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97)
97화
알루인 황야.
바란왕국 서남부에 넓게 펼쳐진 광대한 평원이다.
비록 황야라 이름 붙여지긴 했지만.
왕국의 곡창 지대 못지않게 풍요로운 곳이기도 했다.
오크 침공 당시, 전 국토가 오크들에게 당했지만, 이곳은 멀쩡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곳에 자유도시 알루인이 있기 때문이다.
“모험가 파프닐……. 통과.”
경비병들은 별달리 제지하지 않고 들여보냈다.
하루에도 수천 명의 모험가가 들어왔다 나가니 딱히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오, 엄청난 도시구만.”
파프닐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산처럼 거대한 성채와 성벽.
그 안에는 화려한 거리가 펼쳐져 있고, 거리에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역시 유저들의 중심지라 불릴 만해.’
알루인시는 왕국 속의 왕국 같은 곳이었다.
바란왕국의 고위 귀족인 가프 대공의 직속 영지.
왕국이 분열되고 오크가 날뛰는 지금.
오크도, 왕국군도 이곳을 건드리지 않고 있기에, 수많은 유저가 이곳으로 몰렸다.
‘고윈 대공이랑 뭔가 얘기가 있었겠지.’
가프 대공은 왕국의 공작이지만, 왕국이 침공받았을 때 방어를 이유로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먼저 치진 않겠지만, 들어오는 놈은 가차 없이 죽인다는 강력한 의지!
‘일단 여기서 해야 할 일은 세 개다.’
성문 안으로 들어온 파프닐이 생각했다.
첫째는 갑옷을 녹여 줄 대장장이를 찾는 것.
카라미트의 다크 미스릴 갑옷을 녹이고 새로운 갑옷을 만들 생각이었다.
‘그 갑옷은 못 쓰니, 새로 대장장이를 찾아서 만들어야지.’
둘째는 굴드가 지시한 퀘스트를 완수하는 것이다.
알루인 황야 어딘가에 있을 흑마법사 레헬른의 자취를 찾기.
알루인 자유도시는 대도시지만, 지역 전체로 보면 점 하나에 불과하다.
광대한 황야 필드를 뒤지고, 수많은 촌락에서 정보를 모아야 비로소 흑마법사 선발대를 찾을 수 있었다.
‘유망한 유저 편입……. 이건 굳이 여기서 안 해도 되는 거니까 나중으로 미뤄 두고.’
가장 급한 것은 다름 아닌 정보.
‘정보 길드도 있겠지만……. 거긴 내 행적이나 자료가 노출될 위험이 있다.’
그보다 더 적절한 곳이 있기도 했다.
자유도시의 뒷골목.
줄줄이 늘어선 간판들을 쭉 보던 파프닐이 한 곳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쇼, 손님.”
“뭐 시키실 거라도?”
들어간 곳은 평범한 술집 같은 곳이었다.
카운터로 간 파프닐이 말했다.
“상하이 조 한 잔.”
“아, 네.”
바텐더가 검은 칵테일을 가져왔다.
잔을 비운 파프닐이 말했다.
“맛있군.”
“감사합니다.”
대답하는 웨이터에게 파프닐은 4골드를 내밀었다.
“4달러.”
“……!”
웨이터는 주점 안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몇 명을 양옆에 두고 나왔다.
가운데 있던 험상궂은 인상의 거한이 고개를 숙이고 물었다.
“킨도르한 형님이 보내셔서 오셨습니까?”
겉으로는 주점을 가장하고 있지만.
사실 이곳은 킨도르한을 우두머리로 둔 우미간파의 지점이었다.
“그냥 아는 사이입니다. 킨도르한에게 지부들을 좀 도와 달라고 부탁을 받아서.”
“오오…….”
“공짜는 아니고……. 몇 가지 정보가 필요한데, 혹시 여기서 구할 수 있을까요?”
“그게 저희 본업 중 하나입니다.”
이쪽으로.
그렇게 말한 험상궂은 인상의 거한은 파프닐을 VIP 룸 한 곳으로 안내했다.
