 카일란 개척지대가 바란왕국의 새로운 지배자인 고윈 대공에게 반기를 들었습니다.
-관련 퀘스트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레지스탕스 활동!
국가에 정식으로 인정받진 못했지만, 또 하나의 패권을 노리는 세력이 된 것이다.
“그럼 움직이지, 바로 근처에 고윈 대공의 군대가 주둔 중이네. 놈들을 바로 쳐야 해!”
-새로운 퀘스트 ‘선수 필승(레어)’이 생성되었습니다.
사령부와 그 주변이 금세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그 혼란 사이에서 베인은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보니 파프닐 그 친구는 괜찮으려나…….’
수도로 갔다면 고윈 대공과 국왕, 오크들 간의 싸움에 휘말려 있으리라.
베인은 어깨를 으쓱했다.
‘뭐, 언젠간 다시 만날 수 있겠지.’
그래도 되도록 고윈 대공 측이 아닌 다른 세력에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만약 파프닐을 그쪽에서 적으로 만난다면 굉장히 짜증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
-공헌도 1위의 클래스? 루디우스 ‘운빨’까지도 커버하는 미친 실력자 등장.
파프닐과 루디우스의 활약은 다음 날 루디우스의 채널에 올라왔다.
구독자 100만 채널이니만큼, 소식은 금방 여러 커뮤니티로 퍼져 나갔다.
>저거 네크로맨서 맞음?
>와, 자기 주변에 공격 쏟아부으라 하는 거 좀 멋진 듯.
>이 와중에 루디우스 님 끼니까 오크들 나오는 거 뭐임ㅋㅋ
>뮬X인 줄…….
일반 유저들은 새로운 파프닐의 육성법에 박수를 쳤다.
그러나 볼 줄 아는 사람들은 달랐다.
“휴온 님.”
“네?”
순수악동 길드의 마스터.
노팽의 물음에 휴온은 고개를 들었다.
“저번에 저한테 흥미로운 초보 유저분 영입하고 싶다고 하셨었죠?”
“아, 네.”
늑대가 나오는 숲에 버스 의뢰로 들어갔었을 때의 일이었다.
“그때 고수 이름이 파프닐 아니었나요?”
“음……. 네, 아마 맞을 겁니다.”
“오…….”
노팽이 박수를 쳤다.
“그럼 이게 맞네요, 그분.”
“네?”
“어제 루디우스 방송에서 뜬 그 네크로맨서요. 파프닐 맞는 거 같습니다.”
“……!”
순수악동 길드는 자유로운 성향이 강하지만, 저 정도 고수와 인연이 있다면 욕심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분 실력이 꽤나 괜찮고, 직업도 특색이 있는 게……. 합류하면 여러모로 유용한 가치가 있을 수 있습니다.”
“혹시 그분 연락처 있습니까?”
“그건……. 죄송합니다. 제 닉네임이랑 인게임 명함 건네긴 했는데.”
“그거면 됐습니다. 어디 있는진 알았으니까, 한번 갔다 와 주시겠습니까?”
“네? 제가요?”
“대신 다음 아이템 분배는 우선권을 드리겠습니다.”
순수악동 길드가 공략 중인 블랙 고라니의 탑!
레어 아이템과 유니크 아이템이 나오는 탑의 분배 우선권이라면 충분히 사냥을 쉴 가치가 있었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출발하죠.”
“부탁드릴게요.”
노팽이 싱긋 미소 지었다.
같은 시각 다른 길드에서도 비슷한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최상위 랭커들이 가득한 아크, 대기업 자본이 있는 파이브스타 등은 끼지 않았지만.
그 아래 순위의 길드들이 파프닐과 대화를 해 보기 위해 급히 바이론시로 사람을 보냈다.
그러나 막상 도착한 사람들은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파프닐 님이 떠났다고요?”
“잘 모르겠는데……. 아직 안 보이네요.”
퀘스트를 마친 파프닐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이다.
“그럼 퀘스트 보상을 벌써 받고 떠나신 겁니까?”
“글쎄요……. 어제 로그아웃하시고 딱히 안 보였어요.”
“으음, 답변 감사합니다.”
“아뇨, 뭐 공짜도 아니고. 일 도와주는 대가로 이 정도면 싼 거죠.”
“네?”
정보를 캐묻던 각 길드의 스카우터들이 문득 의문성을 냈다.
“그러고 보니 지금 하시는 건…….”
“자연 복구 작업이죠. 산사태가 나서 밀려온 흙을 치우고 있어요.”
“아!”
“뭐 해요? 할 거 없으면 이거나 날라요.”
“……!”
졸지에 흙 포대를 두 섬씩 받아 들게 된 스카우터들!
‘어?’
‘이게 아닌데……. ?’
당혹해하던 스카우터들은 얼떨결에 포대를 날라 다른 쪽으로 나르게 되었다.
“거기, 빨리빨리 움직여요!”
“아니……. 저는 그게…….”
“아, 길막 그만하고! 죽을 거 같으니까!”
애써 해명하고 빠지려 해도 십수 명의 언성이 높아지자 어쩔 수 없이 도로 행렬에 합류!
“네 귀에 홍삼캔디~ 꿀처럼 달콤해~ 네 목소리로 부드럽게 나를 녹여 줘~.”
멀리서 루디우스가 하프를 튕기며 부르는 ‘노동요’가 들려왔다.
***
같은 시각.
파프닐은 바이론시에서 조금 많이 떨어진 어느 산 정상에 오르고 있었다.
“드디어 도착했군.”
맑고 차가운 산 정상의 공기!
