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102
102화 전투의 마족(1)
대지를 뒤덮는 검은 기운.
휘몰아치는 광풍.
비처럼 쏟아내리는 무기들의 향연.
콰과과—!
“크윽, 더 이상 못 버텨요.”
이지한을 제외한 길드원들이 모여 있는 장소. 수호 길드의 이수연이 펼친 마력의 황금 방패 위에는 실금이 가득했다.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여기 포션 있습니다, 버프 전부 걸어드릴게요.”
뒤쪽에 포진한 영광 길드가 소리쳤다.
신태양은 방패가 사라질 것을 대비해 검을 쥔 채 자세를 유지했다. 그러면서도 그의 눈동자는 저 멀리에 있는 마족을 향해 있었다.
“저게 마족······.”
놈이 내보내는 기운은 흉흉하다는 수준이 아니었다. 불길하다 못해 절망을 불러 일으키는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만나왔던 어떤 적보다도 강했다.
놈은 손하나 까닥하지 않았는데도, 길드 전체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었다. 이수연의 황금 방패가 사라지면 얼마나 많은 사상자가 나올지 몰랐다.
그러니까.
콰아아앙!
그 마족과 정면에서 전투를 하고 있는 스승 이지한 또한 보통의 인간은 아니었다.
검은 빛과 푸른 마력이 격돌하며 눈부신 섬광이 수차례 일어난다. 마족을 상대로도 밀리는 기색 없이 검을 맞대고 있었다.
“저건 S급은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저런 사람이 대체 어디에 숨어 있다 나온 거야?”
영광 길드의 헌터들이 감탄하며 그 싸움을 지켜봤다. 저 강력한 마족이 나타나기 전부터 이지한의 행동은 특출났다.
무기가 제한 된 상황에서 단검으로 마족을 압도하는가 하면, 거대한 목룡을 소환해 언데드 병사를 쓸어버렸다.
수호 길드의 선배 이영한이 진지한 목소리로 신태양에게 말했다.
“저 사람 진짜로 뭐하던 사람이냐. 정말로 저 사람이 네 스승이라고?”
“예, 맞습니다. 뭐하시던 분인지는······. 저도 모르죠.”
콰앙! 콰아앙!
검은 대지의 중간에서 끊임 없는 폭발과 섬광이 터져나왔다. 마족과 이지한이 만들어내는 전투의 여파.
신태양은 당장이라도 스승을 향해 달려나가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었다. 무기들을 뚫고 나아가는 건 무모한 짓이었다.
기다려야 했다.
“막아냈어요! 무기의 비가 멈췄어요!”
이윽고 하늘에서 쏟아져내리던 무기들이 멎었다. 마법으로 방패를 만들어 모두를 보호하던 이수연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 앉았다.
“그러면 빨리 도우러 가죠. 형 혼자 싸우게 놔둘 순 없잖아요.”
기회를 엿보고 있던 은빛의 날개 천성호가 양손검을 꺼내들었다. 그런 천성호를 붙잡은 것은 신아람이었다.
“안 돼. 오고 있어.”
“온다고요?”
광화 상태의 그녀만이 느낄 수 있는 불길한 감각.
“모두 조심해요!”
이어서 진세아가 모두에게 경고했다.
다음 순간.
콰아아앙!
하늘에서 떨어져내린 마수 한 마리가 지면에 착지했다. 산산조각난 땅이 튀어오르고 강력한 충격파가 헌터들을 밀어냈다.
“뭐야, 저 놈은······.”
천성호는 가까스로 자세를 잡으며 미간을 좁혔다. 지독한 마기가 전신을 찌르듯 밀려왔다.
영광 길드의 헌터들이 술렁였다.
“미노타우로스잖아······!”
“S급 게이트에서나 나오는 놈 아니었어?”
녹색의 갑주를 걸친 반인반수의 존재.
미노타우로스.
놈은 거대한 도끼를 등 뒤에 얹은 채 입을 열었다.
“이 몸은 전투의 마족님의 권속, 미노타우로스 루헨더.”
“마, 말을 하잖아.”
“유언으로써 썩 좋은 선택은 아니군.”
그리 말한 놈은 천성호를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가벼운 도끼질 한 번에 땅이 순차적으로 솟아오르며 주변을 헤짚는다.
콰과과과—!
지형자체를 바꿔버리는 강력한 공격.
이에 휘말린 영광 헌터들이 바닥을 굴렀다.
땅에 꽂혀 있던 무기들 또한 한데 뒤엎이며 그들에게 상처를 입혔다.
“크아악!”
“이게 무슨······!”
그러나 그 공격을 읽고 피한 헌터들도 있었다.
“이 놈을 치우고, 형 쪽으로 붙죠!”
“스승님, 제가 갑니다!”
