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1
1화 마지막 희망
“이지한 아저씨, 지금까지 고마웠어요.”
최후를 맞이하는 사람의 대사치곤 담담했다.
저 멀리 몰려드는 마족의 군세를 바라보며 김영훈은 어깨를 으쓱였다.
따악.
나는 그런 녀석의 머리에 주먹을 쥐어 박았다.
“아저씨? 형이라고 부르랬지.”
영훈이 녀석이 과장되게 신음하면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으, 20살 넘게 차이 나는데 무슨 형이에요. 그리고 뭐 어때요. 이제 다 끝인데.”
“적어도 삼촌이라 부르던가. 아저씨가 뭐냐.”
그래, 사실 다 끝난 마당에 의미 없는 이야기였다.
형이라 부르든 아저씨라 부르든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20여 년 전에 갑작스레 발생한 게이트와 헌터들.
한때 은총으로까지 여겨졌던 기적들은 결국 인류를 잡아먹는 독이 되었다.
게이트를 타고 넘어온 마족들에 의해 인류는 멸망 직전의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1천 명가량 되는 인류의 마지막 행렬.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우리가 마지막이었다.
나와 영훈이는 그 행렬 안에 속해 있었다.
일반인의 신분으로 다가오는 군대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너무 명확하게 최후를 확인할 수 있다보니 오히려 무감각해지는 기분이다.
영훈이 녀석이 말을 이어갔다.
“차라리 저도 아저씨처럼 헌터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하, 넌 내 꼬라지를 보고도 그런 말을 하냐. 마족 하나 못잡는데 헌터고 나발이고.”
나도 헌터였다.
그런데도 일반인들 사이에서 다가오는 종말이나 바라보고 있다.
20년 동안 고작 F급 헌터였으니 당연한 처사일지도 모르겠다.
급변하는 세계에서 마족들의 힘을 따라잡기에 내 능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나뿐만이 아니다.
나날이 강해져 가는 적들의 힘을 따라잡는 헌터는 많지 않았다.
갑자기 등장하는 마수들의 레벨과 능력이 터무니 없이 높아진 거다.
경험치를 쌓지 못한 헌터들은 그대로 전투에서 멀어졌다.
“아저씨는 재능이 없었잖아요. 저는 모르죠. 헌터로서의 재능을 따지자면 미지수. 혹시 모르죠. 제 각성이 SSS급 헌터여서 마족 군단장들 모가지 따고 다녔을지.”
재능이 없단 말을 들어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한두 해 본 사이도 아니고.
이 녀석에게 그런 말을 듣는다고 딱히 기분이 나쁘진 않았지만.
따악.
나는 다시 영훈이의 머리를 쥐어 박았다.
“아오, 손이 왜 그렇게 매워요? 머리 나빠져요.”
“각성도 못한 놈이 그런 소리 하니까 열받아서.”
영훈이 말에는 틀린 게 없었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지극히 재능이 없었다.
재능 없는 걸로 유명할 정도로 무재능이었다.
어차피 어중간한 재능으론 이 망해가는 세계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애매하게 설치던 놈들은 이미 진작에 죽었다.
나는 약해서 살아남은 셈이다.
결국 지금까지 사람들을 이끌어 온 건 5명의 SSS급 헌터다.
최후의 5인.
우리는 존경심을 담아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그들 덕분에 목숨 부지하고 살아 있을 수 있었으므로. 처음에는 한 11인쯤 됐었는데 점차 줄어서 그렇게 됐다.
그때였다.
“어, 최후의 5인분들께서 뭔가 발표하려나 본데요?”
영훈이가 사람들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행렬 너머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뭔가 할 말이 있나 봐요.”
소란스럽지만 사람들은 질서정연하게 모여 있었다.
마족의 군대가 시시각각 다가오는 절망적인 상황.
그럼에도 질서를 잃지 않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지금껏 그래왔듯 최후의 5인이 무언가를 해줄 거란 기대.
