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84)
84화
4일 후.
보따리를 짊어진 힐데와 동료들이 차례로 도착했다.
“여긴가?”
“월드가 넓긴 넓구나. 이런 곳이 다 있네.”
“아직 안 돌아본 데도 많아. 중앙 대륙도 있고, 오크제국 너머 서쪽엔 또 다른 땅이 있다더라.”
호라이즌의 세계는 엄청나게 넓다.
지구의 세 배나 되는 크기의 초거대 행성.
서버마다 충분한 크기의 대륙이 월드로 주어졌다.
“와, 이런 곳에 던전들이 있네요. 좀 둘러봐도 되나요?”
“괜찮습니다. 다만 가운데 던전은 안 됩니다.”
파프닐은 이곳에 먼저 온 철혈 연맹의 세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철혈 연맹 산하 길드가 탐색 중이니까, 혹시 마주치면 저흴 죽이거나 해서 던전을 지키려 할 겁니다.”
“철혈……. 그쪽 사람들 진짜 나쁜 놈들이잖아요. 사냥터 막 통제하고, 돈 안 내거나 반항하면 기사들 불러와서 마구 죽이고.”
철혈 연맹의 악명은 온 커뮤니티에 널리 퍼져 있다.
“아무래도 그쪽은 건드리지 않는 게 좋겠는데.”
“걔네한테 찍히면 고달파. 나 아는 녀석도 철혈한테 개겼다가 위약금 내고 겨우 풀려났더라.”
드렉슬러와 베론이 한마디씩 덧붙였다.
“그러고 보니 힐데 님, 다 온 겁니까?”
“아, 아뇨. 한 명 더요.”
“지난번에 말씀하신…….”
“네, 잠시……. 아, 저기 오네요!”
근처의 산자락에서 흰 로브의 소녀 한 명이 더 내려오고 있었다.
빛 물결 장식이 있는 십자가 지팡이를 든, 아담한 키에 빨간 트윈 테일 머리의 소녀.
루 교단의 성직자였다.
“……하아.”
소녀가 심호흡했다.
‘할 수 있어. 이번엔 진짜로 잘해야 해!’
일행과 가까워진 소녀가 고갤 들고 주변을 훑었다.
파프닐과 힐데, 다른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일단 ‘안녕하세요.’라고 하는 것부터.’
심장을 진정시킨 소녀가 입을 열었다.
“아……. 아……. 안……. 아니 무슨 암흑 속성 사냥 가는데 네크로맨서가 처와요!?”
순식간에 싸늘해지는 분위기.
‘아, 이……. 이게 아닌데!’
당황한 소녀 성직자가 재빨리 말을 이었다.
“오빠들 진짜 허접이에요? 버프해 줘도 못 받는 허접 네크로맨서~.”
2연속으로 폭탄을 밟아 버린 상황.
얼굴이 홍당무처럼 새빨개진 소녀 대신 힐데가 나섰다.
“죄, 죄송해요, 파프닐 님, 얘가 속은 정말 착한데 표현이 좀…….”
“아뇨, 괜찮습니다.”
사실 표현하지 않았을 뿐, 꽤 놀라긴 했다.
소녀의 독설 때문은 아니었다.
파프닐은 눈앞의 소녀 성직자가 누군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설마 여기서 리하나를 만날 줄이야.’
리하나.
미래에 한국 서버는 물론.
전 세계 성직자 랭킹 1위를 지키는 초고수의 등장이었다.
‘원작 소설에서도 자주 나오는 이름이지.’
소설 중반부부터 등장해, 후반부에는 아크 길드에 합류하여 파이브스타 길드의 공격을 몇 번이나 무위로 돌린 강력한 성직자.
그런데 그 성직자랑 힐데가 아는 사이였다니?
‘아니, 원작 소설에선 그런 얘기가 없었으니 미래가 바뀐 건가?’
파프닐의 도움을 받은 힐데가 수도에서 명성을 쌓으며 친분이 생긴 것이리라.
‘미래가 바뀌었다.’
다행인 건 그게 좋은 방향이란 것이다.
미래의 정점 중 한 명을 미리부터 만날 수 있었으니까.
‘히든 피스들은 그대로 남아 있을 테니, 최대한 빨리 습득해야지.’
“안녕. 난 베론, 이쪽은 드렉슬러. 베 형, 드 형이라 불러 줘.”
“……리하나.”
파프닐이 생각하는 사이, 다른 사람들은 통성명을 마쳤다.
베론의 인사에 대답을 피하는 리하나.
또 말을 하면 이상한 말이 나올까 봐 물러난 것이다.
분위기가 어색해지려는 순간, 파프닐이 나섰다.
“힐데 님, 뒤쪽은 저랑 이분이 맡겠습니다. 여러분은 앞쪽을 맡아 주세요.”
“파프닐 님이 후방이면 등 쪽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군요.”
네크로맨서지만, 파프닐의 근접전 능력은 이미 자타에 소문이 나 있었다.
