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113
113화 레전더리 투어(1)
나는 스마트폰의 지도를 확인했다.
‘미래의 나도 대단하구만. 미친듯이 사냥만하고 돌아다녔네.’
백묵으로부터 내가 공략한 게이트와 던전에 대한 정보가 표시된 지도였다.
지난 2주간, 미래의 나는 영약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파밍하러 돌아다닌 모양이다. 더불어 마족 사냥까지.
‘진짜 대단하네.’
가벼운 존경심마저들 정도.
흔적이 남게 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건 지금의 나도 신경 쓰는 부분이니, 미래의 나도 당연히 고려해서 동선을 짰겠지.
‘슬슬, 마족들도 움직이기 시작할 거다. 동족이 그렇게 살해 당했으니. 눈에 불을 켜고 나에 대해서 조사하려 들겠지.’
그 결과 만들어진 놈들의 계획이 프로젝트 ‘아포칼립스’가 될 거다. 세계 곳곳의 게이트를 터트려 세상을 아비규환으로 만들겠다는 계획.
본격적으로 프로젝트가 시동 되기 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맛있어. 맛있는데, 괜찮을까요?”
부산의 한 휴게소.
소시지와 떡이 번갈아 꽂힌 소떡소떡을 먹던 진세아가 물었다.
그 옆에는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나를 바라보는 윤서현 헌터가 있었다.
“그래요, 지난 2주 동안 지한씨가 정신이 나가 있었던 거. 이해할 수 있어요. 원래 하나에 꽂히면 보이는 게 없는 사람이니까. 근데 지금부터 할 일은 불법이잖아요.”
그녀는 내가 사준 아메리카노의 빨대에 입을 가져다댔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미 공략 중인 A급 게이트에 들어가는 거니까요.”
우리의 목적지는 레전더리 아이템이 잠들어 있는 게이트다. 공교롭게도 부산의 길드가 해당 게이트를 공략 중에 있다.
우리는 거기에 끼어들 거다. 그들이 먼저 아이템을 손에 넣기 전에.
“그런데 그게 변칙 게이트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협회가 개입할 이유도 충분하고요. 그 분들의 사냥을 방해할 생각도 없습니다.”
“정말로 변칙 게이트를 알아내는 능력이 있는 거에요?”
“뭐, 그런 셈이죠.”
따라서 법적인 문제는 하나도 없다.
“팀장님이 묘하게 적극적인 것도 이상하고······.”
윤서현은 아메리카노의 얼음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그녀의 협회 내에서의 지위는 그다지 높지 않다. 상사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는 위치다.
‘당연히 적극적이겠지.’
협회의 팀장 마성철은 백묵의 부하니까.
“그러면 출발하죠.”
“잠깐만요, 거의 다 먹었어요.”
우물우물, 진세아가 빠르게 떡을 씹어 넘겼다. 대충 배도 채웠으니, 지금부터 게이트 공략의 시간이다.
이어지는 이동은 간단했다.
“자, 잠깐 쓰레기 못 버렸는데······.”
진세아의 중얼거림을 동시에 윤서현이 스킬을 사용했다.
『 동료 윤서현이 ‘공간이동 Lv.7’을 발휘합니다. 』
주변의 공간이 일렁임과 동시에 나무들이 시야를 채우고 있었다.
산기슭에 위치한 A급 게이트.
그 주변으로 길드의 천막이 보인다. 길드의 대기 인원들이 우리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곳 게이트는 현재 저희 반석 길드가 공략 중에 있는데요.”
“헌터 협회 소속 윤서현입니다. 변칙 게이트 관련 신고가 들어와서요.”
자연스럽게 수첩을 내밀어 보이는 윤서현. 그녀의 말에 반석 길드원의 얼굴이 하얘졌다.
“벼, 변칙 게이트요? 저희 게이트가 맞나요? 이미 공략이 한참 진행 중인데······.”
“일단은 확인차 온 거니까요. 걱정 안하셔도 돼요. 크게 위험한 일은 없을 거에요. ······아마도요.”
그리 말하면서 나를 힐끔 쳐다보는 윤서현 헌터.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암, 위험한 일은 없을 거다.
우리가 있으니까.
“그러면 들어가겠습니다.”
우리 일행은 게이트에 대해 간단한 정보를 듣고서 입장할 수 있었다.
『 A급 게이트 ‘잊혀진 고원’에 입장합니다. 』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높은 지대에 위치한 평야. 저 멀리 시선 같은 높이에 구름이 흘러가는 게 보인다.
‘반석 길드 사람들은 안 보이는군. 벌써 지하로 내려간 건가.’
원래 운명대로라면 레전더리 아이템을 발견하는 건 그들이다. 그러나 길드장을 제외한 모두가 목숨을 잃는다.
지하의 최심부에 위치한 마지막 시련 때문이다.
그래도 아직 시간은 있을 거다.
“들어가죠.”
『 스킬 ‘기억 탐색 Lv.11’을 발휘합니다. 』
미래의 진세아가 그려놨던 지도와 녀석이 말했던 정보를 조합하면, 아이템이 숨겨진 장소는 금방 찾을 수 있다.
