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87)
87화
풀썩.
뒤통수에 구멍이 난 다론이 옆으로 쓰러졌다.
“어…….”
검을 길게 늘어트렸던 파프닐이 한 발자국 물러나 있었다.
누가 봐도 그레이트 배쉬를 캔슬시킨 검사의 모습이었다.
“야! 씨발 네크로맨서가 있나 본데?”
“디텍팅해!”
철혈 패거리들이 당황했다.
파프닐은 씨익 웃더니 놈들을 향해 달려갔다.
한 손으로는 칼을 늘어트리고, 다른 손으로 손바닥을 펼쳤다.
탱커 배도철이 가드를 굳혔다.
‘또 그레이트 배쉬냐? 병신 새끼.’
이번에는 파고들 생각이었다.
그러나 파프닐이 또 눈앞에서 멈춰 섰다.
“블러드 익스플로전.”
“……!”
검사에게서 나온 피를 흩뿌리자, 가드도 하지 않았던 배도철은 그대로 그 피를 뒤집어쓰게 되었다.
뒤이어 일어난 폭발.
“뭐, 뭐야, 주문 외운 거야?”
“저 새끼, 마검사 같은데?”
“닝기미, 네크로맨서는 아직 못 찾았냐!”
벌써 철혈 패거리 중 두 명이 죽었다.
혼란스러워하는 나머지를 해골병과 페넬로페, 벨이 사방에서 포위했다.
“헉……. 헉…….”
“꿀꺽꿀꺽.”
그사이 다른 네 명은 간신히 한숨 돌렸다.
포션을 마신 힐데가 파프닐 쪽을 돌아봤다.
“와…….”
놀랍게도 파프닐은 혼자 세 명을 상대로 압도하고 있었다.
마법사가 주문을 외울 때마다 어김없이 해골병의 방해가 들어오고, 나머지 둘도 파프닐의 혈마검을 피하기에 급급했다.
“미친, 저게 돼?”
“우리랑 레벨 비슷할 텐데.”
드렉슬러와 베론도 놀라워했다.
사냥 때부터 컨트롤이 대단한 건 알았지만, 다섯 명을 상대로 저렇게 압도할 정도라니?
심지어 일반인이 아닌 철혈 연맹의 정예를 상대로 한 싸움인데도 말이다.
‘혹시 파프닐 님이 레벨을 숨겼나?’
물론 그럴 일은 없다.
애초에 이 게임에서 그럴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그러면 대체 파프닐이 어떻게 5 : 1을 할 수 있는가?
그 이유는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아주 간단한 이유.
컨트롤!
***
“씨이발, 좀 맞아라!”
초주검 상태의 철혈진권이 외쳤다.
그 앞엔 마법사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HP가 10% 이하입니다!
-상태이상을 10개 이상 걸렸습니다.
-각 상태이상이 동조해 추가 상태이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MP가 없습니다.
-스태미나가 부족합니다.
눈앞에 뜨는 수많은 상태이상 메시지.
놀랍게도 그동안 철혈진권은 파프닐에게 한 번의 유효타도 먹이지 못했다.
‘대체 이 새끼 레벨이 얼마나 높은 거지?’
철혈 패거리들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들의 레벨은 약 230.
현재 한국 서버 상위 10% 이내에 드는 스펙의 소유자들이었다.
‘무도가 클래스도 못 따라가는 반사 속도라니?’
대몬스터전에서 약한 대신, PVP 스펙이 출중한 무도가.
도적에 버금가는 민첩성과 빠른 공속을 지닌 직업조차도 파프닐에게 유효타를 못 내고 있었다.
“풍신권!”
기회를 보던 철혈진권이 재빨리 다가가 어퍼컷을 했다.
강제로 공중에 띄우는 초속의 스킬.
그러나 파프닐은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고개를 숙여 피했다.
‘스킬 모션이 너무 커.’
파프닐은 눈을 빛내더니 철혈진권의 복부를 그대로 그었다.
