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117
117화 휘몰아치는 냉기(2)
모든 S급 헌터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사실이 있다.
S급 게이트부터는 이전에 했던 게이트 공략을 생각하면 절대로 안된다고.
그렇다면 정확히 무엇이 다른가?
던전의 구조와 규모, 마수의 강함, 혹독한 지형과 환경 등등······. 다양한 대답이 나오지만 종합하자면 이거였다.
‘모든 게 다르다.’
휘몰아치는 바람에 서린 냉기가 뼛속까지 파고 든다. 헌터의 능력치를 깎아내는 디버프나 다름 없다.
“에취! 으으······.”
앞서가던 진세아는 재채기를 했다. 많이 추운지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다.
“우와, 진짜 이거 얼어 죽겠는데······.”
“핫팩 더 없어?”
“아껴써야 돼. 우리 방금 들어왔어. 여기서 며칠이나 있어야 할지 모른다고.”
“젠장······.”
앞서가는 헌터들도 몸을 부둥켜 안은채 천천히 전진한다. 공격대 전체의 속도가 느려지는 건 당연했다.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다.
‘물론 나한테는 해당되지 않는 일이지.’
『 스킬 ‘냉기 저항 Lv.10’을 발휘합니다. 』
방어구를 착용하니 오히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질 정도다. 경험치 10만배라는 무재조정의 특성이 나를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셈.
나는 목도리를 벗어서 진세아의 목에 걸어줬다. 방한 스킬이 붙은 아이템이라 도움이 될 거다.
“오, 오빠······.”
감격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진세아.
목도리를 빼니까 내게도 냉기가 스며든다. 그래도 뭔가 부족하다. 아이템으로 지급된 핫팩도 진세아의 외투에 넣어준다.
“너, 너무 추어서 머리가 이상해진 건 아니지······?”
“······.”
“고마어······. 사, 살아서 돌아가면 보답할게······.”
농담까지 하는 걸 보니 살만해졌나보구만. 그래도 고마운 건 진짜인지 눈물까지 글썽이려고 한다.
뭐, 그렇게까지 고마워할 건 없다.
‘어디보자.’
『 스킬 ‘냉기 저항 Lv.10’의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
한기가 스며들수록 냉기 저항 스킬의 경험치가 쌓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의도하던 알림이 떠올랐다.
『 레어 스킬 ‘냉기 저항 Lv.11’을 획득합니다. 』
『 추가효과 : 추위 면역 』
‘오. 추가 효과로 좋은 게 붙었잖아.’
간단하지만 확실한 효과였다. 추위 디버프를 받지 않는 것만해도 활동성이 크게 늘어난다.
“많이 추울텐데 잘 버티시네요?”
공략대를 따라가던 헌터 중 하나가 내게 말을 걸었다. 방한 장비를 착용하고도 추위에 떠는 다른 헌터들과 달리 여유 있는 얼굴이었다.
‘이 사람은······.’
은빛의 날개에 속한 S급 헌터 김선우다.
멸망한 세계 중반까지도 활동을 하던 영웅 중 하나다. 신아람과 천성호에 가려졌지만 이 사람도 천재다.
화염 정령을 다루는 정령술사.
그의 재킷 너머로 불그스름한 정령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아, 저도 괜찮습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이 녀석이 있거든요. 용병으로 오셨다던데 이번 공략은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묻지도 않았는데 잘도 말한다. 꽤 자신이 있는 모양이었다.
“지금은 신아람이나 천성호에 밀리고 있지만······. 저도 한때는 유망주 소리 들었으니까요.”
김선우는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실제로 내가 신아람과 천성호를 추천하지 않았다면 지금 잘 나가야하는 건 김선우였을 거다.
모두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는 없다.
누군가가 빛난다는 건 그 그림자에 가려진 인물도 존재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니 이번 공략은 제 능력을 보여줄 절호의 찬스라 이거죠.”
화염과 얼음.
속성의 우위는 명확했다. 은빛의 날개에서도 그걸 고려해 공략대를 편성한 거겠지.
김선우는 재킷 속의 불꽃 정령을 자랑스레 손으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타앗!
어깨보호대로 변해 있던 오르티마가 김선우의 불꽃 정령을 향해 뛰어든 것은.
“으앗!”
갑작스런 오르티마의 습격에 김선우가 눈밭을 굴렀다. 한바탕 난리를 친 오르티마는 내 어깨 위로 뛰어 올라왔다.
이 녀석 갑자기 뭔······.
“괜찮으세요?”
쓰러진 김선우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그는 나를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허망한 표정으로 눈 밭을 샅샅히 뒤질 뿐이었다.
“제, 제임스······! 제임스 어디에 있어?!”
애타게 누군가의 이름을 부른다.