그게 이유였다.
나는 영훈이에게 미리 말을 꺼냈다.
“초 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너무 기대하지는 마.”
괜한 소리는 아니었다.
아는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다.
상황은 최후의 5인이 손 쓸 도리가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싸울 사람은 턱없이 적고, 몰려오는 적은 무수히 많다.
영훈이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알아요.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요.”
나와 영훈이는 사람들을 뚫고 앞으로 나아갔다. 단상이라 부르기도 뭐한 돌 위에서 최후의 5인 중 한 명이 무어라 소리치고 있었다.
붉은 머리를 한 사나운 인상의 남성.
그가 바로 인류의 최강으로 불리는 헌터 천성호다.
“이 세계는 끝이다.”
그 말과 동시에 곳곳에서 깊은 한숨과 탄식이 터져 나왔다.
“유감스럽지만 이제 별다른 방법이 없다.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인류는 이곳에서 최후를 맞이하겠지.”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의 입에서 직접 나온 말이었다. 절망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최후를 선고하는 사람치고는 천성호의 말투와 눈빛이 단호했다.
죽음을 맞이하는 자의 것이 아니었다.
천성호는 말을 이어갔다.
“······. 그렇지만 포기하지 마라. 아직 희망이라고 할 만한 게 남아 있으니까.”
그가 손짓하자 뒤에 서 있던 또 다른 최후의 5인 중 하나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새하얀 갑주를 걸친 아름다운 여성.
채윤아의 손에는 금색의 모래시계가 들려져 있었다.
스윽.
천성호의 지시에 따라 채윤아가 바닥에 모래시계를 던졌다.
콰직!
큰 소리와 함께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은 액체처럼 채윤아의 주변을 감싸더니 이내 그 앞에 새하얀 빛무리를 만들어냈다.
‘게이트?’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질리도록 보았던 바로 그 게이트였다. 끊임없는 사고를 만들어냈던 바로 그 문제 덩어리.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면 검은색이 아닌 흰색이라는 점이었다.
저런 게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걸까?
사람들이 웅성거림이 심해지기 전에 천성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건 얼마 전 우연히 발견한 유일급 아이템을 사용해서 만든 게이트다. 저 흰색 게이트를 통과하는 자는 20년 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설명되어 있더군. 그 진위 여부는 의심할 바가 없다. 시스템이 거짓을 말하는 경우는 없었으니까.”
그의 말에 사람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평화롭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건가?
마족의 침공이고 뭐고 없던 시절로?
나 또한 마른침을 삼킬 정도였다.
다시금 희망을 품기 시작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천성호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새겨졌다.
“다만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다. 통과해서 과거를 바꿔도, 여기에 남겨진 이들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시도는 해봐야 하겠지만.”
복잡한 천성호의 표정이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상황이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누가 가는 게 가장 좋은가. 나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일제히 좌중이 고요해졌다.
그의 고민에 동의하는 듯 침묵이 이어졌다.
스킬로 확성된 그의 목소리는 행렬의 끝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귀에도 똑똑히 들렸을 거다.
천성호는 나름대로의 고민을 하고 있다.
불확실한 확률을 뚫고 누가 책임지고 이 세계를 바꿀 것인가?
차라리 모두와 함께 끝까지 남아 싸우는 게 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영웅 그 자체의 삶을 살아 온 천성호라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단 한 명 밖에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면.
그 답은 뻔했다.
“천성호! 당신밖에 없잖아!”
“당신이 아니면 대체 누가 갈 건데?”
“천성호! 천성호! 제발 과거를 바꿔줘!”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그 흐름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군중이 일제히 천성호의 이름을 소리치기 시작했다.
“”천성호!””
“천성호!”
나와 영훈이도 무리의 일원으로서 천성호의 이름을 외쳐댔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여겨진 SSS급 헌터 천성호.
그가 아니면 대체 누가 과거로 돌아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그의 무용담을 아는 모두는 이견 없이 그의 이름을 외쳤다.