천성호와 신태양이 양쪽에서 미노타우로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꿈이 크구나.”
파직, 파지직!
미노타우로스의 도끼 위에 검은 스파크가 솟아올랐다. 미노타우로스 루헨더는 도끼를 땅에 내리쳤다.
대지를 뒤덮은 무기들이 일제히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루헨더의 도끼를 향해 날아왔다.
콰과과과!
수 백 자루의 무기가 천성호와 신태양을 덮쳤다.
* * *
중위 전투의 마족.
“크하하! 그래, 나쁘지 않구나!”
놈의 등장과 함께 대지에 쏟아진 수많은 무기들. 놈은 땅에 떨어진 무기를 주워서 휘두르고, 찌르고, 던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전투를 즐긴다는 표정으로 끊임 없이 공격을 던져 온다.
‘크윽.’
정면에서 쏟아지는 공격이 끝이 아니었다. 땅에 박혀 있던 무기들이 허공을 비행하며 끊임 없이 나를 노리고 떨어졌다.
『 스킬 ‘초공간인지 Lv.10’을 발휘합니다. 』
윤서현의 재능이 아니었다면 대응조차 불가능했을 공격.
나는 그것들을 전부 베어내고, 막아냈다.
『 스킬 ‘신속 Lv.10’의 효과가 최대로 발휘됩니다. 』
『 더 이상 속도가 증가하지 않습니다. 』
전투가 거듭될 수록 스피드가 증가하는 스킬 신속.
그 증가치가 최대에 달했다.
콰아앙!
“더 빨라지지는 않는건가? 그게 네 한계냐?”
그것을 눈치챈 전투의 마족이 속도를 한단계 끌어 올린다. 막아내는 걸로 고작이었던 놈의 공격이 한층 빠르고 정교해졌다.
‘큭, 젠장’
나는 점차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공격은 꿈 꿀 수도 없다. 미친듯이 쏟아지는 무기 세례 속에서 방어하는 게 고작이었다.
‘이게 중위 마족이라는 건가.’
하위 마족을 상대할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중압감이 온 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불굴의 정신이나 정신력 스킬로도 커버가 안되는 생물 자체가 가지는 격의 차이.
‘하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둘렀다. 단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치명상이 되는 공격들 앞에서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여지껏 그래왔다.
목숨을 건 사투.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전투.
그건 의도한다고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나 스스로를 벼랑 끝에 몰아 붙어야지만 나오는 목숨을 건 도전.
내가 얻는 경험은 한층 더 진해진다.
그리고 그것은 20만배가 되어.
『 스킬 ‘신속 Lv.11’을 획득합니다. 』
『 상승 가능한 최대 속도가 330%까지 증가합니다. 』
『 추가효과 : 적의 속도가 자신보다 빠를 경우 1.5배의 추가 효과를 받습니다. 』
나를 강하게 한다.
콰과과과—!
공격을 받아치고 막아내는 데서 그치던 검이 점차 전투의 마족을 향해 다가선다. 빗발치는 무기 세례 속에서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하, 이 시점에서 성장이라니! 인간이 맞는가? 의심스러울 정도구나!”
전투의 마족은 오히려 환한 미소를 띄우며 무기를 휘둘러왔다. 내 검과 놈의 무기가 부딪힐 때마다 강렬한 파동이 일며 일대를 뒤엎는다.
땅에 박혀 있던 무기들이 뽑혀져 나가기 시작한다. 나를 향해 날아들던 무기들의 기세도 점차 약해졌다.
“다만, 고작 속도로 나를 쓰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
콰앙!
전투의 마족이 발을 내리찍었다. 주변의 땅에서 검은 기둥이 솟아오르며 나와 전투의 마족을 감쌌다.
“그래도 인간치고는 강하구나. 그것만큼은 인정하마.”
『 마(魔)를 따르는 자의 권역에 진입하셨습니다. 』
『 마도 : 계약에 의거하여 제약이 발생합니다. 』
『 전투 지대 : 방어와 회피를 할 수 없습니다. 』
강력한 제약이 몸과 정신을 뚫고 들어 온다.
무시할 수 없는 세계의 법칙이 지금 이 자리에 세워졌다.
전투의 마족이 군단장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
놈이 펼치는 전투 제약.
‘막을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는 싸움터.’
여기서부터는 무조건적인 공격이 있을 뿐이다.
나는 검을 움켜쥐었다.
“덤벼라, 인간아. 네가 도망칠 길은 없다!”
검을 든 전투의 마족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나는 놈을 죽일 기세로 검을 휘둘렀다. 오러 블레이드에 의해 푸른 빛을 내뿜는 역전의 검.
그 칼날이 놈의 목을 향해 쇄도한다.