“들어오시죠.”
거한이 나간 지 얼마 후.
방 안으로 여러 명의 사람을 양옆에 거느린, 깔끔한 인상의 청년 한 명이 들어왔다.
“환영한다.”
깔끔한 인상의 청년이 말했다.
“난 지부장 트윈블레이드. 트블 님이라 부르도록.”
트윈블레이드.
과거에 이 자유도시의 뒷골목을 지배하던 밤의 왕이었다.
비록 킨도르한에게 패배한 뒤 산하로 들어갔지만.
직속 부하가 아닌 협력 업체의 사장 같은 관계였다.
“당신이 여기 지부장…….”
“킨도르한이 아주 신신당부하며 부탁하더군. 최대한 사정 좀 봐 달라고.”
트블이 혀를 찼다.
“하지만 나한테는 안 통해. 접대만 받다 갈 거라 생각하고 왔다면 큰 오산이야.”
말을 꺼내기도 전에 딱 잘라 선언하는 트블이었다.
“아니, 나는 그런 게 아니라…….”
“됐고, 대우를 받고 싶으면 여기 일부터 처리해 줘야겠어.”
상대가 파프닐이란 사실은 밝히지 않아 달라고 말했더니, 친한 사람의 접대 같은 걸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강패 일 중에 수금이 있는 건 알고 있지?”
“그렇긴 한데…….”
“그럼 설명이 편하겠군. 우리가 수금하는 곳은 이 근처 H1~H36번 거리. 그리고 L1~L13번 구역.”
트블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최근 수금조만 보내면 자꾸 놈들에게 습격을 당해서, 네가 그 호위를 해 줬으면 한다.”
“흠……. 알겠습니다.”
파프닐이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이자, 트블이 덧붙였다.
“설마 킨도르한에게 따질 거라면 그만두는 게 좋아. 녀석한테 지긴 했지만 내가 그 따까리는 아니니까.”
“…….”
파프닐은 곤혹스러운 기분을 감췄다.
‘아무래도 날 협력 조직의 부하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현재 그의 직위는 말하자면 조직 전체의 명예 회장.
트블은 물론, 킨도르한보다도 훨씬 더 높은.
나라로 치면 왕 위의 상왕 같은 존재였다.
‘어떻게 말해야 이 오해를 잘 풀 수 있을까…….’
그때였다.
막 파프닐이 고민에 잠길 무렵.
드르륵, 문이 열리고 수하가 들어왔다.
“형님, 일이…….”
“무슨 일이야?”
트블의 호통에 달려온 부하가 대답했다.
“놈들이 또 왔습니다. 지금 밖에…….”
“하, 또 그 새끼들인가…….”
“그 새끼들?”
“신참은 아직 몰라도 돼. 일 벌어지기 전에 가만히 있어. 나머지 애들은 다 나 따라와라!”
슥, 연장을 챙기고 나가는 트블.
‘아무래도 뒷골목 조직 세력 간 다툼이 있나 보군.’
알루인시는 수도에 못지않은 대도시.
각 세력 간 PVP는 허용되지 않지만, 뒷세계 일처럼 기존에 있던 콘텐츠는 예외였다.
“퀘스트만 빨리 하고 떠나려고 했는데…….”
킨도르한의 조직이라면 내 조직이기도 하다.
파프닐은 처음 안내를 맡았던 험상궂은 사람을 불렀다.
“혹시 닉네임이?”
“저요? 아. 저는 덕구입니다.”
‘어떻게 닉네임이 덕구?’
파프닐은 한 차례 헛기침을 한 뒤 말을 이었다.
“잠시 뭣 좀 물어봐도 될까?”
“네? 네.”
“일단 저 밖에서 깽판 치는 애들은 누구지?”
“그게……. 황룡파라고, 저희 조직이랑 경쟁 중인 조직입니다.”
“경쟁? 구역 협상이 잘 안 됐나 보군.”
순간 덕구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애초에 저놈들과는 같이 못 삽니다.”
“왜요?”
