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119
119화 휘몰아치는 냉기(4)
‘이럴 수가······.’
김선우의 상급 정령은 만년빙을 확실하게 녹여냈다.
무너져내린 만년빙을 바라보는 용인족 하렐.
그의 표정은 굳어져 있었다.
‘예상보다 너무 빠르다.’
애초에 공격대의 공략 속도가 예측 이상이었다.
3일 동안 하렐이라고 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동굴 내부와 주변의 마수들을 마기에 감화시키고, 적절히 배치한 뒤 마지막으로 보스를 정신 지배 했다.
공략대가 다가온 것을 알아채고서 급히 동굴 입구로 달려왔건만.
그 잠깐 사이에 이 꼴이 나 있었다.
‘하, 일반 정령으론 만년빙을 녹일 수 없었을텐데······. 상급 정령을 숨기고 있었단 말인가.’
전력 파악은 끝났다고 생각했건만.
마기의 눈사태가 덮쳐오는 상황에 굳이 일반 정령을 사용해가며 전력을 숨긴다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었다.
‘큭, 내 불찰이다.’
그러나 결과만은 명확했다.
완벽히 녹아 방어벽의 의미를 상실한 만년빙.
공략대의 시선이 하렐을 향해 매섭게 꽂히고 있었다. 아직 동굴 외부의 마수들의 처리가 끝나지 않았기에 그들은 아직 상황을 살피고 있는 중이었다.
‘좋지 않다. 여기서는 일단 후퇴를······.’
아무리 상위 마족의 권속이라 한들, 열 명의 공략대를 동시에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하렐이 뒤를 돌아서려는 찰나.
콰앙!
하렐의 앞에 창 하나가 꽂히며 얼음 바닥을 깨부쉈다. 산산조각난 파편이 진로를 방해했다.
“어딜 가시나.”
동시에 얼음 바닥을 박차고 맹렬히 돌진해 오는 남자. 이지한.
그는 타재간파의 서를 개방해 광화, 신속, 오러블레이드를 동시에 펼치는 중이었다.
‘무슨 기세가······!’
하렐은 얼음창을 급하게 들어 올렸다.
콰아앙—!
이지한의 검과 하렐의 얼음창이 맞부딪혔다. 동굴 내부를 울릴 정도의 충격파가 퍼져나갔다.
‘크윽, 이 녀석은 뭐지?’
카각—!
무기를 맞대고 있을 뿐이지만 엄청난 힘이 느껴졌다. 바닥에 고정시킨 그의 발바닥이 얼음을 부수면서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심지어 얼음의 창이 남자의 칼날에 파먹히고 있다. 단순 힘에서도, 무기 자체의 성능에서도 지고 있었다.
“청빙의 기사들이여, 움직여라!”
하렐의 외침에 좌우에 있던 얼음 기사들이 남자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무려 상급 정령의 검격.
두 개의 새하얀 냉기의 검기가 이지한을 향해 날아갔다.
콰아앙!
새하얀 냉기의 안개가 퍼져나간다. 직격했다면 몸이 꽁꽁 얼어붙는 결빙 상태가 되었을 것이다.
하렐은 그 틈을 이용해 재빠르게 거리를 벌렸다. 그의 미간은 좁혀져 있었다.
‘이 남자는 정령술사 아니었나?’
산사태를 막을 때 주요했던 인물 중 하나였기에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기억 속에는 분명히 조그만한 드래곤 같은 걸······.
거기까지 떠올린 순간.
쿠구구구······!
하렐의 뒤쪽에 꽂혀 있던 창이 급작스럽게 부풀기 시작했다. 이윽고 나무로 이뤄진 용의 형태가 된 오르티마.
“큭! 뭐, 이런······.”
거대한 동굴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어마무시한 크기였다. 3일 전 보았던 드래곤과는 비교도 안될 수준.
몸을 들어올린 목룡 오르티마가 육중한 몸체를 이끌고 하렐을 향해 돌진해왔다.
‘피했다.’