“아니, 저게 말이 돼?”
‘되지. 왜 안 되냐?’
경악하는 철혈 검사를 향해 파프닐이 속으로 조소했다.
전고 200m에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다니는 드래곤들을 상대로 타임 어택을 하던 파프닐이다.
드래곤 헌터의 드래곤들은 온갖 마법과 말도 안 되는 신체 능력, 괴악하기 짝이 없는 패턴으로 플레이어들을 시험한다.
전방 헬파이어 브레스, 날개치기에 이은 파편 속에서 꼬리치기.
이 모든 공격을 피하는 것도 어려운데, 그 사이를 파고들어 공격할 수 있는 틈은 1초도 주어지지 않는다.
만약 그 틈을 캐치하지 못하면? 저런 악랄한 패턴이 무한하게 반복된다.
불가능을 해내던 ‘썩은물’들이 현생의 드래곤 헌터들.
파프닐은 그런 드래곤 헌터들 사이에서도 정점에 있던 자다.
휴머노이드 타입의 몬스터 따윈 드래곤 헌터에서 튜토리얼 수준.
바꿔 말하면 이 세계의 랭커급이라 해 봤자, 파프닐에게는 손쉬운 먹잇감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일전의 킹스맨 길드 랭커들처럼 말이다.
‘그놈들이랑 차이라곤 템이 더 좋아서 좀 더 오래 때려야 할 뿐!’
그것도 이제 거의 다 끝나 간다.
파프닐이 생각했다.
‘일단 이놈들 다 잡으면, 수색해서 다른 놈들도 찾아야겠군.’
수일 전 보기론 이곳엔 철혈 연맹 산하 길드들의 길드장들도 있다고 했다.
실력은 평범한 수준이지만 스펙은 최상위 랭커 수준인 보물 고블린들.
이득이 아니라도 어차피 파프닐은 그들을 돌려보낼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산하 길드장 중 유저들에게 도움 되는 놈은 한 명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나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겠지.’
시간을 더 끌 필요 없다.
파프닐이 고개를 끄덕이자, 해골병들이 흉흉한 살기를 뿌리며 검을 치켜들었다.
그때였다.
“컥……! 커어어……!”
등 뒤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베론 님이 사망했습니다.
“……!”
“베론!”
파티원들의 한복판.
피를 토하는 베론의 가슴 한복판에 단검 한 자루가 꽂혀 있었다.
“어?”
“무슨!”
깜짝 놀란 파티원들 사이.
파프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빛을 반사했다.
“……!”
파프닐은 그대로 옆으로 굴렀다.
폼이고 뭐고 다 버린 모습이지만, 살려면 어쩔 수 없었다.
‘여기서 이렇게…….’
옛날 기억을 떠올린 파프닐이 혈마검을 벽으로 휘둘렀다.
카강! 그대로 벽에 튕긴 검이 기이한 각도를 그리며 암살자의 머리 뒤쪽에서 내리쳐졌다.
일반인이라면 볼 수 없는 각도.
그러나 암살자는 가볍게 목을 젖혀 그것을 피했다.
“……!”
“……!”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했다.
‘분명 못 보는 각도였는데?’
‘기척을 죽이고 돌진했을 텐데?’
서로 하나씩 수를 교환한 상황.
“조심해! 네크로맨서가 숨어 있다!”
보고 있던 철혈진권이 소리쳤다.
“네크로맨서?”
순간 암살자가 고개를 갸웃했다.
“얘가 네크로맨선데?”
“뭐라고?”
그렇다면 자신들은 네크로맨서한테 근접전에서 3 : 1로 발렸단 말인가?
아니.
그보다 암살자 기습을 피하면서 벽을 차 다른 각도로 반격할 수 있는 네크로맨서가 있다는 것부터가 어이없는 일이었다.
“도대체 무슨…….”
“잠깐만, 설마 저 녀석 파프닐……! 파프닐 아닙니까?”