“그게……. 저놈들, 중국 계열이라 하오샹디? 호형제가 아니면 무조건 밀어내 버리거든요.”
“……!”
나라마다 서버가 다르지만, 중국인이면서 한국이나 일본, 유럽 서버를 쓰는 중국인들도 많았다.
대륙 간 항해가 가능해지면 인구와 자본을 바탕으로 엄청난 세력이 되는 중국계!
‘게다가 그쪽 조직은 한번 거점 잡으면 지독하게 안 물러나기로 유명하고.’
“그럼 수금하다가 습격받는다는 것도 저 녀석들 짓인가?”
“예에. 같은 한국 사람은 어떻게든 얘기가 되는데, 중국계 놈들은 그냥 막무가내로 PVP를 걸어서 때려죽이고 있지요.”
이쪽 파벌도 아직 상당히 크기에 밀리는 건 아니다.
다만 인원수와 자본에서 차이가 크다 보니 이런 자잘한 습격을 당하는 건 감수해야 했다.
“그럼 저놈들 총대장은 위청이겠군.”
중국계 조직이라면 소설 속에서 몇 번 나온 걸 본 적 있었다.
파프닐의 말에 덕구가 고개를 내저었다.
“위청이요? 에이, 아닙니다.”
“아니라고?”
“예. 그 녀석은 행동대장이고, 총대장은 진평위란 놈입니다.”
‘총대장이 진평위라고? 그럼 아직 위청이 사자왕의 심장을 얻지 못했나?’
사자왕의 심장(임모탈).
알루인 황야에 잠들어 있는 히든피스로, 평범한 유저였던 위청을 최강자까지 끌어올려 준 엄청난 물건이다.
“혹시 황야 남쪽 탐사는 어디까지 되었는지도 알고 있나?”
“탐사는 지금……. 한 1/3 정도까지 갔다곤 알고 있습니다.”
“1/3이라……. 아직 탐사가 안 끝났군.”
그렇다면 생각이 맞아떨어진다.
‘재밌네, 일단 그거나 먹어 볼까?’
그러려면 일단 알루인시의 뒷세계를 장악해, 영향력을 만들어야 했다.
킨도르한의 산하 조직인 것에 이어서.
이 조직에 투자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다.
‘좋아.’
일단은 도핑부터!
파프닐은 덕구에게 말했다.
“이거 다 먹어도 되나?”
“네? 아. 네.”
대상은 식탁 위에 남은 요리들.
파프닐은 스테이크와 와인 등을 곧바로 입에 털어 넣었다.
그 순간이었다.
“푸후웁!”
마치 고무를 씹고 깡소주를 마시는 듯한 식감!
“이……. 이거 무슨…….”
상한 건가 싶었지만 멀쩡한 걸 다시 먹어 봐도 마찬가지였다.
“이 요리들 혹시 문제가 있나?”
“잠깐만요.”
스테이크를 한 점 먹어 본 덕구가 고개를 저었다.
“멀쩡한데요?”
“그래? 다른 것들도 다?”
“네. 이상 없습니다.”
“그럴 리가……. 잠깐만.”
파프닐은 무언가를 깨닫고 말끝을 흐렸다.
‘설마?’
식사 중 포크나 나이프, 숟가락에 혀가 닿을 때마다 느껴지는 단맛.
‘요리가 아니라 금속에 맛을 느끼게 되었잖아!’
어떤 요리를 먹어도 끔찍한 맛이 느껴지고, 포크를 혀로 핥으면 달콤한 사탕이나 먹음직스러운 고기를 맛보는 느낌이 든다.
‘메탈 담피르의 특성인가…….’
식도락을 즐기려면 음식 대신 금속을 먹어야 하는 운명이 된 것!
뱀파이어들은 강력한 힘 대신 특성에 따라 여러 제한을 받는데, 이것도 그중 하나였다.
-송아지 안심 스테이크를 먹었습니다.
-체력이 -1 하락했습니다.(10분)
-블러드 와인을 마셨습니다.
-힘이 –1 하락했습니다.(10분)
심지어 스테이터스 효과까지도 디버프로 변환되었다.