하렐은 순간적으로 뛰어올라 목룡의 돌진을 피해냈다. 그러나 오르티마의 목적은 하렐이 아니었다.
덥썩!
목룡은 그대로 청빙의 기사를 집어 삼켰다. 새하얀 기운이 목룡의 목구멍을 타고 쏙 넘어갔다.
그 모습을 확인한 하렐이 조소했다.
“하, 어리석군. 정령을 삼키다니! 내부에서부터 얼려주마!”
그는 마력을 운용해 얼음 정령에게 명령을 내렸다. 청빙의 기사는 적을 내부에서부터 냉기로 잠식해 나갈 것이었다.
그랬어야 할 터인데.
“?”
정령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아니, 명령이 닿지 않는다고 보는 게 맞았다.
목룡은 정령을 삼킨채로 줄어들어 슬라임의 형태를 취했다.
뀨!
한없이 차갑고 푸르른 색을 띈 슬라임으로.
‘뭐······?’
하렐이 눈이 커졌다.
이래선 마치 정령을 소화 시킨 것 같지 않은가. 정령을 삼킬 수 있다는 생명체가 있단 건 듣도보도 못했다.
범상치 않은 검과 소환수.
순간적으로 생각 하나가 하렐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설마 저 남자가 대적자인가?’
마족의 계획을 저지하고 막으려하는 대적자일지도 모른다. 하렐의 눈이 빠르게 움직였다. 다른 헌터들은 여전히 뒤쪽에 있다.
만년빙이 있던 자리를 넘어 온 것은 이 남자가 유일했다.
콰아아아—!
슬라임은 어느새 드래곤으로 변해 냉기의 브레스를 쏘아내고 있었다. 꽤 거센 브레스였지만 얼음 속성 친화력이 높은 그에겐 무의미한 공격이었다.
중요한 건 눈 앞의 남자가 대적자일지도 모른다는 사실 뿐.
‘그렇다면······.’
하렐은 몸 안의 마기를 방출시켰다. 사방으로 퍼져나간 마기가 정령계에 존재하는 정령들을 불러 왔다.
‘이 자리에서 죽인다.’
그렇게 소환한 상급 정령이 무려 네 마리. 남아 있던 한마리도 근처로 다가왔다. 그들이 뿜어내는 한기가 드래곤의 아이스 브레스를 몰아냈다.
“각오해라. 인간.”
아이스 드래곤의 피를 이은 용인족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자리에서 죽여주마.”
처억, 처억!
다섯 마리의 청빙의 기사가 그의 앞에 도열했다. 혹한의 검을 든 기사들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하렐은 얼음의 창을 앞으로 내밀었다.
“가라!”
동시에 기사들이 냉기를 흩뿌리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아니, 달려나갔어야 했다.
우뚝.
기사들은 몇 걸음을 걸어나가다 멈춰섰다. 하렐의 눈에 당혹의 빛이 스쳐지나갔다.
“뭐냐, 왜 멈추는 거냐?”
그러나 묵묵부답.
오히려 기사들은 천천히 하렐을 향해 돌아서기 시작했다. 얼음의 칼날을 하렐의 목을 향해 드리운다.
당황한 그의 시선이 남자를 향해 고정됐다.
“설마······.”
그것을 바라보는 이지한.
그의 입가에는 흡족스런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 * *
오르티마가 얼음 정령을 삼킨 직후.
곧바로 아이스 브레스를 발사하게 했다.
권속 하렐은 빙하룡(氷河龍)의 피를 이어받은 용인족.
얼음 속성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 특수 스킬 ‘고급 정령술 Lv.1’을 획득합니다. 』
『 특수 스킬 ‘고급 정령술 Lv.2’를 획득합니다. 』
『 특수 스킬 ‘고급 정령술 Lv.3’을 획득합니다. 』
···
..
.
『 특수 스킬 ‘고급 정령술 Lv.11’을 획득합니다. 』
경험치는 확실하게 오르고 있었다. 타재간파의 서를 개방하며 습득한 고급 정령술의 레벨이 빠르게 올라갔다.
