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85)
85화
파프닐 일행은 순조롭게 리빙 아머 사냥을 해 나갔다.
원체 레벨이 높은 몬스터였기에 경험치는 넉넉했다.
물론 거기엔 한 사람의 공이 컸다.
“진짜 엄청나긴 하네.”
“무슨 신성력이…….”
드렉슬러와 베론은 리하나를 놀람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성격은 좀 그렇지만, 실력은 확실한 수준이 아니라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스펙뿐이라면 말도 안 한다.
리빙 아머들의 약점과 다리에만 스킬을 명중시키는 감각.
쉬지 않고 스킬 사이클을 돌리면서도 다가오는 리빙 아머들을 따돌리는 능력까지.
‘덕분에 레벨이 50 가까이 차이나는 강적인 리빙 아머들을 상대로 잘 싸우고 있지.’
리하나의 능력 덕에 순조롭게 사냥 중인 파티.
고레벨 몬스터들을 빠르게 잡자, 경험치도 엄청난 속도로 쌓였다.
최초 발견자 버프가 없음에도 3일 만에 무려 4레벨이 오를 정도.
이 때문에 더욱 놀라운 사실.
‘설마 우리 전체가 사냥하는 게 파프닐 님 혼자서 사냥하는 속도랑 비슷하다니.’
작정하고 사냥에 나선 파프닐은 무시무시했다.
화려한 스킬은 없지만, 움직임 하나하나에 최선의 선택을 하며 리빙 아머들을 하나씩 베어 내 간다.
물론 혼자서 그 모든 걸 해내긴 쉽지 않다.
하지만 파프닐에겐 파티원 말고도 다른 동료들이 있었다.
아니, 수하에 가까웠다.
-딸그락딸그락!
엘리트 해골병들이 양옆을 넘으려는 리빙 아머를 가로막는다.
동시에 페넬로페와 벨은 후방에서 적의 충원군을 막고 포위 형태를 만들었다.
그렇게 생긴 빈틈을 파프닐은 절대 놓치지 않았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
-저주받은 쇳조각(매직) 1개를 획득했습니다.
아이템과 경험치에 굶주린 귀신처럼 몬스터를 싹쓸이하는 모습.
그러면서도 파티원들이 밀리는 기색이면 어김없이 페넬로페를 보내 도왔다.
“미래가 기대되는 루의 성직자로구나.”
“고……마울 리가 없잖아요? 설마 당신 같은 NPC에게 그런 칭찬 들어서 기쁠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럼 됐다. 그보다 또 온다. 위쪽.”
“하아, 설마 모른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사냥 중 리하나와의 주된 의사소통은 파프닐과 페넬로페의 몫이었다.
페넬로페는 애초에 독설에 별달리 신경 쓰지 않고.
미래에 잘나갈 사람과 친분을 쌓는 것은 파프닐도 바라는 바였다.
“계속 가죠. 아직 입구 근처니까요.”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마물 해골병들이 가득 나타났다.
“크카카카! 인간 놈들이 죽고 싶어서!”
“우리 마수군은 앞서 만난 인간 병사 놈들과 차원이 다르다!”
리빙 아머들보다 훨씬 더 강한 몬스터인 마수군 해골병!
마나 결계 갑옷으로 몸을 두르고 있기에, 신성 속성 공격도 잘 통하지 않는 난적이다.
좁은 통로를 가로막고 있는 데다 기기괴괴한 외형이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이건…….”
“신성력도 잘 통하지 않는데.”
“일단 물러날까요?”
고민하는 파티원들 사이.
마수 해골병들을 보던 파프닐이 혈마검을 들었다.
‘스킬 세팅은 마쳤군.’
해골 기사를 소환한 파프닐이 해골마에 탔다.
“이랴!”
그대로 돌진하는 파프닐.
마수병들이 창을 든 순간, 파프닐이 눈을 빛냈다.
‘역시 약점이 텅 비어 있군.’
마수병들은 살아생전 마수였기에, 뼈의 구조가 인간과 다르다.
압도적인 근육과 근골을 가진 상체에 비해.
무게중심이 쏠리는 하체, 그중에서도 발목과 정강이 부근은 놈들의 유일한 약점이나 다름없었다.
하물며 지금 놈들은 지탱하는 근육이나 살가죽조차도 썩어 문드러진 지 오래였다.
“키키키!”
“크아아아……. 칵!”
마주 달려들던 마수병들의 몸이 휘청이거나 넘어졌다.
땅 밑에서 엘리트 해골병들이 손만 내밀어 잡거나 창칼로 다리를 걸은 것이다.
“이랴!”
이리저리 흐트러지거나 엎어진 마수병들.
그렇게 넘어진 파프닐이 탄 해골마가 짓밟고 지나갔다.
“카아악!”
“칵!”
마수병들은 아무 저항도 못 하고 짓밟혔다.
그 위를 판데모니엄 네펜데스 줄기를 든 엘리트 해골병들이 덮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당당히 돌아온 파프닐에게 힐데가 눈을 빛냈다.
