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108
108화 미래의 스킬(2)
“동쪽 거점을 방어하고 있는 서현 언니. 만나러 가실 거죠?”
기지가 위치한 도시. 그러니까 최후의 도시라고 명명 된 이곳은 다방면에서 마족의 공격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스승님이 이동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면 적의 공격도 더 거세질 가능성이 있고요.”
신태양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실제로 어제 싸웠던 재생의 마족은 나를 보자마자 태도가 돌변했었으니.
멸망한 세계 말기.
바깥을 돌아다니는 마수들의 수준도 최소 SS급 이상일 확률이 크다.
칭호와 스킬로 능력치를 크게 올렸다고는 하나, 위험성이 있는 건 사실이다. 신태양의 걱정도 일리가 있다.
꽈악.
그런 신태양에게 천성호가 헤드락을 걸며 이죽였다.
“지금 리더를 상대로 걱정하는 거야? 참나, 댁이나 잘하슈.”
“윽, 이 자식이······. 그래, 오늘 결판을 내자.”
투닥대던 둘을 보고선 피식한 엘리스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쩌시겠어요? 현상황에서 다른 인원들은 기지를 지켜야하기에 저와 사부만 움직일 수 있어요. 서현 언니가 직접 올 수도 없는 상황이구요. 위험할 수도 있어요.”
거기에 대한 답은 뻔하다.
나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가야지.”
머뭇거릴 시간은 없다. 마족의 총공세가 시작되기 전에 빠르게 스킬을 습득하고 귀환해야 한다.
내가 귀환한다면 이 시간대의 내가 의식을 되찾을 가능성이 있으니까.
“사부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요. 그럼 주저할 것 없이 바로 준비해서 출발하죠.”
그대로 트레이닝룸을 나가려던 엘리스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 손가락을 튕겼다.
“아, 혹시 사부의 방에 가보셨나요?”
“내 방이 따로 있었어?”
잠은 다른 방에서 잤다. 로비에 놓여 있는 캡슐형 침대가 내 것인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그게 아닌 모양.
“윽, 제 불찰이네요. 한 번 들렸다가 가죠. 도움이 될만한 게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엘리스의 안내에 따라 기지의 복도 한 켠으로 이동했다. 다른 방들과 구분되는 고급스런 명패가 걸려있었다.
내 단칸방을 떠올리게 하는 가구의 배치다. 실제로 내가 사용하던 배게가 그대로 있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여기서 쓸만한 건······.’
방을 둘러보는 내 시선이 테이블 위의 사진으로 향하는 찰나였다.
“아앗!”
덥썩!
엘리스가 달려들더니 사진이 담긴 액자를 온 몸으로 사수했다.
“모, 못 봤죠?”
너무 순식간이라 못 봤다. 나 혼자는 아니고 누군가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던 것 같은데. 여자였던 것 같다.
괜히 숨기니까 더 궁금하잖아.
“휴우.”
가슴을 쓸어내린 엘리스는 사진을 서랍 속에 집어 넣었다.
“사부의 미래는 사부가 만들어가는 거니까요.”
그러더니 고개를 돌려선 진지하게 말한다.
“어떤 미래가 있을지는 사부가 결정하는 거에요. 지금 경험하고 계신 미래도 사부에게는 그저 가능성의 하나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
“그보다 여기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텐데. 지금의 사부한테는 굉장히 유용한 아이템이······.”
침대 밑을 뒤적이던 엘리스가 자그마한 귀걸이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녀의 금발이 먼지투성이가 되었다.
“찾았어요!”
『 아이템 설명』
– 이름 : 마력 복사의 귀걸이 Lv.100
– 등급 : 레전더리
– 효과 : 마력과 관련된 기술을 복사하여 구현합니다. ( 재사용 대기시간 : 1개월 )
– 특성 ‘무재조정’의 소유자만이 아이템을 착용할 수 있습니다.
“아이템의 능력이 보이시나요?”
“굉장한데.”
이러한 사기적인 능력으로 보건데, 미래의 내가 무재조정의 보상으로 받았던 게 틀림 없다.
“그게 사부가 다음 기술을 배울 수 있게 도와줄 거에요. 물론 그게 있다고 쉽게 배울지는 몰라요. 전적으로 사부한테 달린 일이죠.”
“대체 무슨 기술이길래?”
엘리스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초마력회로(超魔力回路). 나머지는 가면서 설명할게요. 일단 출발하죠!”
* * *
채아연과 천성호, 신태양의 배웅을 받으며 기지를 빠져나왔다. 동쪽 거점은 기지로부터 10km 가량 떨어져 있다.
촤아악!