또한, 이 자리라면 직접 리하나를 챙겨 주는 것도 가능했다.
‘원래 이런 캐릭터니까. 말이 험한 건 어쩔 수 없지.’
리하나는 원작 소설에서 속은 여리고 착하지만, 말은 거칠게 나오는 캐릭터였다.
성직자 랭킹 1위인 만큼, 작정하고 대립하지 않는 이상 아군으로 끌어들이면 해가 될 일은 없으리라.
‘아군이 되면 공격도 살살 받고, 다른 흑마법사나 언데드들을 잡을 땐 큰 도움이 될 거야.’
칼 대 칼의 대결에서 갑자기 총을 꺼내는 셈이다.
진짜로 악의가 있어서 이러는 것도 아니니, 딱히 독설을 듣는다 해도 상관없었다.
“그럼 이만 출발하죠. 더 있다간 철혈 놈들이 올지 모르니까요.”
“그럴까요?”
배정을 마친 파프닐 일행은 던전 안쪽으로 향했다.
통로를 넘어 커다란 방에 들어서자, 양옆의 통로에서 리빙 아머들이 나타났다.
“이, 이런!”
“내가 할게.”
어둠 속성의 적이니만큼, 힐데의 공격이 잘 먹힐 것이다.
그때 리하나가 주문을 외웠다.
“루이시여, 당신의 자식들을 돌보소서. 당신의 자식들에게 악에 맞서 싸울 힘을! 디바인 스트렝스!”
고위 신관의 버프 주문!
드렉슬러의 몸에 흰빛이 어렸다.
“어……?”
“오빠 지금 딜 안 넣고 뭐 해! 설마 스킬도 못 쓰는 허접이야?”
머뭇거리던 드렉슬러에게 소리치는 리하나.
그 말대로 다시 한번 공격하자, 이번엔 리빙 아머의 갑옷에 큰 구멍이 났다.
“오!”
“버프 효과가 생각보다 대단한데?”
예상외의 위력에 창을 휘두른 드렉슬러 본인도 놀란 표정을 했다.
“어떻게 된 거야?”
“얘 이래 봬도 지금 레벨이 191이야. 콘클라베(교황 선출식)까지 참석했던 몸이라 실제 스펙은 더할걸.”
“와…….”
콘클라베까지 갈 수 있는 유저라면 최상위 랭커 수준.
스테이터스가 워낙 높다 보니, 스킬의 위력도 동 레벨에 비해 말도 안 되게 강력했다.
“이 정도면 나도 충분히 사냥할 수 있겠는데?”
“자, 잠깐! 난 흑마법사니까 힐 버프는 걸지 말……. 어?”
슥, 소리치는 베론을 알아서 지나가는 힐링 버프.
“아, 그게…….”
“너 말이야, 그 정도도 말해야 안다고 생각한 거야?”
베론은 머릴 긁적였다.
기본적인 일이지만, 실제 파티 플레이를 할 때 은근 많이 일어나는 실수였다.
특히 고레벨 고스펙의 일반 유저.
흔히 말하는 ‘핵과금러’들에게서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리하나의 실력 하나만큼은 인정할 만했다.
“루이시여, 당신의 적에게 빛의 심판을!”
“토르시여!”
힐데도 앞장서서 사냥했고, 리하나도 직접 공격형 성법 스킬을 썼다.
“크으으……. 뜨……. 뜨겁다.”
“크아아…….”
다가오던 리빙 아머들이 고통에 몸부림쳤다.
고레벨 리빙 아머들을 상대로도 별다른 위기가 느껴지지 않는 안정적인 사냥.
‘좋은 분들이야, 덕분에 사냥도 잘되고 있네…….’
속으로 안심하던 리하나였다.
‘아까는 미안해서 어쩌지. 제대로 인사하려고 해도 자꾸…….’
칭찬을 하고 싶어도, 막상 말로 하려 하면 숨이 막힌다.
‘그런데 그 네크로맨서님은 어디 계시지?’
그때였다.
리하나는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 등골이 서늘해졌다.
‘잠깐만, 다른 쪽 통로는?’
분명 방의 통로는 두 개.
만약 다른 쪽 통로에서 리빙 아머가 한 기라도 뒤를 노린다면, 파티는 그대로 전멸이다.
급히 고갤 돌리던 리하나의 눈이 커졌다.
“아, 아니…….”
“와!”
“역시 파프닐 님이시군.”
뚫어져라 그쪽을 바라보는 일행.
“그쪽도 끝났습니까?”
수많은 해골병과 페넬로페, 벨과 함께 서 있는 파프닐.
그 앞엔 열댓 마리의 리빙 아머들이 산산조각 난 채 쓰러져 있었다.
“여긴 다 잡았으니, 더 안쪽으로 가죠. 중앙은 되도록 피하고.”
‘와……. 진짜 멋지다.’
네크로맨서임에도 자신을 포함한 다른 파티원 전부의 몫을 혼자서 막아 낸 것이다.
리하나는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어라……. 네크로맨서라 직접 싸우지도 못하는 거야? 풉…….”