주변 지형이 한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곳에서 그 공기를 마시자…….
“죽을 것 같네, 진짜.”
땀이 가득 흐르고, 목 안쪽에서는 숨이 턱까지 올라온다.
파프닐은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웠다.
-모리안 산 상층부에 입장했습니다.
-탐험가 길드에서 정보를 등록할 수 있습니다.
-탐험 경험치가 상승했습니다.
-오랜 등산으로 인해 체력 스테이터스가 +1 상승했습니다.
-절세의 풍경을 목격했습니다.
-예술 스테이터스가 +1 상승했습니다.
-해당 광경을 그림이나 조각, 기타 예술품으로 남길 시 보너스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진짜……. 뭐 이런 등산을…….”
메시지를 봤지만 반응할 기력도 없다.
오를 수 있는 체력이나 기술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힘든 게 힘들지 않게 되는 건 아니었다.
스테이터스를 얻긴 하지만, 아무래도 가성비가 부족한 것이다.
특히 네크로맨서 직업인 파프닐은 전사나 탐험가보다 더 힘들 수밖에 없었다.
체력 스테이터스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성장을 하면서 얻는 업적과 스킬의 근본적인 차이.
보통은 커다란 골렘을 쓰거나 가고일 등을 사역하는데, 해골병만 익혔으니 그것도 쉽지 않았다.
“진짜……. 이동용으로 가고일을 익히든가 해야지. 나 죽겠네.”
어찌 됐건 정상엔 올라왔지만.
되도록 이런 일은 한 번으로 만족했으면 싶었다.
“하아…….”
한숨을 내쉬는 파프닐.
그때였다.
삐야아앗!
멀리서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와 파프닐의 가슴팍에 앉았다.
그 독수리의 발엔 두루마리 쪽지 하나가 묶여 있었다.
“아, 왔군.”
파프닐은 신중하게 두루마리를 받아 풀었다.
그럴 만했다.
지금 받은 두루마리의 가격은 무려 30만 원.
같은 무게로 치면 차보다 더 비싼 내용이었으니까.
“자, 자. 가 봐라, 훠이.”
삐야아앗!
배가 고픈 독수리가 무언가를 요구했지만, 파프닐은 고기 한 점도 안 주고 매몰차게 손짓했다.
“없어! 나 먹고 죽을 것도 없어!
안 그래도 비싼 정보를 사서 지갑이 가벼워진 상태!
독수리는 불만족스러운 듯 잠시 부리를 딸각이다가, 퉁명스레 멀어져 갔다.
“일한 만큼 벌 생각을 해야지, 팁을 바라다니…….”
혀를 찬 파프닐이 쪽지를 열었다.
“그럼 이 정보가 그만한 가치를 가지는지 한번 볼까?”
정보의 내용은 산 주변의 위치 정보와 주변 지형.
소설 속 묘사가 워낙 대충 넘어갔기에, 제라르에게 부탁해 별도로 구매한 것이다.
“흠……. 음……. 음?”
스륵, 내용을 읽던 파프닐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모리아 산 북서쪽으로 산 2개를 넘으면 나오는 봉우리 동쪽 돌기둥 5개.
-그곳에 가면 보이는 ‘섹스’ 왼쪽.
“아니, 무슨 설명을 이따위로 해 놨어?”
섹스 왼쪽이라니?
무슨 골목길에서 배달할 집 찾는 것도 아니고…….
“일단은 가 보지만, 아니면 제대로 클레임을 걸어야겠군.”
파프닐은 쪽지에서 가라고 한 장소로 향했다.
산을 내려가고, 다른 숲을 돌파하는 강행군!
지치면 스태미나 물약을 마시고, 힘과 체력을 늘려 주는 버프 물약도 쿨타임마다 계속 들이켰다.
-오랜 시간 동안 직접 걸었습니다.
-새로운 스킬 ‘끈기 있는 걸음걸이(노말)’를 획득했습니다.
-분류 : 패시브
-효과 : 높낮이 있는 지형을 1시간 이상 이동할 시 체력과 스태미나 소모가 10% 하락합니다.
-체력 스테이터스가 +1 상승했습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여러 소소한 이득들이 더해졌다.
-새로운 스킬 ‘멀리 둘러보기(노말)’를 획득했습니다.
-분류 : 액티브
-소모 MP : 20
-효과 : 사용 시 12초 동안 시야가 300m 상승합니다.
산행과 관련이 있는 여러 노말 스킬을 입수.
이런 것마저 없었다면 정말로 다른 방법을 썼을지도 몰랐다.
“저기 있군.”
일단 돌기둥 다섯 개는 간단하게 찾을 수 있었다.
소설 속에 적힌 대로 가운데에 들어간 파프닐은 가볍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니.”
산과 구릉, 그리고 강으로 만들어진 글씨.
그곳에 바보도 알 정도로 뚜렷하게.
‘Sex’라고 글자가 적혀 있었다.
‘……진짜 있네?’
절묘한 우연인지.
개발자의 이스터에그인진 모르겠지만, 진짜로 있었다.
충격에 잠겼던 파프닐이 정신을 차렸다.
‘저 글자의 왼쪽 아래라 했지.’
산을 내려간 파프닐은 얼마 지나지 않아 숲을 찾을 수 있었다.
사방이 가시넝쿨과 소나무로 둘러싸인 가운데.
단정한 묘비 몇 개 가운데 굳게 봉인된 철문이 있었다.
“드디어 찾았다.”
이름 없는 검들의 무덤.
파프닐이 그토록 찾던, 히든 피스가 잠들어 있는 숨겨진 던전이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