그 사이에 드문드문 존재하는 마수들을 처리하며 전진했다. 이 놈들은 마계의 기운이 짙어지며 자연 발생하는 놈들이다.
마족과는 관련 없지만, 인간을 습격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투두두두!
엘리스의 쌍권총이 섬광을 내뿜자, 눈앞의 마수 무리가 녹아내렸다. 현대 무기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아이템이란다.
마력을 탄환으로 바꿔 발사하는 일종의 마도구.
엘리스의 탄환이 한차례 마수들을 훑고 지나갔지만, 끈질기게 살아 있는 놈들이 있다.
“부탁드릴게요, 사부!”
촤아악! 촤악!
내 손에 들린 역전의 검이 마수의 피륙을 가르며 시원하게 뻗어나갔다.
공격력 200이라는 무기 고유의 수치와 칭호 ‘마의 대적자’가 합쳐지니 멸망한 세계의 마수도 가볍게 압살한다.
‘문제는 이 놈들은 잡몹 수준도 안된다는 거지.’
진짜는 저 앞에 대치하고 있을 마족과 그들의 권속들이다.
촤아악!
마수의 검은 피가 길바닥을 적셨다. 그래도 멸망한 세계에서 전투가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희망적인 일이다.
엘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와우. 역시 사부라는 말밖에는 안나오네요. 분명 전투의 마족을 쓰러뜨린 시점에서 오셨을텐데, 이런 전투라니.”
여기에 오고나서 곧장 칭호도 얻고 스킬도 얻었으니 대폭 강해지기는 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동쪽 거점에 도착이에요. 잠시만요.”
엘리스가 매고 있던 가방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챙기기 시작했다. 녀석은 검은 로브를 내게 내밀었다.
고급스런 검정 원단 위에 금색의 자수가 놓인 그럴싸한 로브. 등짝에는 슬라임이 형상이 새겨져 있다.
“이거 받아주세요. 지금부터는 이걸 입고 가야 할 거에요.”
엘리스도 로브를 몸에 걸쳤다. 나는 로브를 유심히 쳐다보다 한마디 했다.
“뭔가 디자인이 영······.”
“윽, 그렇게 말씀하셔도 곤란해요. 사부가 직접 디자인한 옷이니까요.”
“다시보니 꽤 괜찮네. 감각이 있어.”
“······.”
아무튼 몸에 걸쳤다. 활동성도 좋고, 움직임에 도움이 되는 마법이 부여되어 있었다.
엘리스가 로브를 걸치라고 한 진짜 이유는 거점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어?”
“잠깐만, 저 로브는······.”
거점에 모여 있던 헌터들이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옅은 소란은 순식간에 환호성이 되었다.
“리더가 깨어나셨다.”
“정말로 리더가 오셨다!”
“와, 진짜냐?!”
수십 명의 헌터들이 나와 엘리스를 바라보고 소리치고 있었다. 그들은 각자의 무기를 위로 들어 올리며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리더! 리더!”
“이지한 리더, 어서와요!”
“빨리 윤서현 영웅님 모셔와!”
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엘리스가 내게 속삭였다.
“도망치지 않고, 마족과 싸우기 위해 끝까지 함께하는 헌터들도 꽤 있어요. 직접적인 전투는 최후의 10인이 맡아서 하지만요.”
열광적인 환호.
정말 익숙치 않은 광경이다.
미래에서 천성호나 받던 대우를 내가 받을 줄이야.
다만, 이들이 원하는 이지한은 내가 아니다. 미래의 나다.
과열된 열기 속에서 엘리스가 앞으로 나와 입을 열었다.
“리더는 현재 회복 중에 있습니다. 큰 전력은 못 될지도 모르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분명 바뀔 겁니다. 희망은 저희에게 있어요.”
엘리스의 말에 헌터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우오오!”
“끝까지 싸우자고!”
“리더가 일어났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내가 깨어났다는 것만으로 그들에게 힘이 되고 있었다. 그때였다. 모여 있던 헌터들 사이로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저 멀리 익숙한 얼굴이 다가오고 있었다.
자켓을 걸친 윤서현 헌터가 허공을 부유해 날아왔다. 잠시 나를 빤히 쳐다보던 그녀는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어서와요, 지한씨. 사정은 전부 들었어요. 스킬을 전수 받고 싶은거죠?”
SSS급 헌터가 된 윤서현.
본래 네임드 고블린에게 죽었어야 했을 그녀의 미래는 나에 의해 바뀌었다.
그 결과 그녀는 최후의 10인으로 당당히 자리하고 있었다.
* * *
키에엑! 크르르······!
거점의 건너편에는 마수들이 들끓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이쪽으로 넘어올 듯 붉은 눈을 번뜩이는 광폭화 마수들.