‘아예 섭취 버프가 없어진 건 아닐 텐데……?’
대안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철을 섭취했습니다.
-힘 스테이터스가 +5 상승했습니다.(10분)
-스테인리스를 섭취했습니다.
-이동속도가 3 상승했습니다.(10분)
‘……진짜 지독한……!’
음식 대신 쇠를 먹어야 맛을 느끼고, 버프를 받을 수 있게 된 것.
‘하는 수 없지.’
의외로 나이프와 포크, 젓가락은 꽤 맛있었다.
식기와 음식을 다 먹은 파프닐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님! 바깥은 지금 위험하니 일단 여기에…….”
덕구의 말에 파프닐은 고개를 저었다.
“도와 달라고 부탁받았으니 도와줘야지.”
더불어 내 조직이기도 하고.
“아, 혹시 창 남는 거 있냐?”
“창이라면……. 여기 하나 있긴 한데…….”
슥, 가게에 전시되어 있던 일반 창을 내미는 덕구.
“고맙다.”
파프닐은 그걸 받아 들고선 천천히 밖으로 걸어 나갔다.
***
“드디어 기어 나오시는구만.”
우미간 지점이 있는 3번가의 입구.
메기수염을 가진 근육질의 남자가 수십 명의 부하를 거느린 채 말했다.
맞은편에는 주점에서 나온 우미간 패거리들이 늘어서 있었다.
“진평위! 또 너냐?”
우미간패 한가운데.
쌍검을 든 트블이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
“지난번에 그리 맞고 갔으면 이제 그만 포기할 때도 되지 않았냐.”
“갈! 오늘은 기필코 네놈들 간판을 내릴 거다.”
강패들 사이에서 간판을 내린다는 건 곧 이 도시를 포기한다는 뜻!
한숨을 내쉰 트블이 말했다.
“너네 누런 지렁이 간판 따위 별로 갖고 싶지도 않은데…….”
“누런 지렁이? 이 새끼가 우리 황룡파를 모욕해!”
진평위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황룡파는 중국 서버의 대조직인 황하파를 뒷배로 둔 갱 조직.
항상 그 사실에 자부심 넘치는 진평위였는데, 저런 소릴 들으면 열이 뻗치는 것도 당연했다.
“흐흐, 트블 네가 그렇게 지껄이는 것도 여기까지다.
이를 악문 진평위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엔 지난번처럼 꼼수는 못 부릴 테니 말이야.”
“……?”
“얘들아!”
진평위의 고함성에 부하들이 양옆으로 비켜났다.
그러자 그 자리에 누워 있는 유저와 NPC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애들이잖아! 너 이 새끼…….”
“수금 다니던 걸 잡았지.”
히죽 웃은 진평위가 말했다.
“지금은 마비만 시켜 놨는데, 너 하기에 따라 달라진다.”
“……설마 쟤네들을 인질로 물러나라고 협박할 셈은 아니겠지?”
“그럴 리가.”
뒷골목 세계, 특히 가상현실에서 인질극은 현실보다 한참 더 가치가 떨어진다.
할 수 있는 최대가 인질 죽이기인데, 그래 봤자 며칠 뒤에 다시 재접속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돌려받는 조건은 간단해.”
“뭐냐?”
“얘네들 다 끼고 싸우면 우리 손해가 이만저만 아닐 거 아냐?”
대규모 PVP를 할 시, 승자는 큰 이득을 얻지만 크게 보면 결국 사라지는 경험치와 골드가 더 많다.
특히 갱들의 싸움은 일단 밀리면 순식간에 전멸당하는 게 일상!
“그러니까 머리끼리 일대일로 붙어서 끝내자고. 애먼 애들 고생시키지 말고.”
“…….”
트블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은 지킬 거냐?”
“물론이지. 황룡파의 간판에 걸고 맹세하지.”
“……잠시 생각할 시간을 다오.”
“얼마든지.”
씨익. 음흉하게 미소 지은 진평위의 눈에 독기가 어렸다.
‘어차피 너희들은 무조건 질 테니까.’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