설마······.
나는 재빨리 어깨에 올라탄 오르티마를 확인했다.
아니 확인할 것도 없었다.
메시지가 떠올랐으니까.
『 형상기억마수 오르티마가 불꽃의 정령을 흡수했습니다. 』
『 오르티마(火) 형태로 변화합니다. 』
“······.”
은광택을 내던 슬라임 녀석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 주변의 공기를 따스하게 덥히면서. 무(無) 속성의 오르티마는 불 속성으로 변해 있었다.
세차게 불어오는 혹한의 바람 아래.
“제임스!!!”
정령사 김선우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 * *
은날 공략대가 목표로 하는 설산의 정상.
푸른 비늘을 가진 용인족(龍人族) 하나가 공략대를 지켜보고 있었다.
“현재까지는 별다른 특이 사항 없음.”
상당한 거리가 눈안개로 가려져 있었지만 상관 없었다. 그는 아이스 드래곤의 혈통을 이어 받은 존재.
눈안개 너머를 꿰뚫어보는 건 간단했다.
높은 빙(氷)속성 친화력 덕이었다.
‘선혈의 마족께서는 인간들 중에서도 특이한 자를 구별해내라고 하셨다.’
그들의 계획을 방해하고, 마족을 살해할 정도로 강한 자.
이번에 발생한 S급 게이트들은 그에 해당 되는 인물을 찾아내기 위함이기도 했다.
‘마족에게 대항하는 대적자를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놈들을 시험할 필요가 있겠지.’
용인족 하렐은 얼음의 창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선 한달음에 설산의 아래를 향해 뛰어내렸다.
촤아악—!
설산에 쌓인 눈을 흩뿌리며 내려오는 하렐. 단순히 활강만하는 게 아니었다.
쿠구구구······!
활강하는 그의 뒤로 방출된 마력이 눈사태를 불러 일으키고 있었다.
처음에는 미미하던 눈의 파도가 점차 커지며 산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
‘이 정도면 되겠군.’
하렐은 빠르게 방향을 틀어 눈사태의 방향에서 벗어났다.
이제 눈사태는 헌터들을 향해 쏟아질 거다.
공략대가 대부분 S급 헌터라는 것은 하렐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이 정도 눈사태에 굴할 레벨이 아니다.
이것이 평범한 눈사태였다면 그랬을 것이다.
후우우······.
안전한 장소에 자리를 잡은 용인족 하렐.
그의 손에서 검은 마기가 요란스럽게 퍼져나갔다.
마기는 눈사태를 더욱 맹렬하고 거대하게 만들었다.
‘어디 한 번 살아 남아 봐라.’
그의 손의 움직임에 따라 춤추듯 눈사태가 헌터들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 * *
“선배?”
“이거 받아요.”
나는 불속성이 된 오르티마를 공략대 중간으로 가져갔다.
여기도 추위에 떨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내색은 안하지만 입술이 파래진 신아람에게 오르티마를 건네줬다.
“어머, 귀여워라. 게다가 따뜻하네요?”
신아람이 오르티마를 꼭 껴안았다.
“갑자기 좀 괜찮아졌는데? 거의 난로가 따로 없네.”
“지한씨라고 했죠? 고마워요.”
“와, 진짜 따뜻하다.”
오르티마를 중심으로 따스한 기운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령을 먹어 치운만큼 그 효과는 톡톡히 했다.
추위가 가시자 공략대의 속도도 빨라졌다.
모두가 만족하는 오르티마의 효과였다. 물론 한 사람을 빼고.
“······.”
김선우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나도 오르티마가 그렇게 급발진을 할 줄은 몰랐다.
“미안합니다.”
내가 사과하자, 잠시 나를 바라보던 김선우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요. 길드원들도 전부 좋아하고요. 공략도 빨라 질 것 같으니까 일석이조 아니겠어요.”
이 사람 좋은 사람이다.
“오르티마라고 했던가요? 아까는 당황해서 몰랐지만, 제임스가 그 안에 살아 있다는 게 느껴지니 괜찮습니다. 정령이야 다시 소환하면 되니까요.”
그는 손을 펼쳐 다시 정령을 소환했다. 그의 품 안에서 아까와 같은 불꽃 정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쵸?”
추위를 극복해내자 길드의 분위기도 한층 풀어졌다. 선두에서 나아가던 윤지은이 손을 흔들며 내게 소리쳤다.
고마워요.
바람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진 않았지만 그리 말한 것 같았다.
“근데, 마수가 너무 없는 거 아니야?”
“이렇게까지 평온한 적이 있었나.”
게이트 진입한지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마수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말이 방아쇠가 되었던 걸까.
갑자기 진세아가 우뚝 멈춰섰다.
