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122
122화 운명의 사람(2)
태백산맥.
어느 산의 정상.
“없어······. 레전더리 아이템이 하나도 없어. 이럴 수는 없는데.”
어린 소년이 기가 차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 정체는 상위 나약의 마족.
“뭔가 잘못 된 거 아니야? 예언의 마족 그 새끼······. 처음부터 우리를 엿 먹이려고 했던 거 아니야?”
붉은 장발을 늘어뜨린 미모의 여성이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정체는 상위 선혈의 마족.
두 상위 마족은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레전더리 아이템을 파밍하기 위해 전국을 돌고 있었다.
손실된 마기를 보충하기 위함이었다.
“프로젝트 메이저 게이트만 무산되지 않았어도 이런 귀찮은 짓은 안해도 됐는데······. 이거 곤란하게 됐어.”
마계에서 이곳 문명계로 넘어 오기 위해 상위 마족은 마기의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그 부족한 아이템으로 메꿀 셈이었는데.
문제는 레전더리 아이템이 하나도 없다는 것.
보상으로 존재해야 할 레전더리가 쏙 빠져 있는가 하면 던전 자체가 사라진 경우도 있었다.
선혈의 마족은 들고 있던 종이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종이 조각에 바람에 날려 흩어졌다.
“예언? 웃기고 있네. 정보랍시고 건네 준 게 이딴 수준이면 놈의 능력도 안봐도 뻔해. 개 같은 새끼.”
“흐음······. 그 녀석이 음흉한 구석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거짓 정보를 쥐어줬을 리는 없는데.”
나약의 마족은 턱을 괸 채 생각에 잠겼다.
예언의 마족.
그는 마계왕의 참모진 중 하나였다. 미래를 예언하고, 다차원의 정보에 접근 할 수 있는 능력자.
현 시점 문명계의 인간들 수준으로는 예지력에 대한 대항력이 있을 리가 만무.
‘하지만 있어야 할 레전더리가 없단 말이지······.’
나약의 마족의 미간이 좁혀졌다. 입가에는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답은 하나였다.
‘예언의 마족보다 한 발 앞서서 레전더리 아이템을 회수 했다는 건가.’
앞서 저지 당한 두 개의 계획. 프로젝트 마기와 메이저 게이트. 단순히 정보가 새어나간 게 아닐 수 있다.
‘인과를 뒤흔드는 대적자의 출현이라······.’
이레귤러인가 예언을 뛰어넘는 힘의 작용인가.
‘윗분들께서 걱정하시던 일이 현실이 될 수도 있겠어.’
아직은 알 수 없다.
뭐가 되었든 결론은 하나.
그 대적자를 찾아 한시라도 빨리 제거 해야 했다.
“허위 정보를 뿌린 예언의 마족부터 찢어죽여야겠어! 안 그래?”
이를 뿌득뿌득 갈고 있는 선혈의 마족. 분노의 방향이 잘못 되었다. 다만, 그걸 굳이 정정하진 않았다.
어쨌든 놈이 무능해서 괜한 헛걸음을 한 건 맞으니까.
“프로젝트 아포칼립스가 우선이야. 슬슬 부하 놈들이 마계에서 이곳으로 넘어왔을 거야. 예언의 마족과 한 판 벌이는 건 나중에 하라고.”
“쯧.”
S급 게이트가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 지금. 대량의 마족들이 이곳으로 넘어 오기에는 최적의 시기였다.
나약의 마족이 몸 안의 마기를 끌어냈다.
‘다행히 대적자를 찾아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겠어.’
소년의 입가에 잔혹한 미소가 걸렸다.
협회에서 헌터 행세를 하고 있는 마족이 여럿있다. 그들은 문명계에 게이트가 열렸을 때부터 자리를 잡아 온 이들.
‘어쨌든 놈들은 게이트를 공략했다. 흔적을 남는 건 당연하겠지. 그것만 조사하면 대적자가 누군지 알아내는 건 금방이다.’
대적자를 처리하고 프로젝트 아포칼립스를 실행한다.
그리하면 전국의 게이트가 동시에 붕괴하며 대한민국은 지옥으로 변하게 될 거다.
* * *
콰아아앙!
천성호의 일격을 마지막으로.
S급 게이트의 보스 포이즈닉 드레이크가 쓰러졌다.
은빛의 날개 길드원들이 주저 앉았다.
“이겼다······. 살았어······.”
“지원이 안 왔으면 우린 그대로 죽었을 거야.”
“감사합니다. 부길드장님!”
길드장 천상혁의 독단으로 엉망이 될 뻔했던 공략은 부길드장 윤지은의 지원으로 수월하게 진행 되었다.
“이번 신입들 실력도 인정할 수밖에 없겠는데.”
“둘 다 괴물이라는 말밖에는 안 나와. 도저히 못 따라가겠어.”
“부길드장님이 다른 게이트를 3일만에 공략하고 지원을 온 거라니······.”
이번 일로 인해 부길드장인 윤지은의 발언권도 강해질 거다.
『 스킬 ‘독 저항 Lv.11’을 획득합니다. 』
『 스킬 ‘독 면역 Lv.11’을 획득합니다. 』
나도 스킬을 얻을 수 있어서 만족스러운 공략이었다.
‘이 정도면 완전 면역까지는 아니어도, 왠만한 독에는 끄덕 없겠어.’
S급 게이트 특유의 환경은 나를 강하게 준다. 환경에 구애 받지 않는다는 건 큰 메리트가 있다.
메시지 창을 보며 만족하고 있는데, 은날의 길드장인 천상혁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한껏 미간을 좁힌 상태였다.
“당신······. 이지한이라고 했지.”
뭔가 불만이라도 있는 건가.
길드원들 앞에서 자신의 무능을 드러내고, 반대로 부길드장인 윤지은의 입지는 올라갔으니 불만스러울 법도 하다.
한 손으로 머리를 짚은 천상혁은 깊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고맙다. 지은이에게 들었다. 자네 덕분에 빠르게 지원을 올 수 있었다고 하더군.”
의외의 발언이었다.
은날의 길드장 천상혁.
그는 마족의 침공이 본격화 되기 전에 죽었다. 그의 호전적인 성격이 그를 죽음으로 이끌었다는 소문이 있었다.
인간적으로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까지는 모른다.
“인재들을 추천 해주고 레전더리를 빌려주기까지. 뭐라고 감사의 인사를 해야할지 모르겠군······.”
씁쓸한 표정을 지은 그는 길드원들을 바라봤다. 지쳐 있지만 그들 모두 멀쩡히 살아 있었다.
“내 욕심이 과했어.”
그런 그의 뒤로 윤지은이 다가왔다.
“기운부터 내시죠. 길드장이 흔들리면 괜히 길드원들 마음만 흔들려요. 이번 일에 대한 건 돌아가면 문책할테니까요.”
“그래······. 이번 건은 내 잘못이 맞아. 이제 돌아가자고.”
결과만 놓고보자면 은빛의 날개는 공략에 성공했다.
밖으로 나가자 뜨거운 기자들의 플래쉬 세례가 이어졌다.
수호 길드를 제치고 가장 먼저 S급 게이트를 공략한 은빛의 날개.
대중과 언론의 관심이 쏟아지는 건 당연했다.
‘수호 길드가 공략을 마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다중 발생한 S급 게이트는 눈속임에 불과하다.
이 시기를 틈타 다수의 마족들이 이곳으로 넘어 오고 있을 거다.
그러나 나는 놈들을 막지 않을 예정이다.
‘상위 마족을 제외하면 인류도 그리 약하지 않다.’
마족의 위험성과 그 중요도를 대중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프로젝트 아포칼립스가 개시 되기 이전, 최후의 10인의 힘을 최대한 키워 놓는다.’
대한민국 내에서 최고의 재능을 가진 이들.
그들이 날개를 활짝 핀 채로 마족을 쓰러뜨릴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공략 성공 축하합니다!”
“수호 길드를 제친 최단 공략 축하드립니다!”
은빛의 날개에 돌아오니 기다리고 있던 길드원들이 폭죽을 터트렸다. 위험했던 것과 별개로 어쨌든 공략 성공이니 축하할만한 일이었다.
천상혁이 씁쓸하게 웃었다.
좋은 길드원들을 뒀구만.
머리에 꼬깔 모자를 쓴 진세아가 내쪽으로 다가왔다. 눈을 가늘게 뜬 채 나를 바라보고 있어요.
“오빠, 어떤 외국인 여자애가 오빠를 찾던데요?”
“외국인?”
외국인 중에 날 알만한 사람은 없지만, 짐작 가는 사람은 있었다.
“엄청 귀여운 애였는데······. 이름이 엘리스라던가? 한국말 완전 잘하던데.”
멸망한 세계에서도, 회귀를 한 시점에서도 나는 그녀를 만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미래에서 나는 분명히 만났다.
내 마지막 제자를 자처하는 인물을.
그게 엘리스였다.
‘미래에서 엘리스가 알려준대로라면, 내가 엘리스를 만나는 건 한참 뒤일텐데.’
다만, 엘리스는 시간을 다루는 능력자.
나와 더 빨리 접촉할 방법을 알아낸 걸지도 모른다.
자세한 건 만나봐야 알겠지만.
‘이거 계획이 크게 바뀌겠는데.’
그녀의 시간 조작이 있다면, 나는 13레벨의 일자베기를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그 애, 지금 어디에 있어?”
“그것까지는 모르겠어요. 된장찌개 먹으러 간다고 그랬는데. 다시 올 거래요.”
된장찌개······?
현 시점에서 엘리스의 얼굴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미국의 A급 헌터이기는 하나, 미국은 A급 헌터가 차고 넘치기에.
온 김에 관광이라도 하려는 거겠지.
“다시 오면 내 번호를 알려줘.”
“근데 하나만 물을게요.”
“뭔데?”
진세아가 의심스런 눈초리로 날 바라봤다.
“걔가 오빠 보고 운명의 상대라던데. 둘이 무슨 관계에요?”
“······.”
대체 진세아한테 무슨 말을 하고 사라진 거냐. 엘리스.
* * *
수호 길드가 공략을 마치기 전 해야 할 일.
그 중 하나는 미래의 성녀 채아람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는 거다.
‘나 혼자서 모든 마족에게 대항할 수는 없다.’
대마법사 김민수를 제외한 최후의 10인.
그들의 성장을 앞당기는 것.
프로젝트 아포칼립스를 막기 위해선 필수적인 일이었다.
이전에 만났던 하루 길드의 마스터 채하루.
그의 소개로 나는 그녀의 동생 채아연을 만날 수 있었다.
도심의 카페.
“진심으로 하는 말인거죠?”
검은 단발을 한 채아연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 고등학생인 그녀가 의심스런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옆에 있던 그녀의 오빠 채하루가 뜨악한 표정으로 채아연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리고선 빠르게 속삭인다.
“야, 이 분이 우리 길드 망할 뻔 한 거 구해주셨다니까. 똑바로 대답해······.”
이를 악물고 말하는 채하루.
그런 오빠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채아연은 당당하게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수상하잖아. 은빛의 날개에 나를 추천한다니. 내 뭘 보고······? 얼굴?”
“뭔 개소리야······. 너 진짜 뒤질래?”
남매가 아주 사이가 좋아 보여 다행이다.
현재 채아연은 소형 길드에서 활동하고 있다. 멸망 전까지 두각을 드러내지 않다가, 그 이후에 빛을 본 케이스다.
그럼에도 최후의 5인까지 살아 남은 천재.
나는 씩 웃으며 명함을 내밀었다.
물론 내 명함은 아니고, 윤지은의 명함이다. 마음대로 사용해도 된다고 허락은 받았다.
“못 믿으시겠으면 직접 연락해보셔도 됩니다.”
멸망한 세계에선 인류를 구하겠다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그녀였지만, 아직 세계는 멀쩡하다.
그런 대의나 사명을 요구할 순 없다.
자본주의 시대에 가장 중요한 건 뭐겠는가.
돈이다.
그리고 은빛의 날개는 대한민국 2위.
“으음······.”
명함을 바라보는 채아연이 꿀꺽 침을 삼켰다.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하게 해준다는데 거부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것도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대우다.
단순히 돈이 전부가 아니다. 은빛의 날개에서 쌓을 수 있는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최근 들어 방송에서도 연일 은빛의 날개 공략 소식에 대해서만 떠들어 대고 있다. 은날의 주가는 현재 최고조.
명함을 빤히 바라보던 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할래요. 은빛의 날개.”
하여 채아연을 포섭하는 일은 빠르게 끝이났다. 이제 은빛의 날개는 다른 길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전력을 가진 길드로 거듭났다.
채아연, 채하루 남매와 헤어지고 난 뒤.
띠리링.
백묵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슬슬 전화가 올 때가 됐지.’
지난번 중위 전투의 마족 공략 때 백묵도 상당한 이득을 봤을 거다. 그곳으로 헌터들을 불러 모아준 게 그였으니까.
– 지한씨, 은빛의 날개 공략 축하드립니다. 두 개의 게이트에 참여하다니. 기가 막히네요.
정보 길드 호라이즌을 운영하는 그.
– 만년 2위 길드를 단번에 1위와 다툴 정도의 기량을 뽐내게 하다니. 정말 놀랍다니까요, 지한씨의 행보에는 매번 감탄합니다.
새롭게 확인한 미래에서 그는 독특한 행보를 보였다.
멸망한 세계의 혼란을 틈타 그는 새로운 국가를 건설한다.
꽤 오래 버텼다곤 하는데, 결국 마족에게 무너진 뒤 살아남은 자들은 최후의 도시에 합류했다는 이야길 들었다.
– 그래서 말인데 제가 좋은 정보를 알아냈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까?
“정보 말인가요?”
잠시 침묵하던 백묵은 말을 이어갔다.
– 최근 협회에서 지한씨가 다녀간 게이트와 던전의 정보를 알아내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네요.
협회와 상위권 길드에 숨어 있는 마족들.
그들이 나를 찾을 거란 건 예상하고 있었다.
정보가 빠져나가는 것도 전부 막아낼 순 없다.
어쩔 수 없이 감수하려 하고 있었는데.
– 지한씨에 대한 정보는 제 부하가 차단했습니다. 지한씨에 대해선 꼬투리도 못 잡을 거에요.
백묵이 막아냈단다. 생각치도 못한 서비스다.
– 거기에 더해서 알아냈습니다. 협회에 숨어 있던 마족.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랑 같이 일 하나 해보시지 않겠습니까?
역으로 협회에 존재하는 마족의 정체까지 알아냈다 이말이지.
“좋네요.”
나는 고개를 들어올렸다.
저 멀리 하늘 위로 검은 마기가 희미하게 떠오른다. 대한민국 전역으로 서서히 퍼져나가는 어슴푸레한 검은 연기.
과거에는 놈들이 우리를 노리고 침략해 왔다면.
이번에는 다를 거다.
우리 쪽에서 네 놈들을 사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