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115
115화 레전더리 투어(3)
짤랑.
빛과 함께 허공에서 동전 세 개가 떨어졌다. 나는 단번에 동전들을 낚아챘다.
‘이건······?’
아무것도 새겨져 있지 않은 새하얀 순백의 동전. 은은한 빛이 흘러나와 신비로운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파지직!
시스템 메시지는 기능을 정지한 듯 간헐적인 방전을 일으킬 뿐이었다.
‘따지고보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지.’
멸망 직전의 미래에 갔던 것부터가 이계 규율의 영향 아래 일어난 일. 더군다나 거기에서 벌인 일도 일이었다.
‘하는 수 없이 기다려야 하나.’
이런 일은 종종 있었다. 대부분 기다리면 해결 되었고.
코인을 주머니에 집어 넣고, 신경을 끄려던 그때였다.
스스스······.
내가 팔목에서 금색의 빛이 흩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초월의 팔찌에서 나온 일이었다.
허공으로 스며든 빛.
그것이 효과가 있었던걸까.
곧바로 홀로그램 창이 떠올랐다.
『 시스템이 해당 기능을 정상화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
이어지는 설명.
『 인과 한계치를 뛰어 넘은 활약에 대한 포인트를 정산합니다. 』
『 다량의 포인트가 ‘초월의 코인’으로 변환됩니다. 』
‘포인트를 대신해서 코인을 지급한 거라고······?’
나는 소지한 포인트를 확인했다.
『 보유 포인트 : 2,362,540 Point 』
자그마치 236만 포인트.
‘그래도 장난 아니게 많은데.’
초월의 코인으로 변환된 포인트를 제외 하고도 이만큼이 남았단 건가. 만 단위의 적을 처치했으니, 원래대로라면 더 많은 포인트가 있어야 했지만.
‘그 포인트가 초월의 코인으로 변환 되었단 거군.’
당분간 이계 규율의 상점이나 타재간파를 사용하면서 포인트가 부족할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이건 어디에 쓸 수 있는 거지?’
나는 다시 코인을 꺼내 들어 살폈다. 이름은 거창하다만 중요한 건 사용처다.
반짝.
그런 내 의문에 답하듯 코인과 팔찌가 동시에 반짝였다.
『 초월의 코인 』
– 최상위 존재들과의 거래에서 통용되는 화폐
최상위 존재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번뜩 떠오르는 게 있었다.
‘설마······.’
멸망한 세계의 검성이 자랑스레 늘어놓던 영웅담 중 하나.
– 사신과 만난 적이 있었다니까, 그때 내가 어떻게 살아 돌아왔는지 알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최상위 존재들.
– 거래를 했지. 내 운명을 담보로. 나는 살아 돌아 왔어. 그것 말고는 거래할 수 있는 게 없었거든.
이것 말고도 어떤 영웅이 정령계의 왕을 만났다거나, 잊혀진 세계의 초월자를 만났다거나 하는 소문이 돌았었다.
‘그때는 그냥 헛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보면 뜬구름 잡는 소리는 아니었을 확률이 크다. 나는 코인을 고히 인벤토리 속에 넣어놨다.
여기만큼 안전한 장소는 없으니까.
‘쓸모가 있겠어.’
어쨌든 포인트는 236만 포인트만큼 늘었다.
‘그러면 사려던 건 마저 사야지.’
본래 목적이었던 1성 부여권을 구매했다.
『 ‘이계규율 1★ 부여권’을 구매하셨습니다. 』
『 100,000 Point를 소모합니다. 』
이러고도 226만 포인트가 남는다.
『 해당 부여권은 ‘무성(無星)’등급 아이템에만 사용 가능합니다. 』
『 ‘역전의 검 오르티시아(무성)’에 부여권을 사용하시겠습니까? 』
나는 흡족한 미소와 함께 메시지의 확인 버튼을 눌렀다.
“물론이지.”
『 역전의 검에 별의 힘이 깃듭니다. 』
하늘에서 별똥별처럼 떨어져 내린 한줄기 빛이 역전의 검을 감쌌다.
『 역전의 검 오르티시아(1★)를 획득합니다. 』
새하얀 도신 위로 은은한 금빛이 흘러나온다.
“보스, 보스가 나왔어요!”
“세아야, 뒤로 물러나!”
격력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진세아와 윤서현.
‘그러면 테스트를 한 번 해볼까.’
나는 검을 쥔 채로 그곳을 향해 뛰어 들었다.
* * *
서걱—!
테스트라고 할 것도 없었다. A급 게이트의 보스인 바람 정령이 단칼에 반으로 나뉘었다.
키에에에—!
가공할 절삭력 앞에 보스의 단말마가 울려퍼졌다. 일자베기를 사용하지 않은 위력이었다.