그 수가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놈들은 무언가 벽에 가로막힌 듯 이쪽으로 넘어오지 못한 채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다.
“동쪽 전선은 서현 언니의 대규모 공간 마법으로 유지 되고 있어요. 서현 언니가 아니었으면 진작에 붕괴되었을 장소죠.”
“어머, 엘리스가 칭찬을 다 하네. 고마워.”
이만한 대규모 마법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윤서현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그녀는 허공으로 날아오르며 말했다.
“스킬을 전수하기 전에······. 마침 한 번 정리를 할 때가 되었거든요. 잠시만 기다려 줄래요?”
일정 고도에 다다른 윤서현이 은빛의 스태프를 들어 올렸다. 동시에 주변의 공간이 조각난 것처럼 어긋나기 시작했다.
허공에 솟아난 균열.
쿠구구구——!
그 속에서 강렬한 화염과 냉기가 미친듯이 치솟기 시작했다. 이어서 돌연 허공에서 떨어지기 시작하는 운석 하나.
키에엑! 키르륵! 캬아악!
그것을 목격한 마수들이 도망치고자 반대편으로 몸을 돌리지만 소용 없는 일이었다. 그들이 위치한 장소는 이미 현실로부터 분리되어 고유한 공간을 형성하고 있었다.
가로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나, 도망치지 못한다.
콰과과과—!
그들의 위로 쏟아지는 마법들은 그야말로 재해나 다름 없었다. 빽빽하게 몰려 있던 마수의 군세가 전멸 당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와우, 볼 때마다 감탄스럽다니까요.”
엘리스가 눈을 반짝였다.
이것이 SSS급 헌터가 된 윤서현.
차원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그녀는 진정한 영웅이었다.
‘재능이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최후의 10인 중 하나였던 무한의 궁사 윤지은의 동생이 윤서현이었다. 천재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멸망한 세계의 천성호와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을 정도다.
‘미쳤네.’
윤서현 혼자서 대군을 막아내고 있단 게 이해가 간다.
타앗.
사뿐히 바닥에 착지한 윤서현.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낸 그녀가 내 앞에 섰다.
“이러면 당장은 안심할 수 있겠네요.”
“제 상상 이상이네요.”
“와, 지한씨가 놀라는 일이 다 있네요.”
신기하다는 듯이 쿡쿡 웃는다.
“그래도 아직 멀었어요. 마족을 몰아내려면 한참 부족해요.”
“······제약 때문인겁니까.”
“네, 맞아요. 그 놈의 제약.”
영웅이 아무리 강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세계를 뒤엎을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넘을 수 없는 벽.
제약.
“동쪽의 군단을 지휘하고 있는 마족은 ‘제한의 마족’. 놈이 가진 제한이 제 힘의 출력을 막아내거든요. SSS급 이상의 공격이 제한된다는 게 말이나 되냐고요! 불합리함의 극치······. 아, 흠흠.”
불만을 토해내던 윤서현이 목을 가다듬었다. 다시 여유로운 목소리로 돌아와서는 말했다.
“뭐, 지한씨가 신경 쓸 일은 아니에요. 그보다 스킬을 알려드리는 게 먼저죠.”
우리는 거점 근방의 공터로 향했다.
“지금부터 배울 건 초마력회로라는 스킬이에요. 제가 직접 개발한 스킬이에요. 마력 효율을 증폭시켜주죠. 최소 2배부터 5배까지.”
사실상 과거에는 존재하지도 않던 스킬이다.
“배우는 과정이 조금 고통스러울 수도 있어요. 양해해주세요.”
고통스럽다? 내가 미간을 좁히자 윤서현이 설명을 이어갔다.
“온 몸에 존재 하지 않던 마력 회로를 그려 넣는 거거든요. 영혼에 문신을 새기는 것과 동일해요. 그러니까 그에 따른 고통은 당연한 거죠······.”
윤서현이 내 손을 마주잡았다.
“동시에 제 마력의 흐름에 따라 지한씨도 같은 마력을 흘려보내야해요. S급 수준의 마력 제어가 필요한 일인데 괜찮겠죠?”
“아, 그건 귀걸이를 사용하면 될거에요.”
엘리스가 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시작할게요.”
고통스럽다고 하니까 괜히 긴장된다. 잠깐 고통스러워서 스킬을 얻을 수 있다면 이런 일쯤이야 몇 번이고도 참을 수 있다.
엘리스가 못 보겠다는 듯 두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렸다.
츠즈즈—.
윤서현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보랏빛의 마력이 내 손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강렬한 고통이 찾아올 거라는 예상과 달리.
“어라?”
윤서현의 미간이 좁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