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91)
91화
호라이즌이 출시되었을 때.
그리고 사람들에게 갓겜이라 인정받았을 때.
가장 열광적으로 반응한 사람들은 다름 아닌 장애인들이었다.
“팔이……. 팔이 있어!”
“이게……. 하하. 하하하하!”
가상현실 속에서 현실의 장애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
새로운 몸을 얻은 장애인 유저들은 현실의 사람들만큼, 아니 그보다 더 뛰어난 활약을 보이며 호라이즌의 네임드들로 자리 잡았다.
인간이 아니라 개도 마찬가지였다.
견왕 행운이.
원작 소설 속에서 이 백구는 플러시의 가장 강력한 창 중 하나였다.
‘동물 플레이어 1위이기도 했었지.’
생각이 길어지다 보니 화가 났다.
그런 걸 공짜로 얻어?
‘이번엔 내가 먼저 가져간다.’
경매에 등록해 뒀으니 남은 시간은 뭘 하든 자유.
그동안 김강한은 느긋하게 진도를 산책했다.
‘기왕 왔으니 삼림욕도 해 줘야지.’
진도 곳곳을 돌아보며 평소 맡지 못하는 자연의 공기를 마음껏 만끽!
앞으로는 게임에 집중해야 하니, 오늘 하루만큼은 다 내려놓고 휴식을 하기로 했다.
“소설 속 세계긴 한데……. 그래도 오랜만에 마시는 현실 공기는 역시 색다른 맛이 있군.”
노천카페에서 차를 마시면서 휴식을 하던 김강한.
‘누가 보면 미쳤다 하겠군.’
5천만 원이나 되는 거금을 개에 투자하는 일.
누구든 미쳤다고 할 테지만, 김강한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소설 전개상 호라이즌은 전 지구를 덮고, 나중에는 화성이나 달의 테라포밍 콜로니에서도 하게 된다.’
소설 속 세계는 우주 개발도 어느 정도 진행되었기에, 자원이나 땅 문제도 (주)타이탄이 해결하고 있었다.
그 (주)타이탄이 올인한 게 바로 이 호라이즌인데, 그곳에서 가장 믿을 만한 동료를 구하는 일이라면 50억도 아깝지 않았다.
‘소문이 퍼지진 않았을 테니, 8천만 원 정도면 큰일이 없는 이상은 문제없이 구매할 수 있다.’
사전에 정보도 없는데, 설마 다리 한쪽이 없는 개를 누가 사겠는가.
플러시처럼 말도 안 되는 운은 없지만.
평범한 사람으로서 장담컨대, 이 정도면 정말로 문제가 없는 게 정상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경매를 해야 한다고요?”
“그려.”
시간이 되어 돌아온 파프닐에게 노인이 말했다.
“어떤 젊은이가 아수라견의 종자들을 전부 산다고 입찰해 놓았다네.”
“…….”
누군지 물어보는 건 견원회에 의해 금지되어 있다.
고민하는 김강한에게 노인이 말했다.
“만약 누가 물어보면 이렇게 전해 달라더군.”
“네?”
“오성그룹의 이시우가 입찰했다고.”
이시우라면 다른 과시욕 넘치는 부자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역시 그 녀석도 알고 있군.’
파이브스타 길드의 주인이자, 오성그룹의 삼남 이시우.
형제들과 달리 가상현실 내에 일찌감치 투자한 그는, 추후 그것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둬 오성그룹을 역으로 흡수해 버린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 플러시의 최대 적이자, 내버려 두면 전 세계 거대 길드들을 전부 제패하고 압도적으로 큰 세력을 만드는 거물.
‘그만큼 게임에 미쳤으니 이 정보도 미리 모은 거겠지.’
원작에서는 사지 않았지만, 지금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럼 가 볼까?’
경매 시작 시각이 되자 김강한은 아까의 가게로 향했다.
“이 녀석은 독일산 명문 블랙 하운드 하인리히. 가격은 1만 달러부터!”
“1만 2천!”
“1만 2천 5백!”
개 시장의 경매는 가게별로 따로 한다.
한 곳에 많은 투견이 모이고, 분위기까지 고조되면 필연적으로 개들 간 싸움이 나기 때문이다.