『 역전의 검 오르티시아(1★) 』
– 공격력 : 300
– 특수 효과 : 역전의 기회(활성화)
‘······.’
검을 바라보는 나도 기가 찰 정도다.
레전더리급과는 비교가 안되는 성능이다. 무성에서 1성으로 등급이 상승하며 200이었던 공격력이 300이 되었으니.
‘정신 나간 성능이네.’
그걸 느낀 건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진세아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오빠, 대체 2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거에요? 어디서 특훈이라도 하고 온 거에요?”
고생고생하며 싸우던 보스를 한 방에 보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특훈을 하기는 했지.”
“아무리 봐도 훈련한다고 될 수준이 아닌데.”
“너도 열심히 하면 될 걸.”
농담이 아니라, 이 둘에게는 그만한 재능이 있다.
나는 보스가 떨어뜨린 마정석을 주워들었다.
A급 보스의 마정석.
정령의 마정석은 순도가 높다. 아이템 제작자 김건에게 가져다주면 좋은 물건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 사이 정령의 둥지 근처로 다가간 윤서현이 무지개빛의 아이템을 들어 올렸다.
“레전더리 또 찾았네요. 이제는 무서울 정도라니까요.”
순간이동으로 단번에 내 쪽으로 다가온 윤서현이 아이템을 내게 건넸다. 어깨 보호대였다. 탱커 역할을 할 신아람에게 주면 딱이다.
“이래도 괜찮은 건지 모르겠어요. 저희 엄청난 불법을 계속해서 저지르고 있거든요?”
“서류상으로는 문제 없을 겁니다.”
협회의 규정을 많이 어기고 있기는 하다.
A급 게이트를 공략하는데 필요한 최소 인원은 A급 6명이다. 게이트의 규모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론 그렇다.
“그쵸, 레전더리 아이템이잖아요. 이건 어쩔 수 없는 거죠.”
처음부터 윤서현은 협회 직원임에도 규정에 깐깐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했으면 더했지.
그런 점에서는 결이 맞는다. 진세아가 어디 남은 아이템이 없나 탐색을 나선 사이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협회에서 나올 생각은 없습니까?”
“협회에서요······?”
미래의 윤서현은 그녀의 자매인 윤지은을 잃고 절망했었다. 내가 아는 미래와는 반대로 된 상황이다.
– 협회에서 나와 은빛의 날개에 진작에 합류했더라면.
그리 중얼거리는 윤서현의 씁쓸한 표정을 기억한다.
‘너무 갑작스럽게 말했나.’
그래도 나름 협회에서 오래 지냈을텐데.
그런 내 걱정과는 달리 윤서현은 주먹을 쥐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그쵸, 지한씨도 이 지긋지긋한 협회. 때려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고보니 언니 때문에 억지로 다니는 거랬던 것 같기도 하다. 길드보다 협회가 안전하다는 이유에서.
변칙 게이트가 난무하게 된 지금. 협회라고 해서 안전하지 않다. 언제 사고에 휘말릴 지 모르는 건 똑같다.
윤서현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맺혔다.
“흐응, 지한씨가 그런 의견이라면 언니도 이해해주겠죠?”
“······.”
당장이라도 때려치려는 기세다.
뭐, 나쁠 거 없겠지.
그녀의 재능은 협회에서 썩기엔 아깝다. 협회와 관련된 업무는 백묵의 부하인 마성철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고.
레전더리를 획득하기 위한 게이트 및 던전 공략은 계속 됐다.
물론 항상 레전더리를 획득할 순 없었다.
“허억, 나 좀 데려가요······.”
너덜너덜해진 진세아가 벼랑 끝을 타고 올라왔다. 미리 올라 온 윤서현과 내 앞에는 텅빈 상자가 놓여 있었다.
“이번에도 꽝이네요.”
“그럴 수도 있죠. 쉽게 얻을 수 있으면 레전더리가 아니니까요.”
애초에 대한민국에 있는 레전더리 숫자는 한정되어 있다. 다음 게이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저기요. 개고생은 다했는데 또 아이템이 없는데요?!”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레전더리가 없는 게이트 뺑뺑이를 시킨 건 미래의 진세아다.
– 그래, 오빠 말대로 지금의 내가 생각한 훈련 방식을 과거의 내가 따를 리가 없지. 그래도 방법은 있어. 바로 내 성장에 최적화 된 던전을 도는 거야!
그러니까 여기는 진세아 네가 원해서 온 거다 이말이지.
“으아아! 사, 살려줘요!”
목소리에 울먹임이 섞여 있지만 쏟아지는 온갖 함정들을 확실하게 회피하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단 의미였다.
떨어지는 바닥과 날아오는 마법 구체들.
