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98)
98화
왕자지왕(王自之王).
호라이즌 출시 이전 중국 대륙을 지배하다시피 하던 VR 게임.
샤오 헤이는 왕자지왕의 프로게이머였다.
호라이즌처럼 풀 다이브의 100% 리얼한 가상현실 게임은 아니지만, 모션 캡처를 이용해 신체 움직임을 재현.
왕자가 되어 왕이 되기 위해 싸워야만 하는 배틀로열 게임이 바로 왕자지왕이었다.
샤오 헤이의 별명은 구패왕.
온라인 대전 승률 약 80%.
연습실 평가전 승률 100%.
실력만 따지면 살아 있는 전설이라 불릴 만한 존재였다.
그러나 그는 불운했다.
왕자지왕은 배틀로열 게임답게 매 판 스테이지가 새로 시작되는 방식.
샤오 헤이는 내전 및 온라인 랭킹전에서는 패배하지 않았지만, 대회에서는 매번 고배를 마셨다.
여덟 번의 준우승, 한 번의 3위, 스물세 번의 토너먼트 광탈.
그런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호라이즌.
매번 새로 시작되는 왕자지왕 같은 매칭 게임이 아닌, 레벨와 능력치가 누적되는 RPG.
‘이곳에서라면 난 지지 않는다.’
거액의 스카우트를 받고 한국 서버에서 시작한 샤오 헤이는 실제로 지금까지 무패를 자랑했다.
그가 바로 커스드였다.
“부탁드립니다.”
“음.”
커스드가 앞으로 나서자, 우미간에서도 한 명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크하하, 트블 님이랑 싸우려면 나 먼저 쓰러뜨려라. 이놈들아!”
방패와 오른손을 마주 부딪치는 전사 유저 데르하임.
뒷골목 싸움답게 누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곧바로 전투가 시작되었다.
선제공격은 데르하임의 것이었다.
“워 크라이!”
포효가 울려 퍼지자, 레벨이 낮은 조직원들이 귀를 틀어막았다.
“워 크라이라고? 저거 레벨 270은 찍어야 쓸 수 있는 거잖아!”
중국계 조직원들이 경악했다.
270레벨이면 진평위는 물론 트블보다도 더 높다.
하물며 저 앞에서 싸우는 커스드의 레벨은 고작 225!
“아직 안 끝났다! 배쉬!”
기선을 제압한 데르하임이 몸으로 돌진했다.
휘릭, 옆으로 피하는 커스드를 계속 쫓으며 도끼를 휘두르는 모습.
‘오, 대장전인가.’
파프닐은 가게 안에서 전투를 지켜보았다.
‘방패 전사 데르하임 대 창술사 커스드라…….’
근거리 직업 상대에서 방패만큼 이점을 가진 장비는 드물다.
단단한 금속 벽은 창이나 검날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고.
적의 공격을 막은 뒤엔 얼마든지 주도권을 잡고 역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공략법은 원거리에서 화살이나 마법을 계속 때리는 것.
지금 같은 상황에선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래도 저 승부……. 데르하임이 지겠군.’
파프닐은 표정을 굳혔다.
‘저렇게 행동이 전부 읽혀서야……. 아무리 상성이 좋아도 답이 안 나오지.’
격투 게임에서 아무리 좋은 캐릭을 골라도 실력에 따라 밀려나는 것과 같은 경우다.
시간이 지나자 승패가 뚜렷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헉……. 헉……. 헉…….”
온몸이 피에 절어 헐떡이는 데르하임.
반면 상대방은 숨도 차지 않은 멀쩡한 모습이었다.
마치 사냥꾼이 서서히 맹수의 숨통을 끊어 가는 것처럼.
결투 내내 단 한 번의 반격이나 공격도 허용치 않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덕분이다.
-데르하임 : 2%
-커스드 : 100%
이게 가능한 건 단 한 가지 이유밖에 없었다.
실력 차이. 그것도 압도적인!
“티어가 너무 차이 나는데.”
“……으아아아아!”
커스드가 독백했다.
순간 참다못한 데르하임이 달려들었다.
“안 돼!”
트블이 경악해 외친 순간.
옆으로 도끼를 가볍게 피한 커스드가 창을 휘둘렀다.
-데르하임 님이 사망했습니다.
“맙소사.”
“270레벨이 넘는 고렙 유저를 어린애 손목 비틀 듯이…….”
우미간파 유저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후후후…….”
진평위의 메기 입술이 히죽 올라갔다.
중국계 유저로서 랭킹에 든 뒤.
수많은 의뢰를 받아 100%의 완수율을 찍은 커스드.
그런 그를 초청하기 위해 진평위는 수천만 원의 돈을 썼다.
‘하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우미간만 몰아내면 이 도시의 뒷골목은 사실상 황룡파의 독점 체제.