그제야 잠자코 뒤에 있던 다른 최후의 5인들 중 하나가 앞으로 나와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여러분의 의견은 잘 알겠습니다. 저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참입니다. 미래를 바꿀 건 천성호밖에 없다고요. 이제 너도 인정해야지. 과거로 돌아갈 사람은 너밖에 없다는걸.”
최후의 5인 모두 포탈을 통과할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 사이에서도 그런 결론이 났다는 건 천성호의 인품과 실력이 모두 확실하단 뜻이었다.
참으로 눈물겨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이 조용해진 틈을 타 영훈이가 내게 말을 걸었다.
“과거로 돌아간다니. 부럽긴 하네요.”
“20년 전이면 돌아가도 너는 그냥 땅꼬만데? 가서 뭐하게.”
“전 어차피 각성도 못 해서 돌아가 봤자겠지만······. 만약 갈 수 있다면 부모님 얼굴이라도 기억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아하······.”
할 말이 없어진 나는 고개를 돌렸다.
갑자기 그런 소리를 하냐.
녀석이 부모의 얼굴을 모르는 건 당연했다.
난리 통에 길바닥을 헤매던 영훈이를 내가 데려다 키웠으니까.
키웠다고 하긴 뭣하고 동고동락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부모님이라.
당연히 궁금하겠지.
나는 녀석의 머리를 쥐어 박······ 지는 않고 쓱쓱 쓰다듬었다.
“다 잘될 거다.”
“뭐에요, 징그럽게.”
“우리의 영웅이신 천성호가 전부 해결하겠지. 눈 깜짝할 사이에 세상이 변할지 어떻게 아냐. 너도 부모님이랑 행복하게 살고, 나도 따신 밥 먹으면서 행복하게 잘 사는 세계가 될지도 모르지.”
“그랬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그러는 아저씨는 과거로 안 돌아가고 싶어요? 그런 생각 한 번도 안 해봤어요?”
돌아간다라.
F급 헌터로 각성한 시절부터 고생한 기억밖에 없다.
그래도 그리운 건 있다.
“돌아가면 비빔라면부터 끓여먹어야지. 삼겹살 얹어서.”
“맨날 그 소리. 그게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비빔라면에 담긴 굉장한 미학을 니가 알······. 아니다. 말을 말자. 니가 제대로 먹어봤어야 알지.”
하지만 역시 내겐 너무 무겁다.
세계를 구해야 한다는 짐은 너무 크다.
뭐, 어차피 갈 일도 없겠지만.
나는 재능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인류의 미래를 짊어지고 과거로 간다는 건 생각도 못 할 일이다.
천성호 같이 능력도 되고 인품도 뛰어난 그야말로 주인공 같은 사람이 가는 게 맞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4명이나 되는 SSS급 헌터들의 손이 모두 천성호의 어깨에 올려졌다.
이제 떠날 때가 된 것이다.
천성호가 비장한 표정으로 모두를 바라보았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반드시 미래를 바꾸겠다.”
짧지만 진심이 묻어 있는 말이었다.
사람들 모두가 숙연해졌다.
우리 모두 진심으로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절망스러운 미래로부터 우리를 구해주길 간절히 바랐다.
그 순간이었다.
무리 중 누군가가 소리쳤다.
“저게 뭐야?”
“뭔가가 떨어진다!”
“조심해!”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하늘을 향해 움직였다.
나도 마찬가지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슈우우!
최후의 5인이 사전에 설치한 보호막을 뚫고,
검은 마력의 덩어리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 온다.
“······?”
보호막 안쪽은 안전하다는 전제가 지금 처음으로 깨어졌다.
사람들은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다. 멍하니 보고 있을 게 아니었다.
살기 위해선 도망쳐야 했다.
“피해야 해!”
“비, 비켜!”
그건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젠장.”