“리하나!”
“크흠…….”
힐데가 핀잔을 주고 드렉슬러가 잔기침을 했다.
순간 파프닐이 조용히 리하나에게 다가갔다.
‘아……!’
미래를 예상한 리하나가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뺨을 치려 하거나, 적어도 화를 내리라.
그때였다.
“아무래도 근접전은 부족하긴 하니까, 혹시 위험하면 너만 믿을게. 잘 부탁한다.”
“……!”
아무도 말해 준 적이 없던 반응.
리하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대꾸했다.
“그, 그야 당연하잖아. 오빠 한 명한테 맡기면 뒤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파티 전체를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지.”
“그래그래.”
다른 사람들은 건방진 꼬맹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그 속이나 생각을 어느 정도 읽은 파프닐은 그다지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
‘게다가 실제로 도움도 많이 되고.’
말 몇 마디 들어 주는 걸로 미래에 플러시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난다?
그런 버튼이 있다면 백 번이라도 누를 수 있었다.
“여긴 다 잡은 것 같네요. 더 들어갈까요?”
“아, 네! 파프닐 님.”
“허 참…….”
“저분 인내심 생각보다 참 좋은걸.”
“그러게.”
당사자인 파프닐이 괜찮다 하니 다른 파티원들도 더 말하기 뭣했다.
던전 안쪽으로 움직이는 파티.
‘……나만 믿는다고.’
리하나는 자신도 모르게 슬쩍 파프닐을 곁눈질하기 시작했다.
***
상인 유저 제라르!
오크제국의 발호가 터진 후, 그는 매일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여기 주문하셨던 매직급 강화 스크롤 1천 장, 그리고 마나석 2백 개입니다.”
“잘 받았습니다. 이번에도 깔끔한데요.”
각지에서 끝없이 늘어나는 무기와 재료, 식량 등 물자의 수요.
상인들에게 있어 이 상황은 위기이지만, 동시에 기회이기도 했다.
‘하기에 따라서는 하루아침에 수천만 원, 아니 수억이 오가지.’
현실의 주식 버블이나 투자와 같다.
잠깐 한눈을 팔면 순식간에 뒤처지기에, 자는 시간까지 줄여 가면서 집중하고 있는 게 요즘 제라르의 생활상이었다.
‘지금 열심히 해야 헤르메스의 날개에서 안 뒤처질 테니까.’
헤르메스의 날개.
호라이즌 내 거의 모든 상인, 생산직 유저들이 속한 초대형 조직이다.
국내 서버는 물론, 해외 서버마다 조직이 있기에.
상장만 안 됐지 사실상 기업이라고 해야 할 정도.
상인 유저들에게 있어서는 그 기업 내에서 네임드가 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성공이었다.
제라르도 그것을 꿈꾸는 사람 중 한 사람이었고 말이다.
‘특히 다파라 그 자식한텐 절대 질 수 없지, 암!’
뿌드득. 생각만 해도 절로 이가 갈렸다.
‘오늘의 땀이 내일의 성공으로 이어진다……. 힘내자, 힘!’
남들이 쉬는 악천후를 뚫거나, 전장이 벌어지는 사이를 신묘한 예측으로 피해 움직이자 명성과 상인 스테이터스가 쌓여 갔다.
그렇게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제라르가 최우선적으로 보는 항목이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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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프닐]-새로운 메시지 : 0개
‘오늘은 따로 없군.’
파프닐.
이블아이의 눈물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주목해야 할 유저다.
심지어 파프닐은 그 후에도 엄청난 업적들을 달성했다.
‘공헌도 전체 1위……. 거기다 왕실 부흥군과도 커넥션이 있고, 컨트롤이나, 맡아 완료한 퀘스트들만 해도 보통이 아니지.’
개인적인 정보망에 의하면, 최근 세를 늘리는 암흑가와도 연줄이 있다고 한다.
‘얼마 전엔 루디우스의 방송에서도 출현해서 퍼포먼스를 했고.’
아마도 이름값을 높이기 위한 행동이리라.
거래를 후려치려 하면, 그 이름값을 바탕으로 다른 거래처를 찾을 수도 있다는 협박.
‘어쩔 수 없었지. 원래는 80골드는 받아야 하는데.’
‘모리아산’의 정보.
철혈무쌍 연맹에서 극비리에 취급 중인 그곳의 정보를 겨우 50골드에 내준 것은, 전부 그런 무력시위의 결과물인 것이다.
이 때문에 제라르는 더욱 기대하고 있었다.
‘과연 파프닐 님이 다음엔 뭘 팔러 가져올지……. 정말 궁금해지는걸.’
귀한 보물을 사고팔면 상인 유저의 스킬 숙련도과 경험치는 그야말로 대박이라 할 만큼 팍팍 오른다.
‘역시 그때 연줄을 잡아 두길 잘했어.’
삼일 밤낮을 못 잔 제라르의 입꼬리에 미소가 나타나는 것으로 그의 기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