‘좋군.’
『 유니크 스킬 ‘초마력회로 Lv.11’을 발휘합니다. 』
『 사용 마나가 79% 감소합니다. 마력 효율이 증가합니다. 』
고급 정령술에는 다량의 마나가 소모되지만, 미래에서 배운 초마력회로가 톡톡히 제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정령술 스킬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정령 소환을 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란거지.’
정령술은 정령을 잘 다루고 통제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에 불과하다. 정령계에 있는 정령들을 소환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아무리 뛰어난 조련사가 있어도 동물이 없으면 무의미한 것처럼.
‘고맙게도 다섯 마리나 상급 정령을 소환해주다니.’
녀석은 다섯 마리나 소환해줬다.
『 특수 스킬 ‘고급 정령술 Lv.11’을 발휘합니다. 』
다섯 정령의 통제권이 고스란히 내쪽으로 넘어왔다.
‘재능의 조각을 두 개나 만들어서인가, 순식간에 11레벨을 찍을 줄이야.’
본래 스킬의 최대 레벨은 10.
무재조정의 효과로 11레벨이 된 내 고급 정령술이 우세인 게 당연했다.
정령의 간섭은 확실하게 성공했다.
처억, 처억!
놈이 소환한 정령 기사들이 반대로 돌아섰다. 하렐의 표정이 볼만하다.
“싸워라.”
내 한마디에 다섯 마리의 정령들이 일제히 검을 들고 도약했다.
카강! 카앙!
쏟아지는 검격을 막아내는 하렐의 창이 바쁘게 움직였다.
“크윽, 이 비겁한 인간 놈!”
얼음 속성에 강한지라 냉기는 통하지 않지만 정령들이 휘두르는 검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실제로 하렐은 검을 막아내느라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소환사나 정령사들은 이런 기분인건가.’
직접 싸우지 않고 지휘를 통해 전투를 지배하는 느낌.
카앙! 캉!
“정정당당히 싸워라, 인간! 너 따위는······.”
“······.”
하렐의 말에 나는 귀를 긁적였다. 정령 다섯 마리로 공격하려던 놈이 누군데.
사방에서 날아오는 정령들의 공격은 하렐의 발을 묶어두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결정타가 부족하다.
‘상급 정령 다섯 마리를 동시에 운용하는 건 마력 소모가 극심하긴 하군.’
마력 회로를 사용해도 마나가 쭉쭉 줄어드는 게 느껴질 정도다.
‘······그래도 좀 더 기다린다.’
뒤쪽에선 아직 전투가 한창이었다.
일자베기나 김선우의 상급 정령을 활용하면, 한 방에 정리 될 수도 있지만 내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다.
저벅, 저벅.
나는 하렐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내가 위협이 되고 있단 사실을 충분히 알리면서 놈을 압박했다.
“크윽, 좋다. 후회하게 해주마!”
정령들의 공격을 막기만 하던 하렐이 소리쳤다.
콰아아앙!
놈을 중심으로 강렬한 마기가 터져나왔다. 보랏빛 마기가 아닌 검붉은 마기가 하렐을 집어 삼켰다.
얼음의 정령들이 산산조각이나며 동굴 바닥에 흩어졌다. 나는 팔을 들어 올려 날아오는 얼음 파편들을 막아냈다.
“이제 확신했다. 네 놈이야말로 마족의 대적자. 무슨 일이 있어도 죽이겠다.”
그의 눈가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비늘의 틈새에서도 붉은 피가 차오른다. 은은하게 빛나는 선혈.
혈귀(血鬼).
선혈의 마족의 권속들이 사용하는 일종의 주술이다. 온 몸에서 피가 흘러내리 출혈 상태가 되는 대신 강한 힘을 손에 넣는다.
그 기세는 흉흉했으나 내 입가엔 오히려 미소가 지어진다.
기이잉—.