폐허가 된 돌 건축물.
그 아래 지하로 향하는 철문이 있다. 스산한 기운이 물씬 풍겨오는 철문이다.
“이중 던전이네요.”
주위로 이리저리 찍혀 있는 발자국이 보였다. 반석 길드가 이곳으로 진입 했단 증거였다. 윤서현이 재차 물었다.
“괜찮겠어요? 이중 던전의 난이도는 한 단계 높은 게 기본이잖아요. 여기가 A급 게이트니까, 이 내부는 최소 S급이라는 소리인데.”
“괜찮습니다. 여차하면 도망치면 되죠. 서현씨가 있잖아요.”
“그거야 그런데······.”
내 말에 윤서현이 볼을 긁적였다.
물론 도망칠 일은 없다.
공간이동이 가능한 윤서현과 모든 것을 훔칠 수 있는 진세아가 있으니까.
이 안의 아이템은 우리 거나 마찬가지다.
* * *
약 반나절 전.
“대박, 길드장! 여기 좀 와봐!”
“미친, 이중 던전이잖아.”
게이트 공략을 이어나가던 도중, 이중 던전을 발견 반석 길드. 보통 길드였다면 쳐다도 보지 않았을 장소지만.
그들은 환호했다.
“이건 기회야. 바로 들어간다. 다들 준비하라고 그래.”
반석 길드의 국내 순위는 9위.
최상위 길드의 반열에 당당히 올라있다. 심지어 이번 공략대의 절반이 S급 헌터이니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이중 던전에 잠든 아이템은 특별히 효과가 좋은 게 대부분이었다. 한몫 단단히 챙길 수 있는 기회였다.
그들은 자신만만하게 지하로 뛰어들었다.
“뭐가 이리 복잡해?”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 뭐가 나올지 모르니까.”
“으흐흐, 대박의 냄새가 난다.”
내부는 축축한 성채였다. 복잡하게 뻗은 길은 미로처럼 복잡했고, 방향을 분간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 다소의 고생은 감수할 각오를 하고 들어 온 거니까.
대박을 향한 그들의 희망이 불안감보다 더 컸다.
“쭉쭉 가자고!”
“다 죽여버려.”
그러한 자신감이 절망으로 바뀌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크아악!”
“괜찮아?!”
독 화살과 창날로 구성된 치명적인 함정은 기본이고.
“데스 나이트다!”
“다들 전투 태세 갖춰!”
“크으윽, 정신 똑바로 차려!”
모퉁이를 돌 때 마다 위협적인 마물들이 튀어나왔다. 그 수준은 예상대로 S급 마물에 필적했다.
“허억, 허억······.”
“휴식을 취하면서 천천히 가자.”
“기, 길드장. 저기 벽이 점점 다가오는데······?”
“크윽, 다들 뛰어!”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피로는 누적되어만 갔다. 그렇다고 돌아갈 수도 없었다. 미궁 자체가 그런 방식으로 설계 되어 있지 않았다.
끊임없이 변화하며 헌터들을 몰아 넣고 있었다.
노련한 헌터답게 패닉에 빠지는 일은 없었다.
“방법이 없다. 최심부에 도달하는 수밖에.”
“그래, 여기까지 왔으면 돌아갈 순 없지.”
“다들 힘내자고!”
게이트나 던전은 규칙성을 갖는다. 미궁의 경우에는 보스의 방에 도달하면 클리어로 취급되며 출구가 생겨난다.
그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13시간 경과.
반석 길드는 갖은 고생을 한 뒤, 미궁의 최심부에 도달할 수 있었다.
“드디어······.”
“크흑, 고생했다. 얘들아.”
“오오······.”
지하 내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동공.
거대한 여신상 하나가 중앙에서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뭔가 바닥에 파편들이 엄청 많은데.”
“조심해, 보스가 언제 나타날지 몰라.”
“아니, 그런 게 아닌 것 같은데.”
길드장인 박현수는 여신상 아래로 천천히 다가갔다.
새하얀 보물 상자 하나가 그 아래에 놓여 있었다. 박현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의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여기까지 오는 것 자체가 시련이었던 모양이다.”
하기사, 그만한 난이도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 생각하며 박현수는 상자의 뚜껑을 열어 젖혔다. 가벼운 빛과 함께 내부에 들어 있던 아이템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무엇이 들어 있을까.
유니크? 어쩌면 레전더리?
기대와 함께 내부를 바라보는 박현수.
“응?”
그의 미간이 좁혀졌다.
“이게 뭐야?”
상자 내부에는 수상한 나무 꼬치 하나가 들어 있었다.
떡꼬치를 꿸 때 쓰는 그런 나무 꼬치였다.
* * *
어둠 속에서 윤서현의 눈 위로 푸른 이채가 흘러나왔다.
“내부는 전부 파악했어요. 최심부까지 바로 이동할까요?”
아무리 복잡하고 긴 미궁이라고 해도, 윤서현의 재능 ‘초공간인지’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순식간에 이중 던전 전체가 그녀의 머릿 속에 새겨지는 것이다.