불행하게도 검은 덩어리는 내 쪽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주위의 사람들이 도망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인파에 갇혀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아저씨, 이거 큰일 난 것 같은······”
주변은 일반인뿐.
그래도 나는 헌터다.
스킬도 하나 있다. 근력 Lv1.
이대로 나 혼자 피하려면 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 아저씨?”
“흐읍!”
나는 반사적으로 영훈이를 들쳐업었다.
“뭐하는······!”
그대로 영훈이를 인파를 향해 내던졌다.
아무리 재능 없는 F급 헌터라고 해도 그 힘은 사람 하나를 던지기엔 충분했다.
녀석, 표정이 참 볼만했다.
이거면 됐다.
콰아아앙!
그와 동시에 바닥에 닿은 검은 마력이 폭발했다.
엄청난 진동과 함께 천지가 흔들린다.
아니, 흔들리는 건 나뿐인가?
“크으윽..!”
말 못 할 고통도 엄습한다.
물론 고통을 신경 쓸 틈도 없었다.
나는 폭발과 함께 튕겨져 올라 허공을 날고 있었다.
떨어지기 전에 자세를 잡아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었다.
“!”
최대한 충격이 적은 자세를 취하려다 깨달았다.
팔이랑 다리가 한 쪽씩 없었다. 이래선 제대로 된 착지를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나는 속으로 쓴웃음을 삼켰다.
여기까지인가보다.
“아저씨! 아저씨!”
저 멀리 혼비백산한 사람들 속에서 나를 애타게 부르짖는 영훈이도 보인다.
주마등 같은 건 없었지만,
허공을 날아가는 동안 어쩐지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기분이었다.
‘새끼, 형이라고 부르라니까······.’
마지막에 와서 운이 더럽게도 없다.
그래도.
혹시 모른다.
천성호가 과거로 돌아가 세계를 구한다면.
그렇게 해서 한순간에 미래가 바뀐다면.
내 죽음도.
아니, 멸망한 세계가 찾아오는 일 자체가.
없었던 일이 될지 모른다.
모두가 평화로운 세상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 * *
아무도 대비하지 못한 때에 떨어진 마력 포탄 하나.
그 포탄이 만들어 낸 파장은 컸다.
“으아악!”
“사, 살려주세요!”
“누군가 도와줘!”
사람들이 중심을 잃고 당황하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최후의 5인은 사람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소리쳤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어떻게 보호막을 뚫고 마력 포탄이 날아든 건지 알 수 없었다.
보호막은 순식간에 재건 되었지만, 소란은 그대로였다.
“모두 진정해라!”
천성호가 다시 한번 사람들에게 외치는 순간이었다.
그런 천성호의 머리 위로 무언가가 날아 왔다.
슈우우!
폭발에 의해 높이 솟아올랐던 무언가가, 누구 하나 예상치 못한 시점에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거기까지였다면 괜찮았겠지만.
스스슷!
무언가는 정확히 새하얀 포탈을 향해 떨어졌다.
인류가 가야 할 마지막 희망 속으로.
띠링.
시스템이 푸른 메시지창을 띄웠다.
『 유일급 아이템 ‘회귀 지점’의 사용이 완료되었습니다. 』
『 비틀렸던 시간의 왜곡이 수정됩니다. 』
파앗.
“바, 방금······.”
포탈은 무언가를 삼키고선 그대로 사라졌다.
“누가 들어간 거에요?”
최후의 5인 중 하나인 채아연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녀가 재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하나, 둘, 셋, 넷 그리고 자신까지 다섯.
최후의 5인 모두가 지금 이 자리에 존재했다.
이래서는 안 됐다.
적어도 이들 중 한 명은 포탈 안으로 들어갔어야 했는데.
그게 아니라면······.
무언가 사고가 일어난 게 분명했다.
최후의 5인 모두가 벙쪄있는 그때였다.
“형! 지한이 형! 우리 형 돌려줘요!”
웬 청년 하나가 울부짖으며 단상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