‘다 상품인데 서로 싸우면 손해거든.’
현재 운용 중인 방식은 상인마다 사람들을 모아 경매를 진행하는 것.
재래시장 같은 분위기이지만, 의외로 거래는 확실히 되고 있다.
견원회를 적으로 돌리면 귀찮아질 걸 아니, 다들 문제를 피하며 투견들을 사고팔기 때문이다.
“왔구먼.”
아까의 가게로 가자 노인이 고개를 까닥였다.
그 앞엔 검은 선글라스를 낀 남자 여럿이 서 있었다.
“이분이군요.”
선글라스 남자 사이.
조각 같은 미남자 한 명이 나섰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시우라고 합니다.”
“같은 경매의?”
“그렇게 되었습니다.”
개, 진돗개는 처음부터 주인이라는 걸 각인시켜 주어야 한다.
이 때문에 이시우도 하루를 쉬고 직접 이곳에 행차한 것이다.
“어떤 품목들을 노리고 계신지?”
“전부. 이 녀석들 전부 사려고 합니다.”
“흠…….”
한 가지 테스트해 볼 게 있었다.
김강한이 물었다.
“그럼 저 백구라도 양보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어차피 저놈은 싸움판에 들어가도 제대로 싸우지 못할 것 같은데.”
“글쎄요……. 길고 짧은 건 재 봐야 아는 일 아니겠습니까?”
방금 문답으로 김강한은 확신할 수 있었다.
‘역시나 알고 있군.’
곧 개 전용의 가상현실 캡슐이 나오며, 그것으로 개들을 전력화시킬 수 있다는 특급 정보!
소설을 봐서 알 수 있지만, 이시우는 그 정보를 미리 입수한 게 틀림없었다.
“그쪽도 경쟁자분 같은데, 이건 어떻습니까?”
이시우가 손짓하자, 부하 한 명이 종이 가방 하나를 내밀었다.
안에는 노란 신사임당 수백 장이 들어 있었다.
“3천만 원입니다.”
“……!”
“경매로 가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기왕이면 서로 편하게 가시죠.”
말하자면 이 돈을 줄 테니 경매를 포기해 달라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충분히 받아들이고도 남을 거래긴 하다.
‘하지만 플러시의 개를 포기할 순 없지.’
김강한은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저도 아수라견의 종자가 필요해서.”
“이런……. 좋게 가려 했는데.”
만약 다른 곳이었다면 경호원들이 뭔가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시장은 견원회의 영역이니 끝까지 거절하면 방법이 없었다.
“어쩔 수 없지요. 다리 없는 녀석에 1억. 다른 녀석들은 3억에 사겠습니다.”
“……!”
단숨에 최초 경매가의 두 배의 금액을 불러 버리는 이시우.
‘허용 금액이 8천인데.’
이대로라면 돈에 밀려서 뺏기게 될 상황.
그때였다.
띠링, 스마트폰에 알림이 왔다.
-입금자 : 호라이즌 마켓
-금액 : 50,000,000원
-내용 : 환전 금액 입금.
제라르와 활빈당에게 아이템을 매각했던 금액.
거기에 루디우스와의 방송에서 얻은 개런티까지 한꺼번에 들어온 것이다.
‘1억 3천……. 사전에 연락했던 대로 탄환을 들여오긴 했는데, 이건 거래가 성사되어도 오히려 손해로군.’
플랜B로 전환할 때다.
김강한은 어깨를 으쓱하고 가격을 제시했다.
“1억 5천.”
“……2억.”
예상대로의 가격 제시.
오성그룹의 로열패밀리를 동요시키려면, 최소 몇십억 단위가 아니고선 불가능했다.
“이런.”
김강한은 슬쩍 두 손을 들어 보였다.
그것으로 경매는 끝이 났다.
컹컹컹!
멍멍!
개장 안에서 짖는 개들을 챙기는 정장 남자들.
“그럼 이만.”
이시우가 움직이자, 남자들이 그 뒤를 따랐다.
그때였다.
“뭐죠?”
“거래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거래? 거래는 아까 끝난 거 같은데요.”