하렐의 입가에 푸른 빛이 맺히기 시작했다. 동굴 내부에서 흐르는 차가운 기류가 심상치 않다. 모든 냉기가 하렐의 입을 향해 모여들고 있었다.
다음 순간.
빙하룡의 피를 이은 용인족.
그가 뿜어내는 진정한 아이스 브레스가 동굴을 뒤덮었다.
콰아아아아——!
‘좋아. 예상대로야.’
『 스킬 ‘체인지 웨펀 Lv.11’을 발휘합니다. 』
『 유니크 아이템 ‘빛나는 강철 방패’를 꺼내듭니다. 』
나는 방패를 들어 올렸다. 미래에서 레벨 100을 달성했을 때 받은 한계돌파 보상이었다.
이 순간만큼을 기다리고 있었다. 놈이 아이스 브레스를 날리기를.
“이리와, 오르티마!”
내 의도를 알아채린 녀석이 내 등 뒤에 착 달라붙었다. 오르티마의 몸 안 불꽃 정령이 따스한 열기를 방출해낸다.
그럼에도 혹한의 냉기가 전신을 뒤덮는다. 영혼까지 파고드는 듯한 추위가 정신을 뒤흔들 정도. 물론 내 정신은 그 정도에 굴하지 않는다.
『 유니크 스킬 ‘지고의 정신 Lv.1’을 발휘합니다. 』
꿋꿋이 방패를 들어 올린다.
쩍! 쩌저적!
방패와 팔이 얼어붙고 새하얀 서리가 전신을 뒤덮었다.
새하얀 브레스로 뒤덮인 시야 속에서 극한의 냉기만을 느끼며 꿋꿋이 서 있는다. 몸이 찢어질 듯한 추위를 온 몸으로 받아들인다.
‘후우······.’
순식간에 체력이 줄어드는 게 느껴진다. 어쩌면 놈이 혈귀가 되기 전에 죽이는 게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 유니크 스킬 ‘냉기 면역 Lv.1’을 획득합니다. 』
미래를 봐야했다.
다가올 시련과 상위 마족들.
그들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 유니크 스킬 ‘냉기 면역 Lv.2’를 획득합니다. 』
『 유니크 스킬 ‘냉기 면역 Lv.3’을 획득합니다. 』
단순히 눈 앞의 적을 죽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 유니크 스킬 ‘냉기 면역 Lv.4’를 획득합니다. 』
스킬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조금씩 추위가 가시고 오르티마의 온기가 느껴진다. 나는 방패를 든 채로 천천히 전진했다.
『 유니크 스킬 ‘냉기 면역 Lv.5’를 획득합니다. 』
한걸음. 한걸음.
『 유니크 스킬 ‘냉기 면역 Lv.6’을 획득합니다. 』
『 유니크 스킬 ‘냉기 면역 Lv.7’을 획득합니다. 』
폭풍을 뚫고 나아가는 등산가처럼.
휘몰아치는 냉기를 견뎌내며 나아간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브레스의 농도와 냉기는 진해져만 간다.
그래도 괜찮다.
내 경험치는 20만배니까.
『 유니크 스킬 ‘냉기 면역 Lv.10’을 획득합니다. 』
『 빙속성 저항력 300% 상승, 냉기 및 추위 100% 면역 』
놈의 앞에 도달한 순간.
콰앙!
나는 크게 뛰어 올랐다.
“······!”
브레스를 발사하던 하렐의 시선이 위쪽을 향했다.
피로 물든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브레스를 도중에 끊어내는 건 불가능.
나는 역전의 검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끝이다.”
『 각성 스킬 ‘일자베기 Lv.12’를 발휘합니다. 』
콰아아아—!
시리도록 푸른 한줄기의 선이 동굴 전체를 뒤흔들었다. 뒤쪽에 있던 공략대가 볼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굉음과 섬광 뿐이었다.
더 이상 권속 따위로는 날 막지 못한다.
네 놈들의 주인을 데려와라.
『 상위 권속 ‘용인족 하렐’을 처치하셨습니다. 』
『 이계 규율이 업적을 정산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