“부탁하겠습니다. 공간이동으로 한 번에 가죠.”
“괜찮을까요? 공간이동은 연달아 쓸 수 없어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잠시 나를 빤히 바라보던 윤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모하게 들리는데, 왜 믿음이 가는지 모르겠네요.”
지금까지 해 온 일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 윤서현은 피식 미소 짓더니 자신의 주먹을 들어 올렸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버티는 것 정도는 가능할 거에요. 저도 그 사이 꽤 강해졌거든요.”
“나두요.”
내가 사라져 있던 2주 동안, 이 둘도 분명 성장했겠지. 타재간파의 영향을 받아 경험치 증가량도 올랐을테니.
샤아아—.
윤서현 근처에서 나타난 푸른 기운이 주변을 감싸기 시작했다. 공간이 일그러지며 단번에 최심부로 이동한다.
복잡하게 거쳐야 할 미로를 완벽히 무시한다. 이것이 공간술사의 능력.
누군가가 본다면 경악할 수준의 사기다.
“항상 느끼지만 언니 짱이네요.”
“이 정도야 뭘. 그래도 조심해. 여긴 이중 던전이니까.”
넓은 동공.
중앙의 거대한 여신상.
들었던 대로다.
우리가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공동 내부에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이곳에 도달한 그대들에게는 시험의 자격이 있도다. 』
『 여신 라기나이의 이름으로 시련을 내리노라. 』
몸 전체를 울리는 듯한 목소리. 그 수준은 낮지만 분명한 격이 담겨 있는 음성이었다.
“우아······.”
진세아가 그런 조각상을 올려보는 것도 잠시, 주변의 땅에서 녹빛의 골렘들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드드드······.
기존의 골렘과 달리 날렵하고 얇상하게 생긴 놈들이다. 이들 하나 하나가 S급 마수에 필적한다는 말이지.
나는 역전검 오르티시아를 들어 올렸다.
“진세아, 여신상에게서 보상을 훔쳐와.”
“벌 받아도 난 몰라요.”
어딘지도 모를 세계의 신인데.
알게 뭐냐.
“갑니다!”
진세아가 땅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녀석이 지나가는 자리에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었다.
골렘들이 휘두르는 형광빛 칼날을 전부 회피하며 전진.
눈 깜짝할 사이에 여신상 앞에 도달했다.
내가 할 일은 진세아가 물건을 훔치는 동안, 마수들의 접근을 막는 것.
“저희는 막죠.”
“쉽지는 않겠지만요.”
파앙!
윤서현이 쏜 중력탄이 골렘 하나를 겨우 밀어내고 튕겨져 나갔다.
“윽, 역시 아직은 위력이······.”
S급에 필적하는 마수라 이건가. 나도 조금은 고전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자세를 낮추고 마력을 끌어 모았다.
『 유니크 스킬 ‘영웅의 힘 Lv.10’을 발휘합니다. 』
미래에서 10레벨까지 올려 놓은 영웅의 힘을 발휘할 때다.
콰가가각!
“!”
가볍게 검을 휘둘렀을 뿐인데, 눈 앞의골렘들이 산산조각나며 사방으로 솟구쳤다. 일격에 다섯체의 골렘이 박살이 났다.
옆에 서 있던 윤서현이 멍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뭐, 뭐에요?”
미래에서 한 훈련의 성과는 대단했다. 나는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다가오는 골렘들을 차례차례 부쉈다.
콰과과과—!
어느새 내 몸에서 빠져나간 오르티마의 활약도 대단했다. 미래의 내게 특훈이라도 받은 건지.
목룡의 모습을 한 오르티마가 수십 기의 골렘들을 휩쓸고 지나간다.
“됐어요!”
그러는 사이 진세아가 보상을 훔쳐냈다. 녀석의 양 손에 커다란 보물 상자가 들려 있었다.
『 ······시련의 달성에 성공했습니다. 』
『 보상이 지급 됩니다. 』
고장난 듯 메시지를 내뱉는 여신상의 기능이 정지한다. 시련이 끝이나며 움직이던 골렘들이 파편화되어 바닥에 흩어졌다.
진세아의 절대강탈.
다시봐도 사기적인 능력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거에요······?”
“세아의 능력이죠. 보상을 확인하러가죠.”
달칵.
상자에서는 오색찬란한 빛이 쏟아져나왔다.
보상은 예상했던대로 레전더리다.
그러나 이걸 모르고 있던 두 사람의 반응이 대단했다.
“우, 우와아앗! 와, 대······. 대박! 레전더리잖아요!”
목소리까지 떨리는 진세아와.
“지, 진짜 레전더리에요?”
침착함을 유지하려 하지만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은 윤서현.
둘의 반응이 재밌다.
나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레전더리 맞습니다.”
반석 길드에겐 미안하지만, 목숨 값에 비하면 싼 편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있는 마수들은 정리하고 떠날테니까.
그리고 벌써부터 놀라면 곤란하다.
“그러면 다음 게이트로 가죠.”
레전더리 투어는 이제부터 시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