자유도시 알루인 전체를 먹는다면 그 정도 지출은 두 달 만에 상환할 수 있었다!
-일대일 PVP가 끝났습니다.
-승리자는 커스드입니다.
‘씨발…….’
한편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트블의 등골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좆 됐다……!’
트블은 자신이 커스드와 싸우는 걸 상상해 보았다.
‘못 이긴다. 죽었다 깨어나도.’
그 사실을 인정하자 선택지는 하나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일단 지금은 항복하고 구역을 넘겨줄 수밖에!’
조직원들의 레벨 다운은 어떻게든 막은 뒤, 보고 후 올 킨도르한의 지원을 기다리는 것.
그게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젠장, 내가 좀만 더 강했다면…….’
트블은 이를 악물었다.
갱스터 놀이를 할 시간에 좀 더 힘을 길러야 했다.
강한 몬스터를 잡고, 스킬 숙련도를 쌓으며 실력을 키웠다면.
저런 놈한테 항복할 일 따위도 없었을 텐데.
“포션.”
벌컥벌컥.
회복 포션을 한 병 비운 커스드가 트블 쪽을 돌아보았다.
“우미간엔 이런 애송이들밖에 없나? 빨리 다음 놈 나와 봐.”
“……복이다.”
“음?”
항복할 테니 조직원들에겐 손대지 마라.
막 트블이 그 말을 꺼내려던 순간이었다.
“아직 안 끝났지?”
철컹. 철컹.
주점에서 검은 머리카락의 미청년이 걸어 나왔다.
적당히 긴 머리에 날카로운 인상.
손에는 가게에서 장식용으로 세워 둔 창 한 자루를 든 모습이다.
“엉?”
“저건 또 뭔…….”
우미간 갱들은 처음 보는 사람의 등장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사이 트블이 소리쳤다.
“네가 나설 일이 아니야! 저놈이 뭐 하는 놈인진 알아?”
“그야 모르지.”
소설 속에 나오지도 않았던 인물을 어떻게 알겠는가.
“근데 뭐……. 해볼 만하겠던데?”
파프닐은 창을 들고 나섰다.
“자, 잠깐…….”
“다음 상대는 너냐?”
“그래.”
파프닐은 씩 웃으며 말했다.
“들어와 봐. 실력 좀 볼까.”
***
파프닐과 커스드는 창을 들고 마주 섰다.
잠깐의 방심도 죽음으로 이어지는 결투.
비록 가상현실이지만.
긴장감은 현실의 싸움보다 더했다.
슥.
커스드는 창을 들고 조금씩 앞으로 휘둘렀다.
파프닐이 다가가면 살짝 뒤로 빠졌다.
‘영역을 만들었군.’
무기의 사정거리가 닿는 영역.
이 안으로 들어가면, 상대의 공격을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컨트롤로 저 경지까지 올랐으니 절대 놓치지 않겠지.’
저렇게 영역을 넓혀 가며 상대의 영역으로 조이기를 해 온다.
데르하임이 그렇게 당했는데, 방심하지 않고 같은 식으로 싸운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파프닐은 산책하듯 가볍게 발을 내디뎠다.
순간 물러나는 건 오히려 커스드 쪽.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뒤로 물러서니, 만들어 뒀던 영역이 전부 흐트러진다.
‘……!’
커스드의 얼굴에 당혹한 표정이 나타났다.
그렇지만 그뿐.
적절히 거리를 유지하며 계속 물러난다.
‘바로 달려들 줄 알았는데, 그 점은 대단하군.’
마치 진짜 중세 기사나 검객들이 무를 겨루듯.
외줄 위를 타는 듯한 날카로움.
하지만 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파프닐은 다리에 힘을 주었다.
쇄액!
엄청난 속도의 찌르기.
평범한 공격이지만, 맞으면 단번에 죽을 대미지가 응축된 창날이 접근했다.
‘거리도, 주도권도 전부 저쪽인가.’
창의 등급부터가 다르니 어쩔 수 없었다.
이 때문에 파프닐은 이런 상황을 의도했다.
정면으로 부딪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경우.
‘적의 창대를 창날로 치는 카운터를 먹일 때지.’
파팟, 파프닐의 창이 커스드를 튕겨 냈다.
쇄애액, 푹!
“……!”
가슴팍에 얕은 상처가 난 커스드가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파프닐이 파고드는 게 먼저였다.
“……!”
커스드가 창을 풍차처럼 휘둘렀다.
창을 든 사람이라면 무조건 걸려 물러날 수밖에 없는 구도.
그러나 그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애초에 파프닐은 창술가가 아니라는 게 그것이었다.
부웅, 퍽.
금속을 살짝 두른 주먹이 커스드의 볼을 때렸다.
옥수수 대여섯 개를 흩뿌리며 쓰러지는 커스드.
승부가 끝이 났다.
“후우.”
그렇게 남은 무대에서 파프닐은 손을 털었다.