옆에 있던 부하가 문득 소리쳤다.
“파프닐이라고?”
파프닐이라면 이해가 간다.
공헌도 랭킹 1위이자, 각 길드의 간부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는 바로 그 플레이어였으니까.
그사이 바닥에 착지한 암살자가 말했다.
“조금 세졌네?”
“그쪽이야말로.”
파프닐도 지지 않고 맞대꾸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드렉슬러와 힐데가 암살자를 보았다.
“아니, 저 사람……. 방금 뭘 어떻게 한 거야?”
“아무래도 랭커……. 같아.”
힐데와 드렉슬러의 예측은 반만 들어맞았다.
암살자, 칠흑의 사신은 랭커는 아니었다.
대신 그 랭커들을 사냥하고 다닐 만큼 강할 뿐!
“겨우 살았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철혈진권이 소리쳤다.
“그런데 너! 왜 이렇게 늦게 와? 부른 지가 언젠데!”
“헛소리하지 마. PVP는 애초에 계약 사항에 없었잖아.”
아무래도 철혈진권과 암살자는 뭔가 거래를 한 듯했다.
그 순간이었다.
암살자를 유심히 지켜보던 파프닐이 손가락을 들며 물었다.
“너 설마 하수도에서 봤던 그……?”
나타난 암살자는 수도 지하 하수도에서 만났던 그 사람이었다.
장비는 좀 바뀌었지만, 몸을 감싼 터번의 형태가 동일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역시 너도 기억하고 있구나.”
가면 속 암살자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그 순간.
“칠흑의 사신!”
“…….”
순간 암살자의 말문이 막혔다.
“아니…….”
“그건 그렇고, 넌 뭔데 철혈 패거리랑 같이 있냐? 쟤네 따까리야?”
파프닐의 질문에 암살자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럴 리가.”
“맞는 것 같은데?”
“……애초에 여기 최초 발견자가 나야. 저놈들은 돈 주고 그걸 산 거고.”
“뭐야, 결국 버스 태워 주는 기사 맞네.”
“…….”
어째 말을 할수록 짜증이 솟구치는 기분이다.
하아아.
한숨을 내쉰 암살자가 단검을 들었다.
“됐고, 죽어라.”
다음 순간 검은 안개가 주변을 덮었다.
깡깡깡! 안개 속에서 번득이는 불꽃!
“파프닐 님!”
“루이시여, 당신의 빛으로 어둠을 밝히소서! 홀리 라이트!”
급히 리하나가 주문을 외웠다.
곧바로 터진 빛이 안개를 몰아내자, 암살자와 파프닐의 모습이 드러났다.
모두의 예상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어?”
고개를 갸웃거리는 암살자.
그리고 멀쩡히 살아서 거리를 벌린 파프닐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때였다면 당장 다 내버려 두고 줄행랑을 쳤겠지만.”
수많은 몬스터를 잡고, 각종 스킬을 얻고 장비까지 맞춘 지금이라면.
저 암살자와도 충분히 해볼 만했다.
“그럼 나도 이제부터 전력으로 가지.”
파프닐이 자세를 잡았다.
***
데굴.
철혈진권은 눈동자를 굴렸다.
“……뭐야?”
무도가인 그에게 있어, PVP는 공장 작업 매뉴얼 같은 것이었다.
일단 정면에서 부딪치고 상대가 강하면 흘려 내는 스킬을 쓰고, 약하면 몸으로 찍어 누른다.
그런 그에게 파프닐과 암살자의 전투는 애들이 하는 땅따먹기나 다름없었다.
“대체 뭐 하는 거야……. ? 왜 붙질 않고 간만 보는데?”
암기만 던지며 간을 보는 암살자.
빙빙 돌며 눈만 마주치는 파프닐.
철혈진권의 시선으론 양쪽 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은신 상태가 활성화됐습니다.
-미감지 상태입니다.
-적에게 들켰습니다!