마찬가지로 놈의 칼날 또한 내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속도는 동일하지만, 놈이 가진 힘과 마기의 농도가 더욱 짙다.
동시에 닿더라도, 여기서 목숨을 잃는 건 나뿐이다.
절대적인 불리.
나는 그것을 알고 뛰어 들었다. 손에 쥔 새하얀 검 위로 빛이 미친듯이 치솟기 시작했다.
『 아이템 특수효과 ‘역전의 기회’를 활성화합니다. 』
완전히 불리하기에, 패배할 수밖에 없기에.
나는 한차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리하여 고요한 적막이 세계를 뒤덮었다. 주위의 시간이 멈춘 듯 느리게 흐르기 시작했다. 내게로 다가오는 마족의 칼날조차 한없이 느릿하게 보였다.
검을 재차 들어올린다.
‘기회는 단 한 번 뿐이다.’
이번 일격에 모든 것을 담아야 했다. 실수나 실패는 용납되지 않는다. 단 한 번으로 중위의 마족을 처리해야 했다.
땅과 하늘을 잇는 푸른 선 한줄기.
『 각성 스킬 ‘일자베기 Lv.13’을 발휘합니다. 』
푸른 선은 먹구름으로 가득한 하늘에 새겨진 붉은 원을 가로질렀다. 본질조차 베어 가르는 필살의 일격이 전투의 마족을 덮쳤다.
콰아아아—!
맹렬한 폭풍이 주위를 가로막고 있던 검은 기둥들을 박살내고, 주변의 대지를 뒤엎었다. 기술을 시전한 나조차 그 폭풍에 휘말려 허공으로 떠밀렸다.
“크으윽”
탈력감과 마력 고갈, 체력 부족이 한꺼번에 몰려 온다. 지금 내 체력은 10%미만. 잘못 추락하기라도 하면 그대로 즉사다.
그러나 괜찮다.
카오!
내게 붙어 있던 오르티마가 새끼용의 모습으로 변했다. 녀석은 나를 잡아 당겨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게 해줬다.
“고맙다.”
나는 재빨리 포션을 찾아 들이켰다. 입가를 닦아낸 뒤, 아직도 기술의 여파가 남아 있는 대지를 바라봤다.
난장판이 된 대지 위로 솟아오르는 연기.
푸른 선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것을 중심으로 중심으로 하늘의 어둠이 거둬지고, 붉은 원 또한 반으로 깨져 사라져간다.
“하아, 하아······.”
그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전투의 마족.
놈은 죽지 않았다. 피를 철철 흘리며, 잘려나간 팔을 붙들고 섬뜩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놈은 천천히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아아, 그래······. 그런 적이 있었지. 네 놈 같은 이종족이 있었어. 마족 학살자. 그 중에서도 분명히······.”
이미 놈의 시선은 나를 향해 있지 않았다.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걸음을 옮길 뿐.
‘크윽. 이걸 맞고 살아 있단 말이야?’
나는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놈이 살아 있는 한 나도 쓰러질 수 없다.
“아아, 너무 위험해. 네 놈의 힘은 위험하다.”
반쯤 정신이 나간 것 같은 상태로 중얼 거리던 놈은 하나 남은 팔로 검을 들어올렸다. 곧이어 막대한 마기가 검을 뒤덮었다.
괴물도 이런 괴물이 없었다.
오르티마가 내 앞을 막아섰지만 역부족이다. 저걸 막아내려면 그에 상응하는 힘이 필요하다.
이 승부는 이 마지막 한 번으로 결정된다.
나는 검을 잡고 오러를 최대한으로 끌어 올렸다. 전신을 타고 오르는 맹렬한 힘이 나를 억지로 일으킨다.
『 스킬 ‘광화 Lv.11’을 획득합니다. 』
『 추가효과 : 광화 상태에서 피해 흡혈을 획득합니다. 』
『 스킬 ‘오러블레이드 Lv.11’을 획득합니다. 』
『 추가효과 : 위력 30% 증가 』
‘다시 한 번 각성 일자베기를 쓰는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선공권이 없다.
제약 때문에 공격을 상쇄할 수도 없다.
오로지 적을 죽이기 위해 발휘하는 필살의 일격.
내가 먼저 죽이지 못하면 죽을 뿐이다.
“언젠가 마족의 재앙이 될 너를, 내가 이 자리에서 죽이겠다! 그것이 공멸의 길일지라도!”
전투의 마족이 외치는 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마기를 듬뿍 머금은 놈의 검이 앞으로 내질러졌다.
이제 뒤는 없다.
『 각성 스킬 ‘일자베기 Lv.13’을 발휘합니다. 』
그 찰나의 순간.
내 앞으로 떠오르는 메시지를 나는 분명히 보았다.
『 레전더리 스킬 ‘절대 일격’을 획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