‘쉽구만.’
컨트롤은 분명 수준급이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뛰어난 컨트롤 앞에선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데르하임이라면 어려웠을 수도 있지.’
데르하임과 커스드는 극과 극의 유저.
본신의 실력보다는 게임의 시스템을 활용해 싸우는 데르하임과 게임 시스템보다는 본신의 실력을 믿고 싸우는 커스드.
파프닐에게 있어서는 전자가 더 위협적이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수치’는 능가할 수 없기 때문.
특히나 네크로맨서 뱀파이어인 파프닐에게는 고가 템을 둘둘 두른 방밀 전사를 뚫을 딜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커스드는 기교파.
갈고 닦은 기예를 극한으로 활용하며, 스킬보다는 임기응변의 움직임을 장기로 삼는다.
‘그런 놈들은 드래곤 헌터에서 수십 명도 상대해 봤지.’
심지어 그놈들은 장비까지 종결급으로 맞추고 왔다.
이제 와서 커스드한테 질 만큼 파프닐은 녹록지 않았다.
“이봐! 마무리! 마무리를 지어!”
트블이 소리쳤다.
커스드의 남은 HP는 고작 1%.
죽진 않았지만 거의 빈사 상태였다.
‘주먹 한 대에 빈사 상태라니. 레벨이 낮아서 그런가?’
네크로맨서라서 주먹에 실린 힘이 약함에도 불구하고 제압할 수 있었다.
‘하긴 뭐……. 원작 소설에선 일부러 저레벨 플레이로 기네스북 찍은 플레이어도 있었는데.’
경험치 얻는 행동을 극도로 피해, 레벨 190인 채로 300레벨대 몬스터를 잡는 컨셉.
거기에 비하면 이 정돈 별것도 아니었다.
“그럼…….”
파프닐은 마무리를 위해 창을 들었다.
그 순간 한 남자가 그 앞을 몸으로 가로막았다.
“잠깐! 저는 위청이라 합니다.”
볼에 푸른 버들잎 문신이 인상적인 남자.
황룡파의 행동 대장이자, 미래 이 도시 전체를 접수할 랭커였다.
“이미 승부는 저희의 패배로 끝났습니다. 자비를 베풀어 주시길 바랍니다.”
척, 서슴없이 큰절을 한 위청이 말했다.
“레벨도 낮은 분인지라, 여기서 죽으면 돌이킬 수 없어집니다. 부탁드립니다.”
안 그래도 레벨이 낮은 커스드이다.
한 번 더 죽어서 레벨이 다운되면.
입고 있던 장비를 못 입게 되거나, 여러 스킬을 쓸 수 없게 된다.
“부탁드립니다. 패배를 인정하겠습니다.”
“뭐……. 야, 야!”
위청은 진평위를 돌아보고 말했다.
“평위 님, 이번엔 저희가 졌습니다.”
“아직 안 정해졌…….”
“커스드 님이 죽는 것보단 낫지 않습니까.”
“…….”
진평위는 메기수염을 파르르 떨었지만, 아무 말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자비라…….”
파프닐은 턱을 쓸었다.
커스드를 진짜로 죽이면 황룡파에서도 끝까지 저항할지 모른다.
그랬다간 인질이 잡힌 우미간파도 적잖은 손해를 볼뿐더러, 자칫하다간 군대까지 나서 제압할 수 있었다.
‘그건 트블도 바라는 바가 아니겠지.’
고개를 끄덕인 파프닐이 말했다.
“좋아, 그럼 이 대장전은 우리가 이긴 건가?”
“여부가 있겠습니까. 당연히 그렇죠.”
위청이 고개를 끄덕인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PVP에서 승리했습니다.
-뒷골목 조직 간 계파 싸움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악명이 +10 상승했습니다.
-경험치를 얻지 못했습니다.
-창술 마스터리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금속 지배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뛰어난 창술 실력을 보였습니다.
-카라미트의 호감도가 +1 상승했습니다.
‘오.’
보상이 생각보다 후했다.
파프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한편 위청은 조심스레 커스드를 수습해 데려가려 했다.
“야.”
지켜보던 트블이 순간 입을 열었다.
위청의 어깨가 순간 떨렸다.
“어딜 도망가? 갈 때 가더라도 깽값은 내놓고 가야지.”
“……원하시는 게 뭡니까?”
“수금조 녀석들 당장 풀어 주고, 이번 사태에 대한 배상금 전반적으로. 거기다 저번에 너네가 인수했던 연금술사 길드 뒷골목 권한까지.”
“무슨……!”
“참, 한 달간은 자숙하는 것도 포함해서. 싫으면 들고 가던 거 내려놓고 다시 싸우든가.”
성큼, 어느새 자신감을 회복한 트블이 건들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왜, 꼬와?”
길거리 건달의 정수 그 자체를 모아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