“어, 어떻게 하신 거예요? 방금 진짜 멋지셨어요!”
베론과 드렉슬러도 마찬가지였다.
“그 녀석들 대체…….”
“장비 때문만은 아닌 것 같은데…….”
눈을 빛내는 세 명.
파프닐은 선뜻 약점을 공유했다.
“저 녀석들은 다리가 약점입니다. 하방 공격 스킬로 쓸어 내면 엎어질 테니, 못 일어나게 하면서 잡으면 됩니다.”
어차피 경험치는 다 같이 공유한다.
그럼 굳이 공략법을 감추는 것보다, 다 같이 사냥해서 경험치를 더 버는 게 이득이었다.
“하아? 설마 제가 그걸 모를 줄 알았어요?”
리히나는 퉁명스럽게 대답했지만, 입꼬리나 표정은 고마움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뒤이어 나선 드렉슬러와 베론.
파프닐의 말대로 다리를 집중적으로 노리자, 놀랍게도 마수군 스켈레톤들의 움직임이 거의 봉쇄되다시피 했다.
“저분이 말씀하신 대로 하니까 진짜 잘되는군.”
“그러게나 말이야.”
말을 주고받는 두 사람.
심지어 파프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휴식 시간.
다른 사람들이 쉴 때 파프닐은 홀로 어디론가 향했다.
“해골병 뼈를 보충해야 해서, 불침번이나 주변 토벌은 제가 전담하겠습니다.”
이름 없는 검들의 무덤 주변.
여러 보조 던전과 필드를 홀로 돌며 침입자나 몬스터를 막는 일을 자청한 것이다.
“저도 같이할게요.”
“아닙니다. 힐데 님은 몽크니까 여기서 리빙 아머를 막으시는 게 낫습니다.”
“하지만 혼자 너무…….”
“먼 남쪽에서 저 때문에 올라오셨으니까, 이 정도는 제가 해야죠. 정 마음에 걸리시면 던전 쪽 경계만 부탁드립니다.”
혼자 고된 일을 자청하는 파프닐에게, 다른 사람들은 감동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시선을 받으며 나선 파프닐은, 주변에 있는 다른 던전들을 하나씩 순회했다.
‘일단 열어 둔 던전들이니 마무리는 지어야겠지.’
어차피 혼자서는 무덤의 리빙 아머들을 사냥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파티원들이 기운을 차릴 동안 이렇게 시간을 쓰는 게 나았다.
“자네는 하데스의 사제로군. 그렇다면 내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지 않겠나?”
한창 던전들을 돌던 중.
파프닐을 지켜보던 유령 기사 맨슨이 말했다.
“여기 있는 병사들은 죽은 지 수백 년이 됐는데도 아직까지 장례식조차 치르지 못했네. 자네만 괜찮다면 부디 이들을 명계로 보내 주지 않겠나?”
병사들을 안식에 들게 하는 장례식 의뢰!
“보상이라 할 만한 건 없군……. 혹시 이거라도 괜찮겠나?”
말을 마친 맨슨 유령이 검 한 자루와 여인상 하나를 내밀었다.
“내 애검, 그리고 젊은 시절 손에 넣었던 여신상과 주술 인형일세. 각각 북방, 남방의 야만족 토벌에서 얻었던 건데……. 유래는 모르지만, 행운의 부적으로 쓰고 있지.”
“…….”
보상이나 손익만 따진다면 당연히 그냥 지나쳐야겠지만, 왠지 마음에 걸렸다.
‘게임 속 설정이라지만 제대로 장례식도 못 받고 묻히다니 좀 안타깝군.’
손해와 이득을 떠나서, 시작한 일은 마무리를 지어 주고 싶었다.
“시간이 얼마 없지만……. 알겠습니다. 해 보도록 하죠.”
“고맙네!”
그때부터 파프닐의 일정은 세 개로 나뉘었다.
파티원이 사냥할 땐 메인 던전 사냥.
휴식 시간이나 스케줄상 빠진 인원이 있을 땐 주변 던전을 사냥하며 병사들의 장례식을 치러 주는 일이었다.
‘프로게이머 시절 때 같군.’
몸이 세 개라도 하기 힘든 일.
파프닐은 시간 배분을 철저히 한 뒤 한 치도 실수하지 않으며 파티 사냥 작업을 수행했다.
며칠이 지나자 성과가 나타났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
일단 파프닐의 레벨은 11이나 올라 167이 되었다.
다른 파티원들은 6~7레벨 오른 것에 비해 두 배나 되는 수준.
당연한 일이었다.
주변 던전을 거의 혼자 돌며 사냥했으니 말이다.
아이템 습득도 마찬가지였다.
파티 사냥만으로 쌓인 골드가 130골드.
리빙 아머의 쇳조각(노말)이나 아머드 스켈레톤의 뼈(노말) 같은 것도 1,000개 가까이 쌓였다.