-은신 상태가 비활성화됐습니다.
-은신 상태가 활성화됐습니다.
-적에게 들켰습니다!
-은신 상태가 비활성화됐습니다.
“……하.”
암살자, 칠흑의 사신이 움찔했다.
‘진짜 죽어도 각은 안 주네……. 저 녀석.’
보통 암살자 플레이어는 어둠 속 한 번의 공격으로 적을 무력화한다.
흔히 말하는 ‘킬각’을 잡는 것.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암살자의 스킬 중 9할 이상에 은신 보너스가 붙어 있기 때문이다.
‘한 번만 잡으면 죽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설령 해골병 뒤에 몸을 숨기고 물러서더라도.
절대로 시야에서 놓치지 않는다.
물론 거기서 그쳤다면 진작 죽였을 터.
그런데 파프닐은 근접전도 잘 받아쳤다.
‘예전엔 별거 아니었는데, 그사이 무슨 변화가…….’
아니, 생각해 보면 그때도 컨트롤은 한가락 하던 녀석이었다.
뒤로 물러난 칠흑의 사신이 물었다.
“너, 네크로맨서 아니지? 히든 클래스지?”
“히든?”
“뭐 데스 소드맨이라든가……. 죽음의 대전사 같은 거.”
‘그런 클래스도 있었나?’
소설 속에서 나오지 않았지만, 여러 히든 클래스가 더 있는 듯했다.
“내가 알려 줄 의무는 없지.”
“하…….”
칠흑의 사신에게서 깊은 한숨이 나왔다.
“원래 이런 데서 그거 쓰면 안 되는데. 계약서에 사인했으니 어쩔 수 없지.”
말을 마친 칠흑의 사신이 아이템을 꺼내 던졌다.
허공에 뜬 아이템의 주변으로 녹색 빛이 일어났다.
-녹화 차단 보석을 사용했습니다.
-10분 동안 반경 100m 내의 모든 녹화, 실시간 송출 등 외부 연결 기능이 차단됩니다.
캐시 샵에서 살 수 있는 몇 안 되는 아이템!
게임 내 기능이 아닌 외부 기능까지 전부 막기에, 가격도 엄청나게 비쌌다.
10m 범위에 1분짜리.
최하급 한 개가 50만 원.
‘못해도 1천만 원은 넘겠군.’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스윽, 칠흑의 사신이 쌍검을 들고 눈을 감았다.
“어둠……. 어둠……. 어둠 속으로. 깊게.”
주문 같은 말을 외우면서 허릴 숙인다.
“뭐야.”
“뭔 똥폼을 잡는 거야? 야! 개지X하지 말고 움직여!”
힐데 일행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 정도면 그나마 양반.
철혈진권은 더 못 참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단 한 사람.
파프닐만큼은 달랐다.
‘저거……. 그거군.’
꿀꺽, 힘을 주고 혈마검을 드는 파프닐.
다음 순간 칠흑의 사신이 소리 없이 사라졌다.
“뭣!”
“블링크인가?”
눈으로 보고 있는데도 놓친 일행들이 당황했다.
블링크?
아니다.
단지 순간적으로 음속을 넘었기에 그렇게 보일 뿐.
‘온다!’
파프닐은 이를 악물고 검을 내리쳤다.
카카칵!
-적의 공격을 완벽하게 방어했습니다.
-검술 마스터리가 상승했습니다.
불똥과 함께 검은 신형이 튕겨 나간다.
몇 차례 뒤로 공중제비를 돈 사신이, 떨리는 눈으로 고갤 들어 물었다.
“너……. 어떻게 그걸?”
어떻게 막았느냐.
파프닐은 대답 대신 씩 웃었다.
‘역시 정면부터 오는군.’
그럴 줄 알고 있었다.
소설 속 칠흑의 사신이 저 스킬을 쓸 때.
놈의 공격은 항상 정면부터 시작한다고 쓰여 있었으니까.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