“구경만 하지 말고 살려달라니까요오!”
“괜찮겠죠?”
“네, 괜찮을 겁니다.”
미래의 진세아가 짜준 코스의 난이도는 절묘했다. 진세아 본인에게는 죽을 맛인듯 보여도 아슬아슬하게 그 선을 넘지 않고 있다.
“허억, 허억. 둘 다, 당분간 나한테 말 걸지마요······.”
땀 범벅이 된 채로 함정을 빠져나온 진세아가 나를 흘겨 봤다.
“그래도 스킬은 얻었지?”
“그야, 이제는 함정은 안 밟겠지만······.”
여기서 얻게 되는 스킬이 절대 함정 간파랬나. 하여간, 이걸 전부 짚어준 미래의 진세아도 대단하다.
두 사람의 성장은 무서울 정도로 빨랐다.
통찰 스킬로 확인한 진세아의 레벨은 91.
윤서현은 86이다.
둘 다 A급 헌터 중위까지 올라왔다. 두 사람의 재능과 타재간파가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마지막 레전더리는 신발이었다. 진세아에게 주는 걸로 공략은 마무리다.
“바, 받아도 돼요?”
“물론이지.”
“와, 와아······.”
이번에는 특히 고생해서 그런지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런 진세아의 머리를 윤서현이 쓰다듬어줬다.
“세아, 잘 됐네.”
1주일째 되는 날.
우리는 총 11 피스의 레전더리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었다. 정말로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레전더리를 싹 다 쓸어왔다.
‘슬슬 S급 게이트를 공략할 때가 됐다.’
시간은 맞췄다.
마족들도 제대로 움직이기 시작할 타이밍이다.
S급부터는 단독 공략이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운 난이도.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할 때가 되었다.’
* * *
은빛의 날개.
회의실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S급 게이트가 다수 출현. 전조도 없이? 뭐가 이래? 정말로 마족 놈들이 수작을 부린거야 뭐야?”
은날 길드장 천상혁의 미간이 좁혀졌다. 부길드장인 윤지은의 표정도 심각했다.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염두에 둬야겠죠.”
“얼마전에 S급 게이트 공략이 끝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S급 게이트를 두 개나 동시 공략하라니.”
그 말대로 현재 은빛의 날개의 상황은 좋지 못했다. S급 게이트 공략을 마친 게 바로 어제였다.
자리에 있던 헌터 하나가 입을 열었다.
“이번 공략에서 빠지면, 은날이 입는 불이익이 너무 큽니다. 정부와 협회에서도 압력이 계속 들어올 거고요. 대외적인 이미지도······.”
“수호 길드에선 아예 자기들한테 맡기라는데요? 산하 길드에서 커버할 수 있다고.”
“허. 우리가 그렇게 만만하다 이거지?”
길드장 천상혁이 이를 악물었다.
S급 헌터를 보유한 상위 길드는 S급 게이트 공략을 강요 받는다. 강한 힘을 지닌만큼 그에 걸맞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었다.
그가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이번에 새로 키우고 있던 헌터들은 어떻게 됐어. 신아람, 천성호.”
“아직은 너무 일러요. S급 게이트는······.”
부길드장인 윤지은의 말을 들은 천상혁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수호 길드 신태양은 이번 S급 게이트 공략에 참여한다잖아. 우리라고 못할 거 뭐 있어? 팀 두 개로 나눠서 동시 공략 진행해.”
회의는 그런 식으로 결론이 났다. 윤지은이 필사적으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지난 헌터 채용 시험 사건의 이후로 길드 전체가 조급해하고 있었다.
‘너무 위험해······.’
심지어 동시에 두 개의 S급 게이트를 공략해야 하는 일이었다. 한쪽이라도 실패했다간 감당하기 힘든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
윤지은은 입술을 깨물었다.
‘하아, 어떻게 해야······.’
최소한 용병을 고용해서라도 전력을 맞춰야했다.
은빛의 날개 건물 로비까지 내려 온 윤지은.
그런 그녀의 앞에 세 명의 사람이 보였다.
“언니, 우리 돌아왔어.”
“지은 언니! 우리가 뭐하고 왔는지 알면 깜짝 놀랄 걸요?”
그들의 손에는 아이템으로 보이는 무구들이 잔뜩 들려 있었다. 게이트를 돌 거라고 이야기는 들었지만 왠 아이템?
그런데 그 아이템들이 심상치 않다.
“뭐야······?”
윤지은의 눈이 점차 커졌다. 시선은 자연스레 중심에 있는 이지한에게로 향했다.
“뭔가 근심이 가득해 보이는 표정이네요.”
이지한이 씩 웃으며 말했다.
“뭐, 도울 일이라도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