노말, 매직급 장비는 20개, 레어급 기사 장비도 세 개나 획득!
“참, 이거 말인데, 파프닐 님께서 10% 더 받으세요.”
전리품을 분배하던 힐데가 말했다.
“이래도 괜찮은 겁니까?”
“여기 발견하신 것도 파프닐 님이고, 일도 저희 세 명 합친 몫만큼 하셨는데요.”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마수 스켈레톤도 덕분에 쉽게 잡았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오히려 적게 쳐드리는 거죠.”
“음…….”
파프닐은 흘긋 리하나 쪽을 돌아보았다.
놀랍게도 이번에는 리하나마저 별말 하지 않았다.
“…….”
단지 고개를 끄덕일 뿐.
‘쟤가 왜 저러지?’
소설 속 설정을 생각하면 당장 웃기지 말라는 소릴 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여기 사냥에 별생각이 없는 거려나. 아니면 따로 힐데 님한테 뭘 받았겠군.’
파프닐이야 설정을 알고 있으니 그렇다 쳐도.
다른 사람들은 그냥 손해 본 기분이 날 수 있다.
‘나중에 힐데 님과 일행분들에게 좀 더 챙겨 줘야지.’
그 정도 팁은 아깝지 않았다.
이미 파프닐은 주변 던전을 돌며 따로 약초나 지네의 갑피 같은 잡템 수백 개를 모았기 때문이다.
‘합치면 레어 아이템이 무려 다섯 개에, 일반 장비들도 40개가 넘지.’
벨렌 백작가 기사의 롱소드(레어)나 도굴꾼이 모은 스킬 북(레어) 같은 알짜배기 아이템!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명왕 하데스가 당신의 행동에 기뻐합니다.
-지능 스테이터스가 +1 상승했습니다.
장례식을 치르며, 가끔씩 명왕 하데스의 축복을 받아 스테이터스와 어둠 속성 내성이 올랐다.
죽어라 고생한 덕분에 보상 하나는 확실히 받은 셈이다.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죠. 감사히 받겠습니다.”
“앞으로도 힘내세요. 저희도 최선을 다할게요.”
5인 파티에서 10%의 몫은 결코 적지 않다.
‘이 정도면 거의 50만 원쯤 하겠군.’
6시간어치 노동의 값을 공짜로 받은 기분!
겉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혼자 있을 때 파프닐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
대산물산 대리 이성복.
현실에서 20대 중반인 그는, 대산물산의 평범한 사원이었다.
그러나 게임 속에선 달랐다.
철혈진권.
레벨 208의 무도가 캐릭터인 그는, 한국 서버 전체에서 상위 200인 안에 드는 랭커 중 하나였다.
주된 플레이 스타일은 과감하고 단순 무식한 근접 전투.
하지만 거기에 압도적인 스펙과 타고난 무력이 뒷받침되자 생각보다 막강한 위력을 가졌다.
오크 전쟁은 물론, 다른 길드와의 싸움에서도 전과를 낸 게 그 증거.
다른 길드 유저들은 그런 진권에게 인간 전차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그런 철혈진권이 부하의 보고를 듣고 흠칫 놀랐다.
“뭐! 여기에 또 다른 유저 놈들이 있는 거 같다고?”
“네.”
부하 유저가 고개를 숙였다.
“분명 저희가 이틀 동안 모아 놓은 마수 스켈레톤들이 있었는데, 얼마 전 확인해 보니까 싸그리 없어졌습니다.”
“다른 데로 빠진 거 아냐?”
“그럼 리젠이 되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고요.”
“아……. 씁……. 여기 개꿀 사냥턴데.”
현재 이곳에선 철혈 길드뿐만 아니라 여러 산하 길드의 정예들도 폭업을 하고 있었다.
다들 현실에선 사장님, 회장님 소릴 듣는 고객들.
만약 침입자들에게 사냥감을 뺏기면 절대 그 사람들에게서 좋은 소리가 나올 리 없었다.
“이거 소문 퍼지면 짜증 나는데, 어쩌지?”
“길드 인원 몇 명 차출해서 죽이죠.”
벅벅. 머리를 긁적이던 철혈진권에게 부하가 제안했다.
“오래 걸리지도 않을 겁니다. 저희 스펙이 스펙인데요.”
“음…….”
“어차피 놈들은 이 근처에 부활할 마을도 없으니 한참 걸어와야 할 겁니다.”
철혈무쌍 혈맹원들만 있었다면 좀 더 살펴봤겠지만, 문제는 이곳에서 ‘버스’를 받고 있는 중인 산하 길드원들.
마음을 굳힌 철혈진권이 일어났다.
“그래, 그놈들 면상이나 한번 보자고.”
파이브스타나 아크, 혹은 길드 연합의 네임드라면 일단 물러선다.
그렇지 않다면 그냥 치워 버리면 될 뿐이었다.
“다들 세팅 바꿔라.”
엉덩이 먼지를 턴 철혈진권이 말했다.
“오랜만에 PVP 한따까리 해야지?”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