“위, 위험해요······. 지은 언니! 위험해요!”
새하얗게 질린 진세아가 소리쳤다. 진세아 특유의 위험 감지 스킬이 발동한 것 같다.
진세아에게 이유를 물어보려는 찰나.
콰아아아—!
“크윽.”
강렬한 폭풍이 휘몰아쳤다. 눈의 폭풍이 시야를 완벽히 차단했다. 바로 앞에 있던 헌터가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마기가 느껴진다. 단순한 폭풍이 아니야.’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시야를 뚫고, 진세아가 내게로 다가왔다.
“눈사태! 눈사태에요!”
“방향은 어디야?”
“저쪽이에요! 왼편!”
진세아가 가리키는 방향.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강렬한 마기가 느껴졌다.
“오르티마!”
『 형상기억마수 오르티마가 ‘회수의 창’으로 변합니다. 』
처억.
중간에 있던 오르티마가 한 자루의 창이 되어 내 손에 들어왔다. 내 의지에 따라 녀석은 단숨에 드래곤으로 변했다.
『 오르티마가 ‘마공학 드래곤’으로 변화합니다. 』
『 화(火)속성 정령 브레스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
고오오—!
오르티마의 입가로 고온의 열기가 모여들었다. 주변의 온도가 후끈 달아오를 정도의 고열이 대기를 달궜다.
다음 순간.
콰아아—!
오르티마의 강렬한 화염 브레스가 쏘아졌다.
초고온의 화염이 순식간에 눈을 기화 시키며 대량의 증기를 만들어냈다. 오르티마의 브레스는 그런 증기조차 날려 버릴 정도로 강력했다.
화아악!
눈폭풍에 의해 막혀 있던 시야가 뻥 뚫리며 주위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어서 오르티마의 화염이 눈사태와 정면으로 부딪혔다.
“자, 잠깐 저거 뭐야!”
“눈사태다! 다들 대비해!”
“방어막부터 펼쳐!”
시야가 열리자 공격대 전체가 술렁였다.
진세아의 말대로 거대한 눈사태였다. 군데군데 마기가 뒤섞여 일반적인 자연재해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형, 나이스!”
시야가 걷히자마자 천성호가 땅을 박차고 뛰어 올랐다. 녀석의 검에 불길처럼 피어오른 오러가 산사태를 향해 휘둘러졌다.
채찍처럼 늘어난 오러가 땅을 갈라 산사태를 지연시켰다.
“저도 돕겠습니다!”
화염 정령사 김선우가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가 소환한 화염 정령이 일순 거대해지더니 불길을 내뿜었다.
“조금만 더······!”
콰아아—!
오르티마 또한 화염을 끝없이 쏟아냈다. 녀석의 검은 비늘 사이로 붉은 열기가 솟아나오고 있었다.
그런 내 앞으로 다량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 레어 스킬 ‘정령술(火) Lv.1’을 획득합니다. 』
『 스킬 ‘정령술(火) Lv.2’를 획득합니다. 』
『 스킬 ‘정령술(火) Lv.3’을 획득합니다. 』
···
..
.
『 스킬 ‘정령술(火) Lv.10’을 획득합니다. 』
『 해당 정령술의 숙련도, 위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
오르티마의 브레스가 정령을 토대로 발휘되는 기술이라 그런가? 생각치도 못했던 정령술의 레벨이 올라갔다.
모든 것을 휩쓸 것처럼 다가오던 눈사태도 점차 잦아들고 있었다.
화염 정령의 위력이 특히 굉장했다. 일반적인 마력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양의 화염을 정령의 힘을 빌어 사용하고 있는 셈이었다.
‘좋았어.’
마지막으로 마기가 진하게 모여 있는 장소를 향해 화염을 집중했다.
김선우의 정령도 내가 노리는 부분에 정확히 화염을 날렸다. 나는 내심 감탄했다.
‘센스가 굉장한데. 마족을 상대한 경험이 별로 없을텐데. 잘도 알아챘군.’
역시 미래의 영웅이 될 인물이라 이건가. 최후의 10인만큼은 아니지만 그도 유능한 영웅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어, 어라? 왜······. 거기가 아니야!”
옆에 있던 김선우가 당황해 하며 소리쳤다. 그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급기야는 내 쪽으로 다가와서 내 팔을 붙잡는다.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에요?!”
“무슨······.”
그제서야 나도 알아챌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부분을 김선우가 정확히 노린 게 아니었다.
‘설마.’
김선우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내 정령 돌려줘요!”
정령술사 사이에서 간혹 벌어지는 사고 중 하나.
더 높은 정령술을 가진자가 정령의 주인으로 인정 받는······.
『 레어 스킬 ‘정령술(火) Lv.11’을 획득합니다. 』
정령 간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