차갑게 내뱉은 이시우가 김강한을 지나쳐 갔다.
“파이브스타 길드마스터 이시우.”
이시우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가 파이브스타의 길드마스터라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김강한은 눈을 감았다.
“그 개를 제게 넘겨준다면, 구미가 당길 만한 제안을 하겠습니다.”
또각또각.
“추정 레벨 300대 이상의 던전.”
또각또각또각.
“아무도 모르며, 등급은 최소 레전더리급 이상.”
구둣발 소리가 멈춰 들었다.
“그에 더해서 곧 벌어질 전쟁에서 제게 단 한 번, 의뢰를 할 수 있는 요청권을 드리도록 하죠.”
김강한이 눈을 뜨고 뒤를 돌아보았다.
오만하게 턱을 치켜든 이시우가 눈을 가늘게 뜨고 김강한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었다.
“정말입니까?”
김강한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걸려들었다.
***
경매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카페.
원래도 한적한 곳이지만, 지금은 말 그대로 사람 한 명 보이지 않았다.
이시우가 카페의 영업시간을 사들였으니까.
“던전의 위치와 정보를 주는 대신, 아수라견의 종자를 받으시겠다고요?”
김강한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레벨 300대 이상의 던전. 값어치는 예상하실 수 있겠죠?”
이시우가 곁눈질하더니 턱을 움직였다.
“확실한 거 같습니다.”
병풍처럼 서 있던 비서가 조용히 대답했다.
‘커피숍을 빌린 지 10분밖에 안 됐는데 벌써?’
김강한은 이곳에 들어선 직후, 이시우에게 자신이 아는 던전의 위치에 대해 알려 주었다.
그곳은 추후 소설 속 전개에 따라 등장할 곳. 사실은 자신조차 가 본 적 없었다.
“사실인 거 같군요. 이런 곳을 대체 어떻게 아신 겁니까?”
“제가 아까 두 가지 제안을 드렸죠? 곧 벌어질 전쟁에 제가 큰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김강한은 커피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제가 바로 만병왕 김철입니다.”
이시우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 그 만병……왕 김철 님이셨군요. 어쩐지, 품종 좋은 투견을 구하러 오는 플레이어라, 과연 누구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시우의 태도가 좀 공손해졌다.
만병왕 김철.
현재 한국 랭킹 100위 안에 드는 랭커이자, 외로운 독고다이 플레이어.
히든 클래스로 알려진 김철은 대형 길드의 PVP 척살조를 박살 내기도 하고, 혼자서 5인 던전을 공략하기도 하는 것으로 유명한 초고수였다.
‘하지만 커뮤니티에 글도 안 쓰고, 인맥도 별로 없는 편이라, 사칭하기에는 안성맞춤이지.’
이시우가 믿는 눈치이자, 김강한은 속으로 조소했다.
만병왕 김철. 이건 스스로 부르는 이름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그를 만병신이라 불렀다.
무차별 PVP는 물론, 공략 중인 던전에 뒤따라 들어가서 몬스터뿐만이 아니라 유저도 다 죽이기도 하고, 아이템에 광적인 집착을 보여 좋은 무기를 가졌다 소문난 유저를 스토킹해서 강탈하기까지 하는 상또라이였다.
‘바꿔 말하면 그만한 악명에 개차반 짓을 하고 다니면서도 대형 길드의 척살조를 오히려 사냥하는 입장이 되고, 유저가 아무리 숨어도 쫓아다니면서 기어코 아이템을 얻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란 말이지.’
이시우는 솔직히 김철의 능력을 높이 샀다.
온갖 고수들과 자본주의 단체들이 범람하는 호라이즌에서, 떠돌이 고수란 건 그만한 능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럼 김철 님께서 제 의뢰를 들어준다는 말씀이군요, 아수라견의 종자를 대가로?”
“예, 여기 계신 분들도 아시다시피 제가 실력 하나는 있는 편이죠.”
이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철은 저렇게 대놓고 악행을 벌이면서도 ‘용병’으로 자주 활동했다.
‘김철. 실력 하나는 알아주는 플레이어지.’
실력에 걸맞게 고액의 의뢰비를 요구하는 편.
그뿐만이 아니라 제 마음에 들지 않는 의뢰는 받아 주지 않는 걸로도 유명했다.
‘하지만 평소의 행실과 다르게, 의뢰인의 뒤통수만큼은 치지 않는다는 신조가 있는 남자다.’
“한 가지만 물어보죠. 아수라견의 품종견은 왜 분양받으려는 겁니까?”
‘역시 이시우, 손쉽게 넘어오지는 않는다. 내가 진짜 김철인지 알아보려는 속셈이겠지.’
김강한은 그리 생각하며 여유롭게 답했다.
“곧 호라이즌에 펫 시스템이 추가되지 않습니까? 그것도 좀 특이하게요. 동반자 업데이트였나.”
“그걸 어떻게……?”
“의뢰인 중에 관련 종사자가 있어서요. 그걸 대가로 받았죠.”
‘정말 김철이 맞군.’
이시우가 눈을 감았다.
“좋습니다. 정보와 신원은 확실한 거 같군요.”
“그럼 제안을 받아들이는 겁니까?”
“아수라견 품종 분양……. 아쉽긴 하지만 한 마리 드리겠습니다.”
“이왕이면 검은 녀석으로 주시면 좋겠군요.”
“아, 잠시만요.”
이시우가 손을 들었다. 그러자 비서가 다시 걸어왔다.
“확인해 본 결과, 유적 발굴에는 최소 50억 이상의 금액이 들 것 같습니다.“
“그 말씀은…….”
“던전을 발굴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을 계산해 보았을 때, 아무래도 3억까지 가치가 올라가진 않을 것 같다, 그런 말입니다.”
부동산도 강남이나 강북, 학군 및 기피 시설의 유무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개발이 어렵거나 주변 퀘스트에 따라서 얼마든지 조건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 손해 보는 셈 치고 아수라견의 종자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이.”
“예.”
정장 남자 한 명이 개 장을 들고 왔다.
그 안엔 오른쪽 앞다리가 없는 강아지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었다.
“여기, 약속한 아수라견의 종자입니다.”
김강한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정보를 받았으니 아쉬울 건 없다. 지출은 최대한으로 줄이겠다는 계산이로군.’
오성그룹의 로열 패밀리에게 있어 손해를 줄이는 건 숨 쉬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일이었다.
“분명 처음 약속은 검은 녀석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죄송합니다만 그 이상의 손해는 저도 감수하기 꺼려져서요. 싫으시다면 없던 일로 하지요.”
정보는 이미 알려졌으니 물러 봤자 김강한 측의 일방적인 손해다.
던전 정보를 받고 반쪽짜리 강아지를 넘겼다.
철저하게 합리적인 결론이다.
‘……라고 생각하겠지.’
“받아들이신 모양이니 그럼 가 보겠습니다. 다들, 이만 가자고들.”
“예.”
대답이 없자 고개를 끄덕인 이시우가 먼저 일어섰다.
정장 부하들이 차례차례 그 뒤를 따랐다.
김강한은 그들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후우…….”
커피가 점차 식어 갈 즈음.
김강한은 이시우의 그릇에 놓여 있던 카스테라를 들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네 뜻대로만 되지는 않을 거다.’
어차피 이시우도 쓰러뜨려야 할 적이다.
플러시를 주로 신경 쓰기야 하겠지만, 그와 별개로 손해를 입힐 수 있다면 기꺼이 입히는 게 맞았다.
‘하기야 저쪽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
틀림없이 엄청난 이득이 되는 히든 던전을 값싸게 후려쳤다고 생각하고 있으리라.
거짓말은 아니다.
소설 속 내용대로라면, 그 유적을 발굴할 시 확실히 이득을 낼 수 있긴 했다.
‘지금은 호구 잡았다고 생각하라고. 그 던전에 뭐가 있는지는 나중에 천천히 만끽하고.’
김강한이 씨익 웃었다.
막대한 유물, 강력한 히든 피스 등이 산재된 고대 던전.
그런 곳을 언젠가 적이 될 파이브스타 길드에게 넘긴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파시파에의 던전.
그곳은 소설 속 먼치킨 주인공 플러시조차도 고생하는 ‘재액’이 사는 곳이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