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127
127화 붉은 피가 흐르는 세계(3)
순혈 뱀파이어 ‘드라구트’.
그는 선혈의 마족의 권속.
수 천의 뱀파이어들을 이끄는 존재였다.
그렇기에 더더욱 신중하게 행동했다.
뒤쪽으로 용인족 두 마리가 따라 붙었을 때 그는 일부러 속력을 줄였다.
‘내 부하들 스물이 단칼에 당했다. 인간이라고 해도 얕볼 상대가 아니야.’
그런 그의 판단은 정확했다.
서걱—!
두 용인족이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당했다. 드라구트는 어둠 속에서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었다.
‘혈귀로 변하지도 못하고 죽을 정도란 말인가. 아무리 방심했다고 한들······.’
선혈의 마족에게 받은 능력 ‘혈귀(血鬼)’.
그것을 사용하면 능력치를 단숨에 불릴 수 있었을 것을. 하사 받은 힘조차 활용하지 못하고 죽은 놈들이 한심할 따름이었다.
저래선 체력도 못 빼고 개죽음을 당한 꼴 아닌가.
끌끌.
혀를 찬 드라구트가 한 손을 들어 올렸다.
‘저 자가 대적자일지도 모르겠군.’
그는 미리 준비해 뒀던 수 천의 군세의 진격을 명했다. 숲 속에 대기하고 있던 수 천의 군세가 수 만의 박쥐가 되어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그 행렬은 마치 검은 해일과도 같다.
핏빛의 달 아래 숲을 뒤덮으며 나아가는 무수한 박쥐떼.
드라구트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굳이 내가 나설 것도 없다. 압도적인 수로 찍어 누르면 그만이니.’
그의 그런 생각은 얼마가지 않아 뒤짚어 졌다.
콰아아아—!
밤하늘을 뒤덮는 푸른 섬광.
“······뭣이?”
뱀파이어의 파도 앞에서 정면으로 저항하는 존재.
신태양이었다.
“으아아아아!”
스승에 의해 땅으로 떨어진 신태양은 죽어라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푸른 오러에 휩싸인 검이 하늘과 땅을 끊임 없이 수 놓았다.
콰앙! 콰앙!
그의 주변에 안착한 뱀파이어들이 붉은 기운을 쏘아 보냈지만, 신태양의 검이 쏘아내는 마력의 광휘가 모든 것을 집어 삼켰다.
전장을 휩쓰는 한 명의 영웅.
뱀파이어들은 무력했다.
“크아아악!”
“저 인간 놈!”
“잡아!”
그들은 전 방위에서 달려들어도 신태양의 옷자락하나 스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격차는 뱀파이어가 죽어나갈 때마다 커져만 갔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신태양의 이마로 한줄기 땀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어느 순간보다 확신에 차있었다.
떨어지는 순간까지만해도 스승님을 조금 원망했다. 아니, 지난 5일 동안 원망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훈련을 빙자한 압도적인 폭력.
저항할 수 없는 거대한 힘 앞에서 신태양은 무력했다.
그럼에도 신태양은 스승을 여전히 존경하고 있었다. 그 뿐이겠는가 무조건적으로 따르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신태양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지만 신태양은 전에 없는 해방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강해지고 있다.’
정말로 강해지고 있었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수호 길드에 있었던 어느 순간보다, 최근 일주일간의 훈련에서의 변화가 크게 느껴질 정도였다.
“죽여라! 죽여서 권속으로 만들어!”
“목을 물어 뜯어!”
“이 버러지 같은 인간이 어디를······.”
이를 악물며 달려드는 뱀파이어들.
촤아아악!
처음에는 버겁던 그들의 공세도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았다.
『 레벨이 상승합니다. 』
『 레벨이 상승합니다. 』
『 레벨이 상승합니다. 』
신태양의 검이 질풍처럼 그들을 베어내고 잘라냈다. 그럴 수록 몸은 가벼워지고, 검을 쥔 손의 힘은 강해져만 간다.
“무슨······. 무슨 이런 일이······.”
그 모습을 지켜보던 드라구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대군을 뚫어내는 것으로도 기겁할 노릇인데,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고작 인간 하나를 못 당해서 이 꼬락서니라니, 전부 달려들어라!”
밤하늘을 새까맣게 덮은 박쥐들이 신태양을 구처럼 감쌌다.
완벽한 포위를 했다고 생각한 순간.
푸른 섬광이 구를 꿰뚫고 터져나왔다.
숲을 미친듯이 가로지르는 푸른 빛줄기.
그곳을 가로막는 뱀파이어들은 낙엽처럼 쓸려나갈 뿐이었다.
실시간으로 부하들이 쓰러져가는 것을 지켜보는 드라구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정말로 대적자······? 저것이 대적자란 말인가?’
드라구트는 부하들을 물렸다. 이미 뼈아픈 손실이었지만, 더 이상의 진격은 무의미했다.
급하게 퇴각하는 뱀파이어들.
땅 위에 선 신태양의 시선이 밤하늘의 드라구트에게로 향했다.
“네가 이 녀석들의 대장인가?”
독기로 번들거리는 신태양의 눈빛.
그 앞에선 드라구트도 한순간 섬칫함을 느낄 정도였다.
이내, 드라구트는 웃음을 지었다.
“하하, 좋다. 대적자, 네 놈이라면 내 상대로 충분하겠지!”
그가 붉은 검을 꺼내들었다.
* * *
현대의 던전 공략에는 크나큰 단점이 있다.
너무 안전하다는 것이다.
게이트에 대한 공략법과 각종 아이템, 전투에 대한 개념 등이 정립된 지금 게이트 공략은 지극히 안전해졌다.
심지어 S급 게이트조차도 공략 성공률은 대단히 높다.
‘안전한 게 나쁜 건 아니지만.’
마족들의 침공을 앞둔 세계에서는 오히려 독이 된다.
목숨을 걸고 전장을 누벼 온 영웅과 안전한 장소에서 전투를 관망하는 간부의 경험이 같을 리가 없다.
특히 신태양과 같은 천재에게는 더더욱 그 차이가 실감될 수밖에 없다.
‘강해지기 위한 적절한 환경이라 이건가······.’
온실 속에서 애지중지 길러지던 화초.
미래의 신태양은 과거의 자신을 그리 평가했다. 더 강해지기 위해선 사선을 넘나들어야한다고 강력히 이야기했다.
결과적으로 그 효과는 대단했다.
『 타재간파 : 대상의 능력을 꿰뚫어 봅니다. 』
『 대상 ‘신태양’의 현재 레벨은 118입니다. 』
두번째 재능을 개화한 대상에 한해서 레벨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성장세였다.
게이트에 들어 올 때 신태양의 레벨이 100대 초반 정도였으니까. 레벨업이 무서울 정도다.
나는 신태양을 보조하며 위쪽에서 오르티마를 조종했다.
콰앙! 쾅!
와이번으로 변한 오르티마가 쏘아낸 마력의 구체가 뱀파이어들을 불태우고, 얼렸다. 두 가지 속성의 정령을 흡수한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 와이번(오르티마)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
『 와이번(오르티마)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
···
..
.
『 와이번(오르티마)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
신태양이 타재간파의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나, 내 무재조정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20만 배의 경험치 앞에서 와이번은 순식간에 최대 레벨인 120 레벨을 달성했다.
S급 게이트라 그런지 경험치가 쭉쭉 오른다.
스스스······.
신태양의 펼치는 현란한 무위는 계속 되었다. 뱀파이어들의 공격은 결코 신태양에게 닿지 못했다.
녀석이 지치는 것 같다 싶으면 와이번의 고도를 낮췄다.
『 스킬 ‘투척 LV.11’을 발휘합니다. 』
이어지는 포션 투척.
병이 깨지면서 내부의 액체가 신태양에게 스며 들었다.
S급의 단단한 몸인지라 이런 사용법이 최고다.
적당히 주위가 정리된 것 같으면 다시 상승.
“믿기지가 않네요. 저 만한 수의 마수들을 혼자서 상대하다니.”
내 뒤에 찰싹 달라붙은 엘리스는 카메라를 꺼내서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가 나를 쳐다봤다.
“사부님은 신태양군보다 훨씬 강한거죠? 아니, 당연히 강하겠죠.”
게이트 내부에서의 일을 떠올린 듯 엘리스가 몸을 살짝 떨었다.
“대한민국은 대체 무슨 나라에요······?”
“글쎄.”
엘리스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와 신태양의 격차가 지대하진 않을 거다.
신태양의 화려한 기술은 다수를 상대하는 데에 특화되어 있다.
나는 대인전 관련한 기술이 더 강한 편이다. 타재간파를 모두 활성화하면 나도 신태양 같은 무위를 펼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 목적은 상위 선혈의 마족이다.
체력을 온존해 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금 신태양이 매우 잘 해주고 있기도 하다. 내가 잡아선 얻을 수 없는 막대한 경험치를 신태양이 모조리 흡수하고 있다.
“도망가고 있어요······!”
앞에 뱀파이어들이 물러나기 시작했다. 무의미한 죽음이란 걸 깨달은 거겠지.
‘아쉽군.’
적도 생각이 없는 건 아닌 모양. 아니, 이미 상당수의 뱀파이어가 죽어나간 시점에서 퇴각 시점이 한참 늦은 걸지도 모른다.
그만큼 신태양은 강해졌을테니.
내 시선이 허공의 붉은 마기를 향했다.
그곳에는 여전히 퇴각하지 않고 남아 있는 뱀파이어 하나가 있었다.
순혈 뱀파이어 ‘드라구트’.
노인의 모습을 한 그는 강력한 존재다. 선혈의 마족이 거느린 권속 중에서도 특히 강하다고 들었다.
‘하지만 지금의 신태양이라면 이길 수 있다.’
와이번을 탄 채로 상황을 지켜봤다.
드라구트가 붉은 검을 빼어들었다. 놈의 등 뒤로 어마어마한 선홍빛의 마기가 방출되었다.
“대적자! 여기가 네 무덤이 될 거다.”
콰아아—!
쏘아지듯 신태양을 향해 돌진하는 드라구트.
‘대적자? 그러고보니 전에 상대한 용인족도 나한테 그런 말을 했었지.’
그러다면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콰아앙!
드라구트와 신태양이 격돌하며 강한 충격파가 퍼져나왔다. 신태양의 푸른 마력과 놈의 붉은 마기가 합쳐진 보랏빛의 파동이 밤하늘을 잠시 밝혔다.
“우왓!”
그 충격에 떨어질 뻔한 엘리스.
나는 손을 내밀어 엘리스의 목덜미를 잡아챘다.
“가, 감사합니다. 휴우.”
떨어진다고 죽지는 않겠지만, 전투에 휘말릴 염려가 있었다.
전투는 치열했다.
“크하하, 대적자여! 네가 아무리 뛰어난 검술을 가지고 있다한들 수천 년을 살아 온 내 경험에 비할 바는 아니다.”
드라구트는 즐겁다는 듯 검을 휘둘러왔다.
“대적자······?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신태양은 성가시다는 듯 상대의 검을 받아냈다.
카앙! 카앙!
드라구트는 자신만만하게 검을 뻗어 왔지만, 우위는 신태양에게 있었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신태양은 조금씩 전진했고, 드라구트는 물러나고 있었다.
“별 거 없는데.”
“큭, 건방진 인간이······.”
웃고 있던 드라구트의 얼굴에 균열이 생겨나고 있었다.
‘수 천 년의 경험조차도 따라잡는 재능이라.’
같은 팀인 나도 기가 찰 노릇이니, 검을 받아내는 드라구트는 오죽했으랴.
콰득!
신태양의 검이 놈의 팔을 박살냈다. 그 충격파에 뒤쪽의 숲이 통째로 갈려나갔다. 드라구트의 여유롭던 미소는 사라져 있었다.
“크윽, 이 새끼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걸까. 놈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혈귀(血鬼).
용인족 하렐이 사용했던 주술이다. 선혈의 마족이 권속들이 사용하는 강제 자기 버프.
콰아아아—!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마기가 드라구트의 몸에서 소용돌이쳤다. 모든 신체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음은 물론이다.
“읏?!”
그 기세에 신태양이 잠깐 주춤한 그 사이.
콰앙!
드라구트가 땅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콰악!
순식간에 놈의 이빨이 신태양의 목에 박혔다. 드라구트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이걸로 대적자, 네 놈은 우리의 것이다.”
권속화.
이것이 뱀파이어의 무서운 점이다.
붉은 피를 가진 자에 대한 압도적인 강점이기도 했다.
스스스······!
목을 붙잡은 채 쓰러진 신태양의 몸 주위로 붉은 기운이 옭아매듯 퍼져나왔다. 신태양의 미간이 좁혀졌다.
“크으윽······.”
붉은 피를 가진 존재를 권속으로 삼아 노예로 부리는 뱀파이어.
S급 헌터라고 해도 예외는 없었다.
“크하하, 검술에 있어서는 내가 졌을지도 모르지만. 싸움이란 건 정정당당할 필요가 없는 거지. 안 그러냐?”
드라구트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는 듯 했다.
신태양의 눈동자에 붉은 각인이 새겨진다. 이 순간, 권속화는 피할 수 없었다. 신태양의 이빨이 날카롭게 변화하고 있었다.
“어, 어떻게 해요?!”
“어쩌긴.”
나는 엘리스와 함께 와이번에서 뛰어 내렸다.
콰앙!
착지와 함께 옅은 흙먼지가 솟아올랐다. 드라구트는 별 거 아니라는 듯 손을 저었다.
“흐음, 네 놈들은 대적자의 부하인가? 미안하지만 네 놈들의 대장은 내 노예가 되었다. 너희들도 얌전히 부하가 되어라.”
“비겁해요······!”
“어린 계집. 잘 모르나보군. 목숨을 건 전투 앞에 비겁하고 말고가 있나?”
그래, 전투에 비겁한 게 어디있겠나.
권속화에 저항하려는 듯 비척거리는 신태양.
나는 엘리스의 손을 신태양의 등 위에 올렸다.
“시간을 되돌려라.”
“아······!”
엘리스가 그제서야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동료 엘리스가 스킬 ‘시간 조작 Lv.5’를 발휘합니다. 』
황금빛 시계의 형상이 신태양의 몸을 감쌌다.
그리고 다음 순간.
권속화의 증상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신태양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방심했습니다.”
그런 우리를 멍하니 쳐다보는 드라구트.
“궈, 권속화를 풀었다고······? 어떻게······? 신성력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는데.”
엘리스의 능력 덕이다. 있었던 일을 없었던 것으로 만들어버리니까.
나는 와이번에 엘리스와 함께 올라탔다. 신태양은 금방 정신을 차렸다.
“이번에는 지지 말아라.”
“예, 스승님.”
각오를 다진 신태양이 검을 바로 잡았다. 그런 녀석의 눈에 푸른 이채가 떠올랐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동료 신태양이 특성 ‘리미트 해제’를 발휘합니다. 』
『 일시적으로 대상의 레벨이 30 증가합니다. 』
푸른 빛이 신태양의 전신을 감싼다.
『 대상 ‘신태양’의 현재 레벨은 151입니다. 』
『 레벨 150을 달성하여 등급이 한단계 상승합니다. 』
『 대상 ‘신태양’의 현재 등급은 SS 입니다. 』
“······?”
일순 신태양을 바라보는 드라구트의 눈에 공포심이 깃들었다. 나는 만족스런 미소와 함께 와이번을 타고 하늘 위로 날아 올랐다.
이 세계 최초의 SS급 헌터의 탄생이다.
막을 